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사참사 원인(遠因)인 권리금
권리금이란 영업시설, 비품 등 유형물이나 거래처, 신용, 영업상의 노하우 혹은 점포 위치에 따른 영업상의 이점 등 무형의 재산적 가치를 금전으로 나타낸 금원을 말합니다. 이러한 권리금은 임대인이 임차인으로부터 받을 수도 있고, 기존 임차인이 새로운 임차인으로부터 받을 수도 있습니다. 상거래에서는 전자보다는 후자의 권리금 수수가 빈번한 것으로 보입니다.
전자의 경우 권리금은 임대인이 임대차계약에서 보장한 기간 동안 앞서 말한 무형의 재산적 가치를 임차인으로 하여금 이용하도록 한 대가로써 수수하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임대인의 사정으로 인하여 임대차계약이 중도 해지됨으로써 당초 보장된 기간 동안의 이용이 불가능하게 되었다면 임대인은 임차인에게 권리금의 반환의무를 집니다. 이 경우 임대인이 반환의무를 부담하는 권리금의 범위는, 지급된 권리금을 경과기간과 잔존기간에 대응하는 것으로 나누어, 임대인은 임차인으로부터 수령한 권리금 중 임대차계약이 종료될 때까지의 기간에 대응하는 부분을 공제한 잔존기간에 대응하는 부분만을 반환할 의무를 부담합니다(대법원 2002. 7. 26. 선고 2002다25013 판결 등). 이처럼 임대인과 임차인 사이에 수수되는 권리금은 일정한 조건에서 임대인에게 반환의무가 인정되므로 상가가 재개발되는 경우에도 별 다른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후자의 권리금은 좀 다릅니다. 이는 종전 임차인이 새로운 임차인으로부터 받는 것이므로 새로운 임차인이 임대차기간이 도중에 종료하게 된다 할지라도 임대인에 대하여는 그 지급을 구할 수 없습니다(대법원 2000. 4. 11. 선고 2000다4517,4524 판결 등). 현재 대부분의 권리금 수수가 후자의 유형에 속하고 있고 이번에 용산참사의 원인이 된 권리금 문제도 바로 후자의 유형에 해당합니다.
차제에 권리금을 아예 임대인의 부담으로 지우거나 이를 보상하는 법률을 만들자는 얘기도 있는데 그렇게 되면 결국 임대인(소유주)의 부담을 가중하므로 올바른 문제의 해결책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본래 권리금은 세입자가 본인의 판단 하에 투자하고 소정의 임대차기간을 보장받아 그 기간 안에 상가를 운영하여 이를 회수한다는 전제 하에 생겨난 우리네 상거래의 관행입니다. 만약 이를 임대인(소유주)에게 부담시킨다면 결국 임대인은 보증금을 올리려 할 것이고 경우에 따라서는 임대차기간을 짧게 정하려고 할 것입니다. 결국 임차인의 욕망과 임대인의 욕망이 적절히 어우러져 권리금의 수수 관행이 생겨난 것인데 이런 시장 질서를 무시하고 법의 잣대로만 해결하려든다면 더 큰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사실 세입자가 권리금을 주고 상가를 임차하는 경우, 만약 그 상가가 곧 재개발될 것이라면 세입자는 상가를 임차하지 않는다거나 재개발의 위험을 감수하고 자신이 손해보지 않는 한도에서 권리금을 책정하여 이를 주고 상가를 임차하는 것이 맞지, 무모하게 거액의 권리금을 주고 상가를 임차한 후 막무가내로 보상을 해달라고 한다면 자신의 투자 실수를 타인에게 전가하는 것 외에 다른 것이 아닙니다. 이는 세입자가 상가가 재개발될 것이라는 정보를 모르고 임대차계약을 하였더라도 마찬가집니다.
물론 이번 용산참사에서는 이러한 세입자는 아닙니다. 이번에 문제가 된 세입자들은 재개발구역에서 재개발이 있기 전에 5년, 10년, 20년간 장사를 해온 사람들입니다. 그렇다면 더더욱 권리금의 보상 문제는 쉬운 문제가 아닙니다. 왜냐하면 권리금은 일정기간 무형의 재산적 가치를 이용하는 대가이므로 그 일정기간이 경과하면 소멸된다고 봐야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5년, 10년, 20년 전에 얼마의 권리금을 지불하였다거나 또는 얼마의 인테리어비용을 들였다 할지라도 5년, 10년, 20년이면 그로 인한 투자금은 거의 다 회수되었다고 볼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5년, 10년, 20년 전에 투자된 금원을 임대인(소유주)에게 보상하라고 하는 것은 아무래도 경제이론이나 법적 관점에서 받아들이기는 어려운 주장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물론 사회의 영세민을 위하여 국가는 사회안전망을 갖춰야 할 기본적 의무가 있습니다. 이는 사회복지적 차원의 문제로써 재개발 보상의 문제와는 차원이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이번 용산참사를 불러일으킨 세입자들의 주장이 다소 과할지라도 공권력이 과잉진압 할 빌미가 되지는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지금 여기서 용산참사의 원인이 세입자에게 있고 그들을 비난하는 것이 아닙니다. 제가 지금 얘기하고자 하는 것은 단지 법치란 무엇인가를 얘기할 따름입니다. 오해하지 마십시요....
'법' 카테고리의 다른 글
칼 엥기쉬(Karl Engisch) 법적 사고의 입문 (0) | 2012.01.14 |
---|---|
기사화 된 판결 (0) | 2011.02.04 |
종부세가 위헌결정 난다면 기납부한 세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지(2008.11.4) (0) | 2010.12.17 |
법관의 승진과 사법권 독립 (0) | 2010.02.10 |
주유소 차 밑 고양이 꺼내다 ~ 업무상재해 (0) | 2008.09.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