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책임의 영역에 있어 신뢰이익에 대한 손해배상_번역글

슈마허 2008. 8. 29. 10:18

계약책임의 영역에 있어 신뢰이익에 대한 손해배상

Marc Leonhard, Der Ersatz des Vertrauensschadens im Rahmen

der vertraglichen Haftung, AcP Bd. 199(1999), S. 660-694

I. 들어가는 말

독일법에 있어서는 몸센의 이론(Mommsen, Zur Lehre vom Interesse, Beiträge zum Obligationenrecht, 2. Abteilung 1855)에 따라 차액설의 방법에 의하여 계약위반으로 인한 손해배상액을 정한다. 즉 현재의 재산상태를 계약위반이 없었더라면 존재하였을 재산상태와 비교하는 것이다. 이 경우 급부의 목적이 된 재산의 객관적 가치만을 고려하여서는 안 되고(로마법이 그렇다, verum rei pretium), 채권자의 전체적 재산상태가 고려되어야 한다. 불법행위법에 있어서는 현재의 재산상태와 불법행위가 없었더라면 존재하였을 재산상태의 차액을 불법행위자가 배상하는데 반하여, 채무불이행의 경우에 있어서는 크게 다음의 두 가지 방법이 고려될 수 있다. 하나는 이행이 되지 않은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더라면 존재하였을 재산상태를 현재의 재산상태와 비교하여 배상을 명하는 것이고(이른바 소극적 이익 또는 신뢰이익 negative od. Vertrauensinteresse), 다른 하나는 계약이 이행되었더라면 존재하였을 재산상태를 현재의 재산상태와 비교하여 배상을 명하는 것이다(이른바 적극적 이익 또는 이행이익 positive od. Erfüllungsinteresse)(적극적 이익과 소극적 이익의 구별은 Savigny, System des heutigen römischen Rechts Bd. III, §138 Note d와 Mommsen, Zur Lehre vom Interesse, S. 7 f.에서도 언급되었으나, 이 문제가 활성화된 것은 R. v. Jehring, Culpa in Contrahendo oder Schadensersatz bei nichtigen oder nicht zur Perfection gelangten Verträgen, Jher. Jahrb. 4(1986), S. 1, 16 ff.)(660, 661쪽).

채무를 이행하지 아니하여 손해배상책임을 지는 사람은 계약이 정상적으로 이행되었더라면 채권자가 처할 지위로 채권자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 따라서 이행이익의 한도 안에서 계약이 정상적으로 완전히 이행되었더라면 얻을 수 있는 금전적 가치가 있는 모든 이익은 배상되어야 한다. 여기에는 일실이익은 물론이고, 채권자가 다른 방법으로 똑같은 만족을 얻기 위하여 들인 대체비용도 해당된다. 이점은 비단 독일법 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의 법에 있어서도 거의 확립된 계약이론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채권자는 이행이익을 주장하는데 어려움에 직면할 수도 있다. 일실이익을 정확히 계산해내지 못한다거나 계약의 이행에 경제적 이익이 없는 경우가 그렇다. 이런 때는 계약이 이행될 것으로 기대하고 지출하였으나 계약위반의 결과 무용하게 된 비용의 배상에 채권자의 이익이 걸려있다. 여기서 채권자는 손해배상청구의 한도 안에서는 이행이익에 갈음하여 신뢰이익의 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지가 문제된다. 채권자는 신뢰이익의 배상을 받음으로써 계약이 전혀 체결되지 않았더라면 존재하였을 재산상태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계약이 이행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손해배상을 청구함에 있어 신뢰이익의 배상을 요구할 수 있는지 하는 문제는 상당히 논란이 되고 있고, 특히 그 배상의 범위 및 한계와 관련하여 더욱 그렇다(661쪽).

II. 이익추정의 법리에 근거한 지출비용의 배상

계약이 이행될 것으로 기대하고 채권자가 지출하였으나 계약위반의 결과 무용하게 된 비용은 이익추정(Rentabilitätsvermutung)의 법리에 따라 독일법에서는 배상된다. 제국고등상사법원의 판결(ROHG Bd. 24, 106)에 근거하여 제국법원은 벌써 이행이익의 배상을 청구하는 채권자는 이미 지출한 비용을 최소한의 손해로서 청구할 수 있다고 판시한 바 있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제국법원은 매수인이 지출한 비용이 “일응 파악할 수 있는 손해”로 고려된다는 점을 일찍부터 정형화시켰다(RGZ 127, 245, 248 m.w.N.; RGZ 50, 188, 190; RGLZ 1907, Sp. 434 N; RG SeuffA. Bd. 81 Nr. 216. 이에 관하여서는 Keuk, Verögensschaden und Interesse(1972), S. 156과 Stoll, Festschrift für Duden, S. 641, 642(1977) 참조). 이는 수급인이 아무 쓸모 없는 마루바닥을 시공하여 도급인이 그에 대하여 민법 제635조에 따라 이미 지출한 공사금액의 한도 안에서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안에서 처음 나왔다. 도급인에게 계약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시설물, 다시 말해 원래의 의무제공에 갈음하여 도급인에게 전혀 쓸모 없는 시설물이 제공되었다면, 도급인은 반대급부로서 무용하게 지출한 비용을 손해배상으로 요구할 권리가 있다는 것이다(RGJW 1912, 686).

이러한 원칙은 계약이 채권자에게 경제적으로는 불리한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시가보다 과다한 금액으로 부동산을 매수하였더라도 매수인은 그가 지급한 매매대금의 한도 안에서 민법 제326조에 따라 손해배상을 구할 수 있다. 이는 계약이 이행된 경우 매수인이 53,000마르크의 손실을 보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이러한 원칙은 쌍무계약에 있어 쌍방의 급부는 등가관계에 있다는 이론에서부터 출발한다. 매수인이 반대급부를 얻지 못하였다면 그가 반대급부를 얻기 위하여 무익하게 들인 비용이 배상되어야 한다. 이것이 최소한의 손해이다(RGJW 1913, 595, 596)(662, 663쪽).

계약체결과 관련하여 발생된 비용은 반대급부의 불제공으로 인한 손해액을 넘어서 일단은 모두 손해배상이 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계약이 이행될 경우 채권자가 이를 다시 회수하였을 것이란 추정에 근거한다. 매도인은 이에 대하여 이익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을 입증함으로써 그 추정을 번복시킬 수 있다. 1912년의 판결(RG Recht 1912 Nr. 1594)에서는 공장용지를 매수한 원고가 민법 제463조에 따라 영업허가를 얻기 위하여 지출한 비용과 광고료, 그 외 영업과 관련하여 지출된 비용의 배상을 구하였는데, 제국법원은 이들 비용을 이행이익의 한 부분으로 보았다. 피고가 계약을 정상적으로 이행하였더라면 이들 비용은 영업을 위하여 유용한 비용일텐데 채무불이행의 결과 불필요하게 되었던 것이다. 따라서 위와 같이 발생한 손해는 계약체결에 의하여 발생된 손해가 아니라, 계약불이행으로 인하여 발생된 손해이고, 제국법원의 견해에 의하면 이는 적극적 이행이익에 속한다는 것이다.

이와 같이 계약이 이행될 것으로 기대하고 채권자가 지출하였으나 계약위반의 결과 무용하게 된 비용의 배상을 신뢰이익의 배상으로 보지 않고 특별한 형식의 이행이익의 배상으로 보아 온 것이 오랜 독일 판례의 입장이다. 이러한 형식의 손해배상은 채권자에 의하여 지출된 비용이 계약이 이행되었더라면 다시금 회수되었을 것이란 점과 그런 의미에서 채권자의 입장에서는 이익으로 추정된다는 점에 근거를 두고 있다(BGH WM 1969, 835; BGHZ 57, 78, 80=NJW 1971, 2218; BGH WM 1977, 1089; BGHZ 71, 234=NJW 1978, 1805=JZ 1978, 566, Anm. Stoll S. 797; BGH NJW 1983, 442; BGHZ 99, 182=NJW 1987, 831=JZ 1987, 512, Anm. Stoll; BGHZ 114, 193=NJW 1991, 2277=JZ 1992, 464, Anm. Wiedermann/Müller; BGHZ 123, 96=NJW 1993, 2527. 이익추정의 법리의 연혁에 관하여 총괄적으로는 Müller-Laube, JZ 1995, 538, 544). 현실적으로 재산의 감소를 초래하는 비용의 지출이 재산의 증가로 가정되어 배상되어질 수 있다는 추정은 채권자의 주장과 입증을 경감하는 것일 뿐이고, 차액설의 관점에서 손해의 개념을 확대하는 것은 아니다(663, 664쪽).

오스트리아 판례에서도 제국법원의 전통을 받아들여 이행이익의 계산이 어려운 사안에서는 이익추정의 법리를 적용하여 왔다. 이런 관점에서 오스트리아 최고법원은 1980년 판결(OGH, Urt. v. 17. 12. 1980, JBl. 1981, 537)에서 무용하게 지출된 비용의 손해배상을 광범위하게 인정하였다. 원고와 피고는 생활보장계약을 체결하였는데 거기서 피고는 원고에게 자신의 토지와 낡은 주택을 양도하고, 원고는 낡은 주택을 헐어버리고 새 주택을 지은 다음 이를 피고에게 살아있는 동안 주거권을 보장하기로 약정하였다. 건축기간 동안 피고가 세를 얻어 살 주거의 차임은 원고가 부담하기로 하였다. 피고는 계약의 이행을 달성하는데 필요한 모든 설명을 원고에게 하여주기로 약정하였다. 그러나 낡은 주택의 철거와 새 주택의 건축허가가 나온 다음 피고는 낡은 주택에서 이사하여 원고가 임대차하여 얻어 준 주택에로의 이사를 거부하였고, 그로 인하여 모든 계약이 수포로 돌아가게 되었다. 원고는 이미 임대차하여 얻은 주택의 차임과 계약체결과 관련하여 들어간 비용의 손해배상을 구하였다. 최고법원은 원고의 청구를 전부 받아들였다. 쌍무계약에 있어 채권자는 채무자의 반대급부가 이행되면 자신의 비용은 “등가적으로 다시 회수될 것”이란 기대 하에 비용을 지출하는 것이므로 위 사안에서도 원고는 같은 기대 하에 피고가 임시 거처할 주택을 마련하고 그에 필요한 비용을 지출한 것이다. 피고는 원고가 마련해준 주택으로 이사를 거부함으로써 원고의 경제적 목표의 달성을 불가능하게 하였고, 그로써 아무런 이익 없이 주택의 차임을 지불하게 하였다. 그 결과 원고는 피고의 채무불이행으로 인하여 자기가 이행한 부분 만큼의 등가물을 취득하지 못하게 되었다(664쪽).

오스트리아 최고법원의 위 판결은 그 뒤로도 이어졌다(OGH, Urt. v. 26.11.1992, JBl. 1993, 516. 또한 OGH, Urt. v. 18.9.1991, JBl. 1992, 718; OGH, Urt. v. 15.1.1986, SZ 59/8). 원고는 피고와 2년 기간의 임대차계약을 체결하였다. 그러나 계약과는 달리 임차목적물에 하자가 극심하여 계약이 정상적으로 실행될 수가 없었다. 5개월이 지나 원고는 이사를 가고 중개수수료 중 일정비율의 손해배상을 구하였다. 최고법원은 이익추정의 법리에 따라 임차인인 원고가 2년 계약이 존속할 것을 기대하고 중개수수료를 지불하였으므로 같은 기간 이를 보상받을 것을 원한다는 전제에서 출발하였다. 임대인이 계약을 이행하였더라도 중개인을 위한 수수료는 지출되었을 것으로 본다 하더라도 임차인은 그 비용과 등가관계에 있는 반대급부를 취득하였을 것이다. 그 비용 중에 보상되지 않고 남아 있는 이익의 한도 안에서는 피고의 채무불이행으로 인하여 원고의 재산상 손해는 발생한 것이다(OGH JBl. 1993, 516, 517).

이러한 이익추정의 법리는 영미법계에서 특히 강력한 주목을 받았다. 영미법계에서는 일찍부터 계약위반의 경우 채권자는 이행이익에 갈음하여 무용하게 지출된 비용의 배상을 요구할 수 있다고 보았다. 채권자가 자신의 일실수익을 확실하게 입증할 수 없을 때는 계약이행에 절대 필요하다거나 또는 계약이행을 신뢰하여 지출한 비용을 손해배상으로 요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이에 관하여 기본적으로는 Fuller/Perdue, The Reliance Interest in Contract Damages, 46 Yale L. J. 52, 53ff. 참조). 그 근거로서 계약의 가치는 지출된 비용을 넘어선다는데 보았다. 따라서 미국판례와 이론은 채권자가 지출한 비용이 채무자에게 이익이 되든 안 되든, 계약이 기대한 대로 이루어졌다면 그 이익에 의하여 보상되어질 것이란 전제에서 출발하고 있다(665, 666쪽).

그런데 여기서는 독일법이나 오스트리아법과는 달리 채권자는 이행이익(expectation interest)과 신뢰이익(reliance interest)의 배상을 선택할 권한이 있음을 명시적으로 밝히고 있다. 선택권의 한계는 단지 채권자의 지위가 보다 더 나아진다거나 더 많이 보상되어지는 경우를 배제함으로써 제한되었을 뿐이다. 따라서 채무자에게 계약이 채권자에 있어서는 보다 더 불리하다는 것을 입증할 기회가 주어졌다. 결과적으로 미국법의 상황은 독일법과 크게 다르지 않다. 미국법원이 신뢰이익을 이와 같이 광범위하게 인정한 이유는 이행이익의 배상에 있어 일실수익의 입증에 관하여 매우 엄격한 입장을 취해온 것과 무관하지 않다. 독일법에 있어서는 잘 알려진 대로 민법 제252조 제2문에 입증경감의 규정이 있으므로, 경험칙상 또는 구체적 사정에 있어서 수익을 얻을 개연성이 있다는 점에 관하여 사실을 주장하고 민사소송법 제287조의 한도 내에서 입증을 하면 충분하다. 이에 반하여 미국법에 있어서는 수익을 얻을 수 있었다는 점에 관하여 “합리적 상당성(reasonable certainty)”이 있을 만큼 증명이 되어야 한다. 불확실하거나 의심스러운 일실수익은 적극적 이익으로서 배상되지 아니한다. 따라서 채권자가 일실수익에 관하여 엄격하게 입증을 하지 못한다면 신뢰이익, 다시 말해 계약을 이행한다거나 그 준비과정에서 필요하다고 합리적으로 인정된 비용을 손해로 보게되는 것이다(666, 667쪽).

어느 한 농부가 1등급의 농작물 씨앗(Saatgut)을 구입하였는데 나중에 이것이 썩은 것으로 밝혀진 경우 통상은 씨앗 외에도 여려 변수가 많기 때문에 그 일실수익을 입증하기가 어려우므로, 미국법원은 이 사안에서 농부에게 신뢰이익의 배상을 인정한 사례가 있다. 즉, 매매대금과 함께 수확을 기대하고 투자한 비용, 다시 말해 농지의 차임과 땅을 일구는데 들어간 비용 등의 배상을 인정한 것이다. 이와 관련 전형적인 판결은 Rogers v. Davidson 사건에서 나왔다. 원고인 임차인은 산림을 경영하여 벌목을 하고 이를 목재로 가공할 목적으로 임대인인 피고와 임대차계약을 체결하였는데 피고가 계약의 이행을 거부하였다. 원고는 아직 산림의 경영을 시작한 것이 아니어서 그가 얼마의 수익을 얻을 수 있었는지를 입증할 수 없었기 때문에 법원은 계약이 이행될 것을 신뢰하고 지출한 모든 비용, 특히 목재소를 세우는데 들어간 비용의 배상을 인정하였다(667쪽).

신뢰이익 배상은 독점권과 프렌차이즈영업권의 양도와 관련하여 빈번하게 나왔다. Dialist v. Pulford 사건에서 원고는 피고로부터 제품의 독점영업권을 취득하였다. Pulford는 이를 위해 2,500달러를 지불하였고, 이전 영업권자에게는 그 고용을 종료시켰으며 새로운 영업권자를 위하여 광고선전비로 상당한 금액을 지출하였다. 그러나 피고회사가 당초 약속한 영업지역에서 2인의 영업권자에게 영업을 허가하자 원고는 계약을 해제하였다. 법원은 사무소를 세우는데 들어간 비용, 특히 전화설치, 새로운 일자리를 찾게 되어 종전직장에서 2개월간의 급여에 상당하는 수입을 상실하게 된데 따른 손해 등의 배상을 인정하였다. 법원은 이러한 비용이 계약의 이행을 기대하고 지출된 비용이고, 계약의 위반의 결과 무용하게 되었다는 전제에서 출발하였다. 원고가 2개월간 급여를 구한 부분에 관하여서는 특히 판결에 어려움이 많았다. 기본적으로 신뢰이익의 배상에 있어서는 채권자가 지출한 비용의 배상만이 문제되고 종전 직장에서의 급여의 포기로 인하여 상실한 수익의 배상 문제는 생기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원은 이의 손해배상을 인정하였다. 종전 직장에서의 근로관계는 새로운 일자리를 기대하고 종료되었다. 이는 채무자에게 예견 가능하였을 뿐만 아니라, 계약의 이행을 위하여 필수불가결한 전제이기도 하다. 나아가 그 금액이 계산상 명백하기도 하다.

독일의 학설에서는 계약위반의 경우 이익추정의 법리를 벗어나 소극적 이익의 배상이 가능한지, 가능하다면 어디까지 가능한지의 문제와 관련하여 의견이 분분하다. 일부에서는 무용하게 된 비용의 배상이 단순히 채무불이행에 있어 채권자의 손해는 전부 배상되어야 한다는 원칙에서 출발한다고 인정한다. 손해배상의 채권자는 이행이익의 청구는 차치하고라도 최소한 계약을 신뢰하지 않았더라면 존재하였을 상태로의 회복을 요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른 일부에서는 일방이 계약체결 전이나 또는 계약체결의 과정에서 타방의 신뢰를 보호하여야 할 특별한 행위의무가 있을 때에만 신뢰이익의 배상이 인정된다고 본다. 이를 위한 규범적 근거는 불법행위와 계약체결전 과실책임의 관련규정이 된다. 이와 더불어 개별 계약의 유형에 있어서는 고지의무, 보고의무, 배려의무 등과 같은 특정한 부수적 의무가 성립할 수 있는데 이 경우에는 이를 위반하면 신뢰이익을 배상할 의무가 있다는 것이다(668, 669쪽).

채무자가 그의 급부이행을 약속하면서 채권자의 재산적 손해를 일으켰으나 나중에 귀책사유로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경우에 채권자에게 손해배상청구권을 인정하는 근거는 설명의무의 위반에 있는 것이 아니라 급부이행의 보장에 있는 것이다. 연방대법원의 익히 알려진 판결(BGH WM 1977, 1089)에서 피고는 원고와 10년 기간의 사용대차계약을 체결하였는데, 거기서 피고는 원고에게 자신이 개설한 강의의 수강생들로 하여금 800명까지 원고가 사용대차한 식당에서 점심식사를 하도록 해주기로 약속하였다. 원고는 음식조리 능력을 2배로 늘리면서 2명의 요리사를 고용하여 1시간 반 안에 150명에서 200명까지의 사람에게 식사를 제공할 수 있게 준비하였다. 그러나 막상 현실로 들어와서는 겨우 15명의 수강생들만 원고의 식당에서 점심식사를 하였다. 이행이익의 손해액을 계산하기가 불가능하였으므로, 법원은 원고에게 추가로 투자한 비용과 2명의 요리사를 채용하느라 들인 급여 상당의 비용을 한도로 신뢰이익의 배상을 인정하였다. 법원은 피고의 약속이 지켜졌을 경우 원고는 그 비용을 회수할 수 있었을 것이란 전제에서 출발하여 위와 같은 비용의 손해배상을 인정하였던 것이다. 따라서 이와 같은 기본시각에 있어서는 계약체결상의 과실책임의 개념이 개입할 여지가 없었다.

물론, 계약의 일방당사자가 나중에 계약체결이 될 것을 신뢰하여 미리 비용을 지출하였으나, 막상 나중에는 계약의 타방당사자가 이유 없이 계약체결을 거부한다거나 계약체결에 있어 극복될 수 없는 장해가 있음을 묵비함으로써 계약체결에 이르지 못한 경우에는 사정이 다르다. 이 경우에는 채무자의 책임은 계약상 급부이행을 약속한 데 그 근거가 있는 것이 아니라 채권자의 신뢰를 보장한데 있는 것이다. 채무자가 귀책사유에 기하여 계약의 성립에 관한 신뢰를 야기한 다음, 적절한 이유도 없이 계약체결을 거부하였다면, 그는 계약체결상의 과실책임에 근거하여 책임이 있다. 채권자는 민법 제249조에 따라 소극적 이익의 배상을 청구하면서 채무자의 행위가 없었더라면 존재하였을 상태로의 환원을 요구할 수 있는 것이다(669, 670쪽).

III. 비용배상의 범위

계약법에 있어 기본원칙은, 채권자가 계약이 이행되었을 경우보다 더 유리해질 수는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계약위반의 경우 신뢰이익의 배상은 그것이 이행이익보다는 작다는 기본전제를 바탕으로 한다. 법원이 채권자에게 지출비용의 한도에서 손해배상을 인정할 경우 채권자는 이를 통해 본래 계약이 이행되었을 경우보다 더 나은 상태가 될 수도 있다. 이는 특히 채권자에게 계약이 아무 경제적 이익이 없는 경우 더욱 그렇다. 이 경우에도 채권자는 계약이 본래 이행되었을 경우 존재하였을 상태, 다시 말해 경제적으로는 아무런 이익이 없는 그런 상태가 되어야 한다. 불확실한 투기행위로 인한 위험부담을 손해배상의 방법을 통하여 채무자에게 전가시킬 수는 없고, Rabel이 지적한 바와 같이 채권자는 잘못된 투기행위에 대하여 이전의 상태로 되돌아갈 수는 없다(Rabel, Das Recht des Warenkaufs I(1936, Neudruck 1957), S. 428). 같은 이유로 연방대법원은 1985년 판결(BGH NJW 1986, 659)에서 국가 감독관서인 원고가 계약을 위반한 우유회사를 상대로 낸 보조비용의 손해배상청구를 기각하였다. 원고가 분유를 취득한 이유는 경제조정의 목적에 있었으므로 계약이 정상적으로 이행되었더라도 분유를 타에 매각함으로써 보조비용을 이익으로 회수하리란 기대는 처음부터 없었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670쪽).

계약이 정상적으로 이행되었을 경우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정확하게 입증되기 어렵다. 계약이 이행되었을 경우 얻을 수 있었던 이익의 평가가 어렵기 때문에 채권자에게 손해배상의 대안으로 신뢰이익의 배상이 인정된 것이다. 계약의 경제적 이익 유무에 관하여는 채무자에게 입증책임이 있다. 왜냐하면 계약위반의 책임이 채무자에게 있기 때문이다. 이행이익이 궁극적으로 계산되어질 수 없는 사안에서는 이행이익의 한도에서 신뢰이익의 배상을 제한한다는 것도 사실상 무익하다. 채무자는 계약이 정상적으로 이행되었더라도 아무 경제적 이익이 발생되지 않을 것이란 점을 입증하지 못한다면, 채권자에게 계약이 경제적으로 아무런 이익이 없고 그가 지출한 비용의 감가상각이 결코 일어날 수 없다는 점을 주장하면서 신뢰이익의 배상을 거부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하여 계약의 이행을 기대하고 지출한 모든 비용이 배상되어야 하고, 이런 의미에서 채무자가 채권자의 투기행위의 보험자가 되어야 한다는 결론은 용인될 수 없다.

이와 관련하여 특히 주목되는 판결이 미국의 Mistletoe Espress Service v. Locke 사건에서 나왔다. 원고회사는 피고를 위하여 운송업무를 취급하였다. 계약은 처음에는 1년으로 하였으나 기간연장의 옵션을 달았다. 피고가 8개월 후에 계약의 계속을 거부하자 원고는 운송차량과 하역시설을 위하여 지출된 비용의 손해배상으로 15,000달러를 청구하였다. 원고회사는 계약 기간동안 손실을 보아왔는데, 물론 피고는 계약이 이행되었을 경우 원고의 손실이 얼마 정도인지 입증할 수 없었다. 피고가 계약의 조기 종결이 오히려 원고에게 손실의 발생을 줄여주고 정상적으로 계약이 이행되었을 경우보다 더 유리하다고 주장하였으나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불리한 계약체결의 결과 원고에게 발생될 손해의 입증은 피고가 부담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위의 사안에서는 피고가 원고의 구체적인 손해액을 입증하지 못하였으므로 피고의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 판결에서 보여준 바와 같이 신뢰이익의 배상이 무제한으로 인정되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 않다면 채무자는 경제적으로 이익을 정확하게 계산하기가 어려운 계약에 있어서는 매우 높은 책임의 위험을 감수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671, 672쪽).

1. 신뢰이익 배상의 한계로서 객관적 기준

독일 판례는 계약법상 손해배상에 있어 비용배상의 범위를 구체적인 채권자의 집행행위를 객관적 기준으로 하여 제한을 가한다. 이에 따라 계약의 급부를 얻기 위하여 필수불가결한 비용인지, 단지 계약의 이행을 가져오기 위하여 들인 비용, 즉 계약체결의 결과 들인 비용인지 등을 구분한다. 연방대법원의 판결 중에는 토지 매매계약과 관련하여 판결(BGHZ 114, 193, 196 f.)이 하나 있는데, 거기서 매도인은 그 토지 위에 다스코텍이 경영될 수 있다고 보장하였다. 매수인은 기존의 영업자로부터 디스코텍의 시설물을 360,000마르크에 취득하였다. 그런데 영업면적이 부족하여 매도인의 약속과는 달리 디스코텍의 경영이 불가능하게 되었다. 매수인은 민법 제463조에 따라 매매대금의 반환과 함께 디스코텍의 경영으로 인한 일실수입의 손해배상을 구하였다. 토지매수와 그곳에서 디스코텍의 경영으로 인하여 기대할 수 있었던 일실수입이 민법 제252조 제2문에 의한 입증경감의 규정에도 불구하고 계산하기가 어려웠으므로 매수인은 매도인에 대하여 신뢰이익의 배상, 다시 말해 계약이 이행될 것을 기대하고 들인 비용, 특히 디스코텍의 영업시설을 얻기 위하여 들인 360,000마르크의 손해배상을 구하였다.

연방대법원은 처음부터 채권자가 들인 비용은 반대급부의 실현을 통하여 회수되었을 것이란 전제에서 출발하였다. 그러나 개별적인 비용과 관련하여서는 이익추정의 법리에 따라 인정할 수 있는 비용과 채권자가 그 이익을 주장하고 입증하여야만 하는 비용을 구별하였다. 반대급부를 얻기 위하여 들인 비용은 전자에 속하는데, 이에는 계약서의 공증비용, 등기비용, 급부와 반대급부의 교환과 필연적 관련이 있는 모든 비용, 계약체결과 협상을 위한 비용 및 조세와 보험료 등 공과금이 해당된다. 이들 비용은 계약이 이행되었을 경우에는 감가상각 되어질 것으로 추정되는 것이다(672, 673쪽).

더 나아가 다른 계약을 체결하느라 지출한 비용, 예컨대 디스코텍을 시설하거나 보수하는데 들인 비용, 호프시설자금의 채무를 인수함으로써 변제나 이자 지출과 관련하여 들인 비용 등은 연방대법원에 의하면 이익이 추정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들 비용은 급부와 반대급부의 교환과는 필연적 관련이 없기 때문이다. 공법상의 제한이 없는 경우 토지를 디스코텍에 이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만이 토지취득의 비용과 대가관계에 있을 뿐이다. 이 비용이 토지의 가치와 대가관계에 있다는 점은 당사자 사이에서 추정되기 어렵다. 따라서 원고는 다툼이 있는 경우에는 이 비용 또한 토지의 재산가치와 대가관계에 있다는 점을 입증하여야 한다. 이러한 입증이 있는 경우에만 위 비용은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의 대상이 될 뿐이라고 연방대법원은 보았다.

계약체결비용, 계약이행비용, 이행을 전제로 한 다른 계약체결의 비용(투자비용, 확대비용) 등 객관적 기준에 따라 비용을 구분하는 이론은 학설상 광범위한 지지를 받고 있으나 실무에서 항상 그 구분이 명확한 것은 아니다. 800명까지 점심식사를 할 수 있도록 약속을 한 앞의 사용대차의 사례를 예로 든다면, 연방대법원에 의한 비용의 구분은 어려워진다. 여기서 식당을 개수하고 2명의 조리사를 고용하는데 들어간 비용이 본래 급부와 반대급부간 교환과 필연적 관련이 있는 것인지는 쉽게 판단할 수 없다. 객관적으로 본다면 위 비용은 계약과는 다소 거리가 떨어진 투자비용으로서 사용대차계약과는 직접적 관련이 없고, 다만 사용대주의 권유에 따라 그 비용을 지출한데 특징이 있을 뿐이다(673, 674쪽).

나아가 객관적으로는 계약상 급부의 교환과 직접적 관련이 없으나, 채권자가 공법적 규정에 의하여 이를 하여야 할 의무가 있는 사안에서는 더욱 판단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따라서 연방대법원의 객관적 기준만으로는 예컨대, 특정한 공장설비의 공해방지를 이유로 소음방지시설을 갖추었으나 막상 공장설비의 공급이 이행되지 않았거나 설비의 하자로 인하여 매도인에게 공장설비가 반환되어진 경우 소음방지시설의 설치와 관련한 비용의 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지 분명하지가 않다. 이들 비용이 매매계약과 직접적 관련이 없는 것은 분명하나, 그 대체가능성이 없으므로 매수인이 매도인에 대하여 그 배상을 받지 못한다면 부당하다. 그리하여 1976년 판결(BGHZ 65, 107, 110 f.)에서는 바로 위와 같은 사안에서 비용의 손해배상이 인정되었다.

비용의 객관적 성질에 따라 배상의 여부를 판단한다거나 또는 급부의 교환과 직접적 관련이 있는가 아니면 간접적 관련이 있는가 여부에 따라 배상의 여부를 판단하는 이론은 실무상 적용하는데 매우 어려움이 따른다. 궁극적으로 이는 채권자가 계약의 이행을 기대하고 지출한 비용이 계약위반의 경우 배상되어질 수 있는지 없는지를 예견하기 어렵게 만든다. 또한 배상의 유무가 계약의 급부 교환과의 관련성 정도에 따라 정하여지므로 다소 유동적인 측면이 있다. 아무튼 비용의 배상이 인정되는 이유는 채무자의 급부 약속에 대한 신뢰는 보호되어야 한다는데 있다. 따라서, 채무자에 의하여 형성된 급부이행에 대한 신뢰의 범위가 채권자의 비용지출로 인한 배상의 범위를 정하는데 기준이 되어야 할 것이다(674, 675쪽).

2. 계약책임의 한계로서 비용지출의 예견가능성

비용의 지출이 계약체결과 인과관계가 있고 이를 당사자가 예상할 수 있는 범위 안에 있을 경우, 다시 말해 계약체결 시 채무자가 합리적으로 이를 예견할 수 있었던 경우에만 신뢰이익의 배상이 인정된다는 것이 미국 법원의 확고한 태도이다. 계약은 쌍방 당사자에게 의무를 정해주고 채권자의 어떤 이익이 만족되어야 한다는 점을 제시하며, 계약이 위반되었을 경우에는 손해배상의 범위가 어떤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따라서 계약 위반의 경우 채무자는 모든 상정가능한 결과에 대하여 책임을 지는 것이 아니라, 계약상 보호된 채권자의 이익이 침해됨으로써 발생한 결과에 대하여서만 책임을 지는 것이다.

예견가능성으로 손해배상의 범위를 제한하는 것은 영미법에서만 있었던 것이 아니고, 프랑스 민법전 제1150조와 유엔이 정한 통일매매법 제74조에서도 발견된다. 계약상 손해배상책임에 있어 원칙적으로 완전배상을 보장하는 독일법과 비교하여볼 때 이는 손해배상의 범위를 상당히 제한하는 것을 의미한다. 독일법에서는 민법 제254조 제2항 제1문에서 이 원칙이 조금 반영되었을 뿐이다. 이 이론은 영국의 저 유명한 Hadley v. Baxendale 사건의 판결에서 나왔다. 제분업자인 Hadley는 운송업자인 Baxendale와 고장난 제분기계의 막대를 그린비치까지 운송해주기로 하는 운송계약을 체결하였다. 운송이 지연되자 제분업자는 그 기간 동안 제분기계를 가동하지 못하여 입은 일실수입 상당의 손해배상을 청구하였다. 법원은 채무자가 예견할 수 있는 손해의 배상만을 인정하였다(675, 676쪽).

예견가능한 손해에 대하여서만 배상을 인정한 진짜 법정책적 이유는 손해배상액을 정하는데 배심원의 지나친 작용을 견제하기 위한 데 있었다(Mc Cormick, Handbook on the Law of Damages(1935) S. 562 ff.). 오늘날 이 이론의 정당성은 계약에 내재한 위험의 균등한 분배에 있다. 계약이 채권자에게 통상 일어날 수 있는 결과와 다른 결과에 관련되어있다면, 채권자는 계약불이행에 앞서 이를 경고하였거나 상대방에게 통상적인 범위를 벗어난 손해의 위험을 알려줄 의무가 있다. 그래야만 채무자는 계약을 체결하기에 앞서 그가 계약을 위반한 경우 부담하게 될 손해배상의무를 올바르게 평가할 수 있다. 또 그래야만 채무자는 계약의 정상적 이행에 보다 많은 주의를 기울인다거나 아니면 보험계약을 체결하여 그 비용을 상대방에게 전가하는 등 결정을 할 수 있게 된다. 채무자에게 위험부담이 너무 지나치다면 그는 면책조항을 집어넣을 수도 있고, 아니면 계약체결을 아예 포기할 수도 있다. 계약체결에 따른 위험부담을 효과적으로 분배하여 가능한 한 계약이 불이행되더라도 손해가 작도록 하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Posner가 들은 실례(Polsner, Economic Analysis of Law, 4th. ed. (1992), S. 126)가 널리 알려져 있는데 그 내용은 출판사의 그림개발을 어느 한 촬영팀에 위임하였으나 인화된 그림을 높은 가격으로 다른 잡지사에 팔아버린 사안이었다. 그림이 그 촬영팀에서 일하는 근로자의 귀책사유로 조달이 불가능하게 되었다면 업주는 그 근로자가 불이행의 경우 발생된 결과를 예견할 수 있었을 때에만 그로 인하여 상실된 수입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676, 677쪽).

통상 채무자는 반대급부의 제공과 함께 계약의 이행과 관련되어 있는, 말하자면 필수분가분의 관계에 있는 채권자의 비용지출을 예견할 수 있다. 위와 같은 비용들의 경우에는 채권자의 비용 지출이 계약상으로 의무 지워져있기도 하다. 예컨대 공증비용, 물품인수비용, 등기비용 및 계약체결비용 등이 그렇다.

계약의 이행과 궁극적인 관련은 없으나, 그것과 인과관계가 있는 그 외 비용의 경우에는 계약체결 당시 구체적 사정에 관하여 예견가능성이 있었는지에 따라 좌우된다. 이 경우 계약에서 예정된 당사자의 의무, 계약의 목적에 관한 당사자의 공통된 관념, 공법상의 제한규정, 채무자의 제시와 조언 및 거래관행 등이 중요하다. 예컨대, 레스토랑을 경영하기 위하여 누가 건물을 빌렸다면 일반적으로 임차인이 시설설비를 위하여 상당한 비용을 들일 것이란 점은 쉽게 예견될 수 있다. 임차인이 계약에서 그 이행의 의무를 지는 경우도 있을 것이고, 경우에 따라서는 당사자 사이에 임대차목적물에 비용을 투자하기로 약정이 이루어질 수도 있다. 또 임차인의 비용투자가 공법적 규제에 따라 이루어져야 할 경우도 있다. 이와 같이 하여 투자된 비용이 임대료와 비교하여 상당한 범위 내라면 채무자는 언제나 이를 예견할 수 있었다고 보아야 한다.

동일한 원칙이 Magnus에 의하여 제기된 사례(Staudinger/Magnus, Wiener Kaufrecht(CISG), Art. 74 Rdnr. 21, 53)에서도 타당한데 그 내용은 어느 기계를 구입한 사람이 계약이 이행될 것을 기대하고 기계를 들여놓을 장소를 보수하였다. 계약이 위반되자 그는 매도인에 대하여 이행이익에 갈음하여 보수비용이 예견가능한 범위 내라고 받아들여진다면 그 배상을 요구하였다. 매도인이 이에 관하여 적극적으로 알았다거나 이를 예상할 수 있었다면 그 보수비용은 예견가능성이 있는 비용일 것이다. 기계의 기능적 속성, 특히 그 설비를 갖추기 위하여서는 기술적 시설이 필요하다거나 기계설비와 관련하여 매도인이나 제조자가 붙인 설명문 등이 예견가능성의 유무를 판단하는데 중요한 간접정황이 된다. 만약 누군가가 건축을 하여 이윤을 남기고 처분할 생각으로 나대지인 토지를 매수하였으나 매매가격을 낮추기 위하여 이러한 사실을 매도인에게 알리지 않은 경우라면 사정이 다를 것이다. 이 경우에는 예견가능성이 없기 때문에 매도인은 계약불이행의 경우에도 민법 제649조에 따라 공사계약을 체결하고 기초공사를 다지기 위하여 매수인이 들인 비용에 관하여 손해배상을 할 의무가 없다. 이는 매도인이 계약위반의 경우 자신이 책임질 위험부담에 관하여 올바르게 평가를 할 수 없었기 때문에 그 점에서 보아도 타당한 결론이다. 충분한 정보가 제공되었더라면 매도인은 그가 떠 안을 위험부담으로 인하여 계약을 포기하였거나 아니면 더 높은 매매가격으로 계약을 체결하였을 것이다(677, 678쪽).

예견가능성에 의하여 손해배상의 범위를 제한하는 문제는 미국 판례에서 특히 강력하게 논의되었다. 독일 학설에서도 자주 인용되고 있는 사례가 Security Stove & Manufactoring Corporation v. American Railway Express Co. 사건이다. 오븐 제조업자인 원고는 그가 개발한 오븐을 아틀란타 시에서 판매를 증진시키기 위하여 전시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철도회사의 귀책사유로 인하여 전시회 첫날까지도 오븐 중 몇 가지 중요한 부품이 도착하지 않았는데, 그 결과 오븐이 정상적으로 작동될 수 없었다. 계약이 정상적으로 이행되었더라면 그 오븐 제조업자의 경제적 이익이 어느 정도인지 확정할 수 없었으므로, 이행이익의 손해액은 정확하게 계산하기가 불가능하였다. 그리하여 원고는 182달러의 운송비와 오븐이 정상적으로 도착할 것을 신뢰하고 지출한 그 밖의 비용, 즉 전시장 임료 270달러, 전시장 운영자와 안내요원 인건비 101달러 및 호텔 숙박비 48달러, 그 기간 동안 전시장소에서 헛되이 소비한 시간에 대한 대가로서 190달러 등 신뢰이익에 기한 손해배상을 구하였다(678쪽).

법원은 전시회에서 얼마나 많은 주문이 들어오고 그로 인하여 원고가 얼마나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었는지를 피고 운송회사가 예견하기는 어렵다는 전제에서 출발하였으면서도, 그러나 이 경우에도 피고는 원고가 전시회에서 일정 주문을 기대하고 그에 필요한 상당한 비용, 이 사건에서는 182달러의 운송비와 그 밖의 거래측상 요구되는 일반적인 경비 등을 지출하리란 점을 통상 예견할 수 있었다고 판단하였다. 이들 비용은 계약이 정상적으로 이행되었다고 하여 즉각 원고에게 회복되는 것은 아니어도, 채무자의 계약위반의 결과 그 잠재적 이윤을 얻을 기회, 따라서 그 이익은 침해된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IV. 이윤추구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 계약에 있어 신뢰이익의 배상의 범위

계약이 이행될 것을 기대하고 지출한 비용을 이익으로 추정하는 법리와 관련하여 특히 어려운 문제는 계약의 성질상 이러한 이익추정이 배제되는 경우이다. 여기에 속하는 전형적인 경우가 경제적으로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 계약, 다시 말해 개인의 만족을 얻기 위하여 계약을 체결한 경우로서 전혀 경제적으로 이행이익의 개념을 상정할 수 없는 경우이다. 어느 한 그림 애호가가 화랑으로부터 그림 하나를 취득하여 일주일 뒤 가져가기로 약정하였다고 가정하여보자. 그는 이 그림을 진열하기 위하여 아주 훌륭한 그림틀을 준비하였다. 일주일이 지나 이 그림을 가지러 화랑에 갔을 때 화랑 주인은 그 그림을 아주 높은 가격에 다른 사람에게 팔아버렸다고 통고하였다. 이 사안에서 매수인은 계약을 위반한 매도인에 대하여 민법 제440조 제1항, 제325조에 의하여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지만, 계약이 이행되었다 하더라도 그림은 매수인의 개인적 만족을 위한 것이었고 전혀 아무런 이익이 없었으므로 그에게는 별 소용이 없다. 물건의 대체성도 없었으므로 다른 물건으로 대체할 수 있다는 가정은 처음부터 성립하지 않는다. 별 수 없어 매수인은 무용하게 지출된, 그림틀을 마련하는데 들어간 비용의 배상을 구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그림틀에 투자한 비용은 결코 감가상각 되어질 비용이 아니었으므로 이익추정의 법리에 따라 신뢰이익의 배상이 가능한 지 아주 문제가 된다(679쪽).

학설에서는 계약의 목적이 채권자의 상업적 이익과 관련되어 있을 때만 이익추정의 법리를 채무자가 번복시킬 권한이 있다고 설명된다. 이 경우 채무자는 채권자의 손해액을 계산하여 입증할 수도 있다. 반면, 채무자는 채권자가 외관상 비재산적 이익의 만족을 추구하였음이 명백한 경우에는 이익추정을 번복시킬 수도 있다. 이 경우 채권자는 최소한 지출 비용의 한도 안에서 이익의 만족을 얻지 못함으로써 손해를 입었다고 할 수 있으므로 채권자는 여전히 보호받아야 할 필요가 있을 지도 모른다.

이익추정의 법리를 상업적 이익과 관련되어 있는 거래에 대해서만 적용하는 경우 약점이 연방대법원의 판결에서 분명해진 사례(BGHZ 99, 182=JZ 1987, 512, Anm. Stoll)가 있다. 어느 정치적 단체가 지방자치단체에 대하여 공식 집회를 마련하기 위하여 들인 비용의 배상을 요구한 사안이었다. 지방자치단체가 시설의 파괴를 염려하여 당초의 약속과는 달리 시청의 회의실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여 정치적 집회가 무산된 사안에서 연방대법원은 정치집회를 홍보한데 들어간 비용의 배상을 인정하지 않았는데, 그 이유로 집회의 이념적 목표가 홍보비용과 같은 물질적 이익을 처음부터 배제하였음을 들었다. 비용은 계약위반의 결과 발생된 것이 아니므로 민법 제325조에 근거한 책임은 성립하지 않는다. 그러한 비용은 계약의 위반이 있기 전에 지출된 것이고 계약의 이행이 있는 경우에도 어차피 들어갈 비용이다. 계약불이행의 결과 발생한 불이익이란 그와 같은 홍보비용의 목적이 잘못되었다는 것에 불과하다. 이는 민법 제253조에 의하여 배상될 수 없는 비재산적 손해인 것이다. 신뢰이익에 대한 배상을 인정하는 경우에 있어서도 그 손해액은 이행이익의 한도로 제한을 받는다. 신뢰를 침해당하였다 하여 그것이 이행이익 때보다 더 많을 수는 없다.

위 연방대법원 판결은 상업적 이익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 계약에 있어 비용의 배상을 인정하지 않는 전형적 사례로서 학설상 많은 비판을 받았다. 위 계약에 있어서는 애초부터 상업적 반대급부를 목적으로 비용을 지출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익이 흠결되었다는 증명은 할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여기서 계약상 비용의 손해배상을 인정할 지 안 할지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있어 중요한 것은 그 비용의 지출을 지방자치단체가 계약체결시 예견할 수 있었느냐 하는 점이다. 정치적 집회를 열기 위하여 시청의 회의실을 정치적 단체가 빌렸다면 그 홍보를 위하여 일정한 금원을 지출하리란 점은 통상 예견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위 사안에서는 통상적인 차임이 615마르크인 것과 비교하여 그 비용이 32,000마르크로서 고액이었던 점에서 지방자치단체가 그 비용의 지출을 예견하기는 어려웠다고 인정된다(680, 681쪽).

비영리적 계약에 있어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이는 곧 계약을 위반하더라도 제재할 수 없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난점을 극복하기 위하여 일명 좌절설(Frustrationstheorie)이라 할 수 있는 학설은 계약위반의 결과 무용하게 된 모든 비용은 어떤 책임권원에도 불구하고 손해배상책임이 있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판례는 이를 채택하지 않았는데 이는 정당하다고 본다. 좌절설은 손해액을 채권자의 지출에 의존시키고 민법 제253조에 기한 법적 평가를 후퇴시키기 때문에 손해액을 제한하는 이론치고는 무용한 이론이란 비판이 잘 알려져 있다. 비영리적 계약에 있어 손해액의 범위도 개별․구체적 계약의 의미와 목적에 따라 결정되어야 한다. 여기서도 통상 무익하게 된 비용을 어느 정도의 범위에서 배상하여야 할 것인지 하는 문제가 제기된 경우에는 계약체결의 구체적 사정과 함께 손해의 예견가능성, 손해액감경의 원칙 등을 고려하여 계약의 해석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여행계약법(Reisevertragsrecht)에서는 일찍부터 여행급부가 불가능하거나 불완전하게 이행된 경우에 일정한 범위에서는 무용하게 지출된 비용, 즉 여행지의 도착과 출발 비용이 배상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점은 법률이 제정되기 전인 1975년 다음의 판결(LG Frankfurt, Urteil v. 9. 9. 1975)에서도 인정되었다. 원고는 휴가여행을 위하여 피고에게 숙박시설을 예약하였다. 여행지 도착은 자신의 승용차를 이용하였다. 원고는 여행지에 도착해서 자신의 숙박시설이 이미 다른 사람에 의하여 사용되고 있었고, 대신 다른 시설을 이용할 수도 없음을 확인하였다. 원고는 즉각 돌아와서 피고에 대하여 여행경비, 즉 터널영수요금과 여행자건강보험료의 손해배상을 구하였는데 법원은 모두 인용하였다. 여행사의 계약위반의 결과 무용하게 지출된 비용은 일응 손해배상이 가능한 재산상 손해란 것이다. 그 비용은 정상적으로 계약이 이행되었을 경우에도 지출될 비용이긴 하나 그렇더라도 이는 휴가가 계획대로 실행된 경우에만 지출될 비용이라는 점이 항상 강조되고는 하였다. 따라서 채권자의 입장에서 보면 이는 비재산적인 것이긴 해도 항상 대가관계에 있는 것이다. 민법 제651조 이하의 규정이 새로이 제정되었다고 하여 이런 법률적 사안에서 변화된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이 조항은 여행급부의 불완전이행으로 인하여 무용하게 된 비용 등을 부수적 손해(Begleitschäden)로 파악하고 있을 뿐이다(681, 682쪽).

비영리적인 계약에 있어 채권자가 지출한 비용의 손해배상의 문제와 관련하여 OLG Köln 판결(OLG Köln NJW-RR 1994, 687)이 하나의 새로운 관점을 시사하고 있다. 거기서는 당사자의 가정적 의사를 추정하고 있다. 기혼의 원고는 그 지역의 티켓예매업자로부터 미국 LA 오스카 시상식의 입장권을 구입하였다. 입장권은 사자(使者)에 의하여 원고가 묶는 LA 호텔에 시상식 날 오전까지 전달되기로 하였다. 그러나 원고는 LA에 도착하여 입장권이 전달될 수 없다는 소식을 접하고, 그날 바로 독일로 돌아와서 비행기요금과 호텔요금을 손해배상으로 구하였다. OLG Köln은 원고의 청구를 받아들였는데, 그 이유는 계약의 어느 당사자가 다른 당사자에게 제공한 관념적 이익이라도 다른 당사자가 계약이 이행될 것을 믿고 지출한 비용과 그 이익은 서로 등가관계에 두려는 것이 당사자의 가정적 의사이므로 이 경우에도 이익추정의 법리가 타당하다는 것이다. 피고가 시상식이 거행되는 날 오전까지 호텔의 지정된 장소에서 입장권을 전달하겠다고 약속함으로써 그는 그 약속을 넘어 원고로 하여금 LA까지 여행계획을 세우고 그 실행을 보장하는 약속을 한 것이다. 입장권을 LA 현지에서 과연 손에 넣을 수 있을까 하는 원고측의 불확실함과 관련하여 피고는 위의 약속을 함으로써 LA 여행을 하더라도 그 비용이 결코 무익하지 않다는 것을 원고에게 약속하기도 한 것이다(682, 683쪽).

법원은 당사자의 의사를 해석하면서 원고가 비행기요금과 현지 체재비용의 범위에 상당한 손해를 입은 것이라고 설시함으로써 채무자의 비용지출의 예견가능성에도 상당한 비중을 두었다. 비용이 객관적으로 상당한지 아닌지는 부차적 문제이다. 이익추정의 법리는 이행이익을 객관적 기준에 따라 계산하는 것이 불가능한 경우에 채권자의 입장에서 보아 매우 중요한 비용이어서 바로 이익으로 추정될 수 있는 그런 비용의 손해배상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므로 손해배상청구권을 “합리적” 손해로 제한하는 것은 이러한 이익추정의 법리에도 반한다. 아무튼 피고는 그가 약속한 원고에게 위의 비행기요금과 호텔비용을 지출하도록 원인을 제공하였다는데 그 근거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 이 경우 계약을 해석하는 한도 안에서는 영미법에서 말하는, 그 비용이 계약체결 당시 당사자에게 예견될 수 있었는가 하는 점도 논의될 수는 있다.

계약체결이 원인이긴 해도 계약의 거래내용과 무관하고 따라서 채무자에게 아무런 예견가능성도 없는 단순한 기대(bloße Hoffnung) 따위는 아무런 보호도 받지 못하고 손해배상청구권의 근거가 될 수 없다. 예컨대, 어떤 사람이 단지 농사지을만한 땅이라 기대하고 토지를 구입하면서 이를 전제로 영농회사와 계약을 체결하였다 하더라도, 그는 계약을 위반한 매도인에 대하여 민법 제649조에 의하여 계약을 해제하고 그가 입은 비용 상당의 손해배상을 구할 수는 없다. 계약이 이행되더라도 그 비용은 단지 투자가 이루어질 경우 기대될 수 있는 가능성과 대가관계에 있을 뿐이고, 이것만으로는 채무자에게 위험부담을 전가시켜 신뢰이익의 배상을 명할 충분한 근거가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연방대법원은 이에 따라 부공정거래행위로 낙찰에서 배제당한 한 영농회사가 제기한 비용 상당의 손해배상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BGH NJW 1983, 442, 443f.). 계약이 정상적으로 이행되더라도 그 영농회사는 다른 42명의 경쟁자들과 마찬가지로 단지 낙찰을 허가 받아 계약을 체결할 기대만을 취득할 뿐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기대의 단계에서는 아직 구체적인 기업의 위험은 현실화되지 않는다. 연방대법원은 계약의 쌍당 당사자가 갖는 기대를 상정하여, 일반계약에서 양 당사자의 급부가 균등한 것으로 파악하고 비용을 지출하는 경우와는 달리 여기서는 영농회사는 상대방에 대하여 법적으로 보장된 반대이행청구권을 취득함이 없이 단지 기대만을 얻는데 비용을 지출한 것으로 평가하였다. 영농회사의 입장에서는 그 비용이 이익으로 추정된다고 입증할 기회조차 불가능한 것이다. 오히려 그와 입찰을 주관한 시 당국 모두 경쟁에 참여하는 것 자체가 82,000마르크 상당의 투자를 필요로 하므로 손해행위란 점을 예상한 것이다. 따라서 영농회사에게는 계약이 정상적으로 이행되었더라도 이는 단지 민사소송법 제287조에 의하여 상용화된 경쟁참여의 기회만이 실현되는 것에 불과할 뿐이다(683, 684쪽).

미국법에 있어서 계약이 정상적으로 이행된 경우라도 채권자에게는 순전히 손실만이 발생될 뿐이란 점을 채무자가 입증할 수는 있으나, 이는 영리를 목적으로 한 계약에 있어서만 타당하다. 계약이 이행되어도 아무런 이익이 생기지 않는 그런 계약에 있어서는 채무자의 손실의 항변은 타당하지 않다. 이와 유사한 규정을 독일법에서 정하고 있는데 이는 극히 바람직하다. 이익추정의 법리는 비용의 이익성이 처음부터 생각될 여지가 없을 때만 번복될 수 있다. 개인적 만족을 위한 모든 계약에 있어서와 같이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이익추정의 법리는 문제될 여지가 없다. 그 다음으로 채무자에게 비용에 대한 예견가능성이 있었는지를 보는 것이 중요하다. 예컨대 어떤 사람이 휴양지에서 숙소를 예약하였는데 도착해보니 예약해둔 숙소가 다른 사람에게 임대되어있고, 다른 숙소를 마련하는 것도 마땅치 않을 때는 여행경비의 손해배상을 청구할 권리가 있다. 채무자는 그 비용의 상각을 처음부터 예상한 것은 아니어서 계약이 정상적으로 이행되었더라도 비용의 지출은 불가피하다는 점을 주장하여 면책을 받을 수는 없다. 숙소에 대한 임대차계약을 체결함으로써 임대인은 예측가능한, 채권자가 지출한 비용과 반대급부가 서로 대가관계에 있다는 점을 보장한 것이다. 그렇게 안 본다면 민법 제253조에서 재산상 손해만이 인정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채권자에게 손해배상 청구권을 인정한 것이 된다. Eike Schmidt가 제시한 사례(E. Schmidt, Festschrift für Gerhuber (1993), 423), 즉 어느 한 졸업생이 홀 하나를 빌려 졸업파티를 위하여 상당한 비용을 지출한 경우에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빌리기로 한 그 홀을 막상 빌리려던 그날 다른 사람에게 빌려주어 파티를 열지 못하게 되었다면, 파티를 열기 위하여 지출한 비용과 무대비용 따위의 배상을 받기 위하여서는 이들 비용이 계약체결 당시 채무자가 예견할 수 있었던 비용인지, 그리고 더 나아가 채무자가 계약체결의 목적달성을 보장한 것인지 등을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684, 685쪽).

V. 계약과 지출된 비용 사이의 인과관계

비용지출의 원인은 계약위반 그 자체가 아니라 계약이 이행될 것이란 채권자의 신뢰 속에 있다. 미국의 관련문헌들은 “신뢰이익은 약속을 지키는 것으로 잘못을 해결하지 약속을 파기하는 것으로 잘못을 해결하지는 않는다”라고 전제하고 있다(Kelly, The Phantom Reliance Interest in Contract Damages, 1992 Wis. L. Rev. 1755, Fn. 60). 따라서 계약상 손해배상책임의 영역에 있어서 채권자가 주장할 수 있는 신뢰와 무관하게 발생된 비용은 배상을 받을 수 없다. 신뢰의 요구와 비용 사이에 인과관계가 흠결된 경우이다. 채무자가 들어간 비용을 예상하고 이행을 보장한 경우에만 그 비용의 배상을 받을 수 있다.

계약상의 의무를 신뢰하여 발생된 것이 아니라, 계약의 체결 또는 이행과는 무관하게 발생된 비용이 바로 배상하지 않는 비용에 속한다. 채권자는 경영상 불필요한 비용을 채무자에게 전가함으로써 손해배상의 방법으로 보다 나은 지위를 얻을 수는 없다. 계약의 이행과 필연적으로 관계된 비용은 물론 이와 다르다. 이 경우에는 이익추정의 법리에 의하여 배상이 보장된다. 예컨대, 토지를 매수하였으나 민법 제463조에 의하여 계약이 소급하여 무효로 된 경우에는 무용하게 들인 비용으로서 세금, 계약체결비용 및 보험료 등의 손해배상을 구할 수 있다(685, 686쪽).

반면, 계약이 이행되기 전에 들어간 비용으로서 계약체결과 아무런 인과관계가 없거나 계약위반과 아무런 인과관계가 없는 비용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 채무자는 그가 지키지 못한 약속과 관련하여 채권자가 들인 비용만을 채권자에게 배상하여야 한다는 이유로 위와 같은 비용의 배상을 거부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이에 동의하기는 어렵다. 쓸데없이 들어간 비용의 배상문제에 있어 중요한 것은 계약체결의 시점이 아니라, 계약의 이행과 관련하여 긍정적으로 변화될 재산상태에 대한 채권자의 신뢰에 대한 일정한 요청에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계약체결에 앞서 들어간 비용이라 하더라도 그것이 계약상대방에 의하여 유발되었고 채무자가 그 손해배상을 보장하였다고 긍정적으로 평가될 수 있는 한 손해배상이 되어야 한다. 예컨대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수리가 필요한 영업장소를 장기간 임대할 것과 같은 기대를 줌으로써, 임차인은 나중에 계약이 이행될 것을 기대하고 영업장소의 수리와 관련하여 비용을 들일 수 있다. 여기서 임차인이 계약을 위반한 임대인에 대하여 수리비용의 배상을 요구함에 있어서는 계약체결에 앞서 불가피하게 들인 비용인지 또는 그 후에 들인 비용인지를 구분할 실익이 없다. 중요한 것은 임대인이 영업장소를 임대할 것이란 임차인과의 약속에 의하여 계약체결에 의한 비용을 보장하였는가 하는 점이다.

영국 Angelia Television v. Reed 사건의 판결은 많은 논란을 가져왔는데, 여기서 원고인 텔레비젼 회사는 영화를 하나 제작하기로 계획하여 이와 관련하여 이미 상당한 비용을 들였다. Robert Reed는 이 영화의 주연으로 지목되어 약속을 하고서도 얼마 되지 않아 미국에서 다른 활동을 할 것이 있다며 계약의 이행을 거절하였다. 원고는 적정한 손해액을 찾지 못하자 피고에 대하여 영화를 만들기 위하여 들인 비용 2,750파운드의 배상을 요구하였다. 항소심 법원은 이와 같이 계약체결에 앞서 들어간 비용도 손해배상을 요구할 수는 있으나, 상대방이 계약체결 당시 채무를 이행하지 아니하면 이와 같은 비용이 무용하게 되리란 것을 알 수 있었던 경우에만 가능하다고 판시하였다(686, 687쪽).

이에 반하여, 계약체결에 앞서 들인 비용의 배상에 관하여서는 미국 법원은 매우 소극적인 태도를 취한다. Grunber v. S-M News Co. 사건의 판결에서 피고는 원고가 만든 90,000장의 크리스마스 카드를 1장 당 84센트에 도매상에게 넘기기로 약정하였다. 카드가 모두 완성된 다음 피고는 지지부진한 상태로 소량만을 넘기다가 얼마 되지 않아 계약의 이행을 거절하였다. 원고는 그가 카드를 판매하여 얻을 수 있는 이익이 어느 정도인지 전혀 입증할 수 없었기 때문에 신뢰이익의 배상이 인정되었다. 여기에는 크리스마스 이후 회수된 카드를 공제하고 만드는데 들어간 비용이 해당되었다. 인쇄기계를 구입하는데 들어간 비용은 계약이 체결되기에 앞서 발생한 비용으로서 계약과 인과관계가 없다는 이유로 배제되었다.

신뢰이익의 배상에 있어 핵심은 채무자가 그의 약속을 통하여 신뢰할 수 있는 상태를 야기하고 채무자가 이를 신뢰하여 비용을 들였다는 점에 있기 때문에 이미 계약불이행의 상태가 발생하였다거나 계약체결하기에 앞서 들인 비용 등은 배상에서 제외된다. 임차인이 어느 영업장소를 임차하기로 하고 시설의 보수를 개시하였다면, 그는 영업장소를 사용․수익할 것으로 예상한 시점까지만 신뢰이익의 배상을 요구할 수 있다. 임대인이 계약이행의 어려움을 명백히 하였다면, 그 뒤 임차인이 투자한 비용은 배상될 수 없다(687, 688쪽).

당사자가 계약상 해제권을 유보한 경우에는 채권자는 비용을 투자하는데 있어서도 채무자가 이와 같은 해제권을 행사할 것을 예견하여야 함이 원칙이므로 이런 경우에는 비용의 감가상각이 인정될 수 없다. 연방대법원(BGHZ 123, 96=NJW 1993, 2527)은 원고가 피고로부터 장차 짓게 될 상점을 임차하기로 하되 쌍방은 손해배상을 배제하고 계약을 해제할 권리를 유보하기로 하면서 원고가 계약기간 동안 사용수익 내지 법적으로 하자 없는 상태의 사용수익을 보장해주지 못한다는 이유로 계약을 해제하고 무용하게 들인 중개수수료의 배상을 요구하자, 피고가 계약상 유보된 해제권을 행사한 사안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유보된 해제권의 행사에 의하여 임대차목적물의 인도를 구할 원고의 권리는 소멸한다. 이와 함께 반대급부의 이행 결과 경제적으로 비용(중개수수료)을 회수하리란 기대가능성 또한 사라진다. 계약상 해제권을 유보하였으므로 원고는 이러한 비용이 계약의 이행에 의하여 보상되리란 어떠한 확실한 전망도 갖지 못한다. 임대차목적물을 인도하기 전에 계약을 해제할 권리가 임대인에게 유보되어 있으므로 해제권을 행사한 경우에는 비용은 자신이 부담해야 할 위험이 된다(688쪽).

VI. 다른 방법으로 이용될 수 있는 비용의 공제

비용의 손해를 배상 받기 위하여서는 그 비용이 계약체결과 인과관계가 있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계약위반으로 인하여 그 비용이 채권자에게 무익하게 되었다는 것이 필요하다. 비용이 채권자에게 어느 정도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면 이는 손해배상청구권을 배제시키거나 최소한 손해액의 감경의 원인이 된다. 1984년 함부르크 고등법원의 판결(OLG Hamburg, VersR 1984, 1048)의 사안은 건축주가 공사업자와 계약을 체결하였는데 거기서 공사업자는 기존의 조형과 시설계획에 따라 단독주택을 신축하기로 하였다. 공사업자가 시공을 지체하였기 때문에 건축주는 다른 계획을 달성하는데 지장을 초래하자 다른 주택을 취득하였다. 건축주는 공사업자를 상대로 무용하게 지출된 조형과 시설계획의 수수료를 손해배상으로 구하였다. 이 사안에서 법원은 건축주가 이행을 거절한 다음 다른 공사업자에게 공사의 도급을 줄 수가 있었으므로 그가 지출한 비용은 공사업자의 계약위반으로 인하여 무익하게 된 비용이 아니란 이유로 건축주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는바, 이는 올바른 태도이다. 아마도 문제가 된 토지 위에 더 이상 건축을 하지 않기로 결정하였다면, 그 비용은 무익한 비용이 되었을 것이다.

나아가 과잉배상의 금지의 원칙으로부터 채권자는 이행목적물의 대용성을 주장하여야 한다. 채무자의 계약위반의 경우 채권자는 대체구입이나 대체시공 등의 방법으로 채권의 만족을 얻어야 하고, 그 예외는 이행목적물의 개별성으로 인하여 이러한 대체급부가 불가능한 경우에만 인정된다. 어느 매수인이 복잡한 기계를 들여오기로 하고 공장의 면적을 늘리고 기계구입계약을 체결하였는데 계약이 이행되지 않았다고 하여 바로 공장면적의 증가를 위하여 들인 비용을 아무리 이를 채무자가 예견할 수 있었다 하더라도 손해배상으로 청구할 수는 없다. 채무자에게 보다 부담이 적은 대체조달로 인한 손해배상을 구해야 한다. 이는 시장거래가 가능한 재화의 경우에는 보편적으로 타당하고, 보충적 손해가 계약과 인과관계가 있는 비용의 손해배상에 있어 한도액이란 전제에서 출발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여행계약에 있어 고객이 휴양지에 도착하여 호텔에 다른 사람이 투숙하여 있는 것을 확인하였더라도 그는 다른 호텔을 찾아보고 그와 같이 다른 호텔을 찾느라 추가로 들어간 비용을 여행업자에게 손해배상으로 구해야 한다. 다른 호텔을 찾는 것이 불가능하거나 기대할 수 없는 경우에 한해서만 무익하게 지출된 여행경비를 손해배상으로 청구할 수 있는 것이다(689, 690쪽).

대체급부가 불가능한 경우에는 손해액감경의 원칙으로부터 채권자는 손해가 최소한이 되도록 비용의 지출을 최소한으로 하여야 한다. 임대차계약에서 임대인이 부당하게 계약을 해지한다거나 이중으로 임대하여 계약을 위반한 경우에는 임차인은 원칙상 무익하게 지출된 중개료와 이사비용을 손해배상으로 구할 수 있다. 이 비용은 임대인의 입장에서 보면 예견가능한 비용이고, 임차인의 입장에서 보면 전혀 다른 방법으로 이용될 수 없는 비용이다. 반면 주택의 임차와 관련하여 고가의 가구를 구입하였다면 그 비용을 임대인이 배상할 수는 없다. 일반적으로 예견가능성이 결여되어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예견가능성이 있는 경우라 하더라도 임차인은 다른 방법으로 이를 이용할 여지가 있기 때문에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는 없다.

위와 같은 원칙은 독일에서만 타당한 것이 아니라, 미국법에서도 같다. 미국 뉴저지 항소법원은 1909년 Holt v. United Sec. Life Ins. & T. Co. 사건에서 이미 위 원칙을 판시한 바 있다. 원고는 집을 짓기로 하였는데 피고가 원고에게 신용을 제공하기로 하였다. 담보로 피고는 원고의 이름으로 체결된 생명보험계약을 요구하였다. 그 뒤 피고는 신용의 제공을 거절하였고, 원고가 다른 방법으로 신용을 얻는 방법도 불가능하였다. 이미 집을 짓기 위하여 상당한 비용을 지출한 원고는 (다른 방법으로 이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현존하는 건축자재의 비용을 공제한 나머지 비용의 손해배상을 인정받았다. 또 Brenneman v. Auto-Teria, Inc. 사건에서는 원고가 피고로부터 자동 자동차감시장비를 구입하였는데 피고가 이를 이행하지 아니하자 그와 같은 거래가 원고에게 이익이 있는지를 따져 묻지 않고 장비가 공급될 것을 기대하고 지출한 원고의 비용, 다시 말해 감시장비의 설치에 맞추어 구조물을 보수한 비용의 손해배상을 인정받았다. 물론 구조물을 보수하여 가치가 증가된 부분은 손해액에서 공제되었다(690쪽).

VII. 이행이익과 신뢰이익의 상호배타성

채무불이행책임에 있어 채권자는 적극적 이익(이행이익)의 측면에서 일실이익의 배상을 청구할 수 있거나 소극적 이익(신뢰이익)의 측면에서 계약체결 당시 예견가능한 범위 안의 지출된 비용의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두 가지는 선택적으로만 행사될 수 있고 두 가지를 동시에 행사할 수는 없다(Fuller/Perdue, The Reliance Interest in Contract Damages, 46 Yale L. J. 52, 80ff.). 채권자는 계약이 이행되었음을 전제로 함과 동시에 계약체결 당시의 상태를 전제로 하여 두 가지 다 만족을 얻도록 보호를 받을 수는 없다. 그렇지 않다면 채권자가 계약이 정상적으로 이행되었을 경우보다 더 나은 지위를 얻게 되기 때문이다. 이행이익을 청구하는 한, 계약의 실현을 위하여 들인 채권자의 비용은 그것이 계약의 불이행으로 무익하게 된 것이라면 손해액에서 배제되어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채권자가 시가와 매매가격의 차액을 손해로서 청구한다 하여도, 그와 함께 계약의 불이행으로 무용하게 된 비용의 배상을 청구할 수는 없다(Wiedermann/Müller, Anmerkung zu BGH, 1991. 4. 19. 판결, JZ 1992, 467, 468). 예컨대, 영화상영업자는 채무를 이행하지 않은 영화배급업자에게 대체 영화를 상영하는데 추가로 들어간 비용의 배상을 청구할 수는 있으나, 이와 함께 영화의 선전을 위하여 들인 비용의 배상을 청구할 수는 없다.

이러한 취지의 가장 기본적 판결이 Globe Refining Co. v. Landa Cotton Oil Co. 사건에서 나왔다. 미네랄 오일 판매상인 매수인은 오일저장고를 운영하는 매도인으로부터 10드럼의 원료성 오일을 매도인의 저장고에서 인수하는 조건으로 매수하였으나, 매도인이 계약을 이행하지 아니하였다. 이 사안에서 매수인의 손해배상청구는 구입한 오일의 시장가격에서 그때까지 지불되지 않은 매매가격을 공제한 금액으로 제한되었다. 매수인은 유류운송용 차량을 매도인의 저장고까지 보내는데 들인 비용 900달러를 손해액에 추가하여야 한다고 주장하였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매수인이 오일에 갈음하여 금전으로 등가물을 얻었다면, 이행이익의 관점에서 완전한 배상을 받은 것이다. 만약 그가 오일을 얻기 위하여 들인 비용까지 배상을 받는다면, 이 비용은 계약이 정상적으로 이행되었더라면 그 자신이 부담하여야 할 것이었으므로 부당하기 그지없다(691, 692쪽).

이에 반하여, 소극적 이익(신뢰이익)의 배상에서는 계약이 부분적으로 이행되어 발생한 수입이나 이익이 손해액에서 배제되어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Beefy Trail, Inc. v. Beefy King International, Inc. 사건에서는 프렌차이즈 본사와 가맹점주 사이에 5년간 프렌차이즈 계약이 체결되었으나 1년만에 본사가 아무런 이유도 없이 계약을 해제하자 가맹점주는 프렌차이즈 영업권을 얻기 위하여 들인 비용에다가 점포의 인적, 물적 시설을 갖추는데 들인 비용의 배상만을 요구하였다. 첫해 가맹점주가 얻은 영업순수익은 8,711달러였으나 소극적 이익의 배상에서 이는 제외된다. 그렇지 않으면 소극적 이익의 배상에 이행이익의 부분이 포함되기 때문이다.

물론, 손해배상청구권을 행사하는데 있어서는 적극적 이익을 구하는 것인지, 아니면 소극적 이익을 구하는 것인지가 분명하지 않을 때가 자주 있다. 이점에서 일정 기간 안에 주택을 지어주기로 한 건설회사를 상대로 도급인이 제기한 어느 한 소송(BGHZ 71, 234=NJW 1978, 1805=JZ 1978, 566)에서 연방대법원의 판결은 많은 논란을 가져왔다. 사안은 건설회사가 공사를 지체하고 하자를 보수하느라 2년 9개월 가량 완공이 늦어지자 도급인은 이 기간 동안 무용하게 된 사용수익과 주택임료의 배상을 구하였다. 연방대법원은 이와 같은 사용수익은 도급인의 재산을 증가시키기 위한 비용이 아니란 이유로 이익추정의 법리에 따라 손해배상의 적합성을 부정하였다. 연방대법원은 사용을 하여 얻으려 한 이익은 재산상 독자적인 수입의 계정을 가지지 못하므로, 사용을 하여 발생한 재산상의 손실과 똑같이 다루어질 수 없다는 견해이다. 그러나 위 사안에서 이익추정의 법리에 의존할 필요성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도급인은 소송을 제기하여 이행이익의 만족을 얻으려 했던 것이다. 그는 계약의 소급적 환원을 원했던 것이 아니라, 계약이 정상적으로 이행되었더라면 얻었을 상태와 똑같이 되길 원했던 것이다. 이행이 지체된 결과 그는 민법 제268조 제1항에 의하여 이행지체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을 취득한다. 그 손해에는 이행이 지체된 동안 상실한 임대 수입, 아니면 그 동안 그가 거주하기 위하여 지출한 임료 상당의 비용이 당연 포함될 수 있다. 위 사안에서 도급인은 구체적인 재산상 손해를 주장한 것이 아니라, 단지 주택을 임대하여 얻을 수 있었던 임료의 상실로 인한 손해의 배상을 요구하였던 것이다. 이는 단지 민법 제253조에 의하여 배상될 수 없는 비재산적 손해(immaterielle Schaden)에 불과할 뿐이었다(692, 693쪽).

VIII. 결론

계약의 체결로 인하여 당사자는 계약의 내용을 이행할 의무를 진다. 채무자는 재화를 공급한다던가 일정한 공간을 사용․수익할 수 있도록 제공한다던가 건축을 시공하는 등 계약의 내용을 이행하기 위하여 필요한 행위를 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 채권자 또한 급부의 실현을 위하여 여러 행위를 하게 된다. 때때로 그는 구입한 재화를 가지러 간다거나 임대한 영업장소의 시설물을 개․보수할 의무를 지기도 하고, 때에 따라서는 체결된 계약으로부터 경제적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하여 이러한 행위들을 자유자재로 할 수도 있다. 그런데 이러한 비용들이 채무자가 계약을 위반하여 무용하게 되었다면, 채권자는 원칙적으로 그 비용의 배상을 청구할 권리가 있다고 할 것이다.

이러한 비용을 배상하여야 한다는 근거는 판례와 학설이 정당하게 지적한 바와 같이 거래(계약)는 어느 거래든 채권자의 입장에서 보면 이익과 결부되어있다는 추정에 자리잡고 있다. 그러나 채무자는 채권자가 사실상 이익을 목표로 하지 않았고 따라서 계약이 정상적으로 이행되었을 경우에조차도 문제가 된 비용은 전부 혹은 부분적으로 채권자가 부담하였을 것이란 점을 입증할 수도 있다. 그러므로, 이익추정의 법리는 들어간 비용의 감가상각이 채무불이행으로 인하여 더 이상 불가능하게 되었다는 점에서 그 정당성을 찾아야 한다. 이렇게 해야만 이는 차액설의 원칙과도 부합한다. 이는 이행이익을 평가하는데 아무리 어려움이 있다 하더라도 채무자로 하여금 계약을 이행하도록 동기를 유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또 한편으로는 이익을 상실하였다는 주장이 언제나 가능한 만큼 채권자가 계약의 이행을 기대하고 경제적으로 최적의 범위 안에서 비용을 지출하도록 동기를 유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사회경제적으로도 매우 의미가 있다(693, 694쪽).

채권자에게 과잉배상을 금지한다는 측면에서 보면, 이행이익은 신뢰이익의 배상의 한계를 제공한다. 신뢰이익의 배상이 이행이익의 한도를 초과한다면, 채권자는 계약이 정상적으로 이행되었을 때보다 계약이 침해되었을 때가 더 유리한 상태로 된다. 이행이익과 비용의 이익의 측면이 전혀 입증될 수 없다거나 아주 입증이 어려운 경우에는 신뢰이익의 배상을 이행이익의 한도에서 제한하는 것이 부당한 결과에로 나갈 수도 있다. 이때에는 이익추정의 법리에 근거하여 계약과 관련된 모든 비용의 배상으로 나가게 된다. 여기서 배상의 범위를 제한하기 위하여 예견가능성이란 원리가 필요하다. 말하자면 채무자가 합리적으로 채권자의 비용지출을 예견할 수 있었느냐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이에 대한 증거로서는 당사자의 구체적 약속뿐만 아니라 개별적 사안에서의 제반 사정, 상거래의 구조와 거래관행 등이 참작되어야 한다. 오로지 이렇게 배상의 범위를 제한하는 것만이 한편으로는 계약당사자의 법적 안정성을 보장하는 것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채권자가 경제적으로 올바른 범위 안에서만 비용을 지출하도록 유도한다.

경제성이 없는 계약에 있어서는 그 계약의 성질상 이익을 추정할 수는 없다. 이때는 채권자는 계약이 이행될 것으로 기대하고 지출한 비용을 채무자가 예견할 수 있는 한도 안에서 배상을 구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렇게 안 본다면, 개인의 만족을 위하여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를 영리의 목적으로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와 달리 취급하는 것이 되는데, 이는 궁극적으로 소비자를 불리하게 만들 수도 있다.

계약법상 손해배상책임론에 있어서 특별히 중요한 의미가 있는 것은 손익공제와 손해액감경의 원칙이다. 적극적 이익과 소극적 이익은 서로 배제되어야 하고, 어느 계산방법이나 다음 두 가지 측면에서 제한되어야 한다. 먼저 채권자는 모든 당사자에게 이익 되는 방법으로 대안을 결정하여야 한다. 이는 채권자에게 손해배상을 함으로써 계약이 정상적으로 이행되었을 경우보다 채권자를 유리하게 만들 수는 없다는 원칙에 근거한다. 다른 한 측면은 얻은 이익은 공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채권자가 소극적 이익을 선택하였다면, 체결된 계약으로부터 그가 이미 얻은 이익은 공제되어야 한다. 적극적 이익을 행사하였다면 계약을 실현하기 위하여 들이지 않은 비용이 공제되어야 할 것이다(69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