나의 이야기

거짓말하는 착한 사람들(댄 에리얼리 지음, 이경식 옳김, 청림출판 2012년) 중에서

슈마허 2012. 10. 15. 15:42

 

거짓말하는 착한 사람들

(우리는 왜 부정행위에 끌리는가)

댄 애리얼리 지음, 이경식 옮김, 청림출판(2012)

 

서론

사람들은 거의 대부분 부정행위를 저지르는데 보통 아주 사소한 수준으로 부정행위를 저지른다는 것이 이 책의 주제다. 애리얼리와 그의 동료들은 수천 명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수학 문제 20개를 제시했다. 이 사람들이 맞힌 정답의 개수는 평균 네 문제였다. 그런데 이 사람들에게 스스로 답안을 채점하고 답안지를 파기하라고 한 다음 각자 맞힌 정답의 개수가 몇 개인지 물었을 때 이들은 평균 여섯 문제를 맞혔다고 대답했다. 이들은 부정행위를 저지른 것이다. 많이도 아니고 아주 조금씩.

이런 행동을 하는 이유는 사람들이 대부분 스스로를 꽤 착한 사람이라 여기기 때문이다. 우리는 아주 조금씩 부정행위를 저지름으로써 부정행위를 통한 이득을 보면서도 동시에 자기 자신을 합리화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대규모로 부정행위를 저지르지 않는다. 스스로가 나쁜 사람으로 보이는 것에 저항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우리는 왜 부정행위의 유혹에 빠지는가?

(부정행위에 관한 불편한 진실)

경제학의 영역에서 부정행위에 대해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갖고 있는 상식은 노벨상 수상자이자 시카고대학의 경제학자인 개리 베커의 견해다. 그는 사람들은 어떤 상황에서든 그에 대한 합리적인 분석을 거친 뒤 이를 토대로 범죄를 저지른다고 주장한다.

어느 날 베커는 모임에 참석하기 위해 집을 나섰는데, 약속 시간까지 시간이 촉박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약속 장소에 도착했는데 주차할 공간마저 찾을 수 없었다. 하는 수 없이 그는 딱지를 떼일 각오로 불법 주차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나중에 그는 자신이 이런 행동을 하게 된 사고과정을 곰곰이 생각해봤고, 자신이 내린 결정이 순전히 편익(주차공간을 찾아 약속 시간에 늦지 않는 것)에 대해 예측할 수 있는 비용(적발돼 벌금을 내는 것)을 분석한 결과임을 깨달았다. 베커는 또 비용편익분석을 하는 과정에서 자기 행동의 선악 여부에 대한 고려는 개입할 여지가 전혀 없었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자기 행동이 낳을 결과의 긍정적인 효과와 부정적인 효과를 비교하는 것이 전부였다.

합리적 범죄의 단순 모델(Simple Model of Rational Crime, SMORC)은 이렇게 해서 탄생됐다. 이 모델에 따르면, 사람은 누구나 베커와 매우 유사하게 행동한다. 살아가면서 우리는 어떤 상황에서든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행동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 현실은 다르다. 강도행각을 벌이며 이런 식으로 행동하든 혹은 책을 쓰면서 이런 식으로 행동하든, 이런 행동이 늘 비용과 편익에 대한 합리적인 분석이나 계산과 일치하지는 않는다.

(비용과 편익이 전부는 아니다)

만약 우리가 SMORC가 전적으로 지배하는 세상에 살고 있다면, 우리는 어떤 행동을 하든 언제나 비용편익분석 결과에 따라 가장 합리적으로 보이는 선택을 할 것이다. 감정이나 신뢰를 기반으로 하는 의사결정은 결코 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직장에서 아주 잠깐 동안 자리를 비우더라도(1분 동안이라 해도), 당신은 지갑을 서랍 안에 넣고 서랍을 잠글 것이다. 현금은 반드시 은밀한 곳에 숨겨둔 금고에 보관하거나 그렇지 않다면 적어도 침대 매트리스 아래에라도 숨길 것이다. 휴가 가느라 며칠 동안 집을 비울 때도 이웃집에 우편물을 대신 받아달라는 부탁하는 일 따윈 없을 것이다.

(선량한 자원봉사자들이 저지른 범죄)

라디오 프로그램 <미국적인 삶>2011년 댄 바이스라는 어떤 대학생의 이야기를 방송했다. 이 학생은 워싱턴 D.C.에 있는 케네디예술센터에서 이 단체의 선물 매장들에서 판매하는 물품의 재고를 관리하는 일을 했다. 이 단체의 선물 매장들에는 300명이 넘는 자원봉사자들이 일하고 있었는데, 이들은 대부분 연극과 음악을 사랑하는 은퇴자들이었다.

이 단체의 선물 매장들은 일일장터처럼 운영됐다. 금전등록기 따위는 없었으며 현금 상자만 있을 뿐이었다. 자원봉사자들은 물품을 팔고 받은 돈을 그 상자에 넣었으며 거스름돈도 거기에 있는 돈으로 바꿔줬다. 케네디 예술센터가 운영하는 이 선물 매장들의 매출액은 엄청났다. 한 해에 40만 달러가 넘었다. 그런데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 그것도 작은 문제도 아니고 큰 문제였다. 40만 달러 중 15만 달러 상당의 현금과 물품이 해마다 어디론가 새나갔던 것이다.

도둑은 단 한 사람이 아니었다. 예술을 사랑해 자원봉사를 청한 선한 노인들 다수가 현금 상자에서 돈을 빼내고 매장의 물품을 몰래 빼돌렸던 것이다.

우리 사회의 도덕 수준을 생각하면 슬픈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이를 바이스는 다음과 같이 표현했다.

사람은 누구나 기회가 닿으면 언제든 다른 사람의 물건을 훔치려 합니다. …… 사람에게는 나쁜 일을 하지 못하도록 제어해주는 통제장치가 필요합니다.”

(왜 속이면서 자신이 착하다고 착각하는가)

막대한 금액의 돈이 사라졌을 때, 우리는 보통 어떤 한 사람의 지독한 악당이 한 짓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앞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 부정행위가 반드시 어떤 사람이 비용편익분석을 거쳐 막대한 금액의 돈을 훔쳐가서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여러 사람이 조금씩 그리고 여러 차례에 걸쳐 훔치는 경우가 더 많다.

이 책에서 우리는 부정행위를 부추기는 여러 요인들은 물론 우리로 하여금 정직함을 지키게 해주는 장치들도 자세히 살펴볼 것이다. 무엇이 부정행위를 부추기는지 알아보고, 사람들이 자기 자신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면서도 개인적인 이익을 위해 어떤 식으로 부정행위를 서슴지 않는지 그리고 우리가 저지르는 부정행위의 많은 부분을 가능케 하는 인간의 특성은 무엇인지 살펴볼 것이다.

 

 

목차

1장 무엇이 선택을 조종하는가

비용편익분석

매트릭스 실험/ 돈을 더 주면 부정행위가 늘까/ 도둑잡기/ 택시운전사와 장님 속이기/ 퍼지요인

 

2장 거짓말 하는 착한 사람들

퍼지요인 이론

화이트칼라 범죄자들/ 도덕적 각성 장치/ 서명 먼저 하기/ 이기적 욕망 합리화하기/ 골프와 부정행위/ 10센티미터의 거짓말/ 멀리건의 비밀/ 슈뢰딩거의 고양이

 

3장 경제적 동기가 우리를 눈멀게 할 때

이익충돌

문신 시술과 이익충돌/ 호의에 감춰진 비용/ 제약회사 영업사원의 전략/ 금융권의 숫자 속이기/ 전문가 의견의 진실/ 심리학 실험실의 술 취한 남자/ 완전한 공개가 만병통치약일까/ 갈등 없는 보상

 

4장 힘들 때 자주 실수하는 진짜 이유

자아고갈

감정의 유혹에 저항하기/ 피곤에 지친 뇌/ “할머니가 돌아가셨어요”/ 도덕성 근육 테스트/ 빨강을 의미하는 초록 글씨 읽기/ 다이어트와 자아고갈

 

5장 짝퉁 상품이 부정행위를 조장한다?

자기신호화

옷이 보내는 신호/ 짝퉁 가진 사람을 조심하라/ “어차피 이렇게 된 거효과/ 짝퉁 선글라스의 부정적인 효과/ 가짜 학위와 이력서 조작/ 무단 전재를 금합니다.

 

6장 자기 자신을 속이는 사람들

자기기만

장애인 행세하기/ 멘사퀴즈에서 높은 점수 얻기/ 과장과 허풍을 사랑하는 사람들/ 자기기만과 자립/ 하얀 거짓말이 필요한 순간

 

7장 우리는 모두 타고난 이야기꾼

창의성과 부정직함

왜 자기 자신을 속이는 걸까/ 동전 던지기/ 거짓말쟁이의 뇌/ 창의적일수록 거짓말을 더 잘한다?/ 부정행위와 지능의 관계/ 복수심과 퍼지요인/ 승차권 위조의 심리/ 천재는 사기꾼?/ 창의적 사고가 실패할 때

 

8장 부정행위도 전염된다

사회적 전염

강의실에서 생긴 일/ 썩은 사과 한 개/ 집단 역학/ 모호한 규칙/ 윤리적 건강을 회복하는 방법

 

9장 타인을 위한 부정행위

사회적 의존

이타적인 부정행위/ 누군가 나를 지켜본다/ 협력 작업의 모순 극복하기

 

10장 사람들은 작은 거짓말을 한다

낙관적 결론

진짜무서운 범죄/ 미국인과 중국인 중 누가 더 잘 속이는가/ 우리가 속이고 훔치고 거짓말하는 진짜 이유/ 어떻게 도덕성을 회복할 것인가

 

 

본문(발췌)

1장 무엇이 선택을 조종하는가

(퍼지요인)

현실에서는 분명 베커나 전통 경제학들이 우리에게 믿으라고 강요하는 내용과 전혀 다른 일이 일어나고 있다. 놀랍지 않은가? 우선 부정행위의 수준은 부정행위를 할 때 얻을 수 있는 돈의 규모에 그다지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우리 실험에서는 전혀 영향을 받지 않았다) 발견은, 부정행위는 그것에 들어가는 비용과 그것에서 비롯되는 편익을 고려해 이뤄지는 것이 아님을 의미한다. 게다가 부정행위의 수준이 그것이 발각될 가능성에 따라 민감하게 바뀌지 않는다는 실험 결과를 보면 부정행위가 비용편익분석을 기반으로 한다는 사실은 더욱 미심쩍어진다. 마지막으로 많은 사람이 기회가 주어졌을 때 어느 정도 범위 내에서 사소한 부정행위를 한다는 사실은, 부정행위를 지배하는 요인들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복잡하고 흥미롭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현실에서는 도대체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 여기서 나는 이 책 전체를 관통해 살펴볼 한 가지 이론을 제시하고자 한다. 간단히 말하면 사람들은 두 가지 동기부여를 받아 어떤 행동을 한다. 한편으로 사람들은 다른 사람이 자신을 정직하고 존경받아 마땅한 인물로 봐주길 바란다. 사람들은 거울에 비친 자기 모습을 편안한 마음으로 바라보고 싶어 한다(심리학자들은 이것을 자아 동기부여 ego motivation 라고 부른다). 다른 한편으로 사람들은 다른 사람을 속여서 이득을 얻고자 하며 그것이 가능한 한 크길 바란다(이것이 바로 표준적인 동기부여인 재정적 동기부여 finacial motivation ).

이 두 가지 상반된 동기부여는 명백하게 서로 모순된다. 그렇다면 우리는 도대체 어떻게 남을 속이는 동시에 스스로를 정직한 사람으로 보이도록 하는 것일까? 바로 이 지점에서 인간이 가진 놀라운 인지적 유연성을 작동한다. 인지적 유연성이 있음으로 해서 우리는 적어도 사소한 부정행위를 저지르며 이득을 얻는 동시에 스스로를 괜찮은 사람으로 볼 수 있게 된다. 이런 균형 잡힌 행동이 앞으로 우리가 퍼지요인 fudge factor 이라 부르게 될 이론의 토대다.

 

 

2장 거짓말하는 착한 사람들

(열쇠장이가 주는 교훈)

얼마 전에 한 수강생이 어떤 이야기를 들려준 적이 있다. 부정행위를 줄이려는 우리의 노력이 잘못된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음을 제대로 보여주는 이야기였다.

어느 날, 피터는 열쇠를 챙기지 않은 채 문을 잠가버린 탓에 집에 들어갈 수 없었다. 그는 여기저기 수소문한 끝에 정식 허가를 받은 열쇠장이를 불러왔다. 이 사람은 피터가 그렇게 열려고 애써도 열지 못한 문을 불과 몇 초 만에 열어줬다.

얼마나 빠르고 쉽게 문을 여는지, 저는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그리고는 피터는 열쇠장이에게서 들은 도덕성과 관련된 교훈을 들려줬다.

문을 쉽게 여는 것을 보고 피터가 깜짝 놀라자 열쇠장이는, 자물쇠는 정직한 사람들을 정직한 상태로 계속 남아 있게 하려고 달아놓은 장치일 뿐이라면서 이렇게 말했다.

세상 사람들 중 1퍼센트는 어떤 일이 있어도 절대 남의 물건을 훔치지 않지요. 1퍼센트는 어떻게든 자물쇠를 열어 남의 것을 훔치려 합니다. 나머지 98퍼센트는 조건이 제대로 갖춰져 있는 동안에만 정직한 사람으로 남습니다. 이 사람들은 강한 유혹을 느끼면 얼마든지 정직하지 않은 사람 쪽으로 옮겨갑니다. 당신이 아무리 자물쇠로 문을 꼭꼭 잠가도 도둑이 털려고 마음먹는다면 얼마든지 당신 집에 침입할 수 있습니다. 자물쇠는 문이 잠겨 있지 않았을 때 유혹을 느낄 수 있는, 대체로 정직한 사람들의 침입을 막아줄 뿐이지요.”

(도덕적 각성장치)

어떤 청년이 화가 잔뜩 나서 랍비를 찾아가 말했다.

선생님, 제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아마 상상도 못하실 겁니다. 지난번에 예배를 볼 때, 제가 예배당 앞에 자전거를 세워뒀는데 어떤 놈이 훔쳐가 버렸지 뭡니까.”

이 말을 들은 랍비는 몹시 화를 냈다. 그러나 잠시 생각한 뒤 청년에게 한 가지 해결책을 제안했다.

다음번에 예배를 볼 때 맨 앞줄에 앉아 우리가 십계명을 암송할 때 일어나 돌아서서 뒤에 앉은 사람들을 자세히 살피게. 그러다가 남의 물건을 훔치지 말라라는 계명을 욀 때 자네 눈을 똑바로 쳐다보지 못하는 사람이 있는지 살피게, 만약 그런 사람이 있다면 그가 도둑일거야.”

랍비는 자신이 제안한 방법이 효과가 있을 거라 믿었고 청년 역시 같은 생각이었다.

마침내 다음 예배일이 돌아왔고, 랍비는 자신이 제안한 범인 식별법이 효과가 있을지 무척 궁금했다. 그래서 예배가 끝나자마자 예배당 출입구에서 그 청년을 기다렸다가 물었다.

누군지 알아냈나?”

그러자 청년은 이렇게 말했다.

신통하게도 간통하지 말라라는 계명에서 갑자기 제가 자전거를 어디에 두고 왔는지가 생각나지 뭡니까.”

이 이야기는 우리가 도덕률(여기서는 십계명)을 기억하고 인식할 때 나쁜 행위의 싹이 아예 잘려나갈 수 있다는 사실을 암시한다.

(사라지는 두루마리 휴지)

몇 년 전 나는 론다라는 캘리포니아대학 버클리캠퍼스 학생에게 편지 한 통을 받았다. 론다는 자신이 여러 사람과 함께 사는 집에서 겪는 문제를 해결하는데 아주 사소한 윤리적인 각성이 도움이 됐다고 했다.

론다는 학교 인근에서 여러 사람과 함께 살았는데 그들은 서로 전혀 알지 못하는 사이였다. 주말마다 용역회사 사람들이 와서 집을 청소하고는 집의 화장실 두 곳에 두루마리 휴지를 여러 개 두고 갔다. 그러나 월요일만 되면 이 화장지는 모두 없어져버리곤 했다. 전형적인 공유자의 비극상황, 즉 몇몇 사람이 자신에게 할당된 몫보다 많은 양을 가져감에 따라 다른 사람이 써야 할 공공자원이 파괴되는 상황이 벌어졌던 것이다.

론다는 내 블로그에 들렀다가 이른바 십계명 실험에 대해 알게 됐고, 이를 참고해 화장지는 공유물이므로 개인적인 용도로 가져가지 말라는 쪽지를 화장실 한쪽에 붙였다. 결과는 매우 만족스러웠다. 몇 시간 뒤 두루마리 휴지 하나가 돌아왔고, 다음날 또 하나가 돌아왔다. 그러나 이 쪽지를 붙이지 않은 다른 화장실에는 용역회사 사람들이 오는 주말까지 끝내 화장지가 돌아오지 않았다.

화장실이라는 공간에서 진행된 이 작은 실험은 도덕적인 규범을 떠올리게 하는 작은 메모 하나가 사람들로 하여금 규범을 지키도록 하는 데 얼마나 효과적인지 보여준다.

 

4장 힘들 때 자주 실수하는 진짜 이유

(피곤에 지친 뇌)

쉬브와 페도리킨의 실험은 의도적이고 정교한 이성 능력을 다른 과제가 점령했을 경우 충동이 사람의 행동을 더 크게 지배한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그러나 이성적 추론 능력과 욕망 사이의 상호작용은 로이 바우마이스터 플로리다 주립대학 교수가 자아고갈이라 명명한 현상 덕분에 더욱 흥미진진하다.

자아고갈이 무엇인지 이해하려면 이런 상상을 해보자. 당신은 몸무게를 줄이려 한다. 어느 날 당신은 아침 회의 시간에 치즈대니쉬를 먹고 싶은 유혹을 느낀다. 그러나 당신은 스스로 한 약속을 지키려고 유혹에 저항하며 커피 한 모금을 마시는 것으로 대신하나. 점심때가 되자 페투치니 알프레도를 먹고 싶다. 이번에도 당신은 간신히 충동을 억제하며 야채와 과일로 만든 샐러드를 주문한다. 한 시간 뒤에는 상사가 외근 나갔다는 사실을 확인하고는 일찍 퇴근하자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오늘 해야 할 일을 끝내야 한다고 혼잣말을 하며 마음을 다잡는다.

이 모든 경우에 본능은 당신을 기분 좋은 만족을 느낄 수 있는 쪽으로 유혹한다. 그러나 흔히 의지력이라 하는 당신의 기특한 자제력은 이런 충동에 대항한다.

자아고갈이라는 발상의 기본 개념은 유혹에 저항하는 과정에는 노력과 에너지가 소모된다는 것이다. 의지력을 근육이라 생각해보자. 프라이드치킨이나 초콜릿 밀크세이크를 볼 때 당신이 보이는 첫 번째 반응은 본능이다.

, 먹고 싶다!”

그런데 이 욕망을 이겨내는 데는 에너지가 소모된다. 우리가 유혹을 피하려고 내리는 모든 결정은 어느 정도의 수고를 필요로 한다. 역기를 한 번 들어 올릴 때 어느 정도 수고가 드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런데 이런 수고를 반복함에 따라 의지력은 점점 더 소진된다. 역기를 반복해서 계속 들어 올릴 때와 마찬가지 결과가 빚어진다. 하루 종일 수많은 유혹에 안 돼!’라고 말하다 보면 나중에는 저항하는 힘이 점점 약해져 결국 항복하고 만다. 그래서 치즈대니쉬며 과자며 프렌치프라이 등 욕망을 부추기는 것들을 먹어치우게 된다. 물론 이렇게 해서는 안 된다.

아무튼 우리는 하루하루 끊임없이 닥치는 유혹과 싸우고 그에 대해 어떤 식으로든 결정을 내리게 마련이다. 만약 유혹에 맞서 스스로 자제하기 위한 노력을 반복한 뒤 그런 힘이 모두 소진되고 나면 결국 우리는 쉽게 무너지고 만다. 그러니 사람들이 너무도 자주 그리고 쉽게 유혹에 굴복하는 것도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다.

자아고갈의 이런 특성 때문에 사람들은 하루가 끝나가는 저녁에 특히 자제력을 잃기 쉽다. 하루 종일 이성적으로 행동하려 애쓰다가 저녁이 되면 뇌가 지친 나머지 욕망에 쉽게 굴복하고 마는 것이다. 하루 종일 유혹에 저항하다가 밤늦은 시각에 허겁지겁 야식을 먹는 사람의 모습을 떠올려보라.

 

5장 짝퉁 상품이 부정행위를 조장한다?

(가짜 학위와 이력서 조작)

짝퉁의 대가를 치르는 것은 명품 회사들만이 아니라는 점이다. 한 차례의 부정행위는 자기신호화와 어차피 이렇게 된 거효과로 인해 부정행위를 저지른 그 시점부터 그 사람의 행동을 영속적으로 바꿔놓을 수 있다. 게다가 만약 그 행동이 예를 들어 커다란 구찌로고가 박힌 짝퉁 선글라스를 습관적으로 구매해 사용함으로써 늘 스스로의 도덕성이 낮다는 사실을 무의식적으로 상가하게 되는 사람들이 하는 부정한 행동이라면 그 영향은 아주 오래가며 파괴력 또한 엄청날 수 있다.

궁극적으로 우리는 짝퉁에 대한 대가를 도덕성이라는 화폐로 치르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즉 짝퉁을 사용하는 것은 우리의 행동을 바꾸고 우리의 자아 이미지를 바꾸며, 나아가 우리가 주변 사람들을 바라보는 눈을 바꿔놓는다.

전 세계 어느 곳에서나 기업의 대표가 업무를 보는 사무실의 벽에는 그 사람의 대학 졸업장이 자랑스럽게 걸려 있다. 이 졸업장을 한 번 보자. 꽤 오래전의 일이지만 월스트리트저널은 학력을 잘못 표기한 기업의 중역들에 대한 기사를 실으면서 케네스 카이저와 같은 최고 거물들을 예로 들었다. 당시 카이저는 펩시아메리카스의 사장 겸 최고운영책임자였는데 그는 미시간주립대학을 다니긴 했지만 졸업은 하지 않았다. 그러나 오랫동안 그는 이 대학을 졸업했다고 주장했다.

<스트레스를 줄이면 더 크게 성공한다>의 저자인 메릴리 존스도 예로 들 수 있다. 이 책에서 그녀는 좋은 대학에 입학하고 좋은 일자리를 찾으려면 무엇보다도 있는 그대로의 자기 자신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녀는 MIT의 인기 있는 학장이었고 입학처장이었으며 25년 동안 맡은 바 직무를 성실하게 수행했다. 그런데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 처음 MIT에 일자리를 얻을 때 이력서에 몇 가지 허위 사실을 기재했던 것이다. 그것은 분명 부정행위였다. 이것은 누가 봐도 명백한 사실이었다. 결국 그녀는 영광으로부터의 추락이라는 쓴맛을 봐야 했다. 취직 욕심에 이력서에 허위 사실을 기재한 실수를 바로잡을 용기를 내지 않았던점을 사과해야 했다. ‘있는 그대로의 자기 자신이 돼야 한다고 가장 큰 소리로 말하고 또 그 얘기 덕분에 찬사를 받았던 사람도 이력서에 허위 사실을 기재한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무너지는데 하물며 보통 사람들은 어떻겠는가.

어차피 이렇게 된 거효과라는 맥락에서 이런 유형의 부정행위를 설명한다면 가짜 졸업장은 처음에는 어디까지나 순수하게 시작됐을 것이다. ‘실제로 그렇게 될 때까지 그런 체하라라는 속담 차원에서 말이다. 그러나 한 번 부정행위를 저지르고 나면 이후에는 도덕적 기준이 느슨해지면서 또 다른 부정행위를 저지를 수 있는 가능성이 한층 농후해진다. 만약 가짜 박사 학위를 가진 어떤 중역이 이 가짜 학위를 편지지 윗부분의 인쇄문구나 명함, 이력서, 웹사이트 등에 계속 사용함으로써 이런 사실을 스스로 끊임없이 상기하게 된다면 이 사람은 업무 추진비를 과다하게 보고하거나, 근무시간을 부풀리거나, 기업 자금을 엉뚱한 데다 쓰는 따위의 부정행위 역시 별다른 갈등 없이 저지를 것이다. ‘어차피 이렇게 된 거효과를 놓고 따진다면 최초의 그 부정행위가 이 중역이 가진 자기신호화된 부정직함의 수준을 한 단계 높이고, 이것이 다시 또 다른 기만적인 행위를 계속하도록 유도하기 때문이다.

결론은 이렇다. 우리는 단 한 차례의 부정행위도 사소하게 봐 넘겨서는 안 된다. 사람들은 흔히 누군가가 처음 어떤 잘못을 저질렀을 때는 용서한다. 처음 저지른 실수이고 또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초의 부정행위가 어떤 사람이 자기 자신 및 그 시점 이후의 자기 행동을 바라보는 방식을 결정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이 점을 명심하고 최초의 정직하지 못한 행동이 가능한 한 일어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겉으로 보기에 악의가 없는 행동들이라 하더라도 이를 줄여야 하는 가장 큰 이유가 여기 있다. 사소한 부정행위를 줄일 경우 우리가 사는 사회는 더 정직해지고 그 결과 부정부패는 점점 설 곳을 잃게 될 것이다.

 

7장 우리는 모두 타고난 이야기꾼

(천재는 사기꾼?)

파블로 피카소는 훌륭한 화가는 모방하고 위대한 화가는 훔친다고 말했다. 역사를 통틀어 창의적인 사기꾼들이 없었던 적이 없다. 셰익스피어는 그리스와 로마 그리고 이탈리아의 역사적인 사실들에서 아이디어를 훔쳐와 새롭고도 빛나는 작품을 썼던 것으로 유명하다. 밥 딜런도 포크송 선배들의 노랫말과 음악에서 많은 것을 빌렸으며’, 스티브 잡스도 애플은 위대한 아이디어를 훔치는 것을 전혀 부끄럽게 여기지 않는다는 말을 여러 차례 한 바 있다.

우리가 한 여러 실험들에 비춰보면 창의성은 부정행위가 일어나는데 주요한 동력으로 작동한다. 그러나 어떤 사람의 창의성이 향상되면 이로 인해 그 사람의 부정행위 수준도 높아지는지 여부는 알 수 없다.

실험 결과로 보면 창의적인 마음가짐은 사람들로 하여금 부정행위를 더 많이 저지르게 할 수 있다.

도덕적 유연성은 디자이너와 카피라이터가 가장 높았고 회계원이 가장 낮았다. 이런 점으로 볼 때 창의성을 필요로 하는 업무를 하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정직하지 못한 행동을 할 가능성이 더 높다.

 

8장 부정행위도 전염된다

(윤리적 건강을 회복하는 방법)

부정직함이 사회적인 전염을 통해 개인에서 개인으로 전파될 수 있다는 사실은 부정직함을 제어하기 위해 전혀 다른 접근방법을 시도할 필요가 있음을 암시한다. 보통 사람들은 사소한 잘못을 대수롭지 않은 것으로 치부하고 그냥 넘어간다. 사소한 잘못은 그 자체만으로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그러나 이런 것들이 쌓이고 모이면 잘못된 행동을 대대적으로 해도 괜찮다는 어떤 신호를 만들어낼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잘못된 행동 하나하나가 모여 만들어내는 효과가 단 하나의 부정직한 행동에서는 상상도 하지 못할 결과를 빚어 낼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 중요하다.

부정직함이 한 사람에서 다른 사람으로 전파될 때 사회 전체로 보면 윤리적 건전성이 느리지만 꾸준하게 잠식되는 셈이다. ‘바이러스가 증식해 이 사람에서 저 사람으로 옮겨가듯 새롭게 발생하는 보다 덜 윤리적인 행동 양식도 마찬가지로 전파해나간다. 이 과정은 미묘하고 느리게 진행되지만 마지막에는 어마어마한 재앙이 돼 나타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부정행위의 사소한 사례들에 대해 우리가 실제로 치러야 하는 비용이며, 또한 아무리 사소한 잘못이라 해도 바로잡으려는 노력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 그렇다면 우리는 이 문제와 관련해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 ‘깨진 유리창 이론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 이론은 19823월 범죄학자 제임스 윌슨과 조지 켈링이 애틀랜틱먼슬리에 공동으로 발표한 글에서 처음 제기 됐다. 두 사람은 위험한 동네에서 질서를 유지할 수 있는 한 가지 결정적 요소를 발견했다. 그것은 거리를 순찰하는 경찰관의 수를 늘리는 게 아니었다.

위슨과 켈링은 황폐한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유리창이 몇 군데 깨진 채 방채돼 있는 건물을 보면 멀쩡하게 남아 있는 유리창마저 깨고 싶은 충동 그리고 그 건물 및 주변까지도 파괴하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그 일대는 예전보다 더 황폐해진다는 것이었다. 이 이론을 바탕으로 윌슨과 켈링은 사람들의 파괴적인 경향을 예방할 수 있는 매우 간단한 한 가지 전략을 제안했다. 그것은 아무리 사소한 문제라 해도 발생하는 즉시 해결하는 일이다. 깨진 유리창을 (혹은 잘못된 행동을) 즉각 바로잡는다면 잠재적인 파괴자들의 파괴적인 행동은 이전보다 크게 줄어들게 될 것이다.

비록 깨진 유리창 이론의 진위를 입증하는 것은 지금까지 난제로 남아 있지만 이 이론은 여전히 매력적이다. 이 이론은 사소한 범죄라 해도 쉽게 용서하거나 대수롭지 않게 넘기면 사정은 점점 더 나빠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정치인, 공무원, 사회 저명인사, 기업 경영자 등과 같이 대중의 관심을 집중적으로 받는 사람들의 경우 특히 더 그렇다. 이들에게만 특별히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게 자칫 공정하지 못하게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공식적으로 관찰되는 행동이 다른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이 한층 크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는 그냥 보아 넘길 일이 아니다. 이들의 잘못된 행동은 사회적으로 훨씬 더 큰 악영향을 끼치며 더 큰 비용을 부과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 저명인사들은 다른 사람들에 비해 자산의 잘못에 대한 처벌은 지나치게 가볍게 받으면서 보상은 지나치게 많이 받는다. 이런 모습은 대중에게 그들이 저지른 잘못된 행동이 전혀 나쁘지 않다는 식으로 비칠 수 있다.

다행스럽게도 우리는 엔론의 셰런 왓킨스, FBI의 콜린 롤리, 월드컴의 신시아 쿠퍼 등과 같이 부패에 맞서는 사람들이 보여주는 행동들의 전염성을 활용할 수 있다. 이들은 자신이 몸담고 있는 조직의 잘못된 행동에 맞선 사람들이다. 타임은 2002년에 이들을 올해의 인물로 선정하기도 했다.

정직한 행동은 개인이 가지는 사회적 도덕성에 말할 수 없을 만큼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비록 이런 정직한 행동이 정직하지 못한 행동만큼 사회에 큰 영향을 주지는 못한다 하더라도 사회적인 전염을 고려한다면 도덕적인 행동을 고취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모범이 될 만한 행동의 보다 생생한 사례들을 통해 우리는 사회가 바람직한 행동이라 여기는 기준과 관점 자체를 바꿔나갈 수 있을 것이다.

 

9장 타인을 위한 부정행위

(이타적인 부정행위)

직장의 업무환경은 여러 가지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복잡한 사회적 환경이다. 이런 여러 요인들은 집단 작업 과정에서의 협력을 부정행위의 기회로 전락하게 만든다. 집단에 속한 개인은 더 높은 수준의 부정행위를 저지르는데, 이는 부정행위가 자신이 좋아하고 보살피는 사람들에게 이득을 가져다준다는 사실을 잘알기 때문이다.

다시 제니퍼의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제니퍼가 충성심이 강한 사람이며 스스로 자기 자시늘 그런 사람으로 여겼다고 가정해보자. 더 나아가 제니퍼가 상사와 팀원들을 진정으로 좋아하고 또 이들에게 도움을 주길 바랐다고 해보자. 이런 상황에서라면 제니퍼는 사장의 요구를 충실히 따랐을 것이다. 아니, 사장과 팀원들이 경제적 이득을 누리길 바라는 마음에서 사장이 시키지 전에 자신이 먼저 회계보고서의 수치들을 손질했을 것이다.

제니퍼는 마음속으로 회계보고서의 수치가 나쁘면고객기업이 편의 제공을 중단함으로써 사장과 팀원들이 경제적으로 곤란하게 될 수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제니퍼가 사장과 팀원들을 염려하는 마음이 그녀로 하여금 잘못된 행동을 더 크게 혹은 더 많이 하도록 유도했을 수 있다.

이런 충동 안에 잠복해 있는 것을 사회과학자들은 사회적 효용이라 부른다. 이는 비이성적이지만 매우 인간적이고 동조적인 인간의 성정, 다른 사람을 돌보고 심지어 자기 자신을 희생하면서까지 다른 사람을 돕는 인간의 특성을 가리킨다. 물론 사람은 어느 정도까지는 순전히 이기적인 동기에 따라 행동한다. 그러나 우리는 흔히 자기 주변에 있는 사람, 특히 자기가 돌보는 사람의 이익을 좇아 행동하기도 한다. 이런 이타적인 감정이 있기에 사람들은 길을 가다가 타이어가 펑크 나서 난감해하는 사람을 돕기도 하고, 길에서 주운 지갑을 주인을 찾아 돌려주기도 하며, 노숙자 쉼터에 돈을 기부하기도 한다.

불행하게도 다른 사람을 돌보려는 이런 성향 때문에 사람들은 부정직한 행동이 다른 사람에게 이득이 되는 상황에서 보다 더 부정직해지기도 한다. 이런 관점에서 우리는 자기의 부정행위로 다른 사람이 이득을 얻는 경우에 하는 부정행위를 이타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우리는 주변 사람의 복지를 신경 쓰는 착한 사람이기 때문에 부정행위를 저지른다는 역설이 여기서 성립한다.

(누군가가 나를 지켜본다)

플라톤의 기게스 왕의 신화에서는 기게스라는 이름의 목동이 투명인간이 될 수 있는 신기한 반지를 얻는다. 기게스는 이 반지의 힘을 빌려 범죄를 저지르기로 마음먹는다. 그는 왕궁으로 들어가 왕비를 유혹해 왕을 죽이도록 사주한 뒤 왕권을 찬탈한다.

이 이야기를 하면서 플라톤은 보이지 않는 힘을 사용하는 사람에 맞서 살아남을 사람이 과연 있을까 하고 생각한다. 그리고 사람들이 잘못된 행동을 못하도록 막아주는 도루로는 다른 사람이 자신을 지켜보고 있다는 위협밖에 없는지 묻는다. J. R. R. 톨킨은 이 주제를 파고들어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반지의 제왕을 탄생시켰다.

기게스 왕의 신화는 집단이라는 설정이 한편으로는 부정행위를 하려는 사람들의 성향을 제어할 수 있다는 멋진 사례를 제시한 것 같다. 적어도 내게는 말이다. 사람들이 하나의 팀이 되어 협력 작업을 할 경우 한 구성원에 대해 다른 구성원들이 비공식적으로 감시자 역할을 하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사람들은 자기가 감시를 받고 있음을 알기 때문에 대개 정직하지 못한 행동을 자제하게 된다.

집단 부정행위에 대한 일련의 실험을 통해 우리는 두 가지 요인이 작동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하나는 이타적인 경향이다. 자신이 부정행위를 저지를 때 자신이 속한 팀의 구성원이 이득을 보는 경우 사람들은 부정행위를 더 많이 저지르는 경향을 보였다. 다른 하나는 직접적인 감시다. 직접적인 감시는 부정행위를 줄일 수 있으며, 심지어 완전하게 차단할 수도 있다. 집단 부정행위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이 두 가지가 존재한다고 전제하자 새로운 의문이 떠올랐다. 좀 더 표준적인 집단 상호작용 속에서라면 둘 중 어느 쪽이 더 힘이 셀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의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서는 일상적인 현실의 상황을 좀 더 그럴듯하게 반영하도록 실험 환경을 설정할 필요가 있었다.

실험 결과 슬프게도 이렇게 사회적인 요소를 첨하하자 부정행위의 규모가 커졌다. 피실험자들은 통제집단의 평균보다 무려 4개나 더 정답을 맞혔다고 주장했다. 한 집단의 구성원들이 서로 친숙해질 때 이타적인 경향의 요소는 강화되고 직접적인 감시의 요소는 약화된 것이다. 이타적인 부정행위가 감시의 효과를 압도했다.

협력적인 부정행위에 대해 우리가 확인한 사항을 정리하면 다음 표와 같다.

·자기가 부정행위를 함으로써 자기 짝이 이득을 볼 때 설령 그 짝과 잘 알지 못하는 사이라고 하더라도 사람들은 자기 혼자 이득을 볼 때보다 부정행위를 더 많이 하는 경향을 보인다.

·대화를 나눈 적이 없는 사람이 감시하는 상태에서는 사람들이 부정행위를 하지 않는 경향을 보인다.

·자기와 친해진 사람이 감시하는 상태에서는 사람들이 자기가 그다지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을 위해 부정행위를 하는 것보다 부정행위를 더 많이 하는 경향을 보인다.

 

10장 사람들은 작은 거짓말을 한다

(낙관적 결론)

이 책 전반에 걸쳐 우리는 정직함과 부정직함이 전혀 다른 두 유형의 동기가 혼합된 것을 바탕으로 한다는 사실을 살펴봤다. 사람들은 한편으로는 합리적이고 경제적인 동기에 따라 부정행위를 통해 이득을 얻으려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심리적인 동기에 따라 세상 사람들에게 자신이 멋지고 훌륭한 사람으로 보이길 바란다.

자신들은 이 두 가지 목적을 동시에 달성할 수 없다고, 다시 말해 케이크를 온전하게 갖고 있는 동시에 먹어치울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가 이 책의 곳곳에서 설명한 퍼지요인 이론에 의하면, 사람들은 유연한 추론과 자기합리화 능력을 갖고 있으므로 그 두 가지 목적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아주 사소한 부정행위를 저지름으로써 사람들은 케이크를(케이크의 아주 작은 부분을) 먹는 동시에 케이크를 계속 보유할 수 있다. 이는 부정행위에 따른 열매를 거둬들이면서도 스스로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계속 유지할 수 있다는 의미다.

앞서 살펴보았듯 일반적으로 추정하는 것과 다르게 사름들은 부정행위를 통해 얻을 수 있는 돈의 규모나 부정행위를 할 경우 발각될 확률과 특정한 요인들에는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오히려 도덕적 규범의 상기자, 돈이라는 실체의 구체성과 추상성 정도, 이익충돌, 정신적 고갈, 짝퉁 상품 소지, 허위 실적(학력) 상기자(예를 들면 가짜 졸업장), 창의성, 다른 사람의 부정행위 목격, 팀원들에 대한 배려 등에 더 많은 영향을 받는다.

여러 실험들이 부정직함에 초점을 맞췄지만, 우리 실험에 참가한 피실험자들 대다수가 기본적으로 명문대학 학생들로 나중에 어느 정도의 권력과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잇는 지위에 오를 사람들이었음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그들은 최소한 부정과 불법의 전형적인 인물 집단에 속하는 그런 부류의 사람이 아니었다. 사실 이 사람들은 나나 당신 그리고 지구상에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과 전혀 다르지 않다. 슬프게도 이런 사실은 우리는 너 나 할 것 없이 모두 부정행위를 조금씩 저지를 수 있는 소지를 완벽하게 갖추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런 발언이 매우 비관적으로 들릴 수 있겠지만 그렇다고 실망할 필요는 없다. 좋은 소식도 있기 때문이다. 사람은 표준적인 경제 이론이 예측하는 것보다 더 선하다. 사실 순수하게 이성적인 관점에서 보면 사람들이 저지르는 부정행위는 얼마 되지 않는다. SMORC가 지배하는 세상에서라면 사람들은 대부분 음울하기 짝이 없는 패자일 것이다.

하지만 지난 며칠 동안의 당신 행동을 돌이켜보라. 다른 사람에게 들키지 않고 부정행위를 할 수 있는 기화가 매우 많았지만 당신은 그 기회를 이용하지 않았다. 직장 동료가 책상에 지급을 둔 채로 자리를 비우고 긴 시간 동안 회의에 참석했지만 당신은 거기에 손대지 않았다. 커피숍에서 낯선 사람이 화장실에 다녀올 동안 자기 노트북을 봐달라고 했을 때도 당신은 그 노트북을 들고 나오지 않았다. 마트에서 카운터의 점원이 깜빡 잊고 물품 하나를 계산하지 않았을 때 당신은 그 사실을 점원에게 알려줬다. 또한 당신은 아무도 없는 거리에 자물쇠가 채워지지 않은 자전거를 보고도 그냥 지나쳤다.

이 모든 경우에서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선택은 지갑이나 노트북이나 자전거를 품치는 것이다. 하지만 당신은 그리고 우리는 날마다 우리 앞에 나타나는 이런 수많은 기회를 틀려버린다. 그리고 이런 사실을 결코 후회하지 않는다.

(우리가 속이고 훔치고 거짓말하는 진짜 이유)

지금까지 살펴봤듯 사람은 누구나 정직하지 못한 행동을 할 수 있다. 게다가 그런 행동을 하고도 자신은 부도덕한 사람이 아니라는 이유를 그럴듯하게 꾸며대며 스스로를 합리화하는 데 탁월하다. 심지어 다른 사람의 부정한 행동에 전염돼 이것을 따라 하기까지 하며, 한번 부정행위를 하고 나면 (어차피 이렇게 된 거라는 생각으로) 계속해서 그 행위를 반복하는 경향이 있다.

,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최근에 우리는 전 세계에 엄청난 고통을 안겨준 금융위기를 겪었다. 이 사건은 우리의 삶 및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에서 비이성(부조리)이 수행하는 역할 그리고 인간성 상실에 대해 성찰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또한 우리는 이성과 비이성(합리성과 비합리성)의 문제에 도달했으며, 시장에 대해 갖고 있던 기존의 접근방법을 재평가하기 시작했다. 이성의 사원은 산산이 부서졌다. 덕분에 우리는 미래에 닥칠 수 있는 위기를 피하기 위해 어떤 새로운 구조를 마련해야 할지 생각할 수 있게 됐다. 만약 우리가 이 새로운 구조를 마련하지 못한다면 2008년의 금융위기는 헛되어 낭비한 위기가 되고 말 것이다.

우리가 다음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는 분명하다. 부정직함 및 부정행위에 맞서 싸울 수 있는 보다 효율적이고 실천적인 방법들을 찾아내는 것이다. 경영대학원들은 커리큘럼에 윤리학 강좌를 포함시키고, 기업들은 직원을 모아놓고 윤리를 주제로 한 강연회를 열며, 정부는 투명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전략들이 과연 효율적일까? 도처에서 일어나는 부정행위를 목격한 사람이라면 이런 조치들이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금방 알 수 있다.

우리가 진정으로 부정행위를 제어하려면 이 문제에 어떤 식으로 개입해야 할까? 나를 따라 여기까지 온 독자라면 먼저 사람들이 정직하지 못한 행동을 하는 이유를 파악하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점을 알 것이다. 그 이유를 파악함으로써 우리는 좀 더 효율적인 처방들을 마련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정직하고자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부정행위를 통해 이득을 얻고자 하는 유혹을 받으므로 유혹의 순간에 도덕성을 상기시키는 방법은 매우 효과적일 수 있다. 마찬가지로 또 다른 방법을 생각할 수 있다.

이익충돌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그리고 이것이 사람들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우리는 잘 안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익충돌을 한층 높은 수준으로 규제하고 금지해야 한다. 우리는 주변환경과 정신적 및 육체적 고갈이 부정행위와 관련해 어떻게 작동하고 어떤 효과를 발휘하는지 제대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또 부정행위의 사회적 전염성을 이해하고 나면 깨진 유리창 이론에서 부정행위의 사회적 전명에 맞서 싸울 실마리를 발견할 수 있다.

흥미롭게도 우리는 이미 우리의 도덕적 기준을 재정립하고 더불어 어차피 이렇게 된 거 효과를 극복하기 위해 특별히 마련된 것처럼 보이는 여러 가지 사회적 장치들을 갖고 있다. 천주교의 고해성사에서부터 유대교의 욤 키푸르와 이슬람교의 라마단, 심지어 한 주에 한 번씩 지키는 안식일에 이르기까지, 과거의 잘못을 청산하고 새로 시작하는 여러 가지 제의 형식들을 가지고 있으며 이를 통해 우리는 스스로의 행동을 반성해 타락한 생활을 중단하고 새로운 생활을 시작하는 기회로 삼을 수 있다.

사회과학의 관점에서 보면 종교는 부정직성의 경향을 포함해 잠재적으로 파괴적인 어떤 경향들을 사회가 적절하게 제어하도록 돕는 방향으로 진화해왔다. 종교는 사람들에게 도덕을 지킬 의무를 상기시킨다. 신앙을 가진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하는 기도, 특히 참회의 기도를 생각해보자. 힌두교에서는 속죄를 실천하는 행위가 있다. 이처럼 수많은 종교적 각성 장치들이 우리 실험에서 십계명이 그랬던 것처럼 사람들에게 도덕성을 상기시킨다.

이런 장치들이 매우 유용하므로 산업이나 정치 분야에서도 이와 유사한 장치들을 만들면 좋지 않을까 싶다. 예를 들어 공무원이나 기업가들에게 윤리적 서약을 하게 하거나, 더 나아가 용서를 빌게 하는 어떤 장치를 마련한다면 이들이 부정행위를 제어하는 데 매우 효과적일 것이다. 어쩌면 종교적 의미의 회개를 세속적 차원으로 적용한 장치들은 잠재적인 부정행위자가 좀 더 신중하게 자기 행동을 선택하게 하고 과거의 잘못을 잊고 새 출발을 하도록 도울 수 있으며, 나아가 이들의 도덕적 충실함을 한층 강화해줄 것이다.

새 출발을 다짐하는 의식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몇몇 종교적 분파에서 찾아볼 수 있는 정화의식이 가장 대표적이지 않을까 싶다. 이런 분파 집단 중 하나가 천주교의 비밀결사집단인 오푸스 데이인데 이 집단의 구성원은 채찍으로 스스로를 매질한다.

좀 더 세속적이면서 우아한 방식의 새 출발 제의 사례가 있다. 오래 전에 어떤 강연장에서 만난 여자에게서 들은 그녀의 언니 이야기다. 그녀의 언니는 남아메리카에 살고 있었는데 어느 날 가사도우미가 며칠에 한 번씩 냉장고에서 고기를 훔쳐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한 번에 훔쳐가는 양은 많지 않았지만 말이다.

언니는 이런 사실에 크게 마음을 쓰지 않았다. 이따금씩 요리할 고기의 양이 부족하다는 것이 짜증이 나는 정도였다고 했다. 하지만 그녀는 이 문제를 어떻게든 해결해 가사도우미의 행동을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 조치를 취했다. 첫 번째 조치는 냉장고에 자물쇠를 채우는 것이었다. 그런 다음 가사도우미에게 이렇게 말했다. 집에서 일하는 사람들 중 누군가가 냉장고의 고기를 훔쳐가는 것 같아 자물쇠를 채우기로 했으며, 열쇠는 자신과 가사도우미 두 사람만 갖고 있을 것이라고 알려줬다. 아울러 가사도우미에게 냉장고의 고기 감시라는 또 다른 책임을 지우는 대가로 약간의 돈을 더 주겠다고 했다. 이렇게 새로운 역할을 부여하고 새로운 규칙을 정하고 또 새로운 감시 체계를 도입하자 가사도우미의 고기를 훔쳐가는 행위는 사라졌다.

나는 이 사람이 선택한 접근방법이 여러 가지 이유로 효과를 발휘했다고 생각한다. 이 가사도우미의 도둑질은 우리가 여태까지 살펴봤던 부정행위와 매우 비슷한 양상으로 발전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그녀의 도둑질은 처음에 아주 작은 고깃점 하나에서 시작됐을 것이다. 하지만 한 번 도둑질을 하고 나자 그다음부터는 도둑질이 훨씬 쉬워졌다.

그런데 주인은 냉장고의 문을 자물쇠로 잠그고 냉장고를 감시하는 과제를 가사도우미에게 부여함으로써 그녀가 예전의 도덕성을 회복할 기회를 줬다. 또 가사도우미에게 열쇠를 맡기며 신뢰를 보여준 주인의 행동은 가사도우미가 도둑질이라는 행동에 대한 시각을 바로잡고 그 집에서 지켜야 하는 정직성의 사회적 규범을 확립하는 데 중요한 요소로 작용했다. 뿐만 아니라 이제는 열쇠가 있어야만 냉장고 문을 열 수 있었으므로 냉장고에 들어 있는 고기를 훔치는 행위는 예전보다 더 의도적일 수밖에 없고, 따라서 합리화하기가 한층 더 어려워졌다.

이런 조치들은 우리가 피실험자들이 문제의 정답을 확인하는 부정행위를 하려면 마우스를 모니터 하단으로 가져가야 되도록 설정한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요컨대 이런 장치들을 더 많이 개발하고 채택할수록 사람들은 자기 안의 부정직함을 좀 더 효과적으로 제어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는 쉬운 일이 아니지만 그렇다고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은 과거의 잘못에 마침표를 찍고 새 출발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사회적 차원에서 좀 더 폭넓게 얼마든지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해 훌륭한 사례로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진실화해위원회를 들 수 있다. 이 위원회의 목적은 남아프리카공화국 정부가 인종차별 정책을 일삼던 과거 행태에서 벗어나도록 해서 수십 년 동안 국민의 대부분을 억압해왔던 악습을 폐지하고 민주주의가 새롭게 출발하도록 하는 것이었다. 부정적인 행동을 중단하고 새롭게 시작하고자 하는 다른 여러 방법들과 마찬가지로 이 위원회의 목표는 징벌이 아니라 화해였다.

이 위원회가 과거의 인종차별 정책에 따른 아픈 상처와 기억을 말끔히 지웠다고 혹은 그것이 충분히 치유됐다거나 사라졌다고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 위원회의 활동은 과거의 나쁜 행동을 인정하고 용서를 구하는 것이 과거와 다른 새로운 방향으로 나가는 중요한 발걸음이 될수 있음을 증명하는 중요한 사례로 남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