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s Brox, Allgemeiner Teil des BGB (번역본)
본 문헌은 다음의 교과서를 번역한 것입니다.
번역은 제1부, 제2부 중요부분만 되어있고, 제3부는 되어있지 않습니다.
아래 교과서는 독일에서 표준적으로 이용되는 민법총칙 교과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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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s Brox
Allgemeiner Teil des BGB
29. neu bearbeitete Auflage
Carl Heymanns Verla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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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부 민법에의 입문
서언
에리히 캐스트너는 그의 저서 “Gesammelten Werken” Band II(Carl Hanser Verlag, München, Wien, 1998, 169 f.)에서 “Die Verlobung auf dem Seil”이란 제하에 다음과 같이 쓰고 있다. “나는 카밀라 마이어 쇼가 시작되는 순간 저 유명한 예술가 기젤라 레노르트와 지그바르트 바흐가 300미터 길이에 60미터 높이의, 도르트문트 라이놀디 교회탑에 걸린 로프에서 약혼식을 하였다는 기사를 읽은 적 있다.”
그 관련 기사는 몇 년 전 거의 모든 지방신문에 게재된 바 있었으므로, 나는 강의 첫날 학생들에게 그와 같이 허공 위에서 약혼식을 하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은 적 있다. 그러자 약혼식은 축제행사이므로 와이어로프에 의지해 약혼식을 한다는 것은 약혼 장소로는 적당하지 않다는 의견이 나왔다. 그 외에도 약혼반지를 주고받지도 않았다거나 약혼식 초청장도 보내지 않았다는 얘기가 나왔다. 또한 와이어로프에서 약혼식을 하더라도 아무런 증인이 없고, 지면에 있는 일반인들은 저 두 명의 젊은이들이 와이어로프에서 서로 무슨 말을 주고받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얘기도 나왔다. 약혼기념 꽃다발도, 심지어 약혼식 입맞춤도 보지 못했다는 얘기도 나왔다. 특히 몇몇의 학생들로부터는 법학 강의에서 도대체 위와 같은 논의를 통해 무엇을 얻으려는지 의문이 제기되기도 하였다. 약혼은 사회적 현상일 뿐, 법과는 아무 관련이 없다는 얘기다. 과연 그런가?
다음과 같은 점을 생각해보기 바란다.
1. 형사소송에서 증인으로 소환된 사람은 그가 피고인과 약혼하였다는 사실과 그렇기 때문에 증언하고 싶지 않다는 사실을 주장할 권리가 있다. 형사소송법(StPO, Schönfelder, Deutsche Gesetze, Textsammlung, Nr. 90) 제52조 제1항 제1호에 의하면 피고인과 약혼한 사람은 증언거부권이 있다. 민사소송에서도 이는 마찬가지다. 민사소송법(ZPO, Schönfelder, Nr. 100) 제383조 제1항 제1호에 의하면 소송당사자(원고 또는 피고)와 약혼한 사람은 증언거부권이 있다. 이와 같이 약혼은 소송절차에서는 언제나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이다.
2. 법의 연혁 및 민법전(BGB, Schönfelder, Nr. 20)으로부터 약혼은 이성간인 두 사람 사이의 계약에 의해 성립하고, 장차 혼인을 할 의무를 발생시킨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민법 제1297조에 의하면 약혼에 기하여 혼인을 직접 소구할 권리는 없으나, 민법 제1298조에 의하면 약혼을 한 두 사람은 약혼으로부터 법적 구속을 받게 된다는 사실은 명백하다. 왜냐하면 민법 제1298조에 의하면 정당한 이유 없이 약혼을 파기한 사람은 다른 상대방에게 손해배상의무를 부담하기 때문이다. 결국 약혼은 단순한 사회적 현상에 지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법적으로도 의미 있는 행위인 것이다.
3. 약혼은 (혼인을 지향한) 계약행위이고 법률은 어떤 정형화된 형식(예컨대 서면, 공증 등)도 요구하지 아니하므로 아무런 형식 없이 체결할 수 있다. 말하자면 서면으로 약혼을 하여야 한다거나 증인 앞에서 약혼의 의사를 밝혀야 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약혼반지나 약혼식 초청장, 약혼을 축하하는 행사 따위도 불필요하다. 법적으로 필요한 것은 단지 두 사람의 무정형화 된 의사표시일 뿐이다. 그것으로써 두 사람이 장래 결혼을 약속하였다는 사실이 드러나면 충분하다.
4. 약혼반지의 교환이나 약혼식 초청장의 교부, 가족 간 약혼을 기념하는 축제행사, 증인의 참석 등이 약혼식에 의례 따르지만, 약혼의 법적 효력이 발생하는 데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렇더라도 위와 같은 사실들은 두 사람이 약혼하였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증거가 된다. 만약 약혼의 일방 당사자가 다른 상대방에게 정당한 사유 없이 약혼을 파기하였다는 이유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고, 상대방이 약혼하였다는 사실을 다툰다면(예컨대 두 사람은 연인 사이에 불과할 뿐이라는 주장과 함께), 법원은 두 사람 사이에 과연 유효한 약혼계약이 성립되었는지 증거를 통하여 심리해보아야 한다. 이 경우 두 사람 사이에 교환된 편지나 가족행사의 거행 등은 판사가 그 부분 심증을 형성하는데 중대한 의미가 있다.
제1장 법, 사법 그리고 민법
I. 법
1. 의미
인간의 공동체 삶은 질서를 필요로 한다. 무인도 외딴 섬에서 홀로 사는 로빈슨 크루소에게는 그러한 질서가 필요 없다. 사람은 누구나 어떤 공동체에든 소속한다(예컨대 가족, 지방자치단체, 국가 등등). 여러 다양한 인간 간의 관계를 위하여서는 사회 작동의 규칙이 필요하다. 이러한 규칙에 따라 개개인은 그의 행위를 조절해야만 한다. 행위규범은 명령과 금지로 구성된다. 이는 법, 도덕, 관습에 의해 성립한다.
어떤 질서가 정의를 지향할 때만 정당하다고 할 수 있다. 정의가 실정법(법률로 제정된 법)보다 우위에 있는 것이다. 최근의 경험에서 우리는 궁극적으로 힘이 법을 규정하고 정의가 법을 규정하지 않는 경우 법의 남용의 위험이 얼마나 심각한지 보게 된다. 정의란 무언인지 항상 다툼이 있어왔다. 그러나 항상 정의는 비자의적인, 그러나 변화가능성을 내포한 그런 가치질서에 근거해왔다. 이러한 가치들의 하나하나(예컨대 인간의 존엄, 생명, 자유, 소유권)는 일반적으로 승인된다. 따라서 예컨대 인간 생명의 자의적 박탈을 허용하는 법률은 정의에 반하므로 법이라고 할 수 없다. 부정당한 법률은 불법이며 불법에 그친다.
모든 인간이 법을 존중할 때만 법의 규정을 통해 정당한 공동체 질서에 도달할 수 있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자발적으로 법적 규칙을 따르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국가는 법을 위반한 자에 대하여 규정을 따르도록 강제한다.
2. 관습, 도덕과의 구별
인간 간의 모든 관계가 법에 의해 규율되지는 않는다. 법은 관습, 도덕과 구분되어야 한다.
a) 관습이란 관행과 습관을 말한다. 관습은 특정한 집단, 지역(예컨대 가족, 마을, 상인)마다 고유하다. 법적으로 요구되는 것이 아니라 사회공동체적으로 요구되는 규칙이란 점에서 차이가 있다.
예컨대 누군가를 저녁식사에 초대하였다면 그는 그 초대한 사람을 접대하고 문 앞에서 그를 되돌아가게 해서는 안 된다. 저녁식사에의 초대에 관하여는 아무런 법적 규정이 없다. 초대된 사람이 초대를 실행하라고 요구할 아무런 권리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대한 사람은 자신의 초대를 실현하도록 요구되고 초대된 사람을 문 앞에서 되돌아가도록 하게 해서는 안 된다는 그런 의미로써 사회공동체적 규칙이 존재한다.
법과 관습은 특정한 외적 행위를 요구하는 규칙이란 점에서 차이가 없다. 내적으로 어떤 감정을 가졌는가는 중요하지 않다.
예컨대 승용차를 판매한 사람은 그것을 제공해야만 한다. 또한 저녁식사를 초대한 사람은 저녁식사를 제공해야만 한다. 판매한 승용차를 최대한 폐기처분하는 것으로 생각한다거나 초대된 사람의 면전에서 문을 탕 닫을 생각이었다고 하더라도 이는 법과 관습에 반하지 않는다.
법과 관습은 위반행위에 대한 제제에 있어 차이가 난다. 법적 명령과 금지의 강제는 국가의 강제력에 의해 이뤄진다. 반면 관습의 준수를 국가가 강제할 수는 없다. 관습 불준수의 결과는 예절에 어긋났으므로 사회적으로 멸시하는 것이 전부다.
예컨대 매도인(V)이 매매계약을 이행하지 않는다면 매수인(K)은 V에게 승용차의 인도를 소구할 수 있다. 법원은 V에게 승용차의 소유권이전 및 인도를 명한다(제433조 제1항 제1문). B가 판결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이행을 하지 않는다면 집행관이 K의 신청에 따라 승용차를 V로부터 빼앗아 K에게 인도한다. 반면 저녁식사에 초대된 사람은 국가의 힘을 빌려 저녁식사의 초대를 이행하도록 할 수 없다. 단지 저녁식사의 초대를 약속한 사람이 예절에 어긋나게 행동했다는 이유로 장래 사회적으로 고립되게 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
법과 관습이 서로 구분됨에도 불구하고 관습은 법에 있어 중요한 의의를 갖는다.
예컨대 약혼은 사회적으로 관습일 뿐 아니라 법적으로도 중요한 의미가 있다(이에 대하여는 서언 참조).
법률이 어떤 경우에는 명시적으로 관습을 지적할 때도 있다. 상행위에서 형성된 관습은 법규범은 아니지만 예컨대 상인간의 거래에 있어서는 행위를 평가하는데 고려된다(상법 제346조). 거래관행도 이점은 마찬가지이다. 즉 계약을 해석할 때 거래관행이 중시된다(제157조).
끝으로 관습과 관행은 관습법으로 고양되거나 입법자가 법률로 제정하는 순간에 법규범이 될 수 있다.
b) 도덕에 있어서도 당위규범이 문제된다. 이 경우 3가지가 구별될 수 있는데 첫째는 도덕적 의무는 개인의 양심에 근거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 경우에는 자기 양심의 소리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 도덕적으로도 선한 것이 된다. 그러나 행동의 근거를 종교나 세계관에서 찾을 수도 있는데 이렇게 되면 기독교 윤리나 도덕이론이 “하늘에 계신 너의 아버지의 뜻이 이루어진 것과 같이 너의 뜻이 이루어질 지어다.”,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 등과 같이 예수의 말을 따를 것을 요구한다. 마지막으로 어떤 집단에든 공통의 관점에 부합하는 그런 일련의 윤리적 기본가치가 있을 수 있는데 이럴 경우에는 이러한 기본가치(예컨대 예의 바름, 상부상조)에서 벗어나지 않는 것이 집단과 개인 간 관계에 있어 도덕적으로 선한 것이다.
법과 도덕은 그들이 추구하는 목적에 있어 구별된다. 법은 어느 정도 공동체 삶을 지탱하는 것이 목적인 반면, 도덕에 있어서는 그 이념에 따라 선을 실행하는 것이 목적이다. 이에 따라 법적으로 허용된 행동이 도덕적으로는 허용되지 않기도 한다.
예컨대 거짓말은 도덕적으로 나쁘다. 그러나 형사소송에서 피고인은 법적으로 불이익을 당할 우려가 없이 거짓말을 할 수도 있다. 거짓말은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만 형법적으로 의미가 있다(예컨대 위증, 형법 제15조; 사기, 형법 제263조). 계약을 체결할 당시 계약당사자의 거짓말은 그것이 “악의적 기망”에 해당하는 한 제123조, 142조에 의하여 상대방에게 계약을 취소할 권리를 부여한다. 이로써 법이란 “도덕의 최소한”이란 표현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자기 고유의 양심의 결정에 따라 행동한다는 점에서 도덕은 단순히 비난받을 무언가를 하기로 단순 생각(예컨대 도둑질, 위증, 다른 사람을 살해할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비도덕적일 수 있으나 그런 정도만으로는 법의 관심영역에는 들지 못한다. 도덕적으로 나쁜 생각이 행동으로 표출될 때만(예컨대 절도, 위증, 살인) 법적으로 의미가 있다.
이러한 고찰로부터 법의 외부성과 도덕의 내면성을 구분하는 사람이 있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왜냐하면 도덕이 단순히 내부에만 국한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나쁜 생각뿐 아니라 그것을 따라하는 행동 또한 도덕적으로 비난받을 수 있다. 반대로 법도 행위의 내면적 상황을 고려하기도 한다. 예컨대 사람을 살해한 행동이 부주의에 기한 것인지(과실치사, 형법 제222조), 계획적 고의에 기한 것인지(모살, 형법 제212조) 또는 저열한 동기에 기인한 것인지(살인, 형법 제211조) 등에 따라 법적으로 다르게 취급된다.
또한 제재의 면에서도 법과 도덕은 구분된다. 법은 국가의 강제력에 의해 관철되나 도덕의 경우에는 그러한 제재가 따르지 않는다. 양심이 요구하는 행동규범을 위반하였다면 그 결과는 죄책감이다.
법과 도덕의 위와 같은 차이점에도 불구하고 여러 관련성이 존재한다. 대부분의 법규범은 도덕에 기초한다. 이 경우 도덕은 개개인의 (주관적) 양심의 결정이란 의미에서, 그리고 종교적, 세계관적 윤리의 관점에서 생각된 것이 아니라 소위 사회적 도덕을 말하는 것이다.
제826조는 공서양속에 반하는 방법으로 타인에게 고의로 손해를 가한 사람은 손해배상의무가 있다고 하고 있다. 여기서 공서양속은 특정 집단의 도덕적으로 고상한 관점에 따라 파악되는 것도 아니고 특별히 느슨한 관점에 따라 파악되는 것도 아니다. 그보다는 오히려 공평하고 올바르게 생각하는 사람들의 관점에서 예의범절에 위반하는 행동이면 공서양속에 반하는 것이다(RGZ 80, 221). 말하자면 당대의 평균인을 기준으로 생각한 관념이다.
법규범은 사회규범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낙태의 금지기간을 정한 것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를 판단하면서 연방헌법재판소는 형벌규정(낙태는 처벌한다)의 간접 효과를 거론하면서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BVerfGE 39, 57). "위와 같은 형벌규정이 존재한다는 단순한 사실로부터 국민의 가치관이나 행동양식에 영향력이 미치는 것이다.”
끝으로 사회도덕이 변화한다는 사실로부터 법 또한 변화될 수 있는 것이다.
사회도덕이 변화함으로써 형법 또한 자유화할 수 있다는 점(예컨대 성범죄)을 생각해보길 바란다.
3. 법규범의 성립
법규범(법규)은 공동체의 기관이 명시적으로 제정하거나(제정법) 오랜 기간 묵시적으로 행해짐으로써(관습법) 성립한다. 반면 법원의 법형성 활동에 의하여서는 법규범이 제정되지 않는다.
a) 제정법은 법률, 명령, 자치조례 등의 형식으로 제정될 수 있다.
(1) 법률은 입법자에 의해 제정된다. 이는 민주주의에 있어 대개는 의회이다. 그 절차는 연방법률의 경우에는 기본법(제70조 이하)에, 주법률의 경우에는 해당 주헌법의 규정에 정해져있다. 주요절차로는 먼저 의회(연방의회, 주의회)의 결의, 법률의 서명(연방의 경우에는 연방대통령), 관보에의 의한 공포 등이다.
법률은 대개 법규범을 내용으로 한다. 법률이 불특정한 다수와 사례를 위해 특정한 생활영역을 규율하는 경우 법규범이 존재한다. 법규범을 성립케 하는 이와 같은 법률을 실질적 의미에 있어 법률이라고 한다.
예컨대 제437조 제2호에 의하면 매수인은 목적물에 하자가 있는 경우에는 계약을 해제할 수 있거나 대금감액을 청구할 수 있다. 이러한 권리는 매수인이 누구든 갖고 어떤 매매에도 적용된다. 말하자면 불특정 다수와 사례에 적용되는 것이다.
그러나 법규범을 성립시키지 않는 법률도 있다. 이를 형식적 의미의 법률이라고 한다.
예컨대 정부의 세입과 세출을 내용을 하는 예산안은 연방정부에 의해 제출된 것만으로는 안 되고 법률로써 의회에서 결의되어야 한다(기본법 제110조). 이로써 의회는 예산안 편성의 중요한 결정에 관여하게 된다. 비록 시민의 권리와 의무가 성립하지는 않으나 예산안은 법률의 형식을 요하는 것으로서 법규범은 아닌 것이다.
(2) 법규범이 법률에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법규범(형식적 의미의 법률)은 의회가 직접 관여하지 않았더라도 행정부 또는 장관에 의해 제정될 수도 있다고 기본법은 정하고 있다. 이러한 법규명령의 제정을 위하여서는 형식적 법률에서 그 수권의 사실이 정해져야 하고 또한 수권의 내용, 목적, 범위 등이 규정되어있어야 한다(각각의 점은 기본법 제80조). 수권법률은 의회에서 결의되어야 하므로 이런 점에서 보면 의회는 법규명령을 제정함에 있어서도 간접적으로는 관여하고 있는 것이다.
예컨대 도로교통법(StVG)에는 공공도로와 장소에서 자동차의 운행에 관해 규정하는데 보다 상세한 규정은 연방의회의 동의를 받아 교통부 장관이 제정한 도로교통법 시행령(StVO)에 존재한다. 도로교통법 제6조 제1항은 이러한 수권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다.
법규명령은 그 효력에 있어서는 의회가 제정한 법률과 다르지 않다. 따라서 법규범을 내용으로 한 법규명령은 실질적 의미의 법률이고 형식적 의미에 있어서는 법률이 아니다.
(3) 국가가 아닌 기관 또한 법규범을 제정할 수 있다. 법규를 제정할 수 있는 권한(소위 자율권, 법규제정권)은 국가가 법률로써 부여한다. 어떤 기관이 그에게 주어진 자율권을 이용하여 법을 만들면 자율적 법규범이 존재하게 된다. 기관이 그에게 법률로써 부여된 권한에 근거하여 제정한 법규범이 여기에 속한다.
예컨대 지방자치체, 지방자치단체, 수공업조합, 대학 등이 위와 같은 기관에 해당한다. 지방자치체의 조례나 수공업조합의 정관, 대학의 규칙 등은 이러한 자율적 규정을 제정할 권한을 내용으로 한 것이다. 지방자치단체가 제정하는 법규범의 예로서는 유흥세, 공공도로의 청소, 탕치장세(Kurtaxe)에 관한 조례 등을 들 수 있다.
그러나 단체는 개인과 마찬가지로 법규를 제정할 권한이 부여되어있지 아니하므로 단체가 제정한 규정은 법규범에 해당하지 않는다.
자율적 법규범 역시 비록 그 적용범위는 좁을지라도(예컨대 해당 지방자치체) 효력의 면에 있어서는 일반 법률과 다르지 않다. 이는 실질적 의미에 있어 법률에 해당하고 형식적 의미에 있어 법률에만 해당하지 아니할 뿐이다.
(4) 끝으로 유럽연합법 역시 부분적으로는 법규범으로서 관여한다. 유럽연합법은 각국의 법률보다 우위를 갖는다. 일차적 유럽연합법(유럽연합의 기본조약, 유럽연합 최고재판소에 의해 발전된 일반적 법원칙 등) 외에도 이차적 유럽연합법 역시 존중되어야 한다. 유럽연합의 기본조약 제249조 제1항에 의하면 유럽연합 의회(Parlament)와 회의(Rat)는 법규와 지침 및 결정을 제정하고, 권고를 발하며 기본입장을 천명할 수 있도록 되어있다.
유럽연합 의회나 회의가 제정한 법규는 일반적 효력이 있고 그 구성원 모두를 구속하며 회원국가에 대해 직접 적용된다(유럽연합의 기본조약 제249조 제2항).
지침은 그와 관련된 모든 회원국가를 대상으로 그 추구하는 목표와 관련하여서는 구속력을 지니지만, 형식과 수단의 선택은 각 회원국가에 일임되어있다(유럽연합의 기본조약 제249조 제3항). 지침은 통상적으로는 각 회원국의 일반 국민에 대해 직접 효력을 미치지는 못한다. 회원국가는 특정한 조건 하에서 국민에 대해 지침에 따른 법률을 제정하지 않음으로써 책임을 부담하게 된다.
결정도 그 대상자인 모든 회원국에 대하여는 구속력을 지닌다(유럽연합의 기본조약 제249조 제4항).
권고와 기본입장은 이에 비해 구속력을 지니지 못한다(유럽연합의 기본조약 제249조 제5항)
이에 대한 상세는 Fischer, Europarecht, 3. Aufl., 2001; Herdegen, Europarecht, 6. Aufl., 2004; Oppermann, Europarecht, 3. Aufl., 1999.
b) 관습법은 법률의 제정으로써 성립하지 않고 일정기간 지속된 관행, 특히 법원의 지속적인 관행으로 인하여 사회구성원이 일반적 법으로서 효력을 승인하는데 근거를 두고 있다.
예컨대 변호사는 법정에서 법복을 입어야 한다는 점은 그에 관한 규정이 없는 주에서는 관습법에 의존하고 있다. 즉 연방의 모든 주에 있어서는 모든 법원의 판사가 승인하고 변호사단체에서도 전체적으로 공감하는 내용으로서 어떤 통일적으로 지배하는 법적확신이 존재하는 것이다(BVerfGE 28, 28 참조).
관습법은 도덕과 관습으로부터 점진적으로 형성된다. 특히 법률이 광범위하게 흠결된 시기에 있어서는 그 중요성이 자못 크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점차 법률에 의해 대체되는 경향에 있다.
효력 면에 있어서는 관습법은 법률과 동등하다. 이는 민법시행에 관한 법률 제2조로부터 귀결되는데 그에 따르면 민법전에서의 법률이란 법규범 외에도 관습법에 근거한 규범을 포함한다.
c) 법규범은 법관의 법형성에 의하여서는 성립되지 않는다. 비록 법원의 계속된 판결로써 일반적 법적확신이 형성되어 관습법에 이르는 경우가 있을지는 몰라도 이러한 관습법에 도달하지 못한 법관의 판결은 법이 될 수 없다.
법원은 법률을 재판할 사안에 적용한다. 이때 법률이 흠결된 경우라면 판결이유에서 법률을 보완함으로써 흠결을 보충한다. 법원이 이러한 창조적 법발견의 권한을 갖는다는 점에 대하여는 이론이 없다. 최고법원은 처음부터 아예 이러한 요청의 산물이다(BVerfGE 34, 269, 288 참조). 법률 스스로가 최고법원의 대연합부에 법의 형성의 과제를 부여하고 있다(법원조직법 제132조 제4항).
특히 노동법에 있어서는 사회의 급격한 변화에도 불구하고 입법이 이를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므로 법관에 의한 법형성은 아주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단체행동을 규제할 법이 법률적으로는 완전하지 못하다. 그렇기 때문에 연방노동재판소는 어떤 조건에서 파업과 직장폐쇄가 합법적인지, 그리고 그 법률효과는 어떤지 등에 관해 나름대로 규범을 창설해왔던 것이다(예컨대 BAGE 1, 291; 23, 292; 48, 160; BAG DB 1988, 1902 u. 1952; BVerfG DB 1991, 1678; 1993, 837; 이에 관하여 상세한 것은 Brox/Rüthers, Arbeitskamfrecht, 2. Aufl., 1982; ArbR Rdnr. 758 ff.).
법원에 의한 흠결보충은 문제가 된 해당 사안뿐 아니라 장차 동일한 사안에 있어서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특히 하급심은 정당성에 대한 나름의 확신을 가졌거나 아님 법적안정성을 위하여 상급심이 내린 판결의 주문에 포함된, 마치 법규와도 같은 규칙을 따르려 한다. 물론 그러한 규칙에 법률이나 관습법에서와 같이 구속되는 것은 아니다. 법률적으로는 상급심의 판단과 다른 판단을 내릴 수도 있다. 그러나 대개는 항소를 통해 상급심이 하급심의 이런 다른 판단을 취소하고 종전과 마찬가지로 법적 문제를 해결할 가능성이 남게 된다.
따라서 하급심은 상급심이 종전 견해를 폐기할 것이라는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만 상급심의 판결과 다른 판결을 내리게 될 것이다. 그 결과 법관법은 법률적으로는 아니더라도 사실적으로는 법원과 수범자들을 구속하는 효력을 갖게 된다. 그렇더라도 법관법이 법률과 동일하다고는 할 수 없다.
예컨대 연방노동재판소는 BAGE 1, 269 판결 이래 줄곧 사용자가 근로자의 파업에 대해 합법적 직장폐쇄로 맞선다면 이로써 근로자와의 고용관계는 해소된다고 판시해왔다. 이러한 판시에 대해 노동법원이나 관련 단체는 그것이 법적으로 구속력이 없는 것임에도 오랜 기간 이를 지켜왔다. 어떤 법원이라도, 심지어는 연방노동재판소조차도 다른 사안에서는 이러한 법적 문제를 다르게 판단내릴 수도 있었다. 최근에 연방노동재판소는 이러한 법리를 좀 더 제한적으로 해석하고 있다(BAGE 23, 292; BVerfGE 38, 386, 84, 212).
II. 사법
1. 개념과 한계
a) 사법(또는 민법)은 사회의 동등한 구성원 사이에 관계를 규율하는 법의 한 부분이다. 반면 공법은 대부분 상하관계를 규율한다.
매수인이 매도인에 대해 매매목적물인 자동차의 소유권이전과 인도를 구할 수 있는지는 사법에서 결과가 도출된다. 반면 국가에 대하여 누가 부가가치세 납부의무가 있는지는 공법에 속하는 조세법에 의해 해결된다.
그러나 이러한 구별은 때론 분명하지 않다. 상하관계임에도 불구하고 사법이 존재할 때도 있고 동등한 관계임에도 불구하고 공법이 존재할 때도 있다.
예컨대 친권자와 자녀 사이의 관계에서는 어느 정도 상하관계가 존재함에도 가족법은 사법에 속한다. 또한 두 지방자치체가 경계변경에 관한 합의를 체결하였다면 당사자는 서로 동등한 관계임에도 불구하고 이는 공법의 영역에 속한다.
어떤 법률관계에 공권력을 지닌 기관(예컨대 국가나 지방자치체)이 관여하였을지라도 반드시 공법이 문제되는 것은 아니다. 기능상 공권력의 주체로서 활동하였더라도 공법이 아닌 사법이 적용될 때가 있는 것이다.
예컨대 지방자치체가 토지소유자로부터 토지를 매입하여 그 위에 건설회사로 하여금 건물을 짓게 한다면 그 지방자치체는 개인과 마찬가지로 사법적 게약을 체결하게 된다. 반면 지방자치체가 건축주에게 건축허가를 내주는 경우에는 그 지방자치체는 공권력을 행사하는 것이다(공법). 지방자치체는 사인과 마찬가지로 유언이나 법률(제1936조)에 의하여 사망자의 상속인이 될 수 있다(사법). 그러나 이 경우에도 국가에 상속세를 납부해야 할 상속인의 의무는 공법에 속하는 사항이다.
오히려 어떤 생활 사안에 있어서는 사법적으로뿐 아니라 공법적으로도 의미를 갖는 경우가 있다. 예컨대 사법적 법률행위가 그 효력을 갖기 위하여서는 일정한 공법적 행위에 의존할 때가 있고 또는 사법적 법률행위가 공법적 결과를 갖는 경우도 있다. 하나의 동일한 사실의 전개가 사법적으로뿐 아니라 공법적으로 결과를 발생시키는 것이다.
예컨대 농경지를 (사법적으로) 유효하게 취득하기 위하여서는 관계 당국의 (공법적) 허가를 받아야 한다(토지거래법 제2조). 사법에 의해 토지를 취득한 자라도 토지세를 납부할 의무가 있다(공법).
타인의 돈을 훔친 사람은 형법 제242조의 범죄구성요건을 충족하게 되어 처벌을 받는다(공법). 그러나 피해자는 절취범에 대해 민법 제823조에 의하여 손해배상을 청구할 권리가 있다(사법).
b) 사법과 공법의 구별은 무엇보다도 다음 두 가지 점에서 의미가 있다.
(1) 개별 구체적 사례에서 어떤 법규범을 적용해야 하는가는 그 해당 사안이 사법에 따라 판단되어야 하는지 아님 공법에 따라 판단되어야 하는지에 좌우된다.
예컨대 토지소유자가 어느 용역업체와 사이에 도로를 깨끗이 청소하는 작업의 위임계약을 체결하였다면 그는 그 용역업체에 대하여 약정한 (사법적) 보수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 만약 시에서 도로청소를 하였다면 토지소유자는 (공법적) 청소부담금을 납부할 의무가 있다.
(2) 소를 제기하려는 사람은 관할법원에 소를 제기해야 한다. 이 경우 어떤 법원(통상법원 또는 행정법원)이 사물관할을 갖는지가 중요하다. 제소가 적법한지는 분쟁이 있는 법률관계가 사법에 의해 규율되어야 하는지 아님 공법에 의해 규율되어야 하는지에 따라 정해짐이 원칙이다. 이와 관련하여 행정법원조직법 제40조 제1항은 행정법원은 헌법적 문제가 아닌 공법상의 분쟁을 관할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반면 법원조직법 제13조는 모든 민사적 사안, 말하자면 모든 사법적 분쟁은 원칙상 통상법원의 관할에 속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건축주와 건축회사 사이의 사법적 분쟁은 통상법원에 제소해야 하고, 반면 건축허가를 거부한 행정행위에 대하여는 행정법원에 제소해야 한다.
물론 통상의 경우와는 달리 법률이 명시적으로 그렇게 규정하였다면 특정한 공법적 분쟁을 통상법원에 제소할 수도 있다. 이러한 예외는 연혁적인데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는데 과거 행정법원은 독립된 법원이 아니라 행정부서의 특별 부처에 불과하였다. 또 다른 예로서는 특정 분야에 있어 사법부의 행정행위는 그 사안의 근접성으로 말미암아 통상법원에서 그 합법성을 심사하도록 되어있다(법원조직법 시행을 위한 법률 제23조 이하).
예컨대 공무원의 직무상 위반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에 대하여서는 기본법 제34조, 제3조에서 통상법원의 관할권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건축허가신청이 불법적으로 거부됨으로써 재산상 손해를 입은 시민은 통상법원에 이를 제소할 수 있다. 고등법원장이 외국인으로 하여금 그의 모국에서 결혼할 수 있음을 증명하는 서류를 가져올 수 있음을 거부하였다면(제1309조 제2항) 고등법원의 민사부에 그 사법적 판단을 구할 수 있다. 말하자면 행정법원이 아닌 통상법원에 제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법원조직법 시행을 위한 법률 제23조 이하).
2. 사법에 속하지 않는 법역
공법에 속하는 사항은 사법에 속하지 않는다. 공법에 속하는 사항으로서는 다음을 들 수 있다.
a) 국가법. 이는 무엇보다도 국가의 조직과 국가에 대한 국민의 권리를 규정하고 있다.
b) 행정법. 이는 공공행정의 행위를 규율하고 있다(경찰법, 건축법, 도로법, 음용수법, 공무원법, 조세법 등).
c) 국제법. 이는 국가와 다른 국제법 주체간의 법률관계를 다루고 있다.
d) 형법. 이는 국가의 형벌소추권이 성립하는 구성요건을 규정하고, 이러한 형법을 위반하였을 경우 따르는 제재를 규율하고 있다.
e) 소송법. 이는 법원을 통하여 권리를 실현하는 절차를 규율하고 있다(민사소송법, 형사소송법, 노동법원절차법, 행정법원절차법, 사회부조법원절차법 등).
III. 민법
1. 개념
민법(시민법)은 모든 사람을 적용대상으로 하는 사법의 한 분야이다. 민법이란 표현이 일반 시민의 지위에 관한 법을 대상으로 함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민법은 고대 로마시대 시민법으로부터 연원한다. 오늘날에는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는 사법이 민법전에 규정되어있기 때문에 민법이란 표현이 일반화되어있는 것이다.
과거 민법은 사법의 전부를 의미하였다. 민법이란 개념과 사법이란 개념은 동일한 의미였다. 시대가 흐름에 따라 특별법 영역(예컨대 상인과 같은 특정한 사람들을 적용하기 위한)이 점차 형성되어왔다. 이에 따라 민법은 오늘날 사법의 특정 분야를 대상으로 하는 특별사법에 대하여 일반사법을 의미한다.
2. 유사 개념
일반사법의 의미로서 민법은 다음과 같은 특별사법의 법영역과는 구별된다.
a) 상법은 상인들을 위한 특별사법이다.
상법전에는 예컨대 상인이 누구인지, 상거래와 해상거래에 있어서 특별히 효력 있는 내용은 무엇인지 등을 규정하고 있다. 인적회사(합자, 합명회사)에 관한 규율도 상법에서 다루고 있다. 물적회사(주식회사, 유한회사)에 관한 규정은 주식회사법이나 유한회사법과 같은 특별법에서 취급되고 있다. 어음, 수표법도 과거 상인들만이 어음의 이용이 허용되었고 수표는 은행을 통해서만 결제가 허용되었으므로 넓은 의미의 상법에 속한다.
b) 경제법은 공법에 속하는 부분이 아닌 한 영리적 경제활동의 특별사법에 속하는 것으로서 상법과 관련이 있다.
무엇보다도 경쟁법(부정경쟁방지법, 경쟁제한방지법, 상표법 등)이 이에 속한다.
c) 무체재산법도 무체재산에 관한 권리(저작권법, 영업비밀보호법)를 규율하는 특별사법에 속한다.
예컨대 저작권법, 실용신안법, 특허법, 상표법 등
d) 노동법은 종속적이고 비독립적인 근로자를 위한 특별사법에 속한다. 그러나 노동법은 사법적 규범뿐 아니라 광범위한 공법적 규범을 포함하고 있다.
고용계약에 관한 민법의 규정(제611조 이하)은 비독립적인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하여서는 충분하지 않다. 따라서 모든 근로자 또는 특별히 보호할 가치가 있는 근로자들을 위한 일련의 법률이 마련되어 있다(예컨대 연방휴가법, 근로시간에 관한 법, 해고제한법, 모성보호에 관한 법, 예컨대 장애인의 재활과 참여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는 사회보장법 등).
3. 의의
민법은 사법의 기본이다. 일반사법으로서 민법으로부터 개별적으로 특별사법의 영역이 분할되어 나왔다. 이러한 특별사법들은 일반사법을 배경으로 하여서만 이해될 수 있다. 따라서 민법의 이해가 특별사법의 이해를 위한 전제가 된다. 특별사법의 독자성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이들 특별사법과 민법 사이에 수많은 착종이 나타난다.
예컨대, 도매상인 V는 소매상인 K에게 매매계약에 기하여 감자를 공급하였는데 그만 그 감자가 상한 감자여서 K는 이를 팔 수 없는 입장이다. 그래서 K는 감자를 수령한 당일 V에게 전화하여 제품의 하자로 인해 감자를 되돌려줄 테니 매매대금을 돌려달라고 요구하였다. 정당한가?
이 사례를 해결하기 위하여서는 민법과 상법을 동시에 봐야 한다. 민법 제433조 이하에는 매매에 관한 규정이, 상법 제373조 이하에는 상매매에 관한 규정이 들어있다. 민법 제437조 제1항에 의하면 매수인은 매매목적물의 하자를 이유로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감자가 상하였다면 하자가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규정만으로 문제가 해결되진 않는다. V는 도매상으로, K는 소매상으로 각자 상인이므로, 특별법으로서 상법이 이 사례에 적용될 것인지 검토를 요한다. 상법 제377조 제1항은 “매매가 쌍방에게 상행위에 해당한다면 매수인은 물품을 수령한 즉시 통상의 절차에 따라 할 수 있는 한 이를 검사하여야 하고, 만약 하자가 있는 경우에는 매도인에게 지체 없이 이를 통지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상법 제343조에 의하면 영리를 목적으로 한 상인의 영업에 속하는 모든 행위는 상행위라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이러한 매매는 쌍방에게 상행위에 해당한다. 이 사례에서는 이러한 요건이 갖춰져 있다. 따라서 K는 감자를 수령한 즉시 이를 검사하고 하자를 V에게 지체 없이 통지해야 한다(상법 제377조 제1항). 그렇지 않으면 물품을 그대로 용인한 것으로 간주된다(상법 제377조 제2항). 그렇게 되면 K는 감자의 하자를 이유로 어떤 권리도 행사할 수 없다(상법 제377조 제4항 참조). 여기서 “지체 없이”란 어떤 의미인지는 상법이 아니라 민법에 의하여 판단할 수밖에 없다. “지체 없이”란 개념은 민법 제121조 제1항 제1문의 규정에 의하면 “귀책사유 없는 지체”를 의미한다. K는 V에게 감자를 수령한 당일 전화로 이를 통보하였으므로 그 요건도 충족되었다. 이제 상법은 제377조 제1항의 요건이 갖춰진 경우 매수인이 어떤 권리를 갖는지는 규정하지는 않는다. 이를 위하여서는 다시 민법을 참조해야 한다. 민법 제437조 제2항 제1항 제1호에 의하면 매수인은 매매목적물에 하자가 있는 경우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K의 요구는 정당한 것이다.
4. 법률적 규정
a) 민법을 위하여 중요한 법률은 민법전이다. 민법전은 1986. 8. 18. 공포되었고 1900. 1. 1.부터 효력을 발하고 있으며 현재도 유효하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개별 규정을 포함하여 민법의 커다란 부분이 개정되어왔다.
예컨대 양성평등법(1957. 6. 18.)은 민법의 영역에 있어 남편과 부인을 평등하게 다루었다. 혼인외 자의 보호를 위한 법률(1969. 8. 19.)은 혼인외 자의 법적 지위를 개선하였다. 1998. 7. 1.부터 발효된 친권법 개정법률(1997. 12. 16.)과 1998. 4. 1.부터 발효된 혼인외 자의 상속에 있어 평등 취급을 위한 법률(1997. 12. 16.)을 통하여 혼인중인 자와 혼인외의 자는 법적으로 평등하게 취급되었다. 유언법(1938. 7. 31.)은 무엇보다도 유언의 성립요건을 완화하였다. 이상 3개의 법률은 경과규정을 통하여 민법적으로 계수되었다. 1979년 여행계약법(1979. 5. 4.)은 단체여행객들의 보호를 목적으로 제정되었다(여행계약법은 현재 민법 제651a조 이하에 편입되어있다). 후견인법(1990. 9. 12.)은 1992. 1. 1.부터 발효되어 성년자의 무능력과 감독 그리고 느슨한 후견을 폐지하고 “보호”라는 관점으로 통합하였다.
b) 민법의 많은 부분들이 특별 법률에 의해 개정되어왔다. 민법의 많은 규정들이 새로운 법률의 제정으로써 효력을 상실하였고, 이러한 법률들 중에 몇몇은 2001. 11. 26. 채권법의 현대적 규율을 위한 법률에 의해 민법전으로 편입되었다.
(1) 실종에 관한 법률(1939. 7. 4. 제정, 최근 2000. 6. 27. 개정)은 흠결 많았던 민법 제15~20조의 실종에 관한 규정을 대체하였다.
(2) 1894년 변제에 관한 법률은 민법을 보충하여 동산의 매매에 있어 매수인에게 허용된 경우에는 매매대금을 할부로 지급할 수 있도록 하였다. 1991. 1. 1.부터는 위 법률에 대신하여 소비자보호법(1990. 12. 17.)이 적용되었다. 소비자보호법에서는 모든 유형의 신용계약(금전소비대차, 분할지급부 매매, 노무, 도급계약 등)에 있어 당초 분할변제의 매수인에게 보호된 것과 동일한 보호가 보장되었다. 2002. 1. 1.부터는 위와 같은 규정들이 민법(제491조 이하)에 편입되었다.
(3) 방문판매 등 계약의 취소에 관한 법률(1986. 1. 16.)은 소비자보호법과 마찬가지로 소비자보호를 목적으로 하며 민법(제312조 이하)에 편입되었다. 소위 급작스럽게 의사를 결정한 소비자는 원칙상 2주 내에 계약을 철회할 수 있다.
(4) 보통거래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1976. 12. 9.)은 불리한 보통거래약관으로부터 거래 당사자를 보호함을 목적으로 한다. 현재 민법 제305조 이하에 포함되어져있다.
(5) 자동차운행에 관한 법(1952. 12. 19. 제정, 2003. 3. 5. 개정)은 이미 1909년 그 원형이 법률로 제정되어있었는데, 자동차를 운행하는 경우 특별한 주의의무를 규정하고 있고, 자동차를 운행하면서 사람이나 물건에 해를 가한 경우 자동차보유자 및 운행자의 손해배상책임을 규정하고 있다.
(6) 민법의 물권법은 건물의 일부분에 관한 소유를 인정하지 않는데, 주거의 소유에 관한 법(1951. 3. 15.)은 이러한 민법의 규정을 보충하여 주거 또는 건물의 특정부분만의 소유를 인정한다.
(7) 1996. 12. 20. 제정되어 1997. 1. 1. 효력을 발한 주거의 일시 사용에 관한 법률은 주거용 건물의 일시 사용과 관련한 권리의 양도계약을 규율함을 목적으로 한다. 2002. 1. 1.부로 민법 제481조 이하에 편입되었다.
(8) 혼인법(1938. 7. 6.)은 기존 민법의 가족법에 편입되어 왔던 혼인과 이혼에 관한 법을 개정한 것이다. 점령군위원회 법률 제16호(1946. 2. 20.)에 의하여 위 혼인법은 그중 민족사회주의 사상과 관련된 부분은 삭제되었고 그 외 나머지 부분은 대부분 다른 법령에 흡수되었다. 1976. 6. 14. 제1차 혼인 및 가족법 개정을 거쳐 현재 이혼에 관한 법은 민법에 편입되어있다. 1998. 5. 4. 혼인법의 개정법률에 의하여 혼인에 관한 법도 폐지되었고 하자 있는 혼인계약의 효력과 함께 특정 혼인을 금하는 규정도 삭제되었다. 현재 혼인법은 민법(제1303조 이하)에 편입되어있다.
제2장 민법전
I. 제정
1. 입법과정
민법은 당시 독일제국 전역에 산재해있던 민사에 관한 법률을 통합하여 제정한 것이며 수 백 년 간 존속해왔던 법적 분열을 제거한 것이다.
법적 분열은 특히 상거래 영역에서 국경을 초월하여 거래가 이뤄진 관계로 두드려졌다. 따라서 상거래와 어음, 수표법의 통합이 특히 절실한 요청이 되었다. 그러나 독일 제국은 통합된 입법기관을 가지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당시 제국에 참가한 각국이 동일 내용의 법률을 제정함으로써 통합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었을 뿐이었다. 이러한 방식으로 1848년 독일의 일반적 어음, 수표에 관한 규정 및 1861년 일반적 상거래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어 독일 전역에 효력을 갖게 되었다.
1867년 독일 북부 지역 국가의 헌법과 1871년 제국헌법은 사법의 특정분야(오늘날의 채권법인 채무에 관한 법, 상법 및 어음, 수표법)에 있어서는 각국이나 제국에 입법권을 부여하였다. 통일 민법전을 제정할 수 있기 위하여서는 우선 각국 또는 제국의 입법권이 전체 사법의 영역까지 확대되어져야 하였다. 이러한 목적은 미구엘과 라스케의 여러 차례에 걸친 제안이 있는 후 1873년 그에 상응하는 헌법 개정법률이 제정됨으로써 비로소 달성되었다(미구엘-라스케 법 또는 라스케 법).
1874년 발족한 위원회(준비위원회)의 준비작업 후 같은 해인 1874년 11명의 저명한 법률가들로 구성된 위원회(제1차 위원회)가 연방의회의 결의에 따라 출범하여 모두 5권으로 구성된 민법전 초안(이 초안은 “제1 초안”으로서 역시 모두 5권으로 이뤄진 “이유서”와 함께 1888년 공간되었다)을 검토하기 시작하였다. 이유서에는 당시 각국에서 적용되어왔던 규정들이 설명되어있고 이들 규정들을 통합하기 위하여 위원회가 각고의 노력을 하였음을 반영하고 있다. 위 초안은 그 다음 해부터 일부에 관하여서는 맹렬한 비판을 불러왔다. 무엇보다도 로마법을 벗어났고 독일적이지 않으며 사회적으로 퇴보한 것이라는 비난이 가해졌다.
1890년 연방의회는 재2차 위원회를 구성하였는데 법률가뿐 아니라 다양한 직업군과 국가경제분야에서 대표자들이 망라되었다. 제2차 위원회는 1895년까지 활동하여 “제2차 초안”을 마련하였는데, 제2차 초안은 대외적 비판을 고려하여 법형성, 그리고 무엇보다도 경제적 약자의 보호에 비중을 두었다. 제2차 위원회에서 논의된 결과는 모두 7권의 분량으로 “요약집”으로 공간되었다.
연방의회는 여기에 특히 단체법의 분야에서 몇 가지 개정안을 반영하였다. 1896년 이렇게 하여 “제3차 초안”이 제국의회의 법안으로서 제국 법무장관의 검토의견과 함께 제국의회에 제출되었다.
이 제3차 초안에 제국의회의 소위원회에서는 보다 많은 개정안이 반영되었다. 단체법과 혼인법에 관한 한 초안은 정치적 논의에 좌우되었다. 이와 같이 입법하는 과정에서 유언에 의하여 상속의 효과가 생긴다는 규정이 추가되었다. 이외에도 몇몇 직업군으로부터 입법에 영향이 가해져 반영되었는데, 대표적으로는 꿀벌에 관한 법(Bienenrecht)(!)이 상세히 규정되었다(제961-964조).
1896년 드디어 법률이 제국회의에서 몇몇 수정안이 반영된 채 승인되었고, 연방의회에서 가결되었으며 제국수상이 서명하여 제국관보에 공표되었다. 이 법률은 1900. 1. 1.부터 효력이 발생하였다. 이렇게 하여 제정된 민법전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여러 개정을 거쳐 오늘날 연방법으로서 여전히 효력을 발하고 있다(기본법 제123조 제1항, 제125조 제1호 참조).
민법전의 초안, 이유서, 요약집 그리고 법률안 등은 오늘날에도 의미가 있다. 민법의 특정 규정을 해석함에 있어 입법자의 의사를 탐구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는 규범의 입법연혁이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될 수 있다. 민법전의 위와 같은 자료들은 Mugdan, Die gesamten Materialien zum BGB, 5 Bde., 1899에서 각 조문별로 보기 좋게 종합 정리되어있다.
2. 역사적 연원
입법자의 제1차적 목표는 민법전을 통하여 새로운 민법질서를 창설하고자 한데 있지 않았다. 오히려 현행 법질서를 통합하려는데 그 목적이 있었다. 이점은 민법전이 그 이전부터 통용되어온 로마법과 독일법의 규정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명백하다. 민법전을 이해하기 위하여서는 법사적 자료를 이해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a) 로마법은 15세기 독일법에 계수된 이후 법학의 학문화와 엄격한 논리 및 개념적 법발견에 기여한 바 있는데, 무엇보다도 민법전의 제1편과 제2편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법률의 체계화, 추상화는 특히 민법 총칙편에 그대로 반영되었는데 이는 로마법적인 사고의 산물이다. 채권법, 그중에서도 특히 가장 중요한 채권계약인 매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예컨대 매매목적물에 하자가 있는 경우 매수인은 계약해제권 및 감액청구권을 갖는데(제437조 제2호) 이는 로마법의 actio redhibitoria 및 actio quanti minoris에 근거한 것으로서 로마 고급관료의 칙령으로 노예와 가축을 매매할 때 정해진 규정이다.
b) 독일법은 독일의 개별 부족에 관습법적으로 적용되어 중세를 거치면서 도시와 지방법으로 발전되어왔던 것으로서 주로 농지와 관련된 법률이었다. 민법전의 물권법은 동산과 부동산을 구분하고 있는데 이는 독일법에 근거한 것이다. 토지에 관한 법과 가족의 재화에 관한 법 또한 독일법에 연원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예컨대 토지에 관한 소유권의 득실(제925조 이하)은 동산에 관한 소유권의 득실(제929조 이하)과는 다르게 규정되어있다. 토지 소유권의 양도를 위한 양도인과 양수인 사의의 합의는 제925조에 독일법의 전통에 따라 “Auflassung"이란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II. 기본원칙
1. 사적자치
민법전은 자유주의, 개인주의 기본원칙을 표방한다. 이는 경제적 자유주의를 기본으로 한다. 개인은 그의 사적 생활관계를 자신의 의사결정에 따라 국가의 간섭이나 후견 없이 자유스럽게 형성할 수 있다. 개인의 이기심과 자유로운 경쟁이 모두를 위하여 이익이 되므로, 개인의 평등과 자유는 공동체 생활을 최적의 질서상태로 유지한다. 따라서 법률은 개인에게 법질서가 승인하고 있는 생활관계를 그 스스로 규율하도록 자유를 부여하여야 한다(사적자치의 원칙).
사적자치의 원칙은 계약자유의 원칙에서 보다 명백히 표현된다. 예컨대 개인은 그가 계약을 체결할 것인지, 체결한다면 누구와 체결할 것인지(계약체결의 자유), 그 내용을 어떻게 규정한 것인지(계약내용형성의 자유) 등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 제311조 제1항에서 계약자유의 원칙이 규정되어있다. 한편 제903조에 의하면 물건의 소유자는 그가 원하는 바에 따라 원칙적으로 그 물건을 사용할 수 있고 타인이 이를 방해하는 경우에는 그 방해배제를 청구할 수 있다(소유권행사의 자유). 개개인은 또한 사후 자기 재산을 누구에게 줄 것인지 자유스럽게 유언으로 정할 수 있다(제1937조, 유언의 자유).
민법전에 포함되어있는 자유권은 오늘날 기본법에 기본권조항으로서 헌법상으로도 보장되어있다. 심지어 자유권은 기본법의 개정에 의하여서도 박탈할 수 없다(기본법 제79조 제3항, 제1조 제1항).
기본법 제2조 제1항으로부터 인격의 자유스런 발현과 계약체결의 자유권이 도출되어질 수 있다. 소유권과 상속권, 이상 사법에 있어 두 개의 가장 중요한 제도가 기본법 제14조에 보장됨으로써 개인의 자유를 보호하는데 기여하고 있다. 상속법과 더불어 유언의 자유, 다시 말해 상속의 결과를 규율할 수 있는 개인의 자유가 헌법적으로 보장되는 것이다.
2. 사회적 균형
민법전은 개인주의적 원칙에도 불구하고 다른 부분에서는 사회적 균형의 사상이 도입되어있다. 이는 “사회적 윤활유”로서 필요하고 제1차 초안에 대한 비판에 따른 것이다.
계약자유는 일반적으로 양 당사자가 균등한 힘을 가지고 있는 경우에는 합리적 결과에 이를 수 있다. 그러나 일방이 강제력을 이용한다거나 타방의 무경험을 이용하는 경우, 또는 명백히 급부의 가치와는 불균형한 반대급부를 통하여 이익을 취하는 경우(예컨대 곤궁에 처한 계약당사자에게 40%의 이자를 약정하면서 소비대차계약을 체결하는 경우) 등은 자유스럽게 합의에 이르렀다고 하더라도 무효이다(제138조 제2항).
또한 소유권행사의 자유는 제903조에 따라 법률 또는 제3자의 권리에 저촉되지 않는 한에서만 성립한다. 예컨대 물건의 소유자는 타인이 자기의 급박한 위험의 제거를 위하여 필요하고 또한 소유자의 손해와 비교하여 그의 손해가 훨씬 큰 경우에는 타인의 소유권 방해를 금지시킬 권한이 없다.
유언 자유의 원칙에 따라 누구나 제3자를 상속인으로 지정함으로써 그의 최근친 법정상속인을 상속으로부터 배제시킬 수 있다(제1937조). 그러나 그가 죽은 후에도 그의 배우자 및 자녀에 대한 부양책임은 여전히 존재한다. 따라서 유언에 의해 상속에서 배제되더라도 그 법정상속인이 유류분 반환청구권을 행사하는 것을 금지시킬 수는 없다(2303조).
민법전만으로는 사회적 균형을 이룩하기 위하여 충분하지 않다. 그리하여 시간이 흐름에 따라 계약법에 있어 양 당사자에게 올바른 결과를 가져오게 할 목적으로 여러 규범들이 민법전 내외에서 정립되어왔다. 요컨대 민법전이 규정하고 있는 계약당사자의 평등이 보장된 경우라야만 자유롭게 계약의 조건을 체결한다는 이념이 달성될 수 있는 것이다. 예컨대 근로계약, 주거의 임대차계약, 할부계약 등에 있어서는 대체적으로 계약당사자의 평등은 현실과 거리가 멀다. 근로자나 주거의 임차인, 할부계약의 매수인 등이 계약체결을 교섭하는 과정에서 사용자나 임대인, 매도인 등과 충분히 맞설 수는 없다. 그 결과 입법자는 약자인 계약당사자를 위하여 여러 보호규정을 제정하였는데, 이들 규정들은 약자에게 불이익으로 배제하는 특약을 하더라도 효력이 없다.
근로계약을 체결함에 있어서 근로자와 사용자는 형식적으로는 대립하는 당사자이나, 실질적으로는 사용자의 일방적 지시에 따라 사용계약이 체결되고는 한다. 이 때문에 흔히 계약의 자유는 근로자에게 있어서는 법률상 보호를 받지 못하는 자유로써 묘사되었다. 그리하여 민법전 외에 근로자를 보호하는 규정들이 생기게 되었다. 예컨대 사용자와 현실적으로 대등한 교섭력을 지닌 노동조합이 단체협약에서 근로조건을 교섭하고 개별적 근로계약에 있어서는 그것이 노동조합에 소속한 근로자들에게는 최소한의 근로조건으로 효력을 갖도록 한 것이다(TVG 제4조). 근로시간이나 유급휴가에 관한 법률에서도 근로의 최대시간과 유급휴가의 최소시간을 정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주거의 임대차에 있어서 임차인은 임대인의 부당한 계약해지의 통고나 임료의 증액요구로부터 보호를 받고 있다. 이들 보호규정과 달리 임차인에게 불리한 약정은 무효이다(제551조 제4항, 제553조 제3항, 제554조 제5항, 제554조a 제3항, 제555조 등).
금전소비대차나 변제기유예약정 또는 그 밖의 금융제공약정에 있어 보증을 목적으로 한 계약에 있어서도 영업인이 아닌 개인은 과도한 의무부담이나 특별히 그에게 불리한 계약조건으로부터 보호를 받는다(제491조 이하). 이들 계약에 있어 개인은 일정 기간 내에 계약을 철회할 수 있는 권리를 갖는다. 방문판매계약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제312조).
3. 신뢰보호
민법전은 로마법과는 달리, 게르만법에 의거하여 거래안전을 고려한 규정들은 두고 있다. 로마법이 누구도 자기가 가진 권리 이상을 타인에게 양도할 수 없다고 한 것과는 달리, 민법전은 양도인의 권리 외관을 신뢰한 양수인을 보호하고 있다. 양수인은 양도인이 양도한 권리를 소유하고 있지 않더라도 그 권리를 취득할 수 있다.
V가 K에게 토지를 매도한 경우 V는 제433조 제1항 제1문에 따라 K에게 그 토지의 소유권을 이전할 의무가 있다. 제873조 제1항에 의하면, 이는 소유권이전에 관한 V와 K의 물권적 합의(Auflassung, 제925조 제1항 제1문)와 K를 그 토지의 소유자로 등기부에 등재함에 의하여 이뤄질 수 있다. 반면 V가 그 토지의 소유자가 아니라면 K는 무권리자인 V로부터는 어떠한 소유권도 취득할 수 없다.
이러한 결과는 V가 진정한 소유자인 E에 갈음하여 비록 불법이긴 하나 (예컨대 등기공무원의 착오에 기하여) 등기부상으로 소유자로 등재되어있고 따라서 등기부가 잘못되어있는 경우에는 K를 위하여서는 너무도 가혹하다. 이 경우 등기부상으로는 마치 V가 진정한 소유자인 것처럼 외관이 작출되어 있는 것이다. 만약 K가 그러한 등기부의 진정성을 신뢰하여 B와 사이에 물권적 합의를 하고 등기부상 소유자로 등재를 마쳤다면 그는 등기부의 진정성을 선의로 믿은 자로서 보호되어야 한다. V가 비록 소유자가 아닐지라도 K는 소유권을 취득한다. 이로써 진정한 소유자인 E는 그의 소유권을 상실한다. 이러한 무권리자로부터 선의취득에 관한 내용이 제892조 제1항 제1문에 규정되어 있다. 동 규정은 위 선례와 관련하여 다음과 같이 읽혀질 수 있다. 토지에 관한 권리(소유권)을 법률행위(물권적 합의와 등기)를 통하여 취득한 사람(K)을 위하여서는 등기부의 내용이 진정한 것으로 효력을 갖는다(즉, 등기부에 불법하게 등재되어있는 V가 그 토지의 소유자로 유효하다). E는 단지 V에 대하여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할 수 있을 뿐이다(제816조 제1항 제1문).
그러나 등기부상으로도 V의 소유자로서의 등재가 불법인 것이 명백하다거나 K가 V의 등재에도 불구하고 V가 소유자가 아님을 알았을 경우에는 K는 소유권을 취득하지 못한다. 위의 경우에는 K는 등기부의 진정성을 신뢰하지 않은 것이고 따라서 보호를 받을만한 자격이 없으므로, 물권적 합의 및 등기에도 불구하고 소유권을 취득할 수 없는 것이다. 이러한 예외조항이 제892조 제1항 제1문에 이어 규정되어있다. 이에 의하면 V가 소유자로서 등재된 것과 관련하여 그것이 진정하다는 것과 모순되는 내용이 등재되어있다거나 그것이 부진정하다는 것이 취득자(K)에게 알려져 있는 경우에는 선의취득의 효과는 발생하지 않는다.
이와 같이 권리외관에 대한 신뢰는 선의취득자의 이익과 거래안전의 이익을 위하여 법에 의하여 보호되고 있는 것이다.
4. 기본법의 효력
민법전은 오늘날 다른 모든 법률과 마찬가지로 기본법(GG)이 그 척도의 기준이 된다.
기본법의 규정과 모순되는 법률조항은 무효이다(기본법 제1조 제3항, 제20조 제3항).
예컨대, 1957년 평등에 관한 법률에 의하여 자녀에 대한 친권이 개정되었다. 즉 친권은 부모에게 속한다. 그런데 종전에는 양친 사이에 친권의 행사에 관하여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 경우에는 제1628조 제1항에 따라 부가 친권을 행사하였다. 그리고 제1629조 제1항에 의하여 통상 미성년자인 자녀에 대한 법정대리권은 부에게 속하였었다. 그런데 헌법재판소는 위와 같은 규정들이 남녀의 평등에 관한 기본권에 저촉한다는 이유로 위헌임을 선언하였다(BVerfGE 10, 59).
기본법에 구현된 객관적 가치질서는 법의 모든 범위에 그 효력이 미치며, 사법에도 당연히 미친다. 이러한 헌법의 “방사효”는 민법전을 헌법에 합치하도록 해석하게 만든다. 그 결과 특정 조문이 헌법의 가치질서에 부합하도록 때론 확대하여, 때론 축소하여 해석되고는 한다. 이를 위하여 헌법합치적인 법관의 법해석이 고려될 수도 있다.
민법 제823조 제1항에 의하면, 타인의 “그 밖의 권리”를 위법하게 고의 또는 과실로 침해한 사람은 손해배상의 책임이 있다. 이 경우 민법전의 입법자는 일반적 인격권을 배제하였으나 인간의 존엄 및 자유로운 인격의 발현을 보호하는 기본법 제1조 및 제2조에 의거하여 법원은 일반적 인격권도 제823조 제1항 소정의 그 밖의 권리에 포함된다고 해석하고 있다(BGHZ 13, 334). 민법 253조 제2항은 비재산적 손해에 대하여서만 위자료의 지급을 명하고 있고, 일반적 인격권의 침해의 경우에는 그것을 명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법원은 이 조항을 헌법합치적으로 해석하여 일반적 인격권을 중하게 침해한 경우에는 위자료의 지급을 명할 수 있다고 해석한다(BVerfGE 34, 269).
헌법의 기본권은 결과적으로 법률행위, 특히 계약의 효력에 영향을 미친다(기본권의 제3자적 효력). 이는 헌법의 명시적 규정(기본법 제9조 제3항 제2문)에 의하거나 - 그러한 명시적 규정을 결하더라도 - 민법의 일반적 조항을 통하여 그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일반조항을 해석함에 있어서는 헌법재판소의 판례에 따르면 기본권이 “기준”으로서 지켜져야 한다. 누군가에게 그와 관련하여 불리한 일이 생긴다면 이는 그의 기본권을 침해한 것이다(BVerfGE 7, 198, 206 이하).
기본법 제9조 제3항 제1문은 근로조건의 보장과 보호를 위하여 단체교섭권을 보장하고 있다. 기본법 제9조 제3항 제2문에 따르면, 이러한 권리를 제한하거나 방해하는 어떤 합의도 무효이고, 그것을 목적으로 한 어떤 처분도 위법하다. 이에 따라 노동조합을 설립하지 못하도록 하는 사용자와의 합의는 무효이다. 어떤 계약이 그 계약 안에 양심의 자유를 포기하도록 하고 있다면(예컨대 교회의 탈퇴의무 등), 기본법 제4조 제1항의 양심의 자유가 보장되고 있는 것과 관련하여 민법 제138조 제1항에 따라 그 계약은 무효이다.
또한 사회적 균형의 기본사상은 기본법에 의하여 헌법적으로 강화되어진다. 이는 사회적 기본권과 사회법치국가의 일반조항(기본법 제20조 제1항)으로부터 얻어질 수 있는 결과이다.
기본법 제9조 제3항은 단체교섭의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이는 자유로운 단체협약을 체결할 제도를 보장하는 것뿐 아니라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서는 단체행동권을 행사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기본법 제14조 제1항은 재산권의 보장을 규정하고 있을 뿐 아니라, 재산권의 내용과 한계는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음을 규정하고 있다. 기본법 제14조 제2항은 재산권의 행사는 공공복리에 적합해야 함을 명시하고도 있다. 나아가 기본법 제14조 제3항에서는 재산권의 수용과 관련하여 그 조건을 규정하고 있다. 또한 기본법 제6조 제1항은 혼인은 부부의 공동체로서, 그리고 가정은 무모와 자녀의 결합체로서 국가의 특별한 보호를 받으며, 입법자도 혼인과 가정을 훼손하거나 영향을 미칠 수 없음을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상속분을 폐지함으로써 배우자와 자녀로부터 상속받을 권리를 완전 없애는 것은 헌법에 불합치한다.
III. 규범의 내용과 분류
1. 재산법과 비재산법
a) 민법전은 주로 개인의 재산적 법률관계를 규율하고 있다.
(1) 우선은 목적물의 양도와 관련한 계약(제433조 이하의 매매, 제480조의 교환, 제516조 이하의 증여), 목적물의 이용과 관련한 계약(제535조 이하의 임대차, 제581조 이하의 사용대차, 제598조 이하의 이용권계약) 또는 대가를 목적으로 특정한 급부를 주기로 하는 계약(제611조 이하의 노무계약, 제631조 이하의 도급계약) 등과 같이 재화의 교환을 주된 목적으로 규율하고 있다. 이와 관련한 모든 문제들은 채권법에 다루게 된다.
(2) 또한 소유권의 객체인 물건에 대한 소유자의 권리보장에 관한 규정, 그리고 그 소유권을 양도할 경우 어떤 방식에 따라야 하는지(부동산의 경우 제925조 이하, 동산의 경우 제929조 이하), 또한 동산의 경우 질권(제1204조 이하)이나 부동산의 경우 근저당권 등(제1113조 이하)과 같이 권리의 부담이 되는 경우를 규정한 것 등도 재산법에 속한다. 이와 관련한 모든 문제들은 물권법에서 다루게 된다.
(3) 또한 신분법에서도 재산법적 문제가 다뤄지는데, 예를 들면 상속의 경우 재산법적 문제가 다뤄지고 있다.
예컨대 피상속인이 소유하던 물건의 소유권이 상속인에게 어떻게 귀속되는지(제1922조), 상속인은 유언의 수증자에 대하여 어떤 의무를 부담하는지(제2303조 이하), 상속인은 어떤 상속채무를 승계하고(제1967조), 어떻게 상속채무의 부담을 제한할 수 있는지(1975조 이하) 등등을 신분법에서 규율한다.
(4) 끝으로 가족법 역시 재산법적 규정을 두고 있다. 예컨대 부부의 재산에 관한 법률 규정(제1363조 이하), 부양료 청구에 관한 규정(제1601조 이하) 또는 자녀의 재산에 대한 부모의 감독 및 보호의무에 관한 규정(제1638조) 등을 생각해보라.
예컨대 부부가 일방이 혼인기간 중 취득한 재산을 공유하기로 한 것인지 또는 각자가 개별적으로 소유하기로 한 것인지는 가족법에 규율되어있다. 부인이 생필품을 취득하면서 짊어지게 된 채무와 관련하여서는 남편도 연대하여 책임이 있다(제1357조). 부부가 이혼할 경우 특히 어려운 재산법적 분쟁이 생길 수 있다(제1372조 이하, 제1587조 이하 참조).
b) 민법전은 아주 적기는 하지만 비재산법적 규범도 포함하고 있다. 성명권 보호의 규정(제12조), 그리고 무엇보다도 대부분의 가족법과 관련한 규정들을 생각해보라.
예컨대 부부의 공동체를 위한 의무에 관한 규정(제1353조), 파양에 관한 규정(제1591조 이하), 자녀의 보호에 관한 규정(제1631조 이하), 입양에 관한 규정(제1741조 이하) 등.
그러나 비재산법적 분쟁도 왕왕 재산법적 분쟁과 연계되고는 한다. 파양이나 입양과 관련하여 부양료청구권이 문제된다. 타인의 성명권을 침해함으로써 재산상 손해를 입힌 경우에는 고의 또는 과실로 그러한 행위를 한 자는 손해배상책임이 있다(제823조 제2항, 제12조 참조).
2. 기속규정과 재량규정
민법전은 기속규정과 재량규정을 포함하고 있는데 그 한계는 매우 유동적이다.
a) 어떤 엄밀하게 규정된 구성요건에 개별, 구체적 사정을 고려함이 없이 매우 엄밀한 법률효과가 주어지는 경우 그러한 규정은 기속규정에 속한다. 이들 규정은 가치판단으로 보충할 여지가 없다. 이는 법적안정성의 측면에서 예외를 허용하지 않는 것이다.
예컨대 제2조에 따르면 사람은 18살이 되면 성년이 된다. 성년자는 완전한 행위능력자가 된다. 이러한 성년자는 18세 되는 마지막 날이 경과함으로써 된다(제187조 제2항 제2문). 이는 개별, 구체적 사정을 고려하지 않는 것이다. 심지어 특정인이 아무리 지혜롭고 행위능력에 있어 지장을 초래하지 않는 경우일지라도 그렇다.
b) 재량규정은 가치판단으로 보충할 여지가 있다거나 법률효과와 관련하여 재량의 여지가 주어진 그런 규정들이 속한다. 이들 규정을 적용함에 있어서는 개별, 구체적 사정들이 참작되어야 한다. 신의성실의 원칙(제157, 242조), 공서양속(제138조 제1문, 제826조) 등에 관한 규정이 이에 속한다.
예컨대 대가를 지급하고 외설전화를 주고받기로 약정한 경우 공서양속에 반하는 것인지는 불편부당한 사람의 보편적 감정을 기준으로 판단되어야 한다. 이 경우 어떤 기준을 취하는지에 따라 여러 결론이 도출될 수 있다(BGH NJW 1998, 2895 등은 공서양속에 반한다고 하였고, 반면 LG Hambufg NJW-RR 1997, 178 등은 공서양속에 반하지 않는다고 하였다). 의료병원을 이전한 경우 기존의 임대인은 제242조에 따라 상당한 기간 동안 이전 안내문의 부착을 수인하여야 한다. 이 경우 어느 기간이 상당한지는 개별, 구체적 사례에서 형평의 관념에 의하여 판단될 수밖에 없다.
c) 기속규정과 재량규정은 명확하게 구분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그 한계는 매우 유동적이다. 대부분의 법규는 기속규정과 강행규정을 조금씩 내포하고 있다.
예컨대 1601조는 직계친족간의 부양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친족의 범위는 제1589조 제1항에서 엄격히 규정하고 있다(기속규정). 그러나 부양료의 액수에 관하여는 1610조 제1항에 따라 상당한 금액으로 정하여져야 한다(재량규정).
3. 강행규정과 임의규정
민법전에서는 언제나 강행규정과 임의규정에 부닥치게 되는데, 위에서 언급한 기속규정과 재량규정에 관한 구분이 강행규정과 임의규정의 구분과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a) 강행규정은 당사자가 임의로 배제한다거나 변경할 수 없는 그런 법적 규정을 내용으로 한다. 법률이 강행적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계약자유의 원칙이 배제되는 것이다. 입법자가 법률관계를 당사자에게 위임하여 규정하지 못하도록 하고 스스로 법률에 정한 경우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존재한다. 입법자는 증거를 확보한다거나 성급하게 계약을 체결하지 못하도록 계약당사자를 보호하기 위하여 계약 체결에 있어 의무적으로 특정 방식(예컨대 서면이나 공증)을 요구할 수도 있다. 또는 무경험자나 경제적으로 약자인 당사자가 불리한 계약조건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도록 규정을 마련할 수도 있다. 또한 정의가 웃음거리가 되는 결과를 회피하기 위하여 강행규정을 두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혼인과 가정의 경우처럼 특정한 제도를 보장하기 위하여 강행규정을 두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예컨대, 토지의 매매계약은 공증이 필요하고(제311조의b 제1항), 이를 결하였을 경우에는 무효인데(제125조 제1항), 그 이유는 증거의 확보, 법적 명확성, 그리고 무엇보다도 경솔한 계약을 예방하기 위함에 목적이 있다.
제617, 618조에 규정된 고용주의 보호의무는 당사자가 계약으로 이를 배제하거나 제한할 수 없는데(제619조), 이는 경제적 약자인 피용자를 보호하기 위함이다.
제276조 제1항 제1문에 따라 채무자는 채권자에게 채무불이행(고의, 과실) 책임이 있는데, 과실책임은 계약으로 미리 배제할 수 있다(계약자유의 원칙). 그러나 고의책임을 미리 면책시킬 수는 없다(제276조 제3항). 그 이유는 채무자가 예컨대 자의로 매매목적물을 훼손한 경우에도 면책조항에 따라 책임이 없다고 한다면 정의에 반하기 때문이다.
가족법의 대부분의 규정은 강행규정이다. 그리하여 부부의 공동체 유지의무(제1353조 제1항)는 혼인계약에서 모든 기간 이를 배제시킬 수 없다. 그 이유는 혼인제도를 보호하기 위함에 있다.
어떤 조항이 강행규정인지는 법률의 문언으로 알 수 있다(예컨대 제125, 138조, 제276조 제3항, 제619조). 그러나 이것이 불가능할 때는 가장 먼저 법률의 목적으로부터 이를 알 수 있다(예컨대 가족법의 대부분의 규정).
b) 임의규정은 당사자가 임의로 배제한다거나 수정할 수 있는 그런 법률조항을 내용으로 한다. 그런 의미에서 계약자유의 원칙이 가능한 영역이다. 입법자는 계약당사자가 계약에서 의식하든 의식하지 못하든 모든 가능한 경우를 예상하여 약정을 하지 않을 것에 대비하여 임의규정을 제정하게 된다. 이 경우 법률은 이성적 당사자라면 합의하였을 결과에 합치하는 쪽으로 규정을 마련하여 둔다. 그리고 당사자가 그 점에 관하여 다른 특약을 하지 않은 한 임의규정이 적용되게 되는 것이다.
예컨대 매도인은 매수인에게 매매목적물을 인도해야 하는데, 그 목적물에 하자가 있는 경우를 가정해보자. 이 경우 매수인이 어떤 권리를 갖는지는 우선 계약의 내용에서 끌어낼 수 있다. 계약으로부터 매도인이 하자를 제거할 의무가 있다는 결론을 끌어낼 수 있다면 매수인은 매도인에게 하자보수를 청구할 권리가 있다. 그러나 계약에서 그 경우 매수인이 어떤 권리를 갖는지를 끌어낼 수 없다면, 법률이 적용되는데, 제437조에 의하면 이 경우 매수인은 추가이행을 요구하거나 계약을 해제하거나 매매대금의 감액을 요구하거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중고자동차를 사고팔 때는 일반적으로 자동차의 하자와 관련하여서는 청구권을 배제하는 것으로 합의를 하는 것이 보통이다. 이러한 면책에 관한 합의는 제434조 이하가 임의규정이므로 유효하다. 그러나 법률은 이 경우 계약자유의 원칙의 한계를 설정해두고 있다. 매도인이 하자에 관하여 악의적으로 이를 숨긴 경우에는 위와 같은 면책의 합의를 하더라도 이는 무효이다(제444조). 이는 입법자가 매도인이 특히 비난받을 만한 행동을 하였음에도 그를 면책시키는 것은 정의의 관점에서 올바르지 않으므로 그 제한을 가한 것으로서, 그런 한에 있어 강행규정인 것이다.
IV. 체계 및 분류
1. 체계
a) 민법전은 가능한 한 광범위한 사항을 규율하려다 보니 입법자는 추상화를 통하여 일반적 규정을 만들고 구체적 규율이 그에 의거하도록 하였다. 그 결과 어떤 구체적 사례를 해결하는데 관련된 규정들이 상호 모순하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다. 법적 규정이 추상화되면 될수록 초학자들에게는 더욱 이해하기 어려운 법이다. 특히 민법 총칙편은 그 성립부터 일반적 개념, 정의, 법규 등을 정립하기 위한 것이다.
민법전은 또한 그 체계상 일반적인 것에서 시작하여 개별적인 것으로 나아간다. 이러한 방법론을 수학을 빌려 말한다면 Ausklammerungsmethode라 부를 수 있다. 즉 여러 규정에서 공통적인 것을 추출하여 괄호 앞에 두고 개별적인 것들은 여전히 괄호 안에 남겨두는 방식이다.
(1) 민법전의 표제만 일별해도 민법전의 각 편이 위와 같은 방법으로 편제되었음을 알 수 있다.
예컨대, 채권법 제8장(제433~853조)은 개별적 계약관계를 다루고 있다. 이런 개별적 계약관계에서 공통적 사항은 그에 앞서 다루고 있는데, 예를 들어 채무관계의 소멸은 제4장(제362조 이하)에서 다루고 있다. 그곳에서는 채권자의 채무자에 대한 청구권이 어떤 요건 하에서 소멸하는지를 규정하고 있다. 이들 규정은 그 청구권이 매매, 임대차, 도급계약 등에 기한 것인지 와는 무관하게 적용되는 것이다.
물권법에서도 동산과 부동산을 구분하고 있으나 제1장(제854조 이하)에서 맨 처음 점유(물건에 대한 사실적 지배) 관계를 다루고 있는데, 이는 동산과 부동산에 공통적으로 적용되기 때문이다. 제873조에서는 토지의 권리는 물권적 합의와 등기에 의하여 취득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소유권이든 저당권이든 모든 토지의 권리에 적용된다. 토지의 소유권을 취득함에 있어 특별한 규정은 제925조인데 이는 제873조에 의한 물권적 합의는 토지의 소유권의 경우에는 특정 방식을 요한다는 것이다.
가족법에서도 부양의무에 관한 일반적 규정이 먼저 다뤄지고 있다(제1601조 이하). 혼인외의 출생자에 대하여는 제1615조a 이하가 특별히 규정하고 있다.
상속법에서는 유언에 관한 규정에 앞서 일반적 규정을 두고 있는데, 예를 들어 제2064조는 누구든지 유언은 스스로가 하여야 하고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하게 할 수는 없다고 하고 있다. 이러한 규정은 모든 유언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것으로서 유산상속에 관한 유언(제2편)이나 상속인에 관한 유언(제3편), 상속재산의 관리처분에 관한 유언(제4편) 등에 모두 적용되는 것이다.
(2) 이처럼 Ausklammerungsmethode가 민법전 전반에 흐르고 있다. 무엇보다도 민법전 제2 내지 5편의 공통된 사항들은 민법전 총칙편에 집결되어있다.
제433조의 매매에 관한 규정은 매매계약에서 성립하는 매도인과 매수인의 의무로부터 시작하고 있다. 제433조(“매매계약을 체결함으로써...”)는 매매계약의 체결을 전제로 하나, 그것이 어떻게 성립하는지는 전혀 언급하고 있지 않다. 마찬가지로 제535조는 “임대차계약을 체결함으로써...”로만 시작하고 있고, 제611조도 “고용계약을 체결함으로써...”로만 시작하고 있다. 어느 경우나 공통적으로 제기되는 문제, 즉 어떻게 계약이 성립하는지는 다루고 있지 않다. 채권법에서의 계약이라면 그 문제는 채권법 총칙편에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계약의 문제는 민법전의 다른 편에서도 취급되고 있는데, 예를 들어 토지의 권리의 취득과 관련하여 이미 언급한 물권적 합의(제873조)는 다름 아닌 계약이다. 혼인계약(제1408조), 사인증여(제2274조) 등도 계약이다. 따라서 이러한 계약의 성립에 관한 규정은 총칙편(제145조 이하)에서 다룬다.
(3) 민법전의 총칙편에서도 Ausklammerungsmethode가 관철되고 있다. 예컨대 제145조 이하와 제147조 이하에서는 각각 계약은 일방의 청약의 의사표시와 타방의 승낙의 의사표시에 의하여 성립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청약이나 승낙 모두 의사표시이다. 의사표시에 대하여는 그보다 앞선 절(제116조 이하)에서 다루고 있다. 의사표시가 효력을 갖기 위한 조건은 표의자에게 행위능력이 있어야 한다. 행위능력은 제3장 제1절(제104조 이하)에서 취급되고 있다.
사례 : V는 K에게 10,000유로에 자동차 한 대를 팔았다. 나중에 K는 매매계약을 체결할 당시 정신병자이었음이 판명되었다. V는 K에게 매매대금을 청구할 수 있는가?
해결 : 매매대금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는 제433조 제2항에 규정되어있다. 이를 위하여서는 매매계약이 성립되어야 한다(제433조 제1항 제1문). 계약은 청약과 승낙, 즉 쌍방의 합치된 의사표시에 의하여 성립한다(제145조 이하). 의사표시는 유효한 것이어야 한다. 그런데 K가 정신병자이었다면 제104조 제2호에 의하여 그는 행위무능력자이다. 행위무능력자의 의사표시는 제105조에 따라 무효이다. 결국 K는 유효한 의사표시를 한 것이 아니므로 매매계약은 성립하지 않고, V가 K에 대하여 매매대금을 청구할 권리 또한 없다.
b) 민법전은 준용 규정을 통하여 중복을 회피하고 있다. 왕왕 어느 한 규정을 통하여 다른 여러 규정을 준용하도록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준용 규정을 준용하기도 한다. 이와 같이 기술적으로 준용 규정이 활용됨으로써 초심자에게는 낙담이 될 수도 있다.
아주 극단적인 예(그러나 그저 읽기만 할 뿐,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는 말라!) : 제2013조를 보라. 또한 제819조 제2항은 제817조 제1항의 구성요건을 전제로 한다. 그리고 제819조 제1항을 준용하고 있다. 그런데 제819조 제1항은 제818조 제4항을 준용하고, 제818조 제4항은 제292조가 포함된 “다른 규정들”을 준용하고 있다. 그리고 제292조는 제987조 이하의 소유자와 점유자의 관련 조문들을 다시 준용하고 있다(상세는 Budde, Verweisung im BGB, Jura 1984, 578).
2. 분류
지금까지 언급한 것에서 알 수 있는 바와 같이 민법전의 편제는 모두 5편으로 이루어져 있다.
a) 민법 총칙편은 다른 특별한 규정이 없으면 통상의 시민들에게 민법으로서 적용될 규정을 내용으로 한다. 민법전의 제1편은 사람, 물건, 법률행위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다.
b) 채권법은 채권, 채무관계를 규율하고 있다. 사인간의 특별관계인 것이다. 이러한 특별관계는 계약에 의하여 성립하기도 하고(예컨대 제311조 제1항 매매), 법률에 의하여 성립하기도 한다(예컨대 제823조).
c) 물권법은 사람의 물건에 대한 관계를 규율한다. 물건에 대한 사실적 지배(점유)를 비롯하여 법적인 지배력(소유권), 제한물권(저당권, 질권 등) 등의 규정을 포함하고 있다.
d) 가족법은 혼인과 친족 및 후견, 친족회 등을 규정하고 있다.
혼인법에서는 민법전 제1편의 규정이 자주 적용되지 못한다. 이는 혼인법의 특수성으로 말미암아 특별 취급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혼인계약도 계약이므로 다른 계약과 마찬가지로 무능력자는 혼인계약을 체결할 수 없다(제1304조, 제104조 이하). 또한 계약체결에는 특별한 방식이 요한다(제1310조 제1항, 제1311조 이하, 양 당사자 본인이 담당공무원 앞에 출석하여)
따라서 혼인계약을 예컨대 우편이나 전화로 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신랑이 결혼식 전날의 여파로 담당공무원 앞에 출석하지 못하고 그 친구를 그를 대리하여 보내는 것도 허용되지 않는다. 제1311조 제1항(스스로 출석)은 대리에 관한 규정(제164조 이하)이 적용되지 않는다. 담당공무원 앞에서의 의사표시 또한 조건부나 기한부로 할 수는 없다(제1311조 제2항). 조건부, 기한부에 관한 민법 총칙의 규정들(제158조 이하)이 이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는 것이다.
c) 상속법은 사람이 죽음으로써 재산법을 규율하기 위한 법이다. 사람은 사망으로서 법적 삶이 끝나고 더 이상 권리의무의 주체가 될 수 없으므로, 그 사망한 사람을 대신하여 누가 권리의무를 승계하는지를 상속법이 정한다.
상속법은 부분적으로는 민법 총칙편과 다른 규정을 두고 있다. 예컨대 유언의 취소에 관하여서는 의사표시의 취소에 관한 일반적 규정인 제119조 이하와는 달리 제2078조 이하에서 규정하고 있다. 대리에 관한 규정(제164조 이하)도 유언의 성립의 경우에는 적용이 없다(제2064조).
V. 적용범위
법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서는 우선 민법전이 적용될 수 있는지부터 심사해봐야 한다. 민법전을 대신하여 각주의 사법적 규범, 또는 민법전이 시행되기 이전의 규범, 또는 외국의 규범이 적용되어야 할 것인지 의문이 생길 수 있다. 그 때는 민법전의 시, 공간적 적용범위가 문제가 된다. 민법전 시행에 관한 법률에는 이와 관련한 다수 규범을 두고 있다(1896. 8. 18.자 EGBGB, 최근 2004. 4. 23.자로 개정된 것 참조).
동독이 서독에 편입된 이후(1990. 10. 3.)에는 민법전 및 그 부속법률이 구 동독지역에도 적용되게 되었다(통일조약 제8조). EGBGB 제230조 이하에 의하여 몇몇 예외규정이 있다.
1. 사물적 범위
연방의 사법으로서 민법의 각주의 사법과의 관계는 기본법 제31조에 규율되어져 있다. 즉 “연방법은 각주의 법에 우선한다.” EGBGB 제55조의 원칙도 이와 같은데, 위 규정에 따르면 각주의 사법적 규정은 효력을 상실한다. 민법전의 주된 목적은 사법의 영역에서 독일 전역의 법적단일성을 이룩하는데 있다.
그러나 각주의 사법은 EGBGB 제55조에 의하여 그들 규정이 민법전이나 EGBGB에 따로 규정되어있는 한 여전히 존속할 여지가 있다. 특히 EGBGB 제56조, 제59조 이하에서는 각주의 사법을 위한 유보조항을 두고 있다. 이 조항은 입법과정에서도 특히 독일의 법적단일성을 훼손하는 조항으로서 논란이 많았다.
법적 사안에 따라 제국법이나 연방법이 규율함으로써 그러한 한도 내에서는 각주의 사법은 적용할 대상이 소멸된다. 이점은 앞으로도 연방법률의 제정에 의하여 더욱 그러할 것이다.
EGBGB 제67조에 의하면 광산법은 각주의 법에 위임되어있다. 그러나 연방은 단일한 법률로써 광산법을 제정할 권한이 있으므로(기본법 제74조 제11호, 제72조), 그러한 광산법이 제정할 수 있다. 실제로 연방이 단일한 법률로써 광산법(1980. 8. 13.자)을 제정함으로써 이 법이 각주의 광산법에 우선하게 되었다(기본법 제31조).
2. 시적 범위
1900. 1. 1.(민법의 시행일) 이전에 성립한 법률관계에 대하여 1900. 1. 1. 이후 기존법을 적용할 것인지, 민법전을 적용할 것인지 논란의 여지가 있다. 이 문제는 1900년대 들어와 1년 사이에 특히 비중이 컸으며 EGBGB 제157~218조에도 종합적으로 규율되어져 있다. 그런데 시간이 흐름에 따라 점차 그 중요성을 상실하였다. 어쨌든 1900년 이전에 체결된 매매계약은 오랜기간에 걸쳐 모두 청산되었다. 또한 19세기에 체결된 혼인은 부부의 사망으로 해소되었다. 그러나 임대차나 사용대차(EGBGB 제171조 이하), 소유권(EGBGB 제181조 이하), 상속법(EGBGB 제213조 이하) 등의 경우 장기간의 법률관계로 인하여 오늘날에도 여전히 위와 같은 문제가 대두될 수 있다.
어떤 물건이 누구의 소유인지 하는 문제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상속관계를 소급하여 따져보는 것이 상당히 중요할 수 있다. 이 경우 민법전 시행 전의 상속법을 적용할 수 있는지의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만약 피상속인이 1900. 1. 1. 이전에 사망하였다면 EGBGB 제213조에 따라 종전의 법률이 적용되어야 한다. 더욱이 위 규정에 따르면 상속의 경우 1900. 1. 1. 이후에는 민법전이 적용된다. 그러나 만약 피상속인이 1899. 12. 31. 이후 사망하였을 지라도 1900. 1. 1. 이전에 유언을 하였다면, 위 유언이 유효한지 여부는 유언을 한 시점에서 민법전은 효력이 없으므로 그것으로써 판단할 수는 없으므로 위와 같은 규정은 별 의미가 없다. 당시 유언자는 위와 같은 규정이 있는지 조차 알 수 없었으므로 종전 규정에 따라 유언을 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이에 따라 EGBGB 제214조는 유언자의 사망으로 인한 상속이 1899. 12. 31. 이후 발생하였더라도 유언의 성립에 관하여는 종전의 법률에 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피상속인이 1990. 10. 3.(구동독이 서독에 편입한 날) 이전에 구동독 지역에서 거주하다가 사망한 경우에도 마찬가지 문제가 생긴다. 이 경우에는 구동독의 상속법의 적용을 받는다(EGBGB 제235조 제1항 제1문). 만약 피상속인이 1990. 10. 3. 또는 그 이후 사망한 경우라도 유언이 그전에 되어있다면 종전의 법률에 따라 판단되어야 한다(개별, 구체적으로는 EGBGB 제235조 제2항). 이로써 과거 일단 유효하게 성립된 유언의 효력이 영속될 것이란 점에 대한 신뢰는 보호를 받는 것이다.
3. 장소적 범위
민법전은 독일 연방의 영토 내에서만 유효하고 다른 국가의 영토 내에서는 효력이 없다. 그런데 다른 국가의 사법 규정이 관련되는 경우가 자주 생긴다.
예컨대 한 독일 사람이 러시아로 파이프를 공급하고, (쾰른, 암스테르담, 마드리드 등에서) 네덜란드인과 레스토랑에서 싸움을 하고, (뮌헨, 브뤼셀, 로마 등에서) 벨기에인과 결혼하고, 다시 독일에서 이혼하고, 미국에 거주하는 삼촌의 사망으로 유산을 상속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위와 같은 섭외적 분쟁사안에서는 어느 국가의 법, 즉 독일 민법전 또는 다른 국가의 사법을 적용해야 하는지가 결정되어야 한다. 이에 대한 해답은 우선 EGBGB 제3~46조에서 찾을 수 있다. 또한 이러한 섭외사건의 분쟁은 국제사법의 분야에 속한다. 사법의 장소적 효력범위와 관련하여서는 위와 같은 어려운 섭외사건적 문제가 다뤄지는데 여기서는 상세히 고찰하지 않기로 한다.
국제사법이란 표현이 다소 혼동을 유발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국제법이나 초국가적 법률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국가 및 국가간의 법을 다루는 것이다. 말하자면 독일 국제사법은 독일 법관에게 섭외적 분쟁에서 독일법을 적용해야 하는지 아니면 외국의 법을 적용해야 하는지를 정하고 있는 것이다.
이 경우 독일법은 사람의 권리능력이나 가족법, 상속법과 관련하여서는 많은 외국이 당사자의 주거지를 기준으로 준거법을 정하는데 반하여 당사자의 본국법을 준거법으로 하고 있다. 이 때문에 여러 어려움이 예상된다.
예컨대 쾰른에 거주하는 미국인 부부가 쾰른시 가정법원에서 이혼을 하고자 하는 경우, 독일 국제이혼법에 따르면 본국법의 적용을 받는다(제17조 제1항 제1문 제1호 및 EGBGB 제14조 제1항 제1호). 그런데 (미국) 본국법이 이혼의 경우에는 부의 거주지 법을 적용하도록 되어있기 때문에 이러한 반정조항이 독일법의 관점에서도 효력이 있는지 문제가 된다. 다시 당사자의 본국법을 적용하도록 한 독일 국제이혼법의 문제로 되돌아온다. 이러한 복잡한 반정의 문제를 피하기 위하여서는, 미국법은 독일의 실체법만을 준거법으로 하도록 규정한 것이고(EGBGB 제4조 제1항 제2문) 독일 법관은 이혼의 신청에 대하여 독일법에 따라 판단해야 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리는 것이 필요하다.
독일법에서 외국의 법을 적용하도록 하였더라도 항상 그 외국법이 준거법이 되는 것은 아니다. 보통은 그 외국법이 준거법이 될 것이지만, 그 외국법을 적용하는 것이 공서양속에 반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EGBGB 제6조는 외국법을 적용하는 것이 공서양속에 반하거나 독일법의 목적에 반하는 경우에는 그 외국법을 적용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예컨대 일부다처에서 혼인이 성립하는지는 혼인한 시점에서 당사자의 본국법에 따라 판단되어야 한다(EGBGB 제13조 제1항). 그러나 기혼인 외국인이 그 본국법에서는 일부다처를 허용하고 있을지라도 독일에서 같은 나라 여성과 결혼하고자 한다면 이러한 결혼은 본국법에는 반하지 않으나 공서양속, 다시 말해 일부일처의 근본사상에는 저촉된다.
제3장 법의 적용
I. 일반론
1. 법적용의 개념과 목적
a) 법적용이란 생활사실에 법적 규정을 적용하는 것이다. 법률은 늘 추상적으로 요건을 정하고 거기에 법률효과를 부여한다. 법을 적용하기 위하여서는 우선 법률이 정한 구성요건을 충족하는 사실관계가 존재하는지부터 심사해봐야 한다. 그 존재가 확인되면 법이 정한 법률효과가 부여된다. 즉 상위명제로서 법적 구성요건에 하위명제로서 생활사실이 포섭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포섭의 결과는 법률의 규정에서 해당 구체적 사실을 위하여 얻어진 법률효과인 것이다.
예 :
(1) V는 K에게 200,000유로에 부지를 팔고자 하였다. K는 V의 제안에 동의하였다. 이에 두 사람은 매매계약을 구두로 할 수 있는지 아니면 서면으로 할 수 있는지, 서면으로 하는 경우 공증을 받아야 하는지 등을 알고자 한다.
상위명제 : 제311조b 제1항 ; “일방이 계약을 통하여 토지의 소유권을 이전하는 의무를 부담하는 경우 그 계약은 공증된 서면에 의하여야 한다.”
하위명제 : V는 K와의 매매계약으로 K에게 토지의 소유권을 이전할 의무가 있다.
결론 : V와 K의 토지 매매계약은 공증된 문서로 하여야 한다. 구두나 서면만으로는 불충분하다.
(2) K는 V에게 매매계약의 공증된 서면에 따라 토지의 인도와 소유권 이전을 요구하였다. 정당한가?
상위명제 : 제433조 제1항 제1문 ; “매매계약에서 매도인은 매수인에게 물건을 인도하고 그 소유권을 이전할 의무가 있다.”
하위명제 : B는 K와 200,000유로에 토지의 매매계약을 체결하였다.
결론 : K는 V에게 토지의 인도와 소유권 이전을 정당하게 요구할 수 있다.
(3) 6명의 동호인이 “Liedertafel Schönberg e. V."라는 명칭의 단체(등록된 단체)를 결성하기로 하였다. 이제 이들은 유효한 단체로서 등록하기 위한 회원수를 갖춘 것인지 궁금하다.
상위명제 : 제56조 ; “등록된 단체(즉 지방법원에 등록된 단체, 제55조 참조)는 회원의 수가 최소한 7명 이상이어야 한다.
하위명제 : 6명의 회원이 등록된 단체를 설립하고자 한다.
결론 : 지방법원은 등록된 단체의 요건으로서 최소 회원수를 충족하지 못하였으므로 단체의 등록을 거절할 것이다.
b) 법적용은 법적 문제가 분쟁에 이르기 전에 이를 해결하는 유용한 수단이 되기도 한다. 물론 분쟁을 재판하는데는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앞서 예시한 (1)의 사안에서 V가 공증인에게 토지매매계약을 체결하려고 하는데 특별한 형식이 요하는지를 물어볼 수도 있다. 또한 (3)의 사안에서 동호인 중 1명이 법원의 담당공무원에게 단체 등록에 필요한 요건이 무엇인지를 문의할 수도 있다. 또한 (2)의 사안에서 K는 그가 매매목적물인 토지를 취득할 권리가 있는지, 있다면 어떻게 취득할 수 있는지 등의 자문을 받을 수도 있다. K의 변호사가 V를 상대로 토지의 인도 및 소유권이전의 소송을 제기하였을 때만 법관은 분쟁의 해결을 위하여 위 사안에 관여하게 된다.
2. 법관의 법률에의 기속
법관은 법률과 법에 기속된다(기본법 제97조 제1항, 제20조 제3항). 말하자면 법관은 그가 생각하고 있는 형평의 기준이나 감정 또는 자의에 따라 재판을 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법관이 어떤 법률적 규정이 합목적성에 반한다고 생각한다면 문헌을 통하여 이를 비판하는 의견을 게재할 수는 있다. 또한 그 법률을 개정하도록 의회 의원과 접촉하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러나 분쟁사안을 재판함에 있어서는 그의 개인적 생각으로 잘못되었다는 법률적 규정을 적용해야 할 경우라면 이를 적용해야 한다. 비록 법관이 특정한 법률을 적용하는 것이 그의 양심에 반하더라도 그는 그러한 법률에조차 구속을 받는 것이다. 심지어 법관은 어떤 법률 규범이 헌법에 반한다고 생각되더라도 재판에서 그 규범을 간단히 무시할 수는 없다. 그 경우 법관은 해당 법률이 기본법에 위반하는지 여부를 헌법재판소에 제청할 의무가 있다(기본법 제100조, 헌법재판소법 제80조 이하).
헌법재판소가 그 해당조문을 위헌이고 무효라고 선언한다면 그때 비로서 법관은 그 조문을 따르지 않아도 된다. 반면 그 조문이 헌법재판소의 판결에 의해 헌법에 반하지 않는다고 선언된다면 법관은 여전히 그 조문이 헌법에 반한다고 개인적 생각을 갖고 있더라도 당해 사안을 재판함에 있어서는 그 조문을 적용하지 않을 수 없다.
법관이 법률에만 기속되도록 하기 위하여 법관의 독립성이 헌법에 보장되어있다(기본법 제97조). 독일 법관법(제25조 이하)에도 개별, 구체적으로 법관의 독립이 보장되어있다.
이에 따라 법관은 사안에 관련하여서는 완전 독립되어있다. 그는 오로지 법률에만 기속될 뿐이고 직무상 감독자나 장관의 지시에 구속을 받지 않는다.
지방법원장은 법관에게 특정 사안에서 어떤 증인을 채택하라거나 청구를 기각하라는 등을 암시하거나 지시해서는 안 된다. 반면 검사는 검사동일체의 원칙상 특정 소송절차에서 상사의 지시에 따라 어떤 증인을 신청한다거나 피고인의 무죄를 구형할 수도 있다.
사안과 관련한 독립을 보장하기 위하여 법관은 또한 신분상으로도 독립되어 있어야 한다. 이에 따라 종신직 법관의 경우 원칙적으로 파면되거나 전직될 수 없다(기본법 제97조 제2항).
종신직 법관에게 (병환 중인 동료판사를 대신하여) 다른 법원의 임시 법관으로 근무를 명한다거나 심지어 상급법원의 판사로 보직을 부여하는 경우에는 그 해당 법관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3. 법관에 의한 법적용
사례 : 원고 Kramer는 피고 Becker를 상대로 지방법원에 피고는 원고에게 600유로를 지급하라는 소를 제기하였다. 청구원인은 피고가 2004. 5. 1. 원고의 창문을 향하여 의도적으로 사격을 가함으로써 원고를 놀라게 하였다는 것이다. 이에 의해 창문이 파손되었고 새로 창문을 고체하는데 600유로가 들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하여 법관은 어떻게 판결하여야 하는가?
a) 법관은 원고가 희망하고 있는 법률효과를 부여하고 있는 법률규정에 원고가 주장하는 사실관계가 포섭될 수 있는지 여부를 우선 심사해야 한다.
먼저 제823조 제1항이 고찰대상이 된다. 이 규정은 “타인의 소유권(원고의 창문)을 침해(총격을 가하여 훼손)한 자(피고)”를 요건으로 한다. 그런데 위 침해는 위법하게 이뤄져야 한다. 말하자면 위법성 조각사유(예컨대 제227조의 정당방위 등)가 없어야 한다. 사례의 경우 위법성 조각사유가 있는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끝으로 침해는 고의로 야기되어야 한다. 이 경우 피고가 인식, 인용 하에 구성요건적 사실을 실현하였다면 고의가 있는 것이다. 원고가 주장하는 바에 따라 이러한 제823조 제1항의 구성요건적 사실의 충족 여부가 심사되어진다. 이어 제823조 제1항은 “타인(원고)의.... 침해한 자(피고)는 그로 인하여 발생한 손해(훼손된 창문)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편 제249조 제2항은 “물건의 침해(훼손된 창문)를 이유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경우(여기서는 제823조에 따라)에는 채권자(원고)는 그 물건의 공급(새로운 창문의 설치)에 갈음하여 그에 소요되는 비용(여기서는 600유로)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이에 따라 원고가 제기한 청구는 인용될 수 있다.
b) 법관이 원고가 주장한 내용에 따라 그 주장이 정당하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면, 그 다음에는 피고가 제출한 주장이 중요한 의미가 있는지 여부를 심사하게 된다.
피고는 원고의 창문에 총격을 가한 사실이 없다고 다툴 수 있다. 만약 피고가 원고의 소유권을 침해하지 않았다면 제823조 제1항에 의한 손해배상책임은 부정되고 원고의 청구는 기각된다. 소송 중에 피고가 총격을 가하였는지 쟁점이 되는 경우 법관은 피고가 창문에 총격을 가하였다는 원고의 주장에 대해 그것이 사실인지 여부를 확정해야 한다.
피고의 총격에 관한 원고의 주장이 사실인 것으로 입증되면 피고의 그 밖의 주장이 법적으로 중요한 의미가 있는지 검토될 것이다. 그중에는 우선 총을 잘못 발사하여 원고의 창문이 훼손되었다고 주장할 수 있다. 이 경우 피고는 고의로 행한 것이 아니라고 다투는 취지이다. 고의가 없는 경우에는 제823조 제1항에 의한 손해배상책임은 면책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위 규정에 따르면 고의와 과실은 동일한 것으로 평가되기 때문이다(즉 “고의 또는 과실로...”라고 규정되어있다). 276조 제2항에 의하면 과실이란 거래상 필요한 주의의무를 결한 것을 말한다. 이에 따르면 사례에서 피고가 의도적으로 원고의 창문에 총격을 가한 것인지 아니면 부주의하여 총격을 가한 것인지는 별 차이가 없다. 따라서 피고가 부주의로 원고의 창문을 훼손하였다는 피고의 주장은 법적으로는 중요한 의미가 없다.
사례에서는 피고가 원고의 창문에 총격을 가하였는지가 다투어지는 것만이 법적으로 의미 있을 뿐이다.
c) 당사자 사이에 법적으로 의미 있는 사실관계가 다투어지는 경우 법관은 입증책임을 고려한다.
(1) 어떤 사실이 법적으로 의미가 있는 사실인지는 당사자가 주장하는 사실을 법률에 포섭함에 있어 제기되는 문제이다. 만약 문헌에서 사실관계가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확정하는 것이 법관의 임무라고 한다면 이는 잘못된 것이다.
피고가 원고의 창문에 총격을 가하였는지는 법적으로 의미 있는 사실로서 입증되어야 할 문제이다. 그러나 피고가 의도적으로 또는 부주의로 총격한 것인지 다투어지는 것이라면 이에 대하여 법관이 입증을 요구한다는 것은 잘못이다. 왜냐하면 제823조 제1항에 의하면 피고가 고의로 한 것이든 (단순한) 과실로 한 것이든 손해배상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2) 입증책임의 대상이 되는 사실은 당사자가 그것을 다투는 경우에만 그렇다. 소송당사자가 주장한 사실을 상대방이 다투지 않는 경우에는 자백한 것으로서 인정된다(민사소송법 제138조 제3항). 이 경우 법관은 그 사실을 자백한 것으로 인정하고 그와 다른 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 이는 심지어 그 사실의 진위에 관하여 의문이 있다거나 그 진정성을 확신할 수 없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600유로의 지급을 구하는 소에 있어서는 새로운 창문을 교체하는데 600유로가 소요되었어야만 전부 인용될 수 있다. 그러나 사례에서는 법관이 원고가 최대 570유로를 지출하였다고 믿고 있더라도 원고는 이를 입증할 필요가 없다. 왜냐하면 원고는 창문을 교체하는데 600유로가 들었다고 주장하였고 피고는 이에 대하여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손해액은 600유로로 다툼이 없게 확정된 것이다.
(3) 법적으로 의미 있는 사실과 그중에 다툼이 있는 사실에 대한 입증방법은 민사소송법에서 정하고 있다.
앞선 사례에서 원고는 피고가 창문에 총격을 가하였다고 하는 사실을 입증하기 위하여 증인 A, B를 신청하고, 피고는 그 당시 드라이브 중이었고 따라서 사건현장에 있지 않았다는 사실을 입증하기 위하여 증인 X를 신청하였다면, 법관은 그들 모두를 증인으로 소환하게 된다.
입증 여하에 따라서는 다음의 3가지 결과가 생긴다.
(a) 첫 번째 가능성 : 원고의 주장이 사실이라는 심증을 법관이 갖는 경우이다. 이 경우에는 원고가 승소한다.
예컨대 법관이 V, B의 증언이 신빙성이 있다고 보고 피고가 원고의 창문에 총격을 가하였다는 사실에 대한 심증을 갖게 된다면 제823조 제1항, 제249조 제2항에 의하여 원고의 청구를 인용하여 피고는 원고에게 600유로를 지급하라고 판결할 것이다.
(b) 두 번째 가능성 : 피고의 주장이 정당하다는 심증을 법관이 갖는 경우이다. 이 경우에는 피고가 승소한다.
예컨대 피고가 사건현장으로부터 50km 떨어진 지점에 정차 중이었다는 증인 X의 증언에 신빙성이 있고, 반면 증인 A, B는 그 당시 총소리를 들었으나 누가 총격을 가하였는지 확실하지 않다고 하였다면, 법관은 피고가 총격을 가한 것은 아니고 따라서 823조 제1항 소정의 구성요건적 행위를 하지는 않았다고 심증을 가질 것이므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할 것이다.
(c) 세 번째 가능성 : 입증절차를 거쳤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고의 주장이 정당한지, 아니면 피고의 주장이 정당한지 어떠한 확신도 가질 수 없는 경우이다. 이때도 법관은 분쟁을 해결해야 한다. 이 경우에는 다투어지고 있는 사실에 대한 입증책임을 부담하고 있는 당사자가 불이익을 받는다. 입증책임의 문제는 몇몇 사례에서는 법률에 명시적으로 규정되어있다(예컨대 제179조 제1항). 그 밖의 경우에는 자신에게 유리한 규범을 적용하기 위한 사실이 존재한다는 점은 그것을 주장하는 당사자에게 입증책임이 있다.
법관이 입증절차를 거쳤으나 피고가 창문에 총격을 가하였다는 원고의 주장이 사실인지 또는 그가 총격을 가하지 않았다는 피고의 주장이 사실인지 분명하게 확정할 수 없는 경우 청구는 이유 없는 것이 된다. 왜냐하면 원고는 제823조 제1항 소정의 구성요건, 즉 피고가 원고의 소유권을 침해하였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입증하지 못하면 원고에게 유리한 제823조 제1항의 규정을 적용할 수 없고 따라서 그의 청구를 기각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II. 법률의 해석
Schriftum M. Huber, Savignys Lehre von der Auslegung der Gesetz in heutiger Sicht, JZ 2003, 1.
1. 의의와 방법
a) 법률가가 어떤 생활사태에 어떤 법률규정이 적용될 것인지 심사하는 경우 그 법률규정의 의미가 탐구되어야 한다. 즉 법률을 해석하여야 한다. 법률의 해석(법률의 이해)이란 법적인 기준으로서 법률의 의미를 탐구하는 것이다. 이러한 의미 탐구는 그리 간단하지만은 않다. 우선 법률은 논리학처럼 상호 구분이 명백한 그런 개념으로 구성되어있지 않고 전문용어와 일반용어가 혼용되어 사용되어지고 있다.
법률의 해석과 같은 작업은 다른 학문에서도 필요하고 일상생활에서도 필요하다.
예컨대 중세 라틴어로 된 문서를 해석하는 경우 저자가 그것을 통해 의도한 의미를 탐구해야 한다. 이를 위하여 그 문서를 구성하고 있는 개개 문장의 어의로부터 우선 시작한다. 그러나 그것으로 그쳐서는 안 된다. 개개 문장은 전체와 관계에서 읽혀져야 한다. 가능하다면 저자의 다른 문서에서 어떤 특정 어휘의 특별한 의미를 이해할 수도 있다. 동시대 다른 저자의 문장에서 당대 주류적 사상이 무엇인지 해답을 찾음으로써 그 개개 문장을 해석하는데 도움을 얻을 수도 있다. 참고할 자료가 많으면 많을수록 역사적 진실을 탐구할 기회는 많아진다.
또 다른 예로서 어떤 사람이 전동차 칸에서 “흡연자” 또는 “비흡연자”라는 표지판을 발견하였다고 하자. 그 사람은 위와 같은 표지판만으로도 비흡연자라고 써진 칸은 비흡연자인 승객이 이용할 수 있는 칸이고, 흡연자라고 써진 칸은 흡연자인 승객이 이용할 수 있는 칸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와 같이 쓴 의미가 무엇이고 어떤 목적을 가지고 있는지가 중요하다. 승객이 여행하는 동안 다른 승객의 담배 연기에 고통을 받지 않으면서 여행하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그러한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이를 위하여 흡연자는 비흡연자 칸에 머무는 동안에는 담배를 피워서는 안 되며 이와 같이 담배를 피우지 않는다는 전제에서 흡연자도 비흡연자 칸을 이용할 수 있다. 반대로 비흡연자도 흡연자 칸에서 여행할 수는 있으나 그 경우 담배를 못 피우게 한다거나 금연을 강제할 수는 없다.
“잔디를 밟지 마시오”라는 표지판의 경우는 잔디가 훼손되는 것을 방지하고자 함에 그 목적이 있다. 잔디에서 구르는 사람은 이러한 목적에 위배하는 것이다. 따라서 “밟는다”는 표현은 너무 좁다. 그 목적을 고려한다면 잔디에서 구르는 경우나 차를 운전하는 경우 등도 금지된다고 넓게 해석되어야 한다.
위의 사례에서 보았듯이 해석의 작업은 표현된 어의로부터 시작되어야 하지만, 그렇더라도 표현의 일상적 의미, 체계 및 연혁적 관련성, 목적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b) 법률의 해석의 경우도 이와 다르지 않다. 개별적 법률규정의 의미를 탐구하는데 의미 있는 몇 가지 해석의 요소가 있다.
(1) 우선 규범의 어의로부터 시작하여야 한다. 이 경우 문법의 규칙, 언어의 일상적 의미, 법률가에게 특유한 전문적 언어 등이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입법자의 편집상의 오류를 확실하게 가려낼 수 있다. 입법자가 의도한 어의와는 다른 어의가 법률에 써진 경우 이는 편집상 오류가 있는 것이다.
예컨대 제919조 제1항은 “경계표시가..... 옮겨져야 한다”로 규정되어 있다.
법률 자체에서 법률이 사용하는 개념을 정의하는 경우도 많다.
예컨대 823조 제1항에서 “과실”이란 개념은 제276조 제2항에서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다. 즉 거래상 필요한 주의의무를 위반한 사람은 과실로 행동한 것이라고. 제166조의 “알아야만 한다”는 제122조 제2항에 따라 “과실로 알지 못함”을 의미한다. 상법 제377조 제1항에서 “지체 없이”란 제121조 제1항 제1문의 괄호 속에 있는 정의에 의하면 “책임 있는 지체 없이”란 뜻이다.
법률적 전문용어에 익숙해져 있는 사람이라면 법률적으로 다르게 규정되어있는 경우 다른 법률효과가 의미되어 있는 사실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법률규정에 하여야 한다(Müssen)라고 규정되어있거나 하여야 한다(Sollen)라고 규정되어있는 경우 어느 경우나 이 규정을 준수해야 한다는 점은 다르지 않다. 그러나 하여야 한다(Müssen)라고 되어있는 규정에 위반하는 경우 이는 무효이고, 반면 하여야 한다(Sollen)라고 되어있는 규정에 위반하는 경우 이는 무효는 아니다.
예컨대 공증인의 서명에 의하여 성립하는 유언의 경우 공증인이 서명하여야 한다(müssen)(공증인법 제8조). 그리고 이 유언서에는 공증인과 유언자의 서명과 함께 유언자의 의사표시가 포함되어야 한다(müssen)(공증인법 제9조 제1항). 이러한 규정에 위반하면 그 유언은 무효가 된다. 반면 공증인이 서명하는 경우에는 하여야 한다(sollen)는 규정 역시 준수해야 한다. 예컨대 공증인의 서명에는 장소와 일자가 부기되어야 한다(sollen)(공증인 법 제9조 제2항). 그러나 이 규정에 위반하였다고 하더라도 유언의 효력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2) 해석은 해석대상인 규정의 어의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어의는 해석기준의 하나일 뿐이다. 제133조는 의사표시의 해석에 있어 진정한 의사를 탐구해야 하고 표현의 자구적 의미에 집착하여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법률규정을 해석하는데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해석할 조문과 다른 조문과의 관련성을 고려한다면 한층 입법자의 의사에 가깝게 갈 수 있다. 이를 통하여 법률조문의 어의는 확대될 수 있고, 입법자의 의사에 의하여 어의만으로는 이해될 수 없는 구성요건의 의미가 파악될 수도 있는 것이다.
예컨대 3명의 적자와 2명의 서자를 자녀로 둔 상처한 부가 유언이나 자신의 죽음과 관련하여 다른 처분도 없이 1998. 3. 1. 사망하였다고 하자. 그렇다면 제1924조 제1항에 의하여 그 직계비속이 그를 상속한다. 이 경우 그의 자녀들이 직계비속이다. 제1934조a 제1항은 1998. 4. 1. 이전에 일어난 상속에 대하여 여전히 적용되는데(1997. 12. 16. 상속권의 평등취급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항 - BGBl. I, 2968 참조) 그에 의하면 서자는 적자와 함께 상속을 할 수 없는 것으로 규정되어있다. 서자는 상속인에 대하여 특별 청구권만을 가진다. 이에 따라 제1924조 제1항 소정의 직계비속이란 포괄적 개념은, 서자는 제1934조a가 여전히 적용되는 사안에 있어서는 직계비속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의미에서 제한된다. 반면 제3명의 적자와 2명의 서자를 둔 모가 사망한 경우에는 법률에 따라 5명의 자녀 모두가 상속인이 된다. 모의 경우에는 부의 경우와는 달리 서자라도 상속에 있어 특별히 취급하는 규정(제1934조a 이하)을 두고 있지 않으므로 적자나 서자나 모의 직계자녀로서 상속인이 되는 것이다.
(3) 법률의 의미를 탐구하는데 특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은 법률의 입법 연혁이다. 민법전의 해석의 자료로서는 아마도 그 제정안, 이유서, 의견서 및 각 지방에 그보다 앞서 규율되고 있던 법률들이 고려될 수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법률규정이 시간의 경과에 따라 어떻게 변화되어왔는가(예컨대 법률개정 등) 하는 사정이야말로 해석에 있어 정말 중요하다.
예컨대 2001. 12. 31. 개정되기 전의 제197조에 의하면 이자... 기타 정기적으로 도래하는 급부청구권은 4년의 소멸시효에 의하여 소멸한다. 그런데 이익분배청구권은 매번 그 금액이 달라지고 이익이 없는 경우에는 아예 생기지 않을 수도 있는데 이러한 이익분배청구권이 이에 해당하는지 문제될 수 있다. 연방법원 판결(BGHZ 28, 144)은 이를 긍정한다. 그 근거는 제197조가 성립된 연혁에서 구하였는바 이는 아주 정당하다. 민법전 초안의 이에 해당하는 규정은 “정기적으로 변제기가 도래하는 그 밖의 급부청구권”으로 되어있다. 여기서 “정기적”이란 의미는 시간을 말하는 것이지 금액의 다과는 관계없다. 비록 그 후 다른 어휘로 개정되었으나 그렇더라도 실체적인 변경을 목적으로 개정된 것은 아니다.
(4) 또한 법률조항은 무엇보다 입법자가 그 조항을 통하여 의도한 의미와 목적에 따라 해석되어야 한다. 이러한 방식으로 법률조항의 개념이 때로는 넓게 때로는 좁게 해석되어야 하는지 여부를 탐구할 수 있다.
예컨대 종전 혼인법 제8조 제1항(1998. 7. 1. 효력을 발휘한 친권개정에 관한 법률 제14조에 의하여 폐지되었다)은 부녀는 혼인이 해소된 후 그녀가 출산을 하지 않는 한 10개월이 지나지 않으면 새로운 혼인을 하지 못하도록 하였다. 이에 따라 호적공무원은 남편이 사망한 후 6개월밖에 지나지 않아 새로운 혼인을 하고자 하는 부녀의 혼인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부녀의 경우는 남편이 사망한 후 유산을 한 사실에 근거하여 혼인을 신청하였다. 그러나 호적공무원은 혼인법 제8조 제1항 소정의 예외로써 출산의 의미를 살아있는 신생아의 출산으로 해석한 것이다.
위 법률규정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는 그 목적에 따라 정해진다. 위 법률규정의 목적이 미망인에게 애도기간을 설정하기 위한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미망인이 왜 애도해야 하는지 그 이유를 설명할 수 없기 때문이다. 부녀의 종전 혼인이 남편의 사망에 의하여서만 소멸되어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혼인은 이혼판결에 의하여서도 소멸되어질 수 있다. 그럴 경우 부녀가 애도해야 할 가능한 이유가 없다. 무엇보다도 부녀가 그 사이 출산을 하면 대기기간을 준수할 의무가 없어지는데, 이점은 위 법률규정의 의미가 미망인의 애도기간을 위한 것이라는 점과는 양립되지 않는다. 바로 위 부가조문이 위 법률규정의 실질적 의미를 말해주는 것이다. 위 법률규정은 종전 혼인에서 임신하였으나 새로운 혼인에서 출생한 자녀가 새로운 혼인에서의 혼인 중인 자로 간주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한 규정이다(종전 제1600조 참조). 그런데 이러한 간주의 위험은 그 사이 부녀가 출산함으로써 사라진다. 이는 살아있는 신생아를 출산하든 사산아를 출산하든 아니면 유산을 하든 마찬가지다. 이에 따라 혼인법 제8조 제1항 소정의 예외로써 “출산”의 의미는 유산을 포함하여 넓게 해석되어야 한다.
2. 흠결의 보충
a) 해석은 의미탐구만이 아니다. 법률이 불완전하여 흠결이 있을 때는 해석을 통하여 법률을 보충하여야 한다. 법률의 흠결은 입법자가 어떤 특정한 문제를 법률에서 의식적으로 규율하지 않거나 법률을 제정함에 있어 (무의식적으로) 어떤 사정을 간과하는 경우에 생긴다. 법률의 현존하는 흠결이 보충되어야 한다면 이는 보충적 해석에 대하여 말하는 것이다.
다른 학문이나 일상생활에서도 보충적 해석과 비슷한 작업이 이뤄진다.
예컨대 성경을 해석하는 신학자는 당시의 역사적 상황을 설명하여야 할 뿐 아니라 오늘날 특정한 어떤 문제를 예수 앞에 놓았을 때 그가 어떤 입장을 취할지 하는 문제에 직면하기도 한다. 이러한 문제에 대한 해답은 보충적 해석을 통하여서만 얻을 수 있다.
집주인인 H가 집을 비우면서 하인인 D에게 아무도 집에 들여놓지 말도록 하였다고 하자. 그때 H의 부인이 여행을 갔다가 예정보다 일찍 집으로 돌아왔다고 하였을 때 D는 H의 지시의 문자에만 집착하여 H의 부인을 집에 들이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D가 맹목적으로 H의 지시를 따르는 사람이 아니라면 H의 지시 중에는 흠결이 있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즉 H의 지시는 그 부인이 자기가 집에 돌아온 후에 돌아올 것이라는 잘못된 경우를 가정하고 한 것이다. D는 H의 부인이 예정보다 빨리 집에 돌아왔을 경우 H가 어떤 지시를 하였을지 문제를 제기함으로써 H의 지시 중 흠결을 해결할 것이다. 결국 D는 H가 잘못 가정을 하지 않았다면 “부인을 제외하고 누구도 집에 들어놓지 말라”고 명령하였을 것이란 결론에 도달할 것이다. 이러한 보충적 해석을 통하여 D는 H의 지시를 축소하여 해석하는 결론에 이르는 것이다.
b) 보충적 해석을 하기 위하여서는 우선 앞서 설명한 해석의 기준을 동원하여 법률에 흠결이 존재하는지부터 확정해야 한다. 입법자가 법률을 제정하는데 있어 어떤 특정한 사정을 그의 의사형성에 고려하지 않았거나 바르게 고려하지 않은 경우에는 흠결이 존재한다(원시적 흠결). 그러나 흠결은 법률의 제정당시뿐 아니라 그 후에도 일어날 수 있다(2차적 흠결).
법관은 또한 흠결을 자신의 주관적 가치평가에 따라 해결하여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만약 그렇다면 그는 입법자를 대신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법관은 법률의 정신으로부터 흠결을 보충해야 한다. 만약 입법자라면 그 흠결된 문제를 어떻게 규율하였을지 문제를 던져야 한다. 이를 위하여 법관은 법률을 해석함에 있어 입법자가 명한 표현에만 집착하여서는 안 된다. 오히려 이를 넘어 법률의 근저에 놓여있는 입법자의 이익형량과 동기 등을 탐구해보아야 한다. 이와 같은 방식으로 법관은 입법자가 그가 제기하는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찾아갈 수 있는 것이다.
c) 보충적 해석을 통하여 어떤 특정 법률규정을 법률적으로 규정되지 않은 사안에까지 확대하여 적용할 수도 있다(법률의 유추).
예컨대 제442조 제1항 제2문에 의하면 매수인은 중과실로 그가 알지 못한 물건의 하자에 대하여는 매도인이 그 하자를 악의적으로 숨겼거나 품질을 보증한 경우가 아니면 하자담보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다. 그런데 매도인이 매수인에게 물건에 하자가 없다고 악의적으로 제시한 경우 매수인이 하자담보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지는 위 조항은 언급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악의적으로 제시한 경우(규율되지 않은 경우)나 악의적으로 숨긴 경우(규울된 경우)나 이해관계는 전혀 동일하다. 양자의 경우 모두 매도인은 물건의 품질에 관한 매수인의 부지를 의도적으로 이용한 것이다. 하자를 악의적으로 숨긴 경우에만 매도인이 하자담보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고 악의적으로 제시한 경우에는 이를 행사할 수 없다고 보아야 할 명백한 근거도 없다. 따라서 이 경우는 법률에 악의적으로 제시한 경우의 규정이 흠결된 것이다. 만약 입법자가 그러한 흠결을 알았다면 악의적으로 숨긴 경우와 마찬가지로 규율하였을 것이다. 이에 따라 제442조 제1항 제2문의 확대해석이 명하여지게 된다(Palandt/Putzo, §442, Rdnr. 18).
d) 해석을 통하여 법률을 보충해야 하는 경우 이는 가능한 한 여러 법률규정의 근거가 되는 법규의 원칙에 의하여 보충될 수도 있다. 즉 여러 법률규정에 합치하여 유추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법의 유추).
예컨대 2001년도 말까지 시행되었던 민법전에 의하면 두 가지 급부장애가 규정되어있었다. 즉 채무자가 채권자에게 책임 있는 물건을 고의 또는 과실로 훼손한 경우 책임 있는 급부불능으로써 손해배상책임이 있다(종전의 제280조 제1항, 제325조 제1항 제1문).
또한 채무자가 책임 있는 물건을 책임 있는 사유로 적기에 제공하지 않거나 지체하여 제공한 경우 지체로 인하여 채권자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종전의 제286조 제1항, 제326조). 그런데 채무자가 제공한 자동차오일에 채무자의 부주의로 유해한 물질이 들어있었고 그로 인하여 채권자의 자동차에 손해가 발생한 경우 채권자는 위와 같은 규정에 따르면 채무자에 대하여 채무자의 책임 있는 의무위반에도 불구하고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었다. 채무자는 자신의 급부를 이행하였으므로 급부불능의 사유는 존재하지 않으며, 또한 적기에 급부를 이행하였으므로 지체의 사유도 존재하지 않는다. 입법자는 급부장애의 사유로써 급부불능과 급부지체만을 생각하고 규율한 결과이다. 즉 위 두 가지의 급부장애 외에도 적극적 채권침해라고 할 수 있는 급부장애가 있다는 점을 간과한 것이다. 그러한 한 법률에 흠결이 있는 것이고 이러한 흠결은 입법자가 그러한 급부장애를 예상하였다면 어떠한 규율을 하였을지 생각함으로써 해결될 수 있다. 책임 있는 급부불이행과 책임 있는 급부지체의 경우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였으므로 입법자는 아마도 책임 있는 불완전 이행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동일한 책임을 규정하였을 것이다. 이에 따라 적극적 채권침해의 경우 보충적 해석(종전의 제280조, 제286조, 제325조 이하, 제326조 등의 유추적용)에 의하여 손해배상청구권이 인정되었다. 현재는 민법이 개정되어 제280조 제1항에 이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다.
e) 법률의 흠결은 어떤 특정한 문제에 대하여 법적 규율을 기대하였으나 그러한 규정이 없는 경우에도 존재할 수 있다(미해결의 흠결). 이런 경우에는 다른 법률규정을 유추, 적용하여 해결할 수 있다.
예컨대 위에서 본바와 같이 물건의 하자에 관한 악의적인 제시.
사안의 경우에 따라서는 법률이 규정을 하고는 있으나 입법자가 어떤 특수 사정을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 규정이 적합하지 않은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이 경우 해당 법률은 너무 적용범위가 넓다. 만약 입법자가 특수 사정을 고려하였더라면 적용범위를 제한하였을 것이다. 그러한 한 법률규정이 존재하더라도 숨겨져 있는 흠결이 존재하는 것이다(숨겨진 흠결). 이러한 흠결의 경우에도 법관은 흠결보충의 권한과 의무가 있다. 이런 경우 법관은 법률규정을 법률의 정신에 입각하여 제한하고 법률의 명시적 자구와 입법자가 명한 표현에 개의치 않고 다른 판단을 할 수 있는 것이다(목적론적 축소해석).
예컨대 게르너(G)는 쉬뢰더(S)에 대하여 갖는 매매대금 청구권을 드레퍼(D)에게 계약에 의하여 양도할 수 있다(제398조). 그러나 제400조는 급여청구권은 질권의 목적으로 되지 않는 한 이를 양도할 수 없다고 규정한다. 이에 따라 G는 그의 사용자에 대하여 갖는 급여청구권을 질권의 목적으로 하지 않는 한 D에게 양도할 수 없다. 이 규정은 G의 개인적 이익 외에도 최소한의 생계를 보장하고자 하는 공공의 이익에 그 목적이 있는 것이다. 즉 근로자의 생계를 공공의 부담으로 하는 경우를 회피하고자 함에 목적이 있는 것이다. 입법자는 이러한 양도의 금지를 통하여 질권의 목적이 되지 않은 급여청구권의 양도의 경우는 언제나 위와 같은 목적이 존재한다는데서 출발한다. 그러나 만약 채권자 G가 그의 급여청구권을 제3자인 D에게 양도하였더라도 D가 그 양도한 채권액에 상응하는 금액을 일시적으로 지급한 경우와 같이 위 규정의 목적이 훼손되지 않는 경우가 있을 수 있음을 입법자는 예상하지 못하였다. 이러한 경우 채권자 G는 급여청구권의 양도로써 더 불리해진 것은 없다. 따라서 제400조는 그 명백한 어의와 입법자가 명한 표현에도 불구하고 위와 같은 경우에는 (숨겨진) 흠결이 있는 것이므로 이를 축소하여 해석함으로써, 채권자인 G가 제3자인 D로부터 사실상 그에 상응하는 지급을 받는 경우에는 그러한 급여청구권의 양도는 이를 금지하는 효력이 없다고 해석할 수 있는 것이다(BGHZ 4, 163 및 BGHZ 13, 360 참조).
또한 연예잡지에 한 유명한 연예인(K)의 사생활이 그의 명예를 훼손하는 방식으로 게재되었다고 하자. 이 경우 K는 제823조 제1항에 의하여 (기타 권리를 침해당하였으므로) 손해배상청구권이 있다. 손해배상청구권은 원상회복이 원칙이므로(제249조 제1항) 이 경우는 명예훼손적 기사의 철회를 청구하는 것이 본래의 모습이다. 그러나 이는 K에게는 만족스럽지 못하다. K는 금전으로 손해배상을 받기를 원한다. 제253조는 재산상 손해가 아닌 손해의 경우에도 금전적 손해배상을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일반적 인격권의 보호와 관련하여서는 법원의 판단에 유보되었다. 그런데 2002. 8. 1.자로 제253조가 개정되기 전에도 연방대법원은 (일반적 인격권의) 피해자에게도 금전적 손해배상을 인정하였다. 법원은 민법전에서 위 규정은 인격권 보호를 위한 기본법(제1조 및 제2조)의 가치결단을 당연한 것으로 고려하지 않았으므로 흠결이 있는 것으로 보았다. 따라서 연방대법원은 위 규정을 인격적 영역의 중대한 침해와 중대한 귀책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금전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것으로 해석해왔다(BGHZ 26, 349, BGHZ 35, 363, BGHZ 39, 124, BVerfGE 34, 269 참조). 이 경우 기본법의 제정으로 (숨겨진) 흠결이 발생한 것이다. 이러한 흠결은 기본법 제1조, 제2조의 가치평가에 의하여 일반적 인격권이 침해된 경우에도 금전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것으로 해결된 것이다.
III. 문헌
1. 교과서, 개요서, 사례연습
2. 주석서
제2부 법률행위
제1절 기본사항
제4장 계약, 의사표시 그리고 법률행위
사례 :
a) V는 K에게 다음과 같이 썼다. “나는 당신에게 당신이 마음에 들어 하는 꽃병을 300 유로에 팔고자 제안합니다.” K는 V에게 다음과 같이 대답하였다. “당신의 편지 고맙고, 나는 꽃병을 팔겠다는 당신의 제안을 받아들입니다.” V는 K에 대하여 300 유로의 지급을 요구할 수 있는가?
b) K가 V의 편지에 대해 다음과 같이 답변하였다면 어떤가? “매수에는 동의하지만 유감스럽게도 250 유로만 지불하였으면 합니다.”
c) V의 편지가 K에게 우편집배원에 의해 전달되는 과정에서 K가 그와 같은 편지의 내용을 모르는 상태에서 다음과 같이 썼다면 어떤가? “내가 당신의 꽃병에 대해 호감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상기하시고, 300 유로에 그것을 팔 것을 제안합니다.”
d) 책방 주인인 B는 X에게 요청받지도 않았는데 다음과 같은 내용으로 책을 보냈다. 즉 그가 동봉한 책을 60 유로에 팔 것을 제안한다는 것이다. 만약 X가 2주내에 답변을 하지 않을 때는 위 제안을 받아들인 것으로 간주한다고도 하였다. 결국 X는 아무런 답변도 해주지 않았다면 그는 책값을 지불해야 하는가?
I. 계약
1. 의미
a) 누군가가 어떤 재화가 필요하다고 할 때 관념적으론 두 가지 다른 가능성이 존재한다. 하나는 국가가 개인에게 의식주와 일자리 등을 제공해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개인이 각자 필요한 재화를 조달해 나가는 것이다. 첫 번째 방법은 우리 헌법에 반한다. 헌법은 개인의 자기책임에서 출발하여 개인이 더 이상 스스로 조달능력이 없을 때에만 국가가 재화를 교부하는 것을 허용한다. 또한 첫 번째와 같은 방식의 재화조달은 계획경제체제의 문제가 드러났듯이 실용적이지도 못하다. 두 번째 방법은 개인이 앞뒤 고려하지 않고 자기 의사만을 관철하려 한다면 공동체의 질서를 파괴하고 때론 부당한 결과에 이를 수 있다. 이 때문에 우리의 법체재는 기본적으로 개인의 의사에 의하여서만 재화조달의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 예컨대 누군가 생필품이 필요하다면 매매계약을 체결하면 된다. 집이 필요하다면 임대차계약을 체결하면 된다. 또한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기 위하여 금전이 필요할 경우에는 그가 가진 물건을 판다거나 임대차한다거나 근로자로서 노동을 제공하면 된다. 이 모든 경우 개인의 의사(예컨대 매수인)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예컨대 매도인)의 의사에도 달려있게 된다. 두 사람이 서로 합의하여야만 의도한 물물교환의 결과가 발생하는 것이다. 이와 같이 대립하는 두 사람 이상의 의사의 합치를 계약이라고 한다.
(1) 사적, 경제적 영역에서 필요한 부분의 조달은 무엇보다 재화의 교환을 목적으로 한 계약을 통해 이뤄진다. 매매(제433조), 임대차(제535조), 사용대차(제581조), 고용(제611조) 및 도급(제631조) 계약 등은 모두 공통적으로 계약의 일방이 일정한 급부의무를 지기 때문에 타방이 자신의 급부를 약속하는 것이다(예컨대 금전과 물건의 대가관계).
이러한 재화의 교환을 위한 계약에서는 무엇보다도 계약당사자들의 주도로 합리적 결과가 도모된다고 할 수 있다. 이 경우 계약당사자들의 이해는 서로 대립하는데, 일방의 이익은 타당의 불이익이 된다. 모든 당사자는 자기 채무는 적게 하면서 타방으로부터 더 받은 급부를 원한다. 두 당사자 사이에 자기급부와 상대방의 반대급부 사이에 합의가 이뤄지면 그들 모두는 일정 부분 자기에게 유리한 요소를 포기한 것이다. 흥정과 설득, 그리고 종국에 이르러 이뤄지는 합의, 이와 같은 것들이 계약에서 기본적으로는 어느 일방에게만 유리한 결과를 회피하면서 정당한 결과를 가져오게 하는 요인인 것이다.
K가 V로부터 승용차를 구입하고자 한다면 K는 가능한 적은 금액(예컨대 7500 유로)을 지불하려고 할 것이다. 이에 반해 B는 가능한 많은 승용차 가격(예컨대 8300 유로)을 받으려고 할 것이다. 이 둘이 길든 짧든 흥정을 거쳐 중간선인 가격(예컨대 8000 유로)에 합의를 하였다면 매매계약이 체결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계약에 있어 정의는 계약당사자들이 서로 대등한 교섭력을 가지고 있을 때만 실현될 수 있다. 계약당사자들이 서로 대등할 때만 흥정이 되고 따라서 계약내용이 일방적으로 불리하게 작성되지 않는다.
(2) 계약은 재화의 상호 교환을 위하여도 중요할 뿐 아니라 일방만의 급부의무를 성립시키기 위하여도 필요하다. 예컨대 증여에서는 증여자만 급부의무를 지고 수증자에게는 아무런 의무가 따르지 않는데 이러한 증여에서도 계약이 필요하다. 즉 증여를 정한 제516조는, 급부가 대가 없이 이뤄지는 것으로 양측의 합의가 이뤄질 것을 요구한다. 증여에서조차 계약을 요구한 것은 어느 누구도 본인의 의사 없이 또는 본인의 의사에 반하여 물건을 증여할 필요가 없게 하기 위함이다.
A는 B에게 생일선물로 개 한 마리를 선물하려는데 B가 생각은 고맙지만 이를 거절할 경우 증여계약이 성립하지 않는다. B가 거절한 이유가 개를 다루는 것을 두려워한다거나 개를 무서워한다거나 A로부터 아무런 선물도 받길 원하지 않는다거나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
b) 의사합치는 재산법 분야에서뿐 아니라 단체나 혼인과 같은 법 영역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어떤 남자가 어떤 여자와 결혼을 원하지 않으면 결혼하지 않을 수 있다.
2. 계약의 자유
a) 계약의 자유란, 계약을 통해 자기의 사적 생활관계를 형성하는 개인의 자유를 말한다. 이는 헌법상 보장되어있을 뿐 아니라(헌법 제2조 제1항) 사적자치의 가장 중요한 구성요소이기도 하다. 계약의 자유는 사적자치의 원칙으로 표현되는 일반적 행동의 자유와 마찬가지로 다른 사람의 자유의 영역과 관련하여 한계가 있다. 두 사람이 재화를 교환하기로 하였다면(예컨대 금전을 대가로 한 물품, 금전을 대가로 한 노무의 제공 등) 그중 한 사람의 의사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두 사람의 의사가 합치되어야 한다. 개인의 자유로운 의사형성에 기초하여 당사자들 사이에 합의, 즉 계약이 체결된 경우에만 법은 이러한 사적자치의 발현을 구속력 있는 것으로 인정하는 것이다.
예컨대, A가 B에 대하여 승용차의 인도를 청구할 권리를 갖는다면 이는 A가 일방적으로 그렇게 원했기 때문이 아니라 A와 B가 A가 그러한 권리를 갖는 것으로 합의하였기 때문이다. 그로 인한 B의 불이익(승용차를 인도할 의무)은 B가 원한 것이기 때문에 법이 그 효력을 인정한 것이다. B는 자기가 어떠한 의무를 지게 되는지 이미 알았다. 승용차를 판매할 경우 A로부터 반대급부로써 합의된 매매대금, 즉 8000 유로를 지급받게 되므로 의무를 부담한 것이다. 그러나 B 역시 A가 동의하였기 때문에 매매대금청구권을 취득할 뿐이다. B가 지금보다 더 많은 매매가격을 원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법은 8000 유로에 대한 지급청구권만을 그에게 인정하는 것이다. B가 A와 그 가격에 합의하였으므로 그에게 그렇게 해도 부당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물론 B는 그 가격에 합의를 하지 않을 수도 있었다.
b) 계약의 자유는 계약체결의 자유와 계약형성의 자유를 포함한다.
(1) 계약체결의 자유 : 누구나 어떤 계약을 체결할 것인지, 그리고 누구와 체결한 것인지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다.
B는 승용차를 팔라는 A의 요청을 받아들일 필요가 없다. 그가 차를 그대로 보유한다거나 A 아닌 다른 사람에게 이를 팔 수도 있는 것이다.
단지 예외적으로 반드시 계약을 체결할 의무가 있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계약체결의 강제는 특별한 법률적 규정에 의하여 부가되는데(예컨대 전기, 가스, 교통운송을 위한 계약) 대부분 공공적인 생존배려와 관련되어있다(생활에 필수불가결한 재화의 공급과 관련).
(2) 계약형성의 자유 : 계약당사자는 계약의 내용을 어떻게 형성할 것인지 자유롭게 정할 수 있다. 이러한 자유는 무엇보다도 채권법적 계약에서 광범위하고 물권법이나 가족법, 상속법적 계약에 있어서는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다.
A와 B는 예컨대 매매계약을 체결하면서 B가 대금을 완불하면서 승용차를 가져가기로 한다거나 대금을 할부로 지급하기로 한다거나 자동차의 결함으로 인한 청구권을 배제하기로 한다거나 A가 계약체결일로부터 8일 이내 계약을 취소할 권리를 갖는다거나 따위의 약정을 할 수 있다. 그러나 X와 Y가 혼인하면서 그와 관련한 특정한 권리와 의무, 예컨대 남자에게 혼인취소권을 인정하는 것 따위와 같은 내용을 계약으로 정할 수는 없다.
예외적으로 법률은 채권법적 계약에 있어서도 형성의 자유를 제한하고 있다. 예컨대 금지법률에 위반하거나(제134조) 공서양속에 반하는(제138조) 계약은 무효이다.
3. 개념
계약은 의사의 합치이다. 좀더 정확히 말하자면 법률행위의 문제로서 이는 서로 대립하는 둘 이상의 사람들 사이에서 내용적으로 일치하는 의사표시로 구성된다. 이러한 개념정의는 매매, 임대차, 도급과 같은 개별 구체적 계약들을 떠나 추상화 작업을 거쳐 도달한 결과이다. 그럼으로써 얻게 되는 의미는 입법자가 지향한 바와 같이 어떤 계약이든 필요한 구성요소가 무엇인지를 명확히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입법자는 이러한 개념정의를 전제로 하여 제145조 이하에서 계약에 공통되는 사항을 규율하고 있다.
이 부분을 보다 추상화 한다면 법률행위와 의사표시의 개념을 구명하는 것인데 이점은 이미 앞서의 계약을 개념정의하면서 그 내용이 담겨져 있을 뿐 아니라 지금부터 이를 설명하도록 할 것이다.
계약은 다음과 같은 구성요소로 되어있다.
a) 최소한 두 사람 이상의 의사표시가 있어야 한다. 시간적으로 먼저 이뤄진 의사표시를 청약(제145조)이라고 하고 나중에 이뤄진 의사표시를 승낙(제146조)이라고 한다.
예컨대 사례 a에서 꽃병을 300 유로에 매매하기로 하는 계약이 성립되었다면 V는 K에게 제433조 제2항에 의하여 매매대금 300 유로의 지급을 청구할 수 있다. 사례의 경우에는 V의 편지에 청약이 존재하고 K의 편지에 승낙이 존재하므로 매매계약이 성립한다. 다른 사례로서 V가 임대차계약서에 서명하였는데 그 계약의 내용은 그가 지층을 M 부부에게 임대한다는 것이다. V는 서명한 임대차계약서를 M 부부에게 보냈다(청약). M 부부는 V가 보낸 임대차계약서에 각자 서명하고 그것을 V에게 다시 되돌려보냈다(승낙). 이 사안에서 보는 바와 같이 둘 이상의 당사자가 하나의 계약을 체결할 수도 있는 것이다.
b) 의사표시는 내용적으로 일치되어야 한다. 물론 내용이 정확히 일치되어야 할 필요는 없고 더군다나 자구 하나 일치되어야 할 필요도 없다. 그러나 목표로 한 법적 효과의 면에서는 내용적인 일치가 있어야 한다(예컨대 30 유로에 꽃병을 매매하는 것). 승낙의 의사표시가 청약과 다를 경우 합의는 성립하지 않는다(제150조 제2항 참조).
사례 b에선 계약이 성립하지 않았으므로 V는 K에 대하여 아무런 요구도 할 수 없다. V가 팔려고 하고 K가 사려고 하였다고 하여 그것으로 충분하지는 않다. 매매물건과 가격에 관한 합의가 필요하다. 여기서는 가격에 관한 합의가 흠결되어있다.
c) 의사표시는 서로 관련되어 표시되어야 한다. 제146조에 의하면 청약이 승낙되어야 한다. 의사표시가 아무 관련 없이 표명되어 내용적으로 일치하더라도 계약체결에는 이르지 못한다.
사례 c에서 매매계약의 체결은 성립하지 않는다. 반면 V가 K의 편지를 수령한 후 K에게 꽃병을 보냈다면, K의 청약에 대한 승낙으로 볼 여지는 있다.
d) 법률이 달리 정하였거나 당사자가 합의하지 않았다면 계약을 위해 형식은 불필요하다.
법률에서 빵이나 소시지 매매를 위해 서면계약이 필요하다고 규정한다면 이는 무용할 뿐 아니라 지킬 필요도 없다.
II. 의사표시
1. 개념
의사표시는 법적 효과의 달성을 목적으로 한 사적 의사 표현을 말한다.
a) 사적인 의사 표현, 다시 말해 사법에 의하여 평가될 의사 표현만이 고려되고, 공법적 영역에서의 의사 표현은 고려되지 않는다.
행정청의 공법적 표명뿐 아니라(예컨대 행정행위) 공적 관심사항에 관한 사인의 의사 표현(예컨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투표권의 행사) 또한 배제된다.
b) 의사표시는 법적 효과를 목적으로 하는 의사의 표시이다. 이는 다음과 같은 2개의 요소로 구성된다. 즉 (내심) 의사와 그 의사의 표시. 단순히 내심 의사가 아닌 외부에 알려진 의사가 법적 효과에 영향을 미친다. 순수 내심 의사는 인식될 수 없으므로 외부를 향한 표시행위에 의하여 알려질 수 있어야 한다. 의사는 표시에 의해 구체화 된다. 의사와 표시가 의사표시로서 일체가 된다.
(1) 내심 의사는 민법제정자의 당시 심리학의 인식 상황에 따라 행위의사, 표시의사 및 효과의사로 구분되었다.
(a) 행위의사(Handlungswille)는 사람이 행위한다는 것을 의식하는 상태를 말한다. 어떤 외부적인 행위를 하려는 의사의 인식행위가 행위의사인 것이다.
예컨대 말하려 하는 의사, 어떤 행동(예컨대 고개를 끄덕인다거나 코를 푸는 행위)을 취하려는 의사, 침묵하려는 의사 등등. 반면 수면이나 최면상태에서는 행위의사는 존재하지 않는다.
(b) 표시의사(Erklärungswille)는 자기 행위가 어떤 법적으로 중요한 표시를 나타낸다고 행위자가 인식하는 상태를 말한다. 이러한 의사는 자기 행위가 법적으로 중요한 표시로 간주될 수 있다는 사실을 표의자가 인식할 때 존재한다. 표시를 인식하는 의사는 오늘날 더 이상 의사표시의 필수적 요소로 파악되지 않는다(BGHZ 91, 324; 109, 177).
예컨대 A는 우체국에서 매수의 청약이 담겨있는 편지에 서명하여 그의 행위가 법적으로 의미 있다는 것을 인식한 상태에서 그 편지를 부쳤다. A는 매수의 청약에 서명하였으나 사실은 그 편지의 내용이 해지의 의사표시인 경우 해지의 의사표시 또한 법적으로는 중요한 표시이므로 표시를 인식하는 의사는 존재한다. 말하자면 표의자가 기본적으로 법률행위를 한다는 의식을 가졌다면 그것으로써 표시를 인식하는 의사를 인정하는데는 충분하다. 표시의사는 어떤 구체적 법률효과를 지향해야 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반면 A가 B를 저녁식사에 초대한 경우 그러한 표시는 법과 관련되어 있지 않고 사교적 영역에서 행해진 것이므로 표시를 인식하는 의사는 존재하지 않는다.
강의에서 소개되는 트리어의 와인경매 사례를 보자. 그 지역의 이방인인 A가 경매가 진행되는 동안 손을 들어 그 친구에게 인사를 하였다. A는 자기 행위가 100 유로까지 치솟은 와인매매의 청약의 의사표시라는 점을 알지 못하였다. 경매인은 A에게 와인병을 제공하여 말하자면 A의 청약을 승낙하였다. 손을 들었을 때 A는 분명 행위의사는 있었다. 그러나 표시를 인식하는 의사는 존재하지 않는다. A는 자기행위로써 어떤 법률상 의미 있는 표시를 하려했던 것이 아니다. 요컨대 자기행위가 경매장소에서는 법률상 의미 있는 표시(매수청약)로 받아들여진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지 않았던 것이다.
(c) 효과의사(Geschäftswille)는 의사표시와 함께 특정한 법률효과를 발생시키려는 의사를 말한다. 표시의사와는 달리 효과의사에서는 무슨 법률효과든 상관없는 것이 아니라 꼭 어떤 구체적인 법률효과에 관계되어야 한다.
예컨대 A는 B에게 그의 오토바이를 5430 유로에 팔고자 한다. A가 B에게 그러한 내용에 맞게 의사를 표시하였다면 표시된 내용은 그의 효과의사와 일치한다. 만약 A가 매매대금을 4530 유로로 하여 약정하였다면 법률효과를 발생시키려는 표시의사는 존재하지만, A는 자기가 표시한 법률효과(4530 유로에 오토바이를 파는 것)를 원한 것은 아니므로 효과의사는 존재하지 않는다.
트리어의 와인경매 사례에서 만약 A가 그에게 시계를 50 유로에 사겠는지 묻는 친구 B의 물음에 손을 들어 답을 표하였다면 A에게는 표시를 인식하는 의사는 있으나 와인을 구매하려는 효과의사는 있지 않다.
결론적으로, 의사표시의 통상의 경우에는 의사형성이 아무 하자 없이 이뤄지고 아무 하자 없이 효과의사가 표시된다. 따라서 개별, 구체적인 의사의 구성요소는 별 의미가 없다. 그러나 의사형성이나 그 의사를 외부로 표시하는 과정에는 하자가 관여될 수 있으므로 법원 판결에는 이러한 흠을 다룬 판결이 많다. 이 경우 문제는 그러한 흠(하자) 있는 의사표시에 법률효과가 있는가이다.
A가 B에게 거짓으로 임대차계약의 해지를 통고하거나, 와인경매장에서 친구에게 손을 들어 아는 체를 하고 또는 중고 오토바이 가격으로 약정하는 경우 등에 있어 흠 있는 의사표시에 법적 효과가 주어지지 않는 것인지(표의자의 보호), 아니면 하자 없이 성립된 것처럼 의사표시의 효력을 그대로 인정할 것인지(의사표시 상대방의 보호), 아니면 의사표시의 효력은 그대로 인정하되 표의자가 이를 취소할 수 있는 것으로 할 것인지(의사표시의 착오에 관한 제119조 제1항) 등의 문제가 제기된다. 이러한 문제의 의사표시의 흠에서 다루기로 한다.
(2) 효과의사는 이를 외부로 표시함으로써 현출된다. 이는 외부로부터 인식가능한 행동으로 어떤 특정한 법적 효과의 발생을 의도하는 의사를 표현하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표시행위는 어떤 인식가능한 행동으로부터 표의자가 그것을 통해 표현하고자 한 효과의사를 추론할 수만 있으면 존재한다. 이런 행동은 다양한 방식으로 이뤄진다.
(a) 명시적(직접적) 의사표시의 경우 표의자의 효과의사는 표시행위 속에 직접 표현된다.
예컨대 어떤 편지에 “이 편지로써 저는 당신의 5. 15.자 청약을 승낙한다.”고 되어있다거나 K가 B에게 “당신의 반지 값으로 나는 200 유로를 지불한다.”고 얘기하는 따위이다. 표의자는 아무런 법적 전문표현을 사용할 필요가 없다. 표의자가 특정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그의 의사표시가 어떤 법적 효과를 원하는 것인지 알 수 있도록만 하면 충분하다. 말하자면 임차인이 임대인에게 월말에 이사하겠다고 통보하였다면 임대인은 그것으로써 임차인의 해지 의사표시를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인터넷상 주문의 경우에는 마우스만 클릭하면 전기적 신호가 보내져서 이를 수령하는 사람의 컴퓨터에서는 표의자의 효과의사를 알 수 있도록 변환된다.
(b) 묵시적(간접적) 의사표시는 행위자가 그의 행동으로 직접적으로는 다른 목적을 추구하지만 간접적으로 그의 효과의사를 표현하는 경우이다. 행위로부터 효과의사를 추론하는 것이다.
예컨대 교회당 헌당식에 참석한 사람이 회전목마를 타기 위해 오르면 그는 묵시적으로 그 관련된 계약을 체결할 의사표시(미리 부착된 가격에 회전목마를 타겠다는 것)를 한 것이다. 또 다른 예로 근로자가 사용자에게 라고 하였다면 이는 다른 일자리를 알아보기 위한 근로증명서를 요구하면서 “지금 즉시 저에게 저의 증명서를 해주세요”라고 하였다면 사용자는 그 의사표시를 근로관계의 즉각적인 해지통고로 이해할 수 있다. 또한 여자가 약혼자에게 반지와 다른 약혼예물을 돌려보냈다면 남자는 이를 약혼의 취소로 받아들일 수 있다.
(c) 예외적으로 소극적 행동으로 효과의사를 표시할 수도 있다.
보통 소극적 행동만으로는 의사표시가 추정되지 않는다.
예컨대 사례 d에서 X의 소극적 행동은 매수청약의 승낙으로서 효력이 없다. 따라서 X는 대금지급의 의무 또한 없다.
그러나 당사자가 합의하였다거나 법률이 정한 경우에는 소극적 행동도 의사표시로서 유효하다. 이점은 특히 소극적 행동을 한 사람이 신의성실의 원칙상 표시의무를 부담한다고 할 때 더욱 그렇다.
예컨대 상법 제362조 제1항에 의하면 상인의 영업범위에 속하는 한도 내에서는 상인의 거래상대방의 청약에 대하여는 지체 없이 승낙 유무를 답해야 하고 만약 그렇지 아니할 경우에는 소극적 행동은 청약의 승낙으로서 효력이 있다. 이 경우에는 법률은 상인의 거래상대방을 보호하는 것이므로 상인의 거래상대방은 상인의 행동(소극적 행동)으로부터 청약의 승낙을 추정할 수 있는 것이다.
사례 d에서 B와 X가 문학소설 분야의 모든 신간을 B가 X에게 보내주고 X가 이에 대해 2주 안에 이를 되돌려 보내지 않으면 이를 구입한 것으로 하기로 약정하였다면 X의 소정 기간 내의 소극적 행동은 승낙의 의사표시로 간주된다. 소극적 행동을 승낙으로 간주하겠다는 조항이 청약에 동봉된 일반거래약관에 포함되었다면 그 조항은 효력이 없다.
2. 종류
a) 수령을 요하는 의사표시는 상대방(의사표시의 수령자)에게 전달되어야 한다. 의사표시의 상대방이 수령한 의사표시를 통해 새로운 법률관계에 적응할 수 있어야 하므로 이러한 유형의 의사표시가 효력을 발하기 위하여서는 수령자가 그 의사표시를 인식할 수 있어야 한다.
예컨대 임차인인 M의 해지 의사표시는 수령을 요하는 의사표시이다. 임대인은 해지의 효력으로 새로운 법률관계에 돌입하므로 새로운 임차인을 구한다거나 하여야 한다. 따라서 해지의 의사표시가 우편송달 중 분실하거나 하면 그것은 효력이 없다(제130조 제1항 제1문 참조).
계약의 청약 또한 수령을 요하는 의사표시이다. 의사표시의 상대방이 그 청약을 받아들인 것인지 아니면 거절할 것인지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 승낙의 의사표시 역시 수령을 요하는 의사표시이다. 청약자는 계약이 성립되었는지 알아야만 하는 것이다.
b) 수령을 요하지 않는 의사표시는 상대방에게 전달될 필요가 없다. 이 경우에는 의사표시에 의하여 형성되는 법률관계와 관련을 맺는 당사자가 존재하지 않는다.
예컨대 유언은 수령을 요하지 않는 의사표시이다. 어느 누구도 그가 수증자로 되어있든 아니든 유언자가 사망하기 전에 자기가 유언의 수증자인지를 알아야 할 법률상 이익은 없다. 아마도 유언자는 그가 사망하기 전까지는 관계인들과 사이에 분쟁을 회피하기 위하여 유언을 비밀에 부치고자 할 것이다.
3. 유사개념
의사표시는 사실행위, 준법률행위와 구분된다.
a) 사실행위는 행위자의 행위에 대응하는 의사와는 무관하게 법률이 그 법적 효과를 부여하는 행위를 말한다. 의사표시의 경우에는 법적 효과를 원하였기 때문에 그 효과가 주어지는 것과는 달리, 사실행위에 있어서는 행위자가 그것을 원하였든 원하지 않았든 동일하게 법적 효과가 주어진다.
예컨대 A는 B 소유의 캔버스 위에 그림을 그렸다. 이러한 그림을 그림으로써 A는 제950조에 의하여 새로운 물건(그림)의 소유자가 된다. 이는 A가 그 법적 효과를 원했는지와는 무관하다. A가 아마도 정신질환 등으로 전혀 의사무능력자라 하더라도 그는 법률에 의하여 소유권을 취득한다. 또 다른 예로 X가 어떤 보물, 예를 들어 오랜 기간 매장되어있어 소유자를 확인할 수 없는 반지 등을 발견하고 점유를 취득하였다면 그는 절반은 그 물건의 소유자가 된다(제984조). X가 소유권을 취득하고자 하려는 의사가 있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b) 준법률행위는 표의자가 원하였든 원하지 아니하였든 그 의사와는 무관하게 법률에 의하여 법적 효과가 주어지는 의사표시 내지 통지를 말한다. 법적 효과가 그러한 의사와는 관계 없이 발생하므로 준법률행위는 의사표시와는 구분된다. 반면 준법률행위는 의사의 표시를 구성요소로 하고 있기 때문에 사실행위보단 의사표시 쪽에 더 가깝다.
예컨대 채무자 S가 채권자 G에게 채무를 이행하지 아니하여 G가 S에게 이행을 최고하였다고 하자. 이로써 G는 S가 의무를 이행하도록 하려고 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이행최고에는 제286조에 의해 다른 부가적 요건이 추가되어 이행지체의 효과가 발생하고, 그 결과 G는 D에 대해 이행지체로 입은 손해의 배상을 청구할 권리를 가지게 된다(제280조 제1항, 제286조 제1항). 이러한 법적 효과는 무엇보다도 이행최고, 즉 G의 의사표시에 근거한 것이다. G가 이행최고를 통하여 이러한 지체효과를 얻으려 하였던 것이 아니라 단지 S로 하여금 이행을 하게 할 목적이었다 하더라도 위와 같은 지체의 효과는 발생한다.
도매상인 V가 소매상인 K에게 매매계약에 기하여 부패한 감자를 공급하고 K가 V에게 즉시 하자를 통지하였다고 할 때, 이러한 V에 대한 통지에서 K는 단지 공급된 감자의 품질상태만을 지적하려는 의사였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통지(상법 제377조)로써 K는 매매계약을 취소할 권리를 취득하고(제437조 제2호), 이점은 K가 통지시 그점을 상기시키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마찬가지이다.
준법률행위는 의사표시에 가까우므로 의사표시에 관한 규정이 준용될 수 있는지가 항상 검토되어야 한다.
앞서의 이행최고와 하자 통지에서 행위자는 그 행위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행위능력에 관한 규정(제104조 이하)이 준용되어 의사무능력자의 표시행위에는 위에서 언급한 법적 효과가 발생하지 않는다.
III. 법률행위
1. 개념
법률행위는 최소한 하나 이상의 의사표시로 이뤄진, 법률에 의하여 그 원하는 법적 효과가 부여되는 구성요건을 말한다.
a) 법률행위는 최소한 하나 이상의 의사표시로서 법적 효과의 발생을 목표로 한 의사표시를 구성요소로 한다. 의사표시는 법률행위의 핵심이다. 그러나 의사표시가 반드시 법률행위와 동의어는 아니다. 그렇지만 민법은 두 개념을 동일한 의미로 병행하여 사용한다. 법률행위의 구성요소는 하나의 의사표시로써도 족하지만(예컨대 해지의 의사표시) 대부분은 수개의 의사표시로써 이뤄진다(예컨대 계약)
매매계약은 매도인과 매수인의 각각의 의사표시로서 이뤄진 법률행위이다.
b) 법적 효과가 오로지 하나 또는 수개의 의사표시만으로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때때로 또 다른 구성요건 요소가 추가되기도 한다. 예컨대 사실행위와 관청의 협력행위 등이 그것이다.
A가 B에게 그의 시계를 양도하였다면 929조 제1항에 의해 두 사람이 소유권을 이전하기로 합의한 것, 즉 계약한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그 외에도 A로부터 B로의 시계의 양도행위, 즉 사실행위가 추가되어야만 한다. 또 다른 예로 혼인을 위하여서는 계약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그러한 의사표시가 호적공무원 앞에서 이뤄져야 한다(제1310조 제1항 제1호).
c) 법적 효과는 그것을 원한다고 하여 모두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법률이 그 원하는 법적 효과를 승인할 것이 필요하다. 법률이 법적 효과를 승인하지 않는다면 당사자의 의사에도 불구하고 효력이 없다.
예컨대 폭리적 매매계약은 제138조 제1항에 따라 무효이다. 그러한 계약은 당사자가 원한 대로 법적 효과가 발생하지 않는다. 다른 법적 효과(예컨대 손해배상청구권)가 발생하는지는 여기서 별 의미가 없다.
2. 유형
a) 편면적 법률행위는 한 사람만의 의사표시로 구성된다.
예컨대 해지의 의사표시, 취소의 의사표시(제143조 제1항), 유언행위, 현상광고(제657조).
b) 다면적 법률행위는 수인(최소한 두 명)의 의사표시로 구성된다. 계약, 단체행위와 결의 등이 다면적 법률행위에 속한다.
(1) 계약은 최소한 두 명 이상의 서로 대립하는 당사자간 합치하는 의사표시로 구성된다.
(2) 단체행위는 최소한 두 명 이상의 서로 동일한 목표를 갖는 당사자간 합치하는 의사표시로 구성된다. 계약과는 달리 단체법적 행위에서는 당사자의 의사표시가 서로 대립하는 것이 아니라 동일한 방향을 목적으로 이뤄진다.
예컨대 부부인 M과 F가 공동으로 주거를 임차하였다가 임대차관계를 해소하기로 원한다면 두 사람은 임대인에게 각각으로 해지 의사표시를 하여야 한다.
(3) 결의는 조합이나 법인 등과 같은 인적결합체에서 수인이 동일한 목적을 갖고 행한 의사표시를 말한다. 이는 단체의 내부적 법률관계를 규율하기 위한 목적을 갖는다. 조합계약이나 정관제정, 법률에 의해 만장일치의 의결이 필요한지 아니면 다수결로써 충분하지가 규정된다. 계약이나 단체행위와는 달리 다수결의 경우에는 모든 의사표시가 합치할 필요는 없다. 그 경우에는 필요한 다수를 충족한다면 그것으로써 효력이 있다.
예컨대 어떤 이익단체에의 총회에서 단체를 상징하는 깃발을 제작하기로 다수가 결의할 수 있다. 단체의 정관이 그러한 경우에는 출석 회원의 다수결로써 결의하도록 되어있다면 깃발 제작에 반대하는 회원들에게도 위와 같은 결의는 구속력이 있다.
제5장 의무부담행위와 처분행위, 유인행위와 무인행위
사례 :
a) V는 4. 1. 서면계약으로 특정 그림을 2300 유로에 K에게 판매하였다. V는 5. 2. K에게 그림을 보내줬다. K의 법적 지위는?
b) V가 K에게 판매한 그림을 보내기 전에 V는 4. 5. 그 그림에 관심이 있는 다른 이해관계인(D)을 알게 되었는데 D는 그 그림을 4000 유로에 팔 것을 요구하였다. V는 D와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그 즉시 D에게 그림을 넘겨줬다. 이 경우 법률관계는?
c) 사례 a에서 4. 15. 이후로 V가 의사무능력자가 되었고 그런 사실을 K가 몰랐다면 K의 법적 지위는 어떻게 되는가?
d) 사례 a에서 K가 5. 4. 매매대금을 지급하려고 할 때 V는 자신이 매매계약서를 잘못 작성하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V는 매매대금을 3200 유로로 쓰려고 하였는데 키보드를 잘못 눌러 2300 유로로 썼던 것이다. V는 K에게 즉시 착오로 계약을 취소한다는 통고를 하고(제119조 제1항) 그림의 반환을 요구하였다. 이 경우 법률관계는?
I. 의무부담행위, 처분행위
1. 의무부담행위
의무부담행위란 급부의무를 성립시키는 법률행위를 말한다. 대부분의 의무부담행위는 민법의 채권법에 내용이 있다. 그 주요한 것은 매매계약이다. 매매계약에서는 매도인은 매수인에게 매매목적물을 양도 및 소유권이전할 의무가 있고(제433조 제1항 제1문), 매수인은 매매계약에 의해 매매목적물의 양도 및 소유권이전을 청구할 권리를 취득한다. 의무부담행위(즉 매매계약)에 의하여서는 법률객체(매매목적물)의 법적 관계에는 직접 아무런 변화가 없다. 매도인은 매매계약의 체결에도 불구하고 매매목적물의 여전한 소유자이다. 의무부담행위에 의해 말하자면 의무자에게는 어떤 직접적 재산의 증가나 감소의 결과가 생기지 않는다.
사례 a에서 그림이 4. 2. V의 집에서 D에 의해 도난을 당했다면 V만이 D에 대해 제985조에 의하여 그림의 반환을 청구할 수 있고, K는 청구할 수 없다. 왜냐하면 V가 매매계약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림의 소유자이기 때문이다. K는 4. 1. 매매계약의 체결에 의해 그림에 대한 소유권이전을 청구할 수 있을 뿐이고(제433조 제1항 제1문), 그림 자체의 소유권을 취득하지는 못한다.
의무부담행위는 대부분 계약이고 예외적으로만 편면적 법률행위로도 이뤄진다.
2. 처분행위
a)처분행위는 그것을 통해 권리가 직접 이전되거나 권리에 제한이 따르거나 변경되거나 소멸시키는 법률행위를 말한다. 이를 통해 권리가 감소한다는 의미로써 권리의 존속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예시
사례 a에서 V는 그림에 대한 소유권을 물권적 합의와 양도(제929조 제1항)로써 5. 2. K에게 이전한 것이다. 이로써 그림에 대한 소유권은 V에서 K로 이전한다.
C가 그의 반지에 D를 위하여 질권을 설정함으로써 소유권에 제한을 가할 수 있다(제1204조 제1항, 제1205조). 이 경우 C는 여전히 반지의 소유자이나 D의 질권이 그 소유권 위에 성립한다. 그 결과 D는 소유권의 한 구성요소로서 독자의 권리를 취득한다. 즉 소유자인 C의 처분권한의 일부가 질권자인 D에게 귀속되는 것이다.
E가 매매계약에 기하여 500 유로를 한도로 한 매매대금청구권을 F에 대해 가지고 있다고 할 때, E가 F와 사이에 F의 지불무능력으로 인해 500 유로 대신 F의 중고 TV를 가지는 것으로 청구권의 내용을 변경하는 계약을 할 수도 있다.
G는 H에게 H가 G에게 부담하고 있는 200 유로의 매매대금채무를 계약을 통해 면제할 수 있는데 그렇게 되면 G의 권리는 소멸한다.
처분행위에 의하여서는 의무부담행위와는 달리 처분자의 적극재산이 직접적으로 감소한다. 처분행위를 통해 권리가 감소하거나 심지어 권리를 상실하게 되는 사람이 처분행위자이고 그것을 통해 권리를 취득하는 사람은 처분행위자가 아니다.
사례 a에서 V는 5. 2. 물권적 합의를 통해 그의 그림에 대한 처분행위를 한 것인데 그렇게 되면 V는 소유권을 잃고 K가 소유권을 취득한다.
대부분의 처분행위는 물권법에 규정되어있다. 이 때문에 물권적 처분행위라고 하기도 한다. 그러나 채권법에서도 처분행위가 가능하다는 점을 혼동하지 말아야 한다.
물권법에 있어서 처분행위로는 물권적 합의(동산의 경우 제929조 이하, 토지의 경우 제873, 925조).
채권법에 있어서 처분행위로는 채권의 양도(제398조), 채무의 면제(제397조 제1항).
b) 처분행위의 유효요건
(1) 처분행위는 계약으로 구성되나 예외적으로 편면적 의사표시로도 구성된다.
계약에 의한 처분행위의 예 : 사례 a에서 V는 물권적 합의와 양도에 의하여 그의 그림의 소유권을 K에게 이전한 것이다(제929조 제1항). 물권적 합의는 양도인과 양수인 사이의 계약으로서 V의 소유권을 K에게 이전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다른 예로는 X가 매수인인 K에 대하여 갖는 매매대금청구권을 Y와의 계약을 통해 Y에게 이전할 수 있는데 그러면 매매대금청구권은 X로부터 Y에게로 이전한다(제398조 제1항). 이와 같은 청구권 양도계약을 통하면 Y가 기존 채권자인 X에 대신하여 새로운 채권자가 된다(제398조 제2항).
편면적 법률행위에 의한 처분행위의 예 : E가 그의 고장난 시계를 버리고 싶다면 E는 시계를 버리겠다는 의사표시와 함께 점유를 포기하는 것으로써 충분하다(제959조). 그러나 가령 V가 K에 대한 매매대금청구권을 포기하고 싶다면 V의 편면적 의사표시만으로는 불가능하고, V와 K는 면제 계약을 체결하여야 한다(제397조 제1항).
(2) 처분의 효과를 위하여서는 기타 다른 구성요건이 요구되는 경우가 있다.
그리하여 제929조 제1항은 동산의 소유권을 이전하기 위하여서는 물권적 합의 외에 양도인으로부터 양수인에게로 점유의 이전이 필요하다. 토지의 소유권을 이전하기 위하여서도 물권적 합의(제925조 제1항 제1문, 제873조 제1항) 외에 부동산등기부에의 기입(제873조 제1항)이 필요하다.
반면 청구권의 양도의 경우에는 양도인과 양수인 사이의 계약 외에 여타의 다른 구성요건은 필요하지 않다.
(3) 처분의 효과는 처분행위자가 처분권한이 있는 경우에만 발생한다. 이를 권리를 처분할 수 있는 법적 권한이라고도 한다.
(a) 일반적으로 처분권한은 권리의 소유자에게 귀속한다.
그리하여 물건의 소유자나 채권의 채권자가 물건을 양도하거나 채권의 양도를 통해 이를 처분하게 되면 양수인이 그 물건의 소유자나 채권의 채권자가 된다.
(b) 예외적으로 권리의 소유자가 아닌 다른 사람이 처분권한이 있는 경우가 있다. 이를 위하여서는 법률이나 법률행위에 의해 그 다른 사람에게 처분권한이 주어져 있어야 한다.
예컨대 도산절차가 개시되더라도 그림의 소유권은 여전히 그 소유자인 E에게 있다. 그러나 도산절차의 개시와 더불어 그 처분권한은 E에게 없다. 도산관리인에게 처분권한이 있다(도산법 제80조). 그 취지는 도산관리인이 채무자(E)의 재산을 처분하여 E의 채권자들을 평등하게 만족시키기 위함에 있다. 만약 채무자가 그의 재산을 처분하거나 현금화 하여 소비함으로써 채권자가 만족을 얻을 수 있게 내버려 둔다면 도산법의 위와 같은 목적은 달성할 수 없을 것이다.
H는 E 소유의 그림을 K에게 팔고 그 소유권을 이전하였다. 이러한 처분행위도 E가 H에게 처분권한을 수여하였다면 유효하다(제185조 제1항). H가 비록 소유자가 아닐지라도 K는 소유권을 취득하고 E는 소유권을 상실한다. E는 H의 처분에 동의하였으므로 이렇게 보더라도 부정의하지는 않다.
3. 차이점
의무부담행위와 처분행위는 다음의 두 가지 점에서 특히 구분된다.
a) 처분행위가 유효하기 위하여서는 특히 처분행위자의 처분권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의무부담행위의 경우에는 의무부담행위자에게 특별한 권한이 있을 필요가 없다.
그리하여 물건의 소유권에 관하여서는 처분권한이 있는 소유자가 처분행위를 해야 하고 그 결과로써 물건의 소유권이 타인에게 이전된다(제929조). 이에 반해 매매계약에 있어서는 처분권한이 없는 사람이더라도 매수인에게 물건의 소유권을 이전할 의무를 부담할 수 있다.
사례 b에서 V는 그림에 관한 두 개의 매매계약을 체결하였다. V는 K에게 이미 그림을 매도하였지만 그림의 소유권을 D에게 이전할 수도 있다(제929조 제1항). 왜냐하면 K와의 매매계약만으로는 그림의 소유자로서 V의 처분권한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기 때문이다. V가 D에게 물권적 합의를 하고 소유권을 이전하면 비로소 V는 그림의 소유권을 상실하고 K에게는 그림의 소유권을 이전할 수 없게 된다. K는 V에게 손해배상청구권을 갖는다(제275조 제4항, 제280조 제1항, 제3항, 제283조). K가 D에 대해 어떤 청구권을 갖지는 않는다. 다만 제826조(고의에 의한 공서양속 위반)의 엄격한 요건 하에 K는 D에 대해 손해배상청구권을 가질 수 있다.
처분행위에 의하여서는 법적인 권한이 제한되지만 의무부담행위에 의하여서는 단지 해야 한다는 의무만이 제한될 뿐이다.
사례 b에서 V가 D에게 그림의 소유권을 이전하였다면 V는 더 이상 다른 사람에게 소유권을 이전할 수 없다. 비록 V가 K에 대해 그림의 소유권을 이전할 의무는 부담한다손 치더라도 V는 D에 대하여서도 소유권을 이전할 의무를 부담한다. 그 결과 V가 한번 급부를 이행해 버린다면 그는 더 이상 급부의무를 이행할 수 없게 된다. 그러므로 V는 K에 대해 손해배상의무를 지게 되는 것이다.
b) 처분행위의 경우에는 우선의 원칙이 유효하지만 의무부담행위에 있어서는 그러한 원칙이 유효하지 않다.
(1) 누군가 여러 처분행위를 하였을지라도 오직 처음의 처분행위만이 유효하고 그 뒤의 처분행위는 모두 효력이 없다(이에 대한 예외는 무권리자의 처분행위에 대한 선의취득자의 보호).
채권자 G가 채무자 S에 대하여 갖는 500 유로의 지급청구권을 D1에게 양도하고 이어서 D2, D3에게 순차로 양도하였다면 D1만이 (제398조에 의해) S에 대한 청구권을 취득한다. G의 D2에 대한 양도는 그 당시 G가 더 이상 채권의 채권자가 아니고 아무런 처분권한이 없으므로 효력이 없다. D3에 대한 양도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2) 이에 반해 의무부담행위는 여러 사람에 대해 여러 번도 가능하다. 그런다고 하여 처음의 의무부담행위만이 더 유리한 지위에 있는 것은 아니다.
V는 그의 라디오를 K1에게 매도하고 이어서 K2, K3에 순차로 매도할 수 있다. 이 경우 3 사람의 매수인은 모두 V에 대해 소유권이전을 청구할 수 있다. 물론 V는 그 가운데 한 사람에 대하여서만 그 의무를 이행할 수 있다. 예컨대 V가 그중 K2에게만 소유권을 이전하였다면 그는 이제 더 이상 라디오의 소유자가 아니다. 따라서 V는 다른 2 사람에게는 계약을 이행할 수 없게 되고 다른 2 사람에 대하여 손해배상의무를 진다(제275조 제4항, 제280조 제1항, 제3항, 제283조).
II. 유인행위, 무인행위
1. 서언
처분행위든 의무부담행위든 그 상대방에게는 재산가치의 증가가 있다. 다시 말해 이익을 말하는 것이다.
A가 B에게 그의 라디오를 처분하였다면 B는 라디오를 얻음으로써 이익을 본 것이다. V가 매매계약에 기하여 800 유로의 매매대금청구권을 K에 대해 갖는다면 그러한 청구권 자체도 V에게는 재산상 이익이 된다.
a) 원인 없이 이익의 결과가 발생한 경우
(1) 이익의 법률상 원인을 얘기할 때 이익제공자가 이익제공행위를 하게 된 동기(=개인적 동인)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예컨대 A가 B에게 그의 라디오를 처분하였다고 할 때 만년에 B의 적적함을 달래기 위한 것이라거나, B가 A에게 훌륭한 조언을 해주었기 때문에 고마움으로 한 것이라거나, 그의 인색하지 않다는 주의의 평판으로부터 증여할 생각으로 한 것이라거나, 아니면 B가 유언을 통해 고마움을 표시하겠다는 얘기를 듣고 같이 고마음을 표시하기 위해 한 것이라는 사정 등은 모두 동기에 불과한 것이다.
이러한 무수한 동기들 중 오로지 정형화된 이익제공의 목적만이 법률적으로 의미가 있다. 이를 이익제공의 법률상 원인이라 하는데 로마법에서는 이를 원인(causa)로 표기하였다.
앞서의 사례에서는 여러 동기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B가 아무런 대가 없이 이익을 제공하겠다는 것(=법률상 원인으로서 증여)만이 중요한 의미가 있다.
(2) 이익제공의 법률상 원인은 이익제공을 정당화 하는 원인을 말한다.
만약 A가 B에게 제929조 제1항에 의하여 라디오의 소유권을 이전해주었다면 이러한 소유권이전은 어떤 원인에 의하여 발생된 것인가를 알 수 없다. 예컨대 A와 B가 매매계약을 체결하였기 때문인지 아니면 증여계약을 체결하였기 때문인지 문제될 수 있다.
로마법의 전통에 따르면 물권적 합의의 기초가 되는 원인으로는 causa donandi, cuasa credendi, causa solvendi를 구분하는데, causa donandi 경우는 대가 없는 이익제공의 경우(예컨대 증여)를 말하고, cuasa credendi(acquirendi, obliandi)의 경우는 이익제공과 함께 상대방에게도 의무부담이 따르는 경우(예컨대 소비대차계약에 있어서는 차주는 대주에 대하여 동일한 종류와 품질 및 수량에 맞는 물건을 상환해야 할 의무를 부담한다. 제607조 제1항)를 말하며, causa solvendi의 경우는 이익제공자가 이익제공으로 말미암아 채무를 면하는 경우(예컨대 매매대금을 지불함으로써 매수인은 매매계약에 기한 자신의 채무를 이행하게 된다)를 말한다.
b) 법률행위로부터 직접 법률상 원인을 도출할 수 있는 그런 법률행위가 있다. 말하자면 법률상 원인이 법률행위를 구성요소로 하는 경우이다. 이를 유인행위라고 한다.
예컨대 증여계약, 매매계약.
이와 구분되어야 할 것이 이익제공의 법률상 원인이라고 하는 것이 법률행위의 내용과는 무관한 법률행위이다. 이러한 법률행위는 법률상 원인과는 관계없이 존속하는데 이를 무인행위라고 한다.
예컨대 제929조 제1항에 의한 물권적 합의.
2. 유인행위
유인행위란 이익제공의 법률상 원인이 행위의 내용을 이루는 행위를 말한다. 대부분의 의무부담행위가 이에 속한다.
이의 가장 중요한 예는 매매계약이다. 계약의 두 당사자가 각각 자기의 급부취득을 위해 반대급부를 제공하기로 합의하였다면 이러한 합의는 매수인이 매매계약으로 성립한 매매목적물의 소유권이전청구권 및 매도인의 매매대금 지급청구권의 법률상 원인이 된다.
그러나 매도인이 호의를 베풀기 위하여 목적물을 그 스스로만의 부담 하에 친구에게 매도하였다면 이는 법률상으로는 별 의미 없는 동기로서 매매계약의 법률상 원인이 되지 않는다.
법률상 원인은 유인행위의 한 구성부분이므로 당사자가 법률상 원인에 대하여 합의하지 않았다면 유인행위는 유효하지 않다.
예컨대 A는 B에게 100 유로의 수표를 교부하고 장차 B가 이를 갚아야 하는 내용의 소비대차를 원하였다. 그러나 B는 A가 그에게 이를 증여하려 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 경우 법률상 원인에 대한 합의가 존재하지 않는다. 수표의 소유권이전에 관한 합의는 무인행위로서 유인행위의 법률상 근거가 될 수 없다.
3. 무인행위
무인행위란 이익제공의 법률상 원인과는 독자의 행위를 말한다. 즉 법률상 원인이 행위의 내용에 속하지 않는다. 처분행위 전부와 법률에 특히 정해진 몇몇 의무부담행위가 이에 속한다.
제780조, 제781조, 제793조에 의한 채무부담행위, 그리고 무엇보다도 어음이나 수표에 기한 채무부담행위 등이 무인행위에 해당한다. 이들은 다른 의무부담행위와는 달리 채무의 법률상 원인을 그 내용으로 하지 않기 때문에 무인적인 것이다. 그 결과 일단 어음채무가 성립하면 그 원인행위와는 절연된다. 법률상 원인은 무인행위의 원인행위에 해당하는 유인행위(예컨대 매매, 증여)의 내용이 될 뿐이다.
무인행위에도 법률상 원인이 있긴 하나 그것이 무인행위의 내용을 이루지는 않는다. 무인행위의 원인은 차라리 무인행위의 원인행위인 유인행위의 내용을 구성한다.
III. 무인행위의 독자성
1. 의미
이는 유인행위와 무인행위를 법적으로 구분할 수 있는가의 문제이다. 대부분의 행위에 있어서는 사실상 단일의 경과로 이뤄지기 때문에 유인행위와 무인행위를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예컨대 A는 스포츠신문을 판매하는 가판점 상인으로부터 신문 1부를 구매할 생각이다. 그는 말 한마디 없이 가판점 상인에게 1 유로짜리 동전을 하나 주었다. 이 일련의 과정에는 신문 1부에 대한 매매계약을 체결하기 위한 청약, 1 유로짜리 동전에 대한 소유권이전의 물권적 합의를 위한 청약 그리고 그 이전의 행위가 모두 포함되어있다. 가판점 상인이 A에게 마찬가지로 아무 말 없이 신문 1부를 교부하면 그는 A의 매매계약의 청약 및 물권적 합의의 청약을 승낙한 것이다. 이와 함께 그는 A에게 신문의 소유권을 이전한 것이고 A는 그의 물권적 합의의 청약을 승낙한 것이다. 이런 단일의 과정 속에 모두 3개의 법률행위(즉 매매, 돈의 소유권이전 합의, 신문의 소유권이전 합의 등)가 포함되어있다.
그러나 유인, 무인행위가 사실상 따로 따로 이뤄지는 경우도 있다. 이 때는 유인행위와 무인행위의 법적인 구분을 이해할 수 있다. 유인행위는 무인행위의 전단계로서 무인행위는 유인행위를 이행한 것이다(예컨대 제362조 제1항).
사례 a에서 4. 1. 체결한 매매계약은 5. 2. 그림의 소유권이전 합의의 전단계가 된다. 소유권이전의 합의에 의하여 K는 그림의 소유자가 되고, 이와 함깨 V는 소유권이전에 의해 매매계약을 이행하였으므로 K의 V에 대한 그림의 소유권이전에 대한 청구권은 소멸한다.
무인행위의 독자성의 원칙은 로마법에 연원을 두고 있고 무엇보다도 사비그니의 영향력 아래 이전 세기에 관철되었으며 민법의 기초가 되었다.
이러한 유인행위와 무인행위의 분리의 원칙은 논리 필연적으로 유일무이한 타당성을 갖는 것도 아니며, 차라리 다른 대부분의 법질서에서는 통합의 원칙을 채택하고 있다. 통합의 원칙에 따르면 매매계약과 소유권이전의 합의는 법적으로는 단일로 이뤄진다.
2. 효과
유인행위와 무인행위는 법적으로 구별된다. 다른 행위의 효력이 반드시 다른 행위의 효력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a) 유인행위가 유효함에도 불구하고 무인행위는 효력이 없을 수 있다.
사례 c에서 V는 매매계약을 체결할 당시 정신적으로 의사무능력자가 아니었다. 따라서 매매계약은 유효하지만 소유권이전의 합의, 즉 물권적 합의는 제929조 제1항에 의하여 무효이다(제104조). 이에 따라 K는 그림의 소유자가 되지 못하므로 유효한 매매계약에 기한 그림의 소유권이전에 관한 청구권만을 갖는다(제433조 제1항 제1문). 이러한 청구권은 V의 후견인(제1902조)이 V의 이름으로 K와 소유권이전에 관한 합의를 함으로써 실현된다.
b) 유인행위의 흠결이나 무효는 기본적으로 유인행위의 이행을 위하여 체결되는 무인행위의 효력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사례 d에서 V는 착오(제119조 제1항)를 이유로 의사표시를 취소할 수 있다. V의 취소로 인하여 법률행위는 처음부터 무효로 간주된다(제142조 제1항). 이로써 유효한 매매계약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로 인하여 그림의 소유권이전의 합의는 영향을 받지 못한다. 소유권이전의 합의에 있어서는 V의 착오는 있지 않기 때문이다. V는 그림의 소유권을 이전할 의사를 가지고 있었고 또한 그러한 행위를 하였다. 따라서 V는 매매계약의 무효에도 불구하고 그의 그림에 대한 소유권을 잃게 된다. 그러나 V는 유효한 매매계약을 결하므로 매매대금 청구권을 갖지는 못한다. 반면 V는 이제 더 이상 소유자가 아니므로 K로부터 제985조에 의하여 그림의 반환을 청구할 수도 없다. 여기서 제812조 제1항 제1문이 V에게 유용하다. K는 V의 급부(그림의 소유권이전)에 의해 법률상 원인 없이(유인행위로서 유효한 매맥PDir) 무언가(그림의 소유권)를 취득하였으므로, 그는 V에게 그가 취득한 것을 반환해야만 한다(즉, 그림을 V에게 되돌려주고 그 소유권을 이전하는 것).
3. 입법적 이유
무인행위의 독자성을 취하는 입법적 이유는, 무인행위를 유인행위와는 별개로 취급하려는데 있다. 이로써 법적 거래의 안전에 기여하게 된다.
그리하여 사례 d에서 매매계약의 무효(V에 의한 취소의 결과로써, 제142조 제1항)에도 불구하고 K에 대한 그림의 소유권이전의 합의는 유효하다. 이를 통해 법적 안정성에 기여하게 된다는 점은 K가 그 사이 그림을 제3자에게 재매도하고 소유권을 이전한 경우를 생각해보면 분명해진다. V와 K간 매매계약이 무효이더라도 K에 대한 소유권이전의 합의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아니하므로 D는 소유자인 K로부터 소유권을 취득한다. D는 V와 K간 매매계약이 유효한지 확인할 필요가 없다. 비록 D가 유인행위의 흠을 알았다고 하더라도 그는 권리자(즉, 소유자인 K)로부터 소유권을 취득한다. D가 소유자이므로 V는 제985조에 의하여 D에게 그림을 돌려달라고 청구하지 못한다.
채무자의 채권자도 무인행위의 독자성 원칙에 따라 보호받을 수 있다. 예컨대 채무자(S)로부터 값어치 나가는 보석을 취득하였다면 채권자는 채무자가 소유자이고 그 보석을 취득하게 된 유인행위(예컨대 종전 소유자와 채무자 사이의 매매계약)에 흠이 있더라도 S의 소유권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다는 점에서 보호된다. 따라서 S의 채권자는 S에게 보석을 판매한 종전 소유자로부터 어떤 간섭이 있을지 모른다는 두려움 없이 S로부터 보석을 질물로 취득할 수 있고 또한 변제충당을 위해 질권을 실행할 수 있는 것이다.
4. 무인행위 독자성의 단점
a) 무인행위의 독자성은 단점 또한 있기 때문에 민법이 시행되기 전에도 많은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도 단일로 이뤄지는 거래행위(일상 생활용품의 현금거래)에서 유인행위(매매계약)와 무인행위(목적물의 소유권이전 합의, 매매대금의 소유권이전 합의)를 구분하는 것은 일반 국민의 정서에 맞지 않는다. 그와 같은 구분론은 일반인이 볼 때 이해하기 어렵고 처음 공부를 하는 사람에게조차 어려움이 따른다.
이외에도 법적 거래에 있어 무인행위의 독자론이 기여한다는 안정성은 물권법에 있어 무권리자로부터의 선의취득에 관한 규정에 의하여서도 보장될 수 있다.
예컨대 사례 d에서 K가 D에게 그림을 다시 팔고 소유권이전의 합의를 하였으나 매매계약도 무효이고 소유권이전의 합의도 무효라고 할 때(이른다 무인행위 독자성의 부인), 즉 K가 소유자가 아니라고 할 때, D는 929조 제1항에 의하여 K로부터 소유권을 취득할 수 없다. 그러나 D가 매도인인 K를 그림의 소유자라고 선의로 생각하였다면 932조에 의하여 무권리자로부터 선의로 소유권을 취득하는 것이 고려될 수 있다.
무인행위의 독자성은 오늘날 법률이 선의자를 보호하지 않는 경우에만 법적(거래의) 안정성을 보호하는 작용을 한다.
예컨대 A가 B에게 X에 대한 대여금채권을 매각하고(제453조, 제433조) B와의 계약을 통해 그 채권을 양도함으로써 매매계약을 이행하였다면(제398조 제1항) 이제부터는 B가 X에 대한 채권자가 된다. 매매계약이 무효이더라도 이점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채권의 양도는 매매계약과는 무관하기 때문이다. B가 계약을 통해 C에게 재차 이를 양도한다면 이번에는 C가 채권자가 된다. A, B 사이의 매매계약이 채권을 양도하는데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러나 무인행위의 독자성을 부인하는 입장이라면 A, B간 매매계약이 무효라면 채권양도 또한 무효이므로 얘기가 달라진다. 이때는 B는 채권의 권리자가 되지 못한다. 따라서 B는 C에게 채권을 양도할 수도 없다. 법률은 제932조의 경우와는 달리 채권양도의 경우에는 무권리자(B)로부터 (C가) 채권을 선의로 취득하는 경우를 규정하고 있지 않다. 따라서 A, B간 매매계약의 무효가 C의 채권 취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와 같이 거래안전에 반하는 결과를 무인행위의 독자성을 취함으로써 방지할 수 있는 것이다.
무인행위의 독자론에 대한 주된 반론은 무인행위의 상대방이 재차 물건을 양도하거나 그 채권자가 처분목적물에 대하여 강제집행에 착수하는 경우에는 무권원에 기한 처분행위자의 이익을 충분히 보호할 수 없다는데 있다.
예컨대 사례 d에서 K가 그림을 가지고 있는 한 V는 매매계약이 무효란 이유로 K에 대해 그림의 반환을 요구할 수 있다. 985조에 의한 반환청구권은 아니더라도 제812조 제1항 제1문에 의한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은 생긴다. 그러나 K가 D에게 그림을 재차 매각하였다면 V는 더 이상 그림의 반환을 청구하지 못한다. 왜냐하면 V는 더 이상 소유자는 아니므로 제985조에 의하여 D에 대하여 반환을 청구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D가 V의 급부에 의하여 법률상 원인 없이 그림을 취득한 것도 아니기 때문에 D에 대하여 제812조 제1항 제1문에 의한 부당이득반환청구도 하지 못한다. V의 부당이득반환청구의 의무자는 K이지 D가 아니다. V는 K에 대하여 제818조 제2항에 의하여 그림의 가액상당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을 뿐이다. 만약 K가 무자력이라면 이러한 손해배상청구는 무의미할 것이다.
사례 d에서 K의 채권자 G가 그림에 질권을 취득하여 경매를 한다면 V는 아무런 보호를 받지 못한다. 매매계약의 무효에도 불구하고 V는 K에게 유효한 소유권이전의 합의를 함으로써 그림에 대한 소유권을 상실하였으므로 V는 그림의 질권취득이나 경매를 아무런 반론도 제기하지 못하고 지며볼 수밖에 없다. V의 K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은 V에게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K는 더 이상 그림을 소유하지 않고 있고, 그림의 가액상당의 손해배상청구권도 K의 무자력으로 말미암아 실현가능성이 없기 때문이다.
b) 이러한 단점을 극복하기 위하여 여러 방안이 제시된다.
(1) 유인행위와 무인행위는 모두 경제적으로는 단일행위이므로 제139조의 의미에 있어서는 단일한 것으로 취급하자는 것이다. 제139조에 의하면 법률행위의 일부가 무효인 경우에는 원칙상 전체가 무효가 된다.
예컨대 매매계약이 (법률행위의 일부로서) 무효라면, 전체 법률행위(매매 및 목적물과 매매대금의 소유권이전의 합의)도 무효로 보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해석은 무인행위의 독자성을 부당하게 왜곡하는 것으로서 받아들일 수 없다. 법률은 무인행위와 유인행위를 엄격히 구분하여 무인행위는 유인행위의 흠으로부터 독립하여 다루고 있다. 그런데 제139조를 적용하여 이와 다르게 취급하는 것은 법률의 의사에 반하는 것이다.
(2) 무인행위를 조건으로 파악하려는 견해도 있다. 즉 무인행위는 유인행위가 유효하다는 조건에서만 성립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매매목적물의 소유권이전의 합의는 그 기초가 된 매매계약이 유효하다는 조건에서만 성립한다는 것이다. 즉 매매계약이 (예컨대 취소로 인하여) 무효라고 한다면 매매목적물의 소유권이전의 합의가 성립하는 조건이 흠결하므로 소유권이전의 합의는 조건의 불성취로 말미암아 효력이 없다는 것이다.
무인행위를 유인행위의 유효라는 조건 하에서 체결하는 것도 일반적으로는 가능하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행위의 상대방이 최소한 유인행위의 효력에 관해 잘 알지 못한 경우에만 그러한 조건적 무인행위를 인정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일반적으로는 그렇지 않다. 무인행위의 모든 경우에 있어 그러한 조건을 인정하는 것이 문제도 아니다. 그러한 조건을 무인행위에 부가하고자 한다면 강행적인 무인행위의 독자성 원칙을 폐기하여 법률의 의사를 또 다시 우회하는 것이다.
제6장 법률행위의 해석
사례:
a) A는 그의 유언장에서 B에게 Mainz 등기소의 토지(Band 3, Blatt 13)에 관한 소유권을 주는 것으로 하였다. A가 죽자 B는 A의 상속인인 그의 아들 S에게 위 토지에 관한 소유권이전을 요구하였다(제1939조 참조). 그러나 S는 A가 평소에 여러 친족들 앞에서 공표하였듯이 그보다는 작은 토지(Band 3, Blatt 31)를 B에게 주겠다고 하였다고 주장하였다. B는 S에게 큰 토지를 요구할 수 있는지, 아니면 작은 토지를 요구할 수 있는지?
b) A는 B에게 공증으로 작성된 계약서에서 그의 토지(Band 3, Blatt 13)를 매도하였다. B가 그 뒤 A에게 위 토지에 관한 물권적 합의를 구하자 A는 B가 그보다는 작은 토지(Band 3, Blatt 31)를 요구할 권리만 있다고 주장하였다. 즉 A는 위 작은 토지를 매도할 의사였는데 지번을 착오로 잘못 표시하였다는 것이다. B 또한 계약체결 전에 위 작은 토지를 실측한 바 있다. B는 어떤 토지를 청구할 수 있는가?
c) 사례 b에서 A가 계약체결과정에서 언제나 지번을 Band 3, Blatt 13으로 잘못 표시하고 B가 그에 관한 등기부를 열람하였으며 계약체결 전에 위 잘못 표시된 토지를 실측하였다면 어떤가?
d) 아헨에 사는 A와 본에 사는 B는 서로가 법률 서점을 교환하기로 하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하였다. 교환이 이뤄진 후 얼마 되지 않아 B는 본으로 다시 돌아와 종전 서점 가까운 곳에서 새로운 서점을 열었다. A는 B가 지금과 같은 경쟁행위를 하여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반면 B는 그와 같은 점이 합의되지는 않았으므로 경쟁을 금할 수는 없다고 주장한다.
e) V는 P에게 5년간 자신의 담배 가게를 운영하도록 사용대차계약을 체결하였다. 계약에서 V는 자기 집에서 동일한 가게를 운영하여서는 안 되는 것으로 합의하였다. V는 자기 집 앞에서는 가판을 설치하고 담배를 판매해도 되는가?
f) E는 이웃한 N과 사이에 N이 E의 토지를 바라보는 쪽으로는 집의 창문을 내지 않기로 하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하였다. 그러나 그 뒤 N는 일조를 들이기 위해 그 방향으로 유리벽돌을 설치하였다. 정당한가?
법학에 있어 해석은 법률을 해석하거나 법률행위를 해석하는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두 경우 모두 어떤 의사(입법자 또는 표의자의 의사)를 명백히 하는 것으로서, 해석을 통해 표시된 것(법률 또는 법률행위)을 대상으로 하여 그 의사(입법자 또는 표의자의 의사)를 밝히는 일을 수행한다. 그 외에도 법률이나 법률행위나 보충적 해석을 통해 보완될 일정 부분의 흠결을 내포할 수 있다. 법률과 법률행위의 해석과 관련한 상세한 비교를 위하여서는 우선 법률의 해석에 관한 설명 부분을 다시 한 번 참조하기 바란다.
I. 단순 해석
1. 목표, 방법 및 의미
a) 법률행위를 구성하는 의사표시를 통해 표의자는 특정한 법률효과를 발생시키길 원한다. 표의자의 (내심의) 효과의사는 표시된 (외부의) 표현물에 의해 드러나는데, 단순 해석은 표시의 배후에 존재하는 표의자의 효과의사를 밝히는 것이다. 사적 자치의 원칙에 의하면 이러한 의사는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 왜냐하면 각자는 그의 의사에 따라 각자의 사적 생활관계를 형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보통의 경우 의사와 표시는 일치한다. 그러나 많은 빈번한 사례에서 표시가 표의자의 의사와 완전 일치하지 아니하여 사법적 판단에까지 이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표시가 다의적 의미를 가질 수도 있다(예컨대 매도를 청약하면서 대금결제수단을 달러로 표시하였는데 그 달러가 어느 나라 통화화폐인지 표시만으로는 알 수 없는 경우). 표시가 일의적 의미를 지녔을지라도(예컨대 그림을 890 유로에 팔겠다고 한 경우), 만약 잘못 표시하였거나(예컨대 980 유로를 써야할 것을 890 유로로 쓴 경우) 표시된 개념이 다른 의미로 결합된 경우(예컨대 표의자가 외국인이라서 판다고는 표현하였으나 이를 산다는 의미로 이해한 경우) 등과 같이 표의자의 의사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다.
b) 의사를 해석하는 방법은 표시된 것으로부터 출발한다. 그러나 잘못 말하거나 잘못 쓴 경우에는 표의자의 현실적 의사를 표시된 것만으로는 확인할 수 없으므로 해석이 반드시 표시된 것에만 머물러서도 안 된다. 제133조는 의사표시의 해석에 있어서는 표시된 문자의 의미에만 구속될 것이 아니라 표의자의 현실적 의사를 탐구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이러한 의사는 표시된 것 외의 사정을 함께 고려하는 경우에만 밝힐 수 있다. 따라서 표의자의 표현상 특징이나 다른 사람에게 표시한 내용, 설명서, 계약교섭의 과정, 습관이나 거래관행 등 표시된 것 외에도 도달 가능한 모든 요소들을 해석시 고려해야 한다.
예컨대 표의자가 캐나다 출신이고 팔고자 한 물건도 캐나다에서 들여온 것이라면 캐나다 달러를 염두에 둔 것이라고 추정할 수 있다. 또한 가격목록으로부터 표의자의 의사가 매매가를 980 유로로 설정하였음을 추정할 수 있다. 한편으론 외국인이 계약교섭 과정에서 보여준 행동으로부터 그가 사려고 한 의사였지 팔려고 한 의사는 아니었다는 사정을 알 수도 있다.
이와 같이 정확한 해석을 통하여 표시된 것의 분명한 의미가 해석된다. 즉 표시된 것 외의 모든 사정을 고려한다면 표시된 문언과는 달리 그 배후에 감춰진 표의자의 다른 효과의사를 의사표시의 내용으로 해석할 수도 있는 것이다.
예컨대 A는 B에게 서면으로 바이올린 100대를 특정가격에 사겠다고 청약하였다. 계약교섭 과정에서 A와 B는 무기거래상들이고 비밀유지를 위하여 각각의 무기 종류를 서류상으로는 특정한 악기로 표현해왔음이 드러난다면, 바이올린 100대의 매매는 총기 100대의 매매라는 명확한 표시로써 해석될 수 있다.
또한 X는 Y에게 유언 상으로 그의 도서관을 주겠다고 하였다. 그러나 법관은 X의 친구들의 확인을 통해 X가 이를 비밀로 감추려고 와인저장고를 그와 같이 표현한 것으로 결론을 내릴 수도 있다. 그 결과 도서관을 주겠다는 X의 효과의사는 실제로는 와인저장고를 주겠다는 내용으로 해석되는 것이다.
c) 해석은 우선 궁극적으로 의사표시가 존재하는가의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
예컨대 A가 B에 대해 “예”라고 대답하였다고 할 때 A의 대답을 의사표시로 볼 수 있는가의 문제부터 해결되어야 한다. 만약 그 대답이 “당신은 나의 개를 300 유로에 사시겠습니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으로 나왔다면 의사표시가 존재하는 것이지만, B가 A에게 “어제 당신 동물원에 있었지?”라는 질문에 대한 답으로 나왔다면 의사표시는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더욱이 계약이 성립되었는지가 문제되는 경우에는 해석 작업은 매우 중요하다. 계약은 청약과 승낙이 내용상 일치해야 하므로 두 사람의 의사표시는 각각의 의사의 해석을 통해 밝혀져야 한다. 두 의사가 합치하는 경우에만 계약이 성립한다.
예컨대 독일에서 체결된 계약에서 청약과 승낙이 화폐단위를 100달러로만 표시하고 일방은 미국 달러를 생각하고 타방은 캐나다 달러를 생각하였다면 표시상의 일치에도 불구하고 의사의 합치는 부존재하므로 계약은 성립하지 않는다.
끝으로 체결된 계약이나 일방적 법률행위 또한 그것으로부터 어떤 법률효과가 발생하는지를 확정하기 위하여서는 역시 해석이 필요하다.
예컨대 계약당사자가 계약서에서 정형화된 약관으로 “현금 지급”을 명시하였다면 이는 매수인이 목적물을 수령하면서 매매대금은 계좌이체가 아니라 현금으로 지불할 의무를 부과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또한 임차인이 임대인에게 계약기간이 만료되면 집을 비워줘야 하므로 지금보다 낫고 값싼 집을 찾았다는 내용의 서면을 보냈다면 이는 기간만료와 동시에 계약의 해지를 통고한 것으로 해석된다.
2. 해석의 방법
법률행위의 해석에 있어서는 표의자와 그 상대방의 이익을 고려해야 한다. 만약 표의자의 이익만 고려한다면 그의 현실적 의사가 확인되어야 할 것이고, 그렇지 않고 상대방의 이익만 고려한다면 표의자의 현실적 의사와는 합치하지 않더라도 규범적 의사가 확인되어야 할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전자와 같은 해석방법을 자연적 해석, 후자와 같은 해석방법을 규범적 해석이라 일컫는다.
a) 자연적 해석의 경우에는 표의자의 현실적 의사가 확인되어야 한다. 그 결과 표의자의 이익이 보호되는 반면 상대방의 이익은 보호되지 않는다. 이러한 해석방법은 표의자 외에 다른 이해관계인이 없을 때나 상대방이 있더라도 예외적으로 상대방을 보호할 필요나 가치가 없을 때는 정당하다.
(1) 어떤 법률행위의 경우는 항상 표의자의 이익만 고려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유언이 그 대표적 경우이다. 여기서는 보호할만한 타인은 존재하지 않는다. 유언에서 수혜를 받을 사람이더라도(예컨대 상속인이나 수증자) 유언으로 표시된 것에 대한 그 사람의 신뢰를 보호할 필요는 없다. 그는 의사표시의 상대방도 아닐 뿐 아니라 아무런 반대급부의 의무 없이 급부를 취득하는 것이다. 따라서 유언을 해석함에 있어서는 표의자의 이익만 고려하면 되고 그의 현실적 의사가 유언의 문언에 표시되었든 아니든 그 의사만 확인하면 된다.
사례 a에서 법관은 - 아마도 A의 친척들의 확인을 통해 - A가 B에게 유언장에 표시한 큰 토지(Bd. 3, Bl. 13)를 줄 의사였는지 아니면 유언장에는 표시되지 않은 작은 토지(Bd. 3, Bl. 31)를 줄 의사였는지를 확인해보아야 한다. 조사결과 A가 작은 토지를 염두에 둔 것이라면 유언장에 표시된 것이 아니라 실제 의욕한 것의 효력이 있고, 따라서 B는 작은 토지에 관한 권리만을 취득한다. 만약 법관이 유언장과는 다른 A의 의사를 확인할 수 없다면 표시된 대로 보아도 무방하다.
와인저장고 사례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X는 Y에게 책이 아닌, 와인저장고를 요구할 권리만 있다.
(2) 대부분의 법률행위의 경우에는 표의자의 이익 뿐 아니라 그 상대방의 이익도 중요하다. 상대방의 수령을 요하는 의사표시(예컨대 해지통고, 계Dir의 청약, 승낙)의 경우 상대방은 표시에 의하여 형성된 법적 상태를 전제할 수밖에 없으므로 상대방의 이익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 경우 표시된 것이 표의자의 의사와 다르다면(예컨대 매도인이 980 유로에 팔겠다는 것을 잘못하여 890 유로로 표기한 경우), 의사표시의 상대방이 표시된 것을 신뢰하여 보호할 필요가 있는지 검토되어야 한다. 다음과 같은 두 가지 경우에는 보호할 필요가 없다고 할 것이다.
(a) 의사표시의 상대방이 표의자의 의사와 다른 표시에도 불구하고 표의자가 무엇을 원하였는지 올바로 인식하였다면 그러한 상대방은 보호할 필요가 없다. 이 경우 표의자가 의도적으로 자신의 의사와 일치하지 않는 문자를 선택하였는지 아니면 착오로 그러한 것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상대방이 표의자의 진정한 의사를 알았다면 그는 표시된 것을 신뢰하지 않은 것이므로 표시된 것과는 달리 표의자의 진정한 의사가 유효한 것이다(BGH NJW 1984, 721; NJW-PR 1987, 1284).
예컨대 서로 약속한 비밀 언어(총 대신 바이올린)를 쓰기로 한 경우.
또한 A가 B에게 노르웨이 말로 상어고기를 의미하는 “Haakjöringköd"를 사겠다고 청약했는데 A, B 서로가 고래고기로 이해했다면 서로 공통으로 이해한 의미(고래고기)가 유효하다(RGZ 99, 148).
사례 b에서 계약상 토지의 잘못된 표시에도 불구하고 작은 토지의 매매가 이뤄진 것이다. 왜냐하면 두 당사자가 작은 토지로 이해하였기 때문이다. 제311조의b 제1항에서 계약의 형식적 요건이 규정되어있다고 하여 다르지 않다(BGHZ 87, 150, 152 참조).
만약 매수인이 잘못 얘기해 카페인이 없는 담배를 요구하였다고 할 때 매수인이 그것을 니코틴이 없는 담배를 원하는 것으로 이해하였다면 니코틴이 없는 담배를 사고파는 계약이 성립한다.
잘못 표시하였다는 것은 두 당사자가 그 표시된 것을 일반적 의미로써가 아니라 다른 의미로써 서로 합치하여 이해하였다면 아무런 해를 가져오지 않는다(falsa denonsteationen nocet). 의사표시의 상대방이 표의자가 진정으로 원한 것을 알고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 의사표시의 상대방을 보호할 필요는 없으므로 진정으로 원하였던 것이 유효한 것이다.
(b) 의사표시의 상대방이 표시된 것의 진정한 의사를 알지는 못하였더라도 그에게 기대할 수 있는 주의의무를 다 하였다면 이를 알 수 있었던 경우에도 그는 표시된 것을 신뢰한 것만으로 보호가치가 없다. 상호 배려의무로부터 의사표시의 상대방은 표시된 것을 합리적으로 해석할 의무가 있다. 그가 이러한 의무를 게을리 하였다면 표시된 것을 신뢰하였다고 하여 그대로 보호받을 수는 없다. 상대방이 의사표시의 합리적 해석을 통해 분명 표의자가 다른 의도를 가진 것으로는 짐작이 가나 그 의사를 명확하게 알 수 없는 경우에는 표의자에게 문의하여 그것을 분명히 해야 할 의무가 있다. 어떤 경우라도 표시된 것을 그냥 그대로 신뢰한다거나 여러 다의적 의미가 있음에도 자기 식대로만 해석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예컨대 X가 Y에게 사실은 매도할 의사였음에도 가격표에 나와 있는 대로 특정 상품을 사겠다고 한 경우 Y는 X가 이전에 그에게 보내준 가격표에 의할 때 X가 그 상품을 파는 일에 관여함을 알 수 있었다면 표시된 문언에만 따라 사겠다는 의미로 그의 제안을 신뢰해서는 안 된다. 만약 Y가 X에게 X의 청약을 승낙한다고 보냈다면 X는 매도인, Y는 매수인으로서 매매계약이 성립한다. 또 다른 예로는, 쾰른에 사는 X가 뮌헨에 사는 B에게 어떤 그림을 5,000 달러에 제공하겠다고 하였을 때 이는 미국 달러를 의미하는지 캐나다 달러를 의미하는지 도무지 분명하지 않아 다의적 의미를 가지므로 Y는 그에게 유리한대로만 화폐단위를 생각해서는 안 된다.
b) 규범적 해석의 경우에는 현실적 의사가 아닌 표시된 것의 객관적 의미가 확인되어야 한다.
(1) 이러한 해석의 근거는 의사표시의 상대방의 이익을 올바르게 보호해야 한다는데 있다. 의사표시는 표의자의 현실적 의사를 밝히기 위하여서도 그 해석이 필요하고, 이 경우 해석에 도움이 되는 모든 요소를 고려해야 할 것이지만, 상대방이 이러한 현실적 의사를 항상 인식할 수만은 없다는 사정도 고려되어야 한다.
표시된 것이 표의자의 현실적 의사와 상이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대방에게는 표시된 것 외의 여타의 다른 해석을 위한 정보가 제공되지 않았다면 상대방은 표시된 것으로부터 표의자의 의사를 추정할 수밖에 없다. 이 경우 추정된 표의자의 의사가 그의 현실적 의사와 다를 때가 있다.
예컨대 V가 K에게 그림을 890 유로에 매매하겠다고 청약하였으나 그의 내심 의사는 980 유로에 팔겠다는 거였다고 할 때, K는 여타의 정보가 없다면 표시된 것으로부터 V의 의사(그러나 그 의사는 부존재 한다), 즉 890 유로에 팔겠다는 의사를 추정할 수밖에 없다.
의사표시의 상대방에게 표시된 것 외에 해석에 필요한 여타의 정보가 더 제공되었다면 그는 그에 기초하여 실제 의사를 해석해보아야 한다. 그 결과로써 상대방은 표의자의 현실적 의사를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상대방이 모든 해석에 필요한 정보를 고려하였음에도 표의자의 현실적 의사와는 다른 의사로 해석할 가능성도 있다.
예컨대 K가 V의 이전 우편물을 통해 V가 980 유로에 물건을 팔려는 생각이었음을 추정할 수 있다고 할 때, K는 표시 상 잘못으로 청약이 잘못되었음을 알 수 있고 V의 현실적 의사를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그렇더라도 K의 이전 우편물이나 설명서만으로는 어떤 가격도 알 수 없다면 K는 890 유로란 청약의 의사표시로부터 V의 그에 상응한 의사를 추정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2) 표의자와 그 상대방의 이익을 서로 형량 할 때는 표의자에 의하여 의사와 표시의 불일치가 야기되었다는 점과 표의자의 영역 내에서 그 점이 발생되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만약 상대방이 표시된 것과는 다른 의사를 추정할만한 정보를 얻지 못해 표시된 것을 신뢰할 수밖에 없었다면 표의자의 이익보다 상대방의 신뢰를 보호하는 것이 정당하다. 그 때는 표의자의 현실적 의사가 유효한 것이 아니라 상대방이 표시된 것에 근거하여 표의자의 의사라고 간주할 수 있는 것이 유효하다(BGH NJW 1984, 721). 이러한 결론은 제157조, 제119조 제1항에 입각한 것이다. 제157조에 의하면 계약은 거래관행을 고려하여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해석되어야 하므로 상대방의 신뢰는 보호되어야 한다. 제119조 제1항에 의하면 의사와 표시가 불일치 할 때는 표의자는 특정 요건 하에서만 자신의 의사표시를 취소할 수 있으므로, 표시된 것이 유효하고 진정한 의사는 효력이 없다고 할 수 있다. 표의자는 취소권을 행사하여 자신의 의사와 불일치하는 표시를 제거할 기회만을 갖는 것이다.
K는 V가 890 유로에 그림을 팔고자 한다는 의사를 갖고 있다는 결론을 내렸고 그 외 다른 해석을 할 정보가 주어지지 않았다고 할 때, K가 V의 그와 같이 해석된 의미로써 청약을 승낙한다면 890 유로에 그림의 매매계약이 성립하는데 이는 V의 의사에 반하지만 규범적 의사에는 합치하는 것이다. 물론 B는 위와 같은 의미로써 의사표시를 할 의사는 없었으므로 제119조 제1항에 따라 자신의 의사표시를 취소할 수 있다. V가 의사표시를 취소하면 제142조 제1항에 의하여 그의 의사표시는 처음부터 무효인 것으로 간주되고 매매계약은 처음부터 부존재한 것이 된다.
규범적 해석에 있어서는 의사표시의 상대방이 의사표시를 그가 기대할 수 있는 주의의무를 다하는 경우 어떻게 이해할 수 있는 것인지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상대방의 관점에서의 해석). 이에 따라 상대방의 신뢰만이 보호받을 가치가 있는 것이므로 표의자가 상대방의 관점에서 결과할 효과의사를 가졌다면 형성되었을 법률효과가 발생하게 된다.
사례 c에서 A가 원하는 작은 토지가 아닌 공증계약서에 언급된 큰 토지가 B에게 매도된 것이다. B는 그에게 기대되는 주의의무를 다하더라도 표시된을 신뢰할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A는 계약교섭 과정에서 항상 큰 토지를 언급하였고 B는 큰 토지에 대한 등기부 열람 및 실측을 매매목적물을 명확히 하였기 때문이다. 큰 토지의 가치가 계약서의 매매가격과는 B가 그 지방 통상의 토지가격을 고려하였더라면 누구도 그와 같은 가격으로는 큰 토지를 매매하지 않았을 것이란 사정이 추가된다면 다른 결론에 이를 수도 있을 것이다.
(3) 해석을 통해 대답될 문제가 과연 의사표시가 존재하는지에 있다고 한다면 이 경우에도 규범적 해석이 고려될 수 있는지는 다툼이 있다. 예컨대 트리어 와인경매장 사건과 같이 표의자에게 표시의사가 존재하지 않는 경우에 이러한 문제가 야기된다.
의사표시의 상대방의 관점에서 보면 표시의사 없이 의사표시가 이뤄지더라도 표시행위를 의사표시로 간주할 수 있다. 이 경우에도 법률행위의 의사와 표시가 합치한다는 점을 상대방이 신뢰하였을 때와 마찬가지로 의사표시가 존재한다는 점에 대한 상대방의 신뢰는 보호받을 가치가 있다. 의사표시의 규범적 해석을 통해 표의자가 원한 것과는 다른 결과에 이르는 것이나, 또는 어떤 행위가 전혀 법률행위를 할 의사 없이 이뤄진 것이더라도 그 해석을 통해 의사표시로 간주하는 것이나 차이는 없다. 두 경우 모두 행위자는 다른 사람에게 잘못된 오인을 유발한 것이고 그로 인한 책임은 행위자에게 있다. 상대방은 그가 의사표시라고 생각한 행위를 신뢰한 것인데 만약 그가 그에게 기대되는 어떠한 주의의무를 기울이더라도 그것이 의사표시일 수밖에 없다는 해석의 결과에 이른다면, 상대방의 그와 같은 신뢰는 보호받을 가치가 있는 것이다.
누군가 행운의 의사를 표시하기 위하여 매매의 청약에 서명을 하였더라도 상대방의 입장에서는 그것을 매매의 청약으로 파악할 수밖에 없으므로, 상대방이 그것을 승낙하면 매매계약이 성립한다. 표의자가 의사와 표시가 불일치하므로 취소권을 행사하여 의사표시를 취소할 수 있으므로(제119조 제1항, 제142조), 이 경우 행위자에게 법률행위의 의도가 없었을지라도 그 행위가 의사표시로 이해될 수 있고 또한 의사표시로서 효력이 있을 수 있는 것이다. 트리어의 와인경매장 사례에서도 경매인이 손을 든 사람이 그곳 관행을 잘 알지 못하였다는 사실 내지 명시적으로 그의 친구에게 인사할 의사였다는 사실을 알 수 없었다면 동일한 결론이다.
II. 보충적 해석
1. 의미
보충적 해석이란 흠 있는 법률행위를 보충하는 것을 말한다. 계약 뿐 아니라 일방적 법률행위(예컨대 유증) 또한 보충이 가능하다. 계약의 보충적 해석은 개별적 의사표시의 자연적 또는 규범적 해석을 통해 계약의 성립이 인정되는 경우에만 비로소 필요하다. 계약 당사자가 어떤 특정한 계약사항에 관하여 규정하지 않았을 경우에 필요한 것이다. 이 경우 당사자가 그런 계약사항에 대해 규정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였기 때문에 의식적으로 규정을 안 할 수도 있지만, 계약체결 시에는 전혀 존재하지 않았거나 또는 그 이후 드러남으로써 간과하거나 전혀 인식하지 못하였기 때문에 무의식적으로 규정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어떤 경우에나 보충적 해석은 흠결을 전제로 하고 이러한 흠결은 법관이 흠결보충에 의해 결론을 도출해야 한다.
대부분의 사례에서는 법률은 임의규정을 두고 있으므로 법관은 흠결보충 시 이를 참고할 수 있다.
예컨대 V와 K는 900 유로에 특정 물건의 매매계약을 체결하였다. 계약에는 목적물에 하자가 있을 경우 이를 규율할 조항이 없다. 일방 당사자가 목적물에 하자가 있다고 생각하여 그런 상태로 있다고 할 때, 법률은 이러한 흠결에 대해 보충 규범(제434조 이하)을 두고 있으므로 법관이 계약을 보충할 필요성은 존재하지 않는다.
해석은 임의규정이 개별적 사례에서 흠결을 보충하는데 불합리할 때 필요하다. 법관은 이 경우 임의규정을 참고할 수는 없고 보충적 해석의 원칙에 입각하여 흠결을 보충해야만 한다.
2. 흠결
보충적 해석은 법률행위에 흠결이 존재해야만 가능하다. 어떤 경우에 흠결이 존재하는가는 법률행위의 해석을 통해 확정할 문제이다. 효과의사를 확인하는데만 해석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효과의사에 이르도록 한 동기와 사정 등을 탐구하는데도 해석이 필요하다. 해석이 필요한 흠결은 계약체결에서 양 당사자(일방적 법률행위에서는 표의자)가 어떤 특정한 사정을 고려하지 않았거나 잘못 고려한 경우에 존재하게 된다. 계약당사자가 계약체결 시(유언의 경우에는 유언자가 유언 시) 존재하였던 사정을 고려하지 않았는지(=원시적 흠) 또는 그러한 사정이 나중에 발생한 것인지(=이차적 흠결)는 중요하지 않다.
사례 d에서 B가 A 서점의 바로 인접 지점에서 서점을 운영하는 것이 허용되는가와 관련하여 만약 양 당사자가 B의 본으로의 귀환을 예견하였고 계약교섭 과정에서 B가 A에게 자신이 다시 종전 가게의 가까운 곳에서 서점을 운영할 가능성을 유보함을 알렸다면 흠결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A와 B가 체결 시 그들 중 누구라도 새로 교환해간 가게의 영업을 포기하고 다시 종전 장소에서 새로운 가게를 열 수 있다는 사정을 고려한 바가 없었다면 흠결이 존재하게 된다(BGHZ 16, 76 참조).
사례 e에서 경쟁금지의 문제는 당사자가 이를 예견하였고 또한 규율하였다. 그러나 집 앞의 가판에서 담배를 판매할 수도 있다는 점까지 고려된 것이 아니라면 경쟁금지의 규정과 관련하여 계약에는 흠결이 존재한다(RGZ 119, 355 참조).
사례 f에서 당사자가 계약체결 시 유리벽돌을 통하여 N의 건물에 빛이 들어오도록 할 수 있다는 점을 예견하지 않았고 따라서 계약에서는 단지 그들 나름의 특별한 의미로써 창문만을 언급한 것이라면 흠결이 존재한다. 이 경우 계약체결 시 유리벽돌의 존재를 몰랐거나 유리벽돌이 사용될 가능성을 염두에 두지 않았는가는 아무 영향이 없다.
3. 흠결의 보충
법률행위에 있어 규율이 필요한 흠결이라고 확정되면 법관이 그것을 해결해야 한다. 이 경우 법관은 양 당사자가 계약 시 고려하지 않은 사정까지 참작할 때 신의성실의 원칙과 거래관행을 고려하여 과연 진정으로 무엇을 원하였을까를 확인해야 한다(제157조 참조). 두 사람의 현실적 의사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들의 가정적 의사가 의미 있는 것이다. 가정적 의사를 확인함에 있어서는 당사자가 계약에 부여한 평가를 기초로 하여 흠결을 알았다면 합리적으로 무엇을 합의하였을까 하는 점을 물어보아야 한다.
흠결보충의 경우 당사자의 평가에 기초해야 한다는 사실은 매매목적물에 하자가 있는 경우 매매대금의 감액을 청구하도록 한 규정(제441조)에서도 찾을 수 있다.
V가 K에게 900 유로에 판매한 물건에 하자가 있을 경우 매매대금을 감액한다고 할 때 그 금액은 목적물의 가치와 일치해야 한다. 이는 법관이 하자 있는 물건의 현실적 가치(예컨대 800 유로)을 확인한다고 끝나는 것은 아니다. 그보다 법관은 당사자의 합의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합의된 대금(900 유로)은 하자가 없을 경우 물건의 가치(예컨대 1,200 유로)와 관계가 있다. 따라서 하자 있는 상태의 가치가 800 유로라면 매매대금도 600 유로(800 유로 × 900/1200)로 감축되어야 한다(제441조 제3항). 요컨대 K는 900 유로라는 합의된 대금에 대신하여 하자 있는 상태에서 800 유로를 지불해야 한다고 한다면 계약체결 시 그가 유리한 계약(1,200 유로의 가치가 있는 물건을 900 유로에 매매한 것)을 체결함으로써 얻었던 이익을 잃게 하는 것이므로 K를 불리하게 하는 것이다.
법관이 흠결보충 시 당사자의 평가를 어떻게 고려할 것인가는 개별 구체적 사정에 따라 다르다. 따라서 동기, 거래관행, 이해관계의 대립 등 여러 사정이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대개는 당사자가 계약을 통해 달성하고자 한 목적이 가장 중요할 것이다.
사례 d에서 당사자가 B가 계약을 체결하자마자 본으로 귀환할 것을 예견하였고, 따라서 서점을 인수하는 쪽에서 짧은 시간 안에 기존 고객들과 관계를 공고히 할 수 없다는 사정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당사자의 귀환이 어떤 본질적 계약의 침해도 되지 않는다는 사정을 알았더라면, 일방 당사자의 조기 귀환은 계약목적을 광범위하게 침해할 수도 있으므로, 계약 당사자는 특정 기간 내에는 귀환을 금지하는 합의를 하였을 것이다. 따라서 흠결은 위와 같은 결론으로 해결되어야 한다(BGHZ 16, 77 이하 참조).
사례 e에서 계약 당사자는 경쟁금지를 통해 V의 경업으로부터 P를 보호할 목적이 있었다. 만약 V에게 P의 가게 앞에서 가판을 설치하여 담배를 팔 수 있도록 허용한다면 이러한 계약목적은 달성될 수 없다. 따라서 계약은 이런 경우에도 금지가 되어야 하는 쪽으로 보충되어야 한다.
사례 f에서 E의 토지를 들여다보고 소음방해를 끼치지 않기로 한 것이 합의의 목적이라면, 유리벽돌을 사용하는 경우에도 계약목적은 달성될 수 있으므로 유리벽돌에까지 합의를 적용하는 것은 근거가 없다. 반면 E의 토지에 빛이 도달하는 것을 합의로써 막고자 한 의도였다면 금지의 합의는 유리벽돌을 사용하는 경우에까지 적용되어야 한다.
제7장 의사표시의 교부와 송달
사례 :
a) A는 도로 가로수에 다음과 같은 광고를 붙였다. “내 잃어버린 개를 찾아주시는 분께 150 유로를 사례함.” 만약 B가 위와 같은 광고의 내용을 모르고 그 개를 찾아줬다면 A는 B에게 현상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는가? 제657조 참조.
b) 임차인 M은 그의 주거에 관한 임대차계약에 따르면 한 달 전에 임대차계약의 해지 의사표시를 함으로써 임대차계약을 해지할 권한이 있는데 1. 15. 임대인 V에게 2월 말일자로 임대차계약을 해지한다는 우편물을 작성하였다. M은 그 우편물을 1. 22. 우편함에 투입하였다. 만약 M이 1. 20. (1. 23.) 의사무능력자이었다면 해지의 의사표시는 유효한가?
c) 기계를 임차하고 있는 임차인(M)이 전화로 임대차계약의 해지 의사표시를 하고자 하였다. M은 금요일 저녁 임대인(V)의 사무실로 전화를 하였다. 그러나 영업시간이 종료하여 사무실에는 아무도 없었고, 자동응답기의 녹음이 흘러나왔다. M은 2월 말로 임대차계역을 해지한다는 녹음을 남겼다. V는 월요일 9시 사무실에 출근하여 그 녹음을 들었다. 만약 해지의 의사표시를 할 수 있는 기간이 금요일로 종료하였다면 위 해지의 의사표시는 유효한가?
d) V는 할증료를 부담해야 하므로 M의 편지 수령을 거절하였다. 그후 M이 할증료를 지불한 뒤에야 해지의 의사표시를 담은 위 편지는 3일 후 V에게 송달되었다. 만약 해지의 의사표시 기간이 3일 전에 종료하였다면 위 해지의 의사표시는 유효한가?
e) 만약 V가 휴가 중에 있었고 우체국에 우편물을 나중에 수취하겠다는 신청도 제출되어있지 않았다. 그래서 접수된 위 해지의 우편물을 휴가를 마치고 돌아온 후 그러나 해지의 의사표시 기간이 지난 후 우체국에서 이를 수취하였을 경우에는 어떤가?
f) 17살 된 V(제106조 참조)에게 M의 해지 의사표시의 서면과 계약의 청약서가 전달되었다면 유효한가?
I. 이해관계
의사표사는 법적 효과를 목적으로 한 의사의 사적인 표시를 말한다. 표의자가 행위의사를 외부에 표시하면 의사표시가 존재한다. 그러나 유효한 의사표시를 위하여 이것으로써만 충분하지는 않다. 제130조 제1항 제1문은 상대방에 대한 의사표시가 만약 그 상대방이 없는 상태에서 이루어졌으면 그 의사표시의 유효함은 상대방에게 그 의사표시가 도달되었는지 여부에 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의사표시의 교부와 송달을 규정한 것이다. 사실상 해지의 의사표시를 담은 편지는 여러 국면을 거쳐 전달된다. 먼저 표의자가 그 편지를 작성하고 우편함에 이를 투입하고, 우편배달원이 이를 상대방에게 전달하며 상대방이 이를 읽는다. 편지를 우편함에 투입함으로써 표의자의 지배영역을 이탈하여 상대방에 전달됨으로써 상대방의 영역에 도달하게 된다.
이런 식으로 의사표시는 표의자로부터 그 의사표시의 수령자에게 도달하는 과정에서 오류가 일어날 수 있다. 우선 의사표시가 수령자에게 왜곡되어 전달될 수 있다(“매도”라고 할 것이 전신상으로 “매수”라고 잘못 전달되는 경우). 또는 우편물이 늦게 송달될 수도 있고 궁극적으로 송달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한 오류가 일어난 경우 그 위험을 누가 부담해야 하는지 문제가 된다. 정당한 위험분담을 위하여서는 이해관계를 고려하여 의사표시가 유효한 시점을 확정할 필요가 있다.
최우선의 시점으로서는 의사표시를 교부하거나 송부한 시점을 고려할 수 있다. 이럴 경우 의사표시를 교부한 시점에서 의사표시가 성립하게 된다. 의사설, 교부설, 외부표시설 등으로 대표되는 이러한 해결책은 유언 따위와 같이 수령을 요하지 않는 의사표시의 경우는 이해관계에 적합한 해답이다. 왜냐하면 이 경우에는 오로지 표의자의 이익만이 고려되어야 하고 의사표시의 수령자의 이익을 고려할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해지의 의사표시와 같이 수령을 요하는 의사표시의 경우 수령자는 그 의사표시에 의해 형성되는 법률관계에 이해관계가 있으므로 최소한 그 의사표시의 존재를 알 수 있는 사정이 존재해야만 한다. 단순히 표의자가 의사표시를 교부하거나 송부한 것만으로는 상대방이 그 의사표시의 존재를 알았다고 할 수 없다.
반면 가장 최후의 시점으로는 의사표시의 수령자가 그 의사표시의 내용을 인식한 시점을 고려할 수 있다(소위 인식설). 이 경우 표의자는 지나치게 오랜 기간 위험을 부담하는데 반해 상대방은 표의자의 부담으로 부당하게 유리한 취급을 받는 것이다. 표의자는 일단 의사표시가 표의자의 영역을 벗어나면 상대방이 그것을 인식하는 것과 관련하여 아무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없다. 예컨대 수령자가 몇 주 지난 뒤 도착한 편지를 일요일에 읽었다고 하고 그 사이 해지의 의사표시 기간이 종료하였다면 편지에 담겨진 해지의 의사표시는 무효가 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수령자가 의사표시를 궁극적으로 인식하지 않았다면 그 의사표시는 어떤 경우에도 효력이 없게 된다.
따라서 의사표시를 교부한 시점과 이를 상대방이 인식한 시점 사이의 적당한 시점을 고려해야 한다. 만약 의사표시가 수령자의 영역에 도달하였다면 수령자는 통상 이를 인식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고, 반면 표의자는 수령자가 그 의사표시를 인식하는 것과 관련하여 영향력을 발휘할 수 없다. 그러므로 통상 수령설 또는 도달설에 의하여 의사표시를 수령자가 수령하거나 도달되었을 때를 기준으로 삼게 된다. 민법도 이에 따르고 있는데(제130조 제1항 제1문 참조), 그 이유는 그렇게 함으로써 이해관계를 조정할 수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위와 같은 수령설 또는 도달설에 의하면 수령을 요하는 의사표시의 경우는 표시 또는 교부된 것만으로는 의사표시가 유효하지 않으므로 그 의사표시를 담은 편지가 배달 중 분실하는 위험은 표의자가 부담한다. 반면 수령자에 의한 의사표시의 인식은 불필요하므로 의사표시가 수령자의 지배영역에 도달하여 수령자가 이를 인식할 개연성만 있으면 의사표시로서 성립한다. 이 경우 이를 인식하지 못함으로 인한 불이익은 수령자가 부담한다.
II. 의사표시의 교부
1. 요건
의사표시의 교부는 수령을 요하는 의사표시와 수령을 요하지 않는 의사표시를 구분해야 한다.
a) 수령을 요하지 않는 의사표시는 표의자가 의사를 표시한 때 성립한다(표시행위를 종료함으로써 완료된다). 보통 그러한 의사표시는 의사표시의 교부로써 효력을 발한다.
사례 a의 경우 의사표시는 수령을 요하지 않는 의사표시이다. 이는 가로수에 광고를 부착함으로써 의사표시가 교부되어 효력을 발하고 사람들이 그 부착사실을 인식할 필요는 없다. A는 비록 B가 현상금의 내용을 모르고 행위 하였더라도 B에게 광고에서 내건 현상금을 지불할 의무가 있다.
b) 수령을 요하는 의사표시의 경우는 표의자가 의사를 외부에 표시하는 교부행위만으로는 성립하지 않는다. 표의자가 수령자에게 의사표시를 교부하고 통상의 경우는 수령자가 그 의사표시를 수령함으로써 성립한다.
(1) 상대방이 있는 상태에서 구두로 의사를 표시하는 경우 그 상대방이 그 의사표시를 이해할 수 있는 상태에 있다면 그 의사표시는 위와 같은 교부로써 성립한다. 이는 전화상으로 의사를 표시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법에서도 전화상 의사표시의 경우는 상대방이 있는 상태에서의 의사표시와 동일하게 다뤄지고 있다(제147조 제1항 제2문).
축구장에서 관중들이 환호하는 가운데 A가 B에 대하여 해지의 의사표시를 하였더라도 B가 그것을 이해할 수 없는 상태이었다면 그 의사표시는 효력이 없다. B가 그 의사표시를 이해할 수 있는 상태이어야 A의 의사표시는 효력이 있는 것이다. 이 경우 B가 현실적으로 그 의사표시를 이해하여야 그 의사표시가 유효한지는 또 다른 문제이다. 다른 예로는 A가 B에게 전화상으로 해지의 의사표시를 하였다면 이는 유효하나, A가 전화번호를 잘못 돌려 B가 전화를 받는 것으로 착각하였으나 사실은 다른 사람이 전화를 받아 그에게 의사표시를 한 경우에는 의사표시로써 효력이 없다.
(2) 상대방이 있는 상태에서 구두로 하는 의사표시를 사자를 통하여 할 수도 있다. 사자를 통한 의사표시의 경우는 표의자가 사자에게 의사를 표하고 이를 전달할 것을 지시하여 그 사자가 수령자에게 그 의사표시를 전달함으로써 완성된다.
A가 운전사 F에게, B에게 가서 그(A)가 임대차계약을 허용된 가장 가까운 시일에 해지한다는 의사를 전달하도록 한 경우 A의 해지 의사표시는 이로써 교부된 것이다. 그러나 B에게 그 의사가 전달되었는지, 그로써 그 의사표시가 유효한지는 전혀 별개의 문제이다. 만약 F가 A의 지시를 잊었다면 A의 의사표시는 효력이 없다.
(3) 상대방이 없는 상태에서 서면에 의한 의사표시는 상대방이 그 서면을 수취함으로써 성립한다. 표의자가 서면을 작성하는 것만으로는 아직 수령자에 대하여 의사표시를 교부하였다고 할 수 없다.
A가 서면으로 작성한 해지의 의사표시를 면전에 앉아 있는 B에게 아직 교부하지 않았다면 의사표시는 교부되지 않은 것이다. 서면의 작성은 의사표시를 교부하기 위한 준비행위에 불과하다. A는 서면을 그냥 갖고 있다가 찢어버릴 수도 있는데 이 경우에는 교부행위가 없었으므로 해지 의사표시는 성립하지 않는다.
(4) 상대방이 없는 상태에서 서면에 의한 의사표시는 표의자가 완성된 서면을 수령자에게 보낼 때 의사표시의 교부행위가 있는 것이다. 통상의 경우 표의자가 보낸 서면은 수령자에게 도달될 것으로 기대된다.
편지에 의사표시를 담은 경우에는 표의자가 그 편지를 우체통에 투입하거나 예컨대 점원 또는 그 가족 등에게 교부하도록 부탁한 경우 그 의사표시의 교부행위가 있는 것이다. 편지가 표의자의 책상에 놓여있는 것만으로는(예컨대 표의자가 의사표시의 내용을 다시 한번 심사숙고하기 위하여), 설령 그 부인이 책상을 치우던 중 그 편지를 발견하고 편지가 잘못 책상에 놓여있는 것으로 생각하고 그 편지를 우체통에 투입하였더라도 의사표시의 교부행위는 없는 것이다. 왜냐하면 표의자로부터 그 편지를 수령자에게 보낼 의사가 없었기 때문이다.
의사표시의 교부행위는 오늘날 발달된 통신수단을 이용하여 이뤄질 수 있으나 각각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
먼저 팩스를 이용한 교부행위의 경우 의사표시가 작성되어 문서가 팩스통신망을 통해 수령자의 수신기에 복사되는 과정을 거치는데 표의자가 팩스기를 작동시킴으로써 의사표시의 교부행위가 있게 된다(이 경우 조작의 위험성과 관련하여서는 Schmittmann, DB 1993, 2575).
인테넷 메일을 통하여 의사표시가 교부되는 경우에는 마우스를 클릭하거나 <Retutn> 키를 누름으로써 교부행위가 있게 된다. 이를 통하여 의사표시가 전기적 신호로 조작되어 수령자에게 보내지게 되는 것이다.
인터넷상 의사표시의 교부와 도달에 관하여는 Dörner, Rechtsgeschäfte im Internet, AcP 202, 363 및 Hoeren, Skript Internetrecht(www.unimuenster.de/Jura.itm/hoeren) 참조.
2. 법적 효과
a) 의사표시의 교부와 동시에 수령을 요하지 않는 의사표시는 효력을 갖는다. 수령을 요하는 의사표시의 경우는 의사표시 성립요건의 하나일 뿐이다.
b) 표의자의 어떤 특정한 조건이 문제되는 경우에는 교부행위를 한 시점에서 판단되어야 하고 의사표시가 도달된 시점에서 판단될 것은 아니다. 제130조 제2항에 의하면 표의자가 교부행위를 한 이후 사망하거나 행위무능력자가 된 경우에도 의사표시의 효력은 영향이 없다고 규정한다.
사례 b의 경우 1. 22. 우편함에 투입함으로써 교부를 마친 해지의 이사표시는 만약 M이 1. 20.부터 쭉 의사무능력자이었다면 무효이다. 그러나 1. 23., 말하자면 교부행위를 한 이후 의사무능력자가 되었다면 제130조 제2항에 의하여 이는 의사표시의 효력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비록 그 의사표시가 1. 24. V에게 도달되었더라도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해지 의사표시는 효력을 갖는다.
제130조 제2항에 열거된 사례(사망, 행위무능력) 외에도 의사표시의 주관적 사정이 문제되는 경우 위 조항의 근본적 사상을 고려하면 마찬가지로 해석하여야 한다.
예컨대 제119조 이하에 의하여 취소할 수 있는 착오가 있었는지 문제가 되는 경우 그 여부는 의사표시를 교부한 시점에서 판단되어야 한다.
III. 의사표시의 도달
1. 상대방이 없는 상태에서의 도달
수령을 요하는 의사표시는 제130조 제1항에 의하여 상대방이 없는 상태에서는 도달되어야만 효력이 있다.
a) 통설에 의하면 의사표시는 수령자가 이를 인식하거나 통상적으로 이를 인식할 수 있도록 수령자의 지배영역에 이르면 도달한 것으로 본다(MünchKomm/Einsele, ∬130, Rdnr. 16 m.w.N).
(1) 도달한 것으로 보기 위하여서는 의사표시가 수령자의 지배영역에 이를 것이 요구된다. 이는 공간적 지배영역(주거, 사무소, 집 앞 편지통 등)을 말하고 그렇지 않은 영역은 배제된다. 의사표시의 내용을 알 수 있는 상태에 수령자가 놓이게 되면 그것으로써 족한 것이다.
우체국의 업무시간 동안 수령자의 사서함에서 편지를 가져올 수 있거나 우체국에서 수취하는 것으로 한 편지를 가져올 수 있는 경우에는 수령자가 이를 알 수 있는 상태에 있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밤중에 우편물이 우체국에 있더라도 수령자는 그 다음날 우체국 업무가 개시된 후에야 편지를 읽을 수 있으므로 그때 비로소 도달한 것이 된다.
오늘날 발달된 통신수단을 이용하여 교부되어 수령자의 수신기에 이것이 녹음된 의사표시의 경우는 수령자가 그 의사표시를 청취한 경우에 수령자의 지배영역에 도달한 것이 된다(RGZ 105, 256).
사례 c의 경우 상대방이 없는 상태에서 구두로 한 의사표시의 문제인데, 제147조 제1항 제2문의 기본사상을 고려할 때 M은 V와 대화한 것이 아니므로 의사표시로서 효력이 없다. 녹음된 내용을 들음으로써 M의 의사표시는 V의 지배영역에 도달한 것이 된다. 수령자가 녹음에 의하여 메시지를 남기도록 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는 의사표시의 수령 자체로서는 아무 효력이 없다.
해고의 편지가 집 주소로 보내진 경우 근로자가 휴가로 집을 비웠더라도 집 앞 우편함에 그 편지가 투입되면 의사표시는 도달한 것이다(BAG JZ 1989, 295).
E 메일에 의한 의사표시는 보통 상대방이 없는 상태에서의 의사표시로서 문제가 된다. 두 사람이 컴퓨터를 동시에 접속하여 직접 대화를 주고받는 경우에만(이는 전화로 대화하는 것과 비슷하다) 그 의사표시는 상대방이 있는 상태에서 한 것으로 취급된다. E 메일이 수령자의 보관함에서 읽을 수 있는 상태로 전달되면 E 메일에 의한 의사표시는 수령자의 지배영역에 도달한 것이 된다.
(2) 통상 의사표시의 내용을 알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경우에도 의사표시는 도달한 것으로 본다. 이는 의사표시에 기한을 요하는 경우 특히 중요한 의미가 있다. 단지 의사표시의 내용을 알 수 있는 경우로만 따진다면 수령자에게 불공평할 수 있다. 예컨대 의사표시가 부당한 시각(예컨대 23:30)에 도달한 경우가 그렇다. 그러나 매일 밤낮으로 자기에게 어떤 의사표시가 도착하였는지 조사하고, 비록 그가 그럴 가능성이 있을지라도 즉시 그 의사표시의 내용을 알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수령자가 (거래관행, 경험칙, 통상의 기대 등에 따라) 그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경우에만 의사표시가 도달한 것으로 보는 것이다.
예컨대, 사례 c)의 경우 금요일 영업시간이 종료된 후 V의 사무실에 해지의 의사표시를 통보하였으나 이는 월요일 아침, 말하자면 기일을 도과하여 V에게 도달된 것이다. 왜냐하면 영업을 종료한 후에는 V가 이를 알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우편물이 수령자의 우체국 사서함에 도착되었다면 수령자가 이를 가지러 갈 수 있는 상태에 있는 것이므로 수령자의 지배영역에 도달한 것으로 볼 것이다. 그러나 수령자가 우체국 사서함으로 의사표시가 송부되어올 것이라는 점을 예상할 수 없었다면 의사표시는 도달된 것이 아니다. 반면 수령자가 의사표시자와 함께 우체국 사서함으로 의사를 통보해주기로 합의한 경우라면 그 의사표시는 우체국 사서함에 도착됨으로써 도달된 것이다.
오늘날 발단된 통신수단을 이용한 의사표시의 경우 그 도달과 관련하여 특별한 것은 없다. 영업시간에 전달되었다면 그 의사표시의 도달을 알 수 있는 것으로 본다. 그렇지 않으면 그 다음 영업일에 도달한 것으로 본다.
E 메일을 이용한 의사표시의 도달과 관련하여서는 의사표시 수령자의 메일함 관리자에게 E 메일이 도달하여 그 관리자가 수령자의 메일함에 이를 분류해둠으로써 E 메일은 수령자의 지배영역에 도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때부터 수령자는 (E 메일의 게재기간이 종료할 때까지는) 언제든 그 메일을 열람할 수는 있다. 그러나 그런 사정만으로 의사표시가 도달되었다고 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 영업상 E 메일의 이용은 영업시간이 종료된 후에는 그 도달 사실을 알았을 경우에만 그 메일이 도달한 것으로 보게 된다. E 메일을 사적으로 이용하는 경우에도 그 도달 사실을 알았을 경우에만 역시 도달한 것으로 본다. 그러나 E 메일 이용자가 E 메일에 의한 통보에 동의하였다면 사정은 달라진다.
b) 제3자를 통한 의사표시의 전달은 그 제3자가 수령 대리인인지, 표시자와 수령자의 사자인지에 따라 다르다.
(1) 수령 대리인의 경우에는(제164조 제3항) 의사표시는 그 대리인에게 도달함으로써 본인에게 도달한 것이 된다. 본인에 대한 추가적 의사표시는 불필요하다.
(2) 제3자가 대리인이 아닌, 수령자의 사자에 불과한 경우에는 의사표시를 수령하는데 적합하고 또한 그 능력이 있어야 한다.
표의자가 의사표시 수령자의 점원, 가정부, 동거가족 등에게 의사표시를 하게 되는 경우 이러한 문제가 생긴다. 구두로 의사표시를 하는 경우보다 서면으로 의사표시를 하는 경우 더욱 많이 생긴다. 어린아이의 경우는 의사표시를 수령하기에 적합하지 않으며 또한 서면으로 된 의사표시의 내용을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다.
(사자를 통한) 의사표시는 수령자에게 전달된 것으로 기대할 수 있는 시점에 도달한 것으로 본다(BGH NJW-RR 1989, 757). 사자가 의사표시를 잘못 전달하거나 늦게 전달하거나 아니면 아예 전달하지 않은 경우에도 그 불이익은 의사표시 수령자가 부담한다.
그러나 만약 의사표시를 수령해야 할 사자가 서면으로 된 의사표시의 수령을 거절한 경우에는 의사표시는 궁극적으로 도달한 것이 아니다(BAG NJW 1993, 1093; 이에 대하여는 Schwarz, NJW 1994, 891).
(3) 제3자가 수령자의 사자가 아니라면 의사표시를 적기에 전달하지 않음으로써 야기되는 불이익은 표의자가 부담한다. 제3자가 표의자의 사자일 경우에는 그에 의하여 수령자에게 의사표시가 전달되었을 때 도달한 것이 된다.
c) 의사표시가 수령자에게 도달하기 전 또는 그와 동시에 철회되었을 경우에는 의사표시가 도달되었더라도 효력이 없다(제130조 제1항 제2문). 철회의 의사표시는 최소한 동시에 도달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은 경우 수령자가 그에게 도달된 의사표시의 효력을 신뢰한 부분은 보호되어야 한다.
예컨대, K는 V에게 서면으로 매매의 청약을 승낙하고자 하였다. K가 승낙서를 우편함에 투입한 후 X가 K에게 보다 유리한 가격의 매매 청약을 하였다. K는 그 즉시 V에게 전보를 보냈는데 그 내용은 자기가 보낸 승낙서는 무효라는 취지이었다. 전보는 바로 그날 V에게 도달하였다(철회의 의사표시의 도달). 반면 매매의 승낙서는 그 다음날 V에게 도달하였다(승낙의 의사표시의 도달). 이 경우 승낙의 의사표시는 제130조 제1항 제2문에 따라 그 도달에도 불구하고 철회로 인하여 효력이 없다. 이에 반하여 전보가 승낙서가 도달된 이후 V에게 도달되었다면 철회의 의사표시는 승낙의 의사표시가 효력을 발한 후에 도달된 것이므로 승낙의 의사표시가 유효하다. 만약 이 경우 V가 승낙의 의사표시를 수령하였으나 그 의사표시를 철회하는 의사표시가 배달 중임을 알고 있었다면 승낙의 의사표시의 유효함을 신뢰하였다는 V는 보호받을 필요가 없다. 오히려 그는 철회의 의사표시가 승낙의 의사표시와 동시에 도달되었더라면 받을 취급과 동일하게 취급될 필요가 있다.
d) 제130조는 임의규정이다. 따라서 당사자는 의사표시의 도달을 보다 쉬운 방식으로 합의할 수 있다(BGH NJW 1995, 2217; 이에 대하여는 Armbrüster, NJW 1996, 438). 그러나 보통거래약관에서 예컨대 해지의 의사표시를 수령하지 않았는데도 사업자의 해지 의사표시가 도달한 것으로 본다는 규정은 무효이다(제308조 제6호). 사업자에 대한 의사표시의 효력과 관련하여 특히 그 도달요건을 불리하게 한 규정(예컨대 사업자의 고객접수창구에서만 하도록 하는 경우)도 무효이다(제309조 제13호).
2. 상대방이 있는 상태에서의 도달
수령을 요하는 의사표시의 상대방이 있는 상태에서의 도달의 효력과 관련하여서는 법률이 규정하지 않고 있다. 이 경우는 제130조의 기본사상을 참작하여 서면에 의한 의사표시와 구술에 의한 의사표시를 나누어 다음과 같이 보면 된다.
a) 서면에 의한 의사표시의 경우는 수령자에게 도달되었는지 문제가 될 수 있다. 통상은 교부함으로써 의사표시가 도달되어 효력을 발한다고 할 것이다. 왜냐하면 위 교부로써 의사표시가 수령자의 지배영역에 들어가 바로 그 내용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서면의 의사표시를 수령자의 주머니에 몰래 집어넣은 경우에는 그 의사표시가 수령자의 지배영역에 들어가게 되었다 하더라도 위와 같은 교부방법을 예상할 수는 없는 것이므로 의사표시는 도달하였다고 볼 수 없다.
b) 구술에 의한 의사표시는 구술행위를 완료함으로써 통상 수령자는 그 의사표시의 내용을 이해할 수 있는 것이므로 효력이 발생한다. 통설은 이와 같이 수령자가 의사표시의 내용을 이해하면 도달한 것으로 본다(인식설; MünchKomm/Einsele, ∬ 130, Rdnr. 10 u. 28). 대체적으로 통설에 동의한다. 그러나 수령자가 의사표시의 내용을 이해하지 않았더라도 표의자가 볼 때 수령자가 이를 이해하였다고 볼 수 있는 경우 통설에 따르면 의사표시는 도달하지 않은 것으로 된다. 이러한 결론은 표의자에게 불리한 것으로서 제130조 제1항 제1문의 규정 취지에 반하고 공평하지 못하다. 따라서 수령자가 의사표시의 내용을 이해하였는지에 의존할 것이 아니라 통상의 경우라면 이해할 수 있었는지에 의존할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수령자가 의사표시의 내용을 이해하였다고 표의자가 받아들이는데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면 원칙적으로 의사표시는 도달하였다고 보는 것이 필요하다(Erman/Palm, ∬ 130, Rdnr. 18; Larenz/Wolf, ∬ 26, Rdnr. 36; Soergel/Hefermehl, ∬ 130, Rdnr. 21).
따라서 비록 수령자가 난청자이거나 집중하지 아니하여 의사표시의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였더라도 구체적 사정상 수령자가 그 의사표시의 내용을 옳게 이해하지 못하였다고 표의자가 의심할 근거가 없었다면 그 의사표시는 도달한 것이 된다.
3. 도달의 장애사유
의사표시가 수령자의 행위로 인하여 도달하지 않거나 늦게 도달한 경우 이를 규정한 법률적 규정은 없다. 이 경우 서로 대립하는 이해관계를 형량하여 문제를 해결할 수밖에 없다.
a) 서면으로 된 의사표시의 수령을 거절하거나 구술로 된 의사표시의 내용을 들으려 하지 않는 경우 사안을 다음과 같이 두 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1) 의사표시의 수령자가 그 수령을 거절할만한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그 위험은 표의자가 부담한다. 이 경우 의사표시는 도달하지 않은 것이 된다.
예컨대 수령자가 부족한 우편요금으로 인해 할증료를 부담해야 하는 경우(사례 d의 경우 해지의 의사표시는 효력이 없다). 우편물의 수신자가 의사표시의 수령자인지가 불명확한 경우. 구술로 하는 의사표시에 모욕적 언사가 들어있어 수령자가 귀를 막아버린 경우 등.
(2) 수령을 거절할만한 정당한 사유가 없는 경우에는 의사표시의 수령자가 그 위험을 부담한다. 이 경우는 수령자가 의사표시의 내용을 알 수 있었고 통상의 경우 이를 고려할 수 있었으므로 의사표시는 도달한 것이 된다(동지 BGH NJW 1983, 929).
b) 의사표시에 법정기한이 있는 경우 의사표시의 지연도달은 법적으로 중요한 의미가 있다(예컨대 법정기한이 정해진 해지의 의사표시). 의사표시의 수령자는 의사표시의 지연도달이 그의 귀책사유인 한 지연도달을 원용하여 성공할 수 없다. 이는 수령자가 의사표시의 법정기한 내 도달을 이유 없이 그리고 의식적으로 방해한 경우 그렇다(제162조의 기본취지; Medicus, 총칙 Rdnr. 50이하 참조). 물론 이를 입증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수령자가 의사표시의 법정기간 내 도달을 위한 배려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게을리 한 경우에도 수령자는 보호를 받을 자격이 없다.
수령자의 위와 같은 의무는 계약이나 계약체결의 교섭뿐 아니라 수령자의 신분(예컨대 상인)으로부터도 성립할 수 있다. 따라서 상인은 우편물의 배달장소를 이전한 경우에는 그에 맞게 이를 고지할 의무가 있다. 수령자에게 귀책사유가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도달지연이 그의 영역 안에서 발생한 것만으로 충분하다. 일반적으로 법률행위로써 의사표시를 하고자 하는 사람은 그도 역시 의사표시를 수령할 수 있다는 점을 배려할 의무가 있다. 따라서 예컨대 근로자는 사용자가 휴가 중에도 해고의 의사표시를 할 수 있도록 사용자에게 휴가지를 남겨놓아야 할 의무가 있다.
반면 수령자에게 위와 같은 의무가 없는 경우에는 도달지연으로 인한 위험은 표의자가 부담한다. 이는 표의자가 장해사유를 인식하고 수령자가 의사표시의 내용을 법정기한 내에 인식할 수 없음을 예상한 경우 특히 그렇다.
임대인이 터키에 오랜 기간 휴가 중인 것을 알고 임차인에게 미리 예견할 수 없었던 해지의 의사표시를 통고한 경우 그 의사표시는 통상 임차인이 휴가에서 돌아온 후 도달한 것으로 본다.
의사표시가 지연 도달하였더라도 의사표시가 수령자에게 도달은 한 것이다. 그러나 수령자가 지연도달의 위험을 부담해야 하는 경우에는 지연도달을 주장할 수는 없다.
사례 e의 경우 V가 이를 예견할 수 있었다면 해지의 의사표시는 법정기간 내에 도달한 것이 된다. 그러나 해지를 예견할 수 없었다면 의사표시의 도달지연으로 인한 위험은 M의 부담이 된다.
c) 도달의 방해의 경우에도 도달의 지연과 마찬가지로 앞서 지적한 이익형량에 따라 표의자 또는 수령자의 부담으로 한다. 첫 번째는 도달하지 않았다고 보는 경우이고, 두 번째는 도달의 방해가 수령자의 위험부담인 경우 도달한 것으로 보는 것이다. 후자의 경우는 수령자가 야기한 방해의 사유가 없었다면 도달하였을 것으로 인정되는 시점에 의사표시가 도달한 것으로 본다. 통설(MünchKomm/Einsele, ∬ 130, Rdnr. 36)에 따르면 표의자에게 선택권이 주어진다. 만약 표의자가 아무 것도 원하지 않으면, 다시 말해 도달하지 않은 것으로 하고자 한다면 의사표시의 법률효과는 발생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가 자신의 의사표시가 유효하길 원한다면 그는 의사표시가 수령자의 지배영역에 도달한 것으로 볼 수 있는, 자신이 기대할 수 있는 모든 것, 사안에 따라 필요한 모든 것을 시도해야 한다. 표의자는 가능한 한 빨리 도달의 효력이 발생되도록 해야 한다. 그러면 도달기간이 지나 도달한 경우에도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법정기한 내에 도달한 것으로 효력이 생길 수 있다(BGH LM nr. 1 zu ∬ 130 BGB).
해지의 우편물이 송달되지 않고 반송되었고 표의자가 재차 해지를 원한다면 그는 즉시 해지의 의사표시의 송달을 다시 시도해야 한다(긴급한 경우 제132조). 그후 의사표시가 도달되면 수령자는 처음 의사표시가 도달되었을 경우와 마찬가지 취급을 받게 된다.
E 메일에 의하여 의사표시를 전달하는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예컨대 수신함이 가득차서 E 메일이 전달되지 않은 경우 E 메일을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사람은 그로 인한 불이익의 위험을 부담한다. 만약 재차 E 메일 전달이 성공하였다면 수령자는 최초 전달이 성공하였을 때와 마찬가지 취급을 받아야 한다.
4. 도달의 특별한 사안
a) 완전 행위능력자가 아닌 자에 대한 의사표시의 송달의 경우 그 효력은 수령자가 행위무능력자인지 또는 제한적 행위능력자인지에 따라 달리 취급된다. 이는 수령자가 있든 없든 동일하다.
(1) 행위무능력자(제104조)에 대한 의사표시는 그 법정대리인에게 교부하여야만 효력이 있다(제131조 제1항). 의사표시는 그로 인하여 발생하는 법률관계에 대해 수령자가 이해할 수 있어야 하므로 법률은 그에 필요한 이해능력을 수령자에 대하여 요구한 것이다. 행위무능력자의 경우는 이러한 능력이 결여되어있으므로 그 법정대리인에게 교부하도록 한 것이다. 표의자의 사자 또는 수령자의 사자가 무능력자일 수도 있다. 수령자의 사자는 법정대리인이 그를 사자로 임명한 경우에만 사자가 될 수 있다.
(2) 제한적 행위능력자(제106조)에 대한 의사표시의 경우도 기본적으로는 동일하다(제131조 제2항 제1문). 그러나 제한적 행위능력자의 경우는 그 의사표시가 그에게 단지 법률상 이익만을 가져다주거나 법정대리인이 동의한 경우에는 유효한 의사표시를 할 수도 있으므로(제107조, 제111조), 제한적 행위능력자에 대하여 한 의사표시의 경우도 위와 같은 경우에는 유효하게 도달한 것으로 본다(제132조 제2항 제2문). 제한적 행위능력자는 위와 같은 정도로써 충분한 보호가 된다.
사례 f의 경우 V가 청약을 승낙함으로써 오직 권리만을 향유하게 된다면 그러한 계약의 청약은 V에게 법적 이익만 가져다주는 경우이다. 이 경우 계약의 청약은 V에게 도달함으로써 제131조 제2항 제2문에 따라 효력이 생긴다. 그러나 해지의 의사표시는 V에게 법적으로 이익만 가져다주는 것은 아니므로 그 의사표시가 효력을 갖기 위하여서는 V의 법정대리인에게 교부되어야 한다(제131조 제2항 제1문).
(3) 의사능력이 없거나 일시적 정신이상자에 대한 의사표시의 경우 그 효력은 제131조에서 규정하지 않고 있다. 위와 같은 사람은 법정대리인도 없다. 위와 같은 상태에서 행해진 의사표시는 무효이다(제105조 제2항). 그러나 의사능력이 없거나 일시적 정신이상자에 대한 의사표시가 그로써 항상 도달로서 효력이 없다는 얘기는 아니다. 이들에 대한 의사표시의 효력은 상대방이 없는 상태에서 한 의사표시의 경우는 제130조에 의할 것이고, 상대방이 있는 상태에서 한 의사표시의 경우는 앞서 얘기한 내용이 타당할 것이다.
예컨대, 서면에 의한 해지의 의사표시는 수령자의 집 우편함에 도착하여 수령자가 보통의 경우 이를 인식할 수 있는 상태에 있으면 효력이 생긴다. 수령자가 술 취해 의식이 없거나 술 취하지 않거나 아무런 상관이 없다. 수령자가 술 취한 경우 그에 대한 구술로 한 의사표시는 표의자가 누구인지 인식할 수도 없어 수령자가 그 의사표시를 올바로 수령할 수는 없으므로 효력이 없다.
제131조 제2항은 미리 합의한 경우에는 피후견자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할 수 있다(제1903조 제1항 제2문).
b) 관청에 대하여 하는 의사표시(관청의 수령을 요하는 의사표시)의 경우는 제130조 제3항에 따라 수령을 요하는 의사표시의 경우와 같게 취급된다. 그 효력을 위하여서는 관청에의 도달 여부가 중요하다(제130조 제1항 제1문).
c) 의사표시의 보조수단으로는 집행관에 의한 의사표시의 송달(제132조 제1항), 법원에 의한 공시송달(제132조 제2항) 등이 있다.
d) 계약체결에 있어 승낙의 의사표시의 교부와 관련하여서는 제151조, 제152조, 제156조 등 특별 규정이 있다.
제2절 계약 체결
제8장 청약과 승낙
사례:
a) 책 상인인 B는 고객 K에게 “이제 막 입고된 Palandt 신판”을 매도하겠다는 내용의 편지를 썼다. K는 그 청약을 승낙하고 나중에 보내줄 것을 요구하였다. 정당한가?
b) 만약 B가 K에게 “Palandt 구판”을 청약하고 K가 이를 승낙하였다면 어떤가?
c) V는 그의 진열창에 가격표를 1,500유로로 붙인 모델이 입은 옷을 전시해두었다. A가 그옷을 보고 V에게 전화하여 자신이 그 옷을 사겠다고 하였다. V는 옷을 보내주겠다고 하였다. 그후 B가 역시 동일한 옷을 보고 바로 점포로 들어가 그 옷을 사겠다고 하였다. V는 유감스럽게도 그 옷이 이미 팔렸다고 하였다. B는 V가 진열창에 전시함으로써 청약한 것을 승낙하였으므로 계약이 성립하였다며 그 옷을 요구하였다. 정당한가?
d) V는 K에게 6. 1.자로 보내고 우체국에 의해 6. 3.자로 송달된 편지에서 꽃병을 900유로에 팔 것을 청약하였다. K는 V에게 6. 4. 저녁에 그 청약을 승낙한다는 내용의 편지를 보냈다. 이 편지는 6. 6. V에게 도달되었다. 매매계약이 성립하는가?
e) 만약 K가 사례 d에서 6. 4. 아침에 V에게 전화하여 그가 꽃병을 800유로에 사겠다고 알렸고, V가 그에 대하여 동의하였다면 어떤가?
f) V가 K에게 어떤 기계를 5,000유로에 팔겠다고 쓴 편지에 대하여 K는 V의 청약에는 동의하나 매매대금을 5개월 할부로 지급하였음을 좋겠다고 하였다면 매매계약은 체결된 것인가?
계약은 최소 두 사람의 의사가 내용적으로 합치된 경우 성립한다(Rdnr. 78 이하). 시기적으로 먼저 이루어진 의사표시를 청약이라 하고, 나중에 이루어진 의사표시를 승낙이라 한다.
I. 청약
1. 개념
계약의 청약은 계약체결을 타방에 제안하는 것으로서 수령을 요하는 의사표시이다. 계약은 타방이 그에 동의해야만 성립한다.
a) 수령을 요하는 의사표시로서 청약은 의사표시만으로는 효력이 없고 상대방에게 도달해야만 효력이 있다(Rdnr. 149 이하). 그때까지 청약자는 그 의사표시를 철회할 수 있다(제130조 제1항 제2문).
b) 계약은 타방이 청약에 동의하면 성립하므로, 청약은 타방이 단순히 그에 동의한다고 승낙할 수 있을 정도로 내용이 특정되어있어야 한다. 승낙자가 단순히 “좋다”라고 의사표시를 하는 것만으로 계약이 성립되어야 하므로,청약은 계약의 중요한 요소, 즉 매매에 있어서는 매매목적물과 매매대금이 포함되어 있어야 한다. 어떤 경우이든 그점이 특정될 수 있을 정도이어야 한다(제315조 이하).
A가 시계수리공인 U에게 그의 고장난 시계의 수리를 맡기면 비록 그로 인한 보수에 관하여 아무런 얘기를 하지 않았더라도 도급계약을 위한 청약을 한 것이다. U가 그 청약을 받아들이면 보수의 지급에 관하여는 묵시적으로 합의된 것으로 볼 수 있으므로 청약이 유효하게 존재하는 것이다(제632조).
사례 a에서 B의 청약에는 매매대금에 관한 언급이 없다. 그러나 서점가격에 의한 매매를 염두에 둔 것이므로 매매대금은 특정이 가능하다. 이에 반하여 사례 b에서는 Palandt 무슨 판을 얼마에 팔겠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따라서 사례 b에서는 유효한 청약이 없는 것이고 매매계약도 성립하지 않으며 K는 B에 대하여 아무런 청구도 할 수 없다. 사례 a에서는 Palandt 최신판의 서점가격으로 판매한다는 계약이 성립하므로 K는 제433조 제1항 제1문에 의하여 Palandt의 교부를 청구할 수 있다.
청약은 계약당사자의 이름이 인식될 수 있을 때에만 필요충분하게 특정된다. 상대방에게 그가 누구와 계약을 체결하는지는 통상 중요하다. 그러나 경우에 따라서는 계약의 당사자가 누구인지가 별로 중요하지 않고 그래서 어느 특정 개인에게 청약하는 것이 불가능한 그런 사안도 있다. 이 경우에는 일반 공중에 대한 의사표시만으로 계약의 청약이 있는 것으로 간주된다.
예컨대 자동판매기에 물건을 진열하여둔 것은 필요한 금전을 투입하는 사람 누구에게나 매매계약을 체결한 뜻을 청약한 것이다. 이 경우 상품공급이 충분하고 기계가 정상 작동되면 청약으로서 유효하다고 해석된다. 전차를 운영하는 것도 불특정 다수인을 상대로 한 운송계약의 청약에 해당한다.
c) 개별사례에서 청약이 있는지 아니면 단순히 청약의 유인이 있는지는 해석을 통하여 확정되어야 한다. 청약의 유인은 청약은 아니며 타인으로 하여금 청약을 하도록 유인하는 행위이다. 타인으로 하여금 청약을 하도록 유인한 사람은 그 청약을 승낙하거나 거절할 수 있다.
대중을 상대로 한 광고의 경우(소위 신문의 광고, 우편광고, 카달로그, 상품진열창 등에 있어 청약)는 판매의 의사가 있다고 할 수 없으므로 법적 의미에서 청약은 아니고 청약의 유인에 해당한다. 만약 이 경우 청약이 있다고 한다면 무제한의 사람들이 승낙의 의사표시를 함으로써 계약이 성립되었다고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모든 계약이 효력을 가지므로 소위 공급자는 그중 하나의 계약에 대하여서만 이행이 가능하고 그 외 계약에 대하여는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게 된다. 더군다나 공급자가 대금을 지불할 능력이 없는 사람에 대하여는 결코 청약할 의사가 없었음에도 그런 사람들조차 청약을 승낙할 수도 있게 된다. 그러므로 공급자의 의사표시를 청약의 유인으로 해석한다면 이러한 곤란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 상대방으로 하여금 청약을 하게 하도록 하고 공급자는 그 청약을 승낙할 것인지 결정하기만 하면 된다.
사례 c에서 B는 그와 V 사이에 옷에 대한 매매계약이 성립되었다면 그 옷에 대한 청구권이 있다. 그러나 이는 부정된다. 왜냐하면 옷을 진열창에 전시한 것만으로는 청약의 유인이 있을 뿐이기 때문이다(BGH NJW 1980, 1388 참조). B는 가게에서 청약의 의사표시를 하였지만 V가 이를 거절하였다. 반면 V와 A 사이의 그 옷에 대한 계약은 V의 승낙의 의사표시로써 성립되었다. 만약 진열창에 전시한 것만으로 청약이 있는 것이라고 한다면 A의 전화로써 매매계약이 성립하고 또한 B의 가게에서의 의사표시에 의하여 매매계약이 성립한다. 그러나 V는 그중 하나의 계약만 이행할 수 있을 뿐이다.
청약과 청약의 유인의 구분은 가격표시가 잘못되어있는 경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
모델이 입은 옷의 가격표가 잘못되어 1500유로를 붙일 것을 1200유로를 붙였다고 하자. 만약 청약으로 본다면 고객의 의사표시로써 1200유로의 매매계약이 성립할 것이다. V는 의사표시의 착오를 이유로 매매계약을 취소할 수 있을 뿐이다(제119조 제1항). 그러나 진열창에 전시된 것만으로는 청약의 유인이 있을 뿐이라 한다면, V는 고객의 청약을 거절할 수 있다. 이로써 매매계약은 성립하지 않으며 V는 취소할 필요조차 없게 된다.
2. 효과
a) 의사표시 수령자를 보호하기 위하여 제145조는 청약자는 그의 청약에 구속된다고 정하고 있다. 청약은 또한 철회할 수 없다. 청약자는 일방적으로 청약에서 벗어날 수는 없고 상대방의 동의하에서만 청약에서 벗어날 수 있다. 청약자가 청약에 구속됨으로써 수령자는 유리한 법적 지위에 처하게 된다. 즉 그는 청약을 승낙할 수도 있고 거절할 수도 있다.
청약을 철회할 수 없다고 하기 위하여서는 청약의 의사표시가 표시되고 또한 그것이 수령자에게 도달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의사표시가 효력을 발하기 때문이다. 그전까지는 철회가 가능하다(제130조 제1항 제2문).
b) 청약의 구속력은 청약자의 이익을 위하여 배제되거나 기한을 정할 수 있다.
(1) 청약자는 청약의 구속력을 배제할 수 있다(제145조). 청약자가 청약의 구속력을 배제하기 위하여서는 청약의 내용 중에 구속력을 배제하는 내용이 포함되어있거나 최소한 청약의 도달과 동시에 그 배제의 의사표시가 도달되어야 한다.
보통 청약자는 “구속되지 않는다”거나 “의무가 없다”는 식의 표현을 사용한다. 이 경우 청약자는 승낙의 의사표시가 도달한 후에도 그와 다른 의사표시를 할 수 있고 그럼으로써 계약이 성립되지 않을 수도 있다. 따라서 신의성실의 원칙상 청약자에 대하여 그가 계약을 원하지 않으면 지체 없이 그와 다른 의사표시를 할 석이 요구된다. 만약 그가 승낙의 의사표시에 대하여 아무런 얘기가 없다면 수령자는 이를 궁극적 승낙으로 간주할 수도 있다. 한편 청약자는 위와 같은 내용을 계약의 내용에 포함시킬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승낙에 의하여 계약은 성립하되 위와 같은 내용이 계약의 내용이 될 뿐이다. 따라서 청약의 구속력은 배재되지 않고 다만 청약자에게 체결된 매매계약의 구속으로부터 벗어날 권리가 주어질 뿐이다(계약의 철회권, 제346조 이하).
(2) 청약자의 보호를 위하여 청약의 구속력이 영구히 존속한다고 할 필요는 없다. 따라서 청약자 스스로 그 청약의 소멸에 대하여 정할 수 있다. 법률에도 청약의 소멸에 관하여 규정을 두고 있다.
3. 청약의 소멸
a) 청약의 소멸사유는 청약의 거절, 승낙기간의 도과가 있다. 그러나 청약자의 사망이나 행위무능력 따위는 통상은 소멸사유가 아니다(제153조).
(1) 청약의 거절은 수령을 요하는 의사표시의 경우 의미가 있다(제146조). 청약에 조건을 부가하거나 제한하거나 변경을 가한 경우에도 청약을 거절한 것이 된다(제150조 제2항). 위와 같이 조건을 부가하거나 제한하거나 변경을 가하여 청약을 승낙하는 것은 법적으로는 승낙이 아니며 별개의 새로운 청약이 될 뿐이다(제150조 제2항). 이러한 승낙은 타방이 이를 승낙하거나 거절할 수 있다.
사례 e에서 K는 전화로 800유로를 지불하겠다고 하였으므로 V의 청약을 거절한 것이다. K의 이러한 제안을 V는 전화에서 거절할 수도 있다. K가 V에게 그가 V의 청약을 승낙한다고 편지하였는데 B의 청약이 소멸하여 더 이상 존재하지 않더라도 K의 위 승낙은 다시 승낙되어질 수 있다. 편지는 K의 새로운 청약(꽃병을 900유로에 매수)에 해당한다. 이를 승낙할지 거절할지는 V에게 달려있다.
(2) 청약은 정해진 기간에 승낙되어지지 않으면 소멸한다(제146조; 기간도과).
a) 기간은 우선 청약자에 의하여 정해진다. 이는 승낙을 특정 기간 안에 할 수 있다고 하는 경우 가능하다(제148조). 청약자는 청약에서 특정시점을 종기로 정하거나(예컨대 6. 10.까지) 승낙을 위하여 특정기간을 정할 수 있다(예컨대 일주일 안에).
청약자는 계약이 성립하였는지 여부를 알고자 하므로 기간을 정하여 더 이상 구속을 받지 않으려면 기본적으로 청약한 시점과 함께 그 효력이 발생하는 시점(상대방에게 청약이 도달한 지점이 아님)을 정하고 그로부터 승낙의 의사표시가 특정기간까지 청약자에게 도착하여야 함을 정해야 한다. 물론 청약자는 이와 다르게 정할 수도 있다(예컨대 승낙의 발송이 특정기간 내에 이루어져야 한다는 식). 기간의 정함은 개별적 사례마다 다르다. 통상의 우편회답보다 더 기간을 짧게 설정하고자 청약서에 “팩스로 회신요망”이란 문구를 적어넣기도 한다.
b) 청약자가 기간을 정하지 않은 경우에는 법에서 정한 기간에 따른다.
제147조 제1항에 의하면 면전이나 전화로 한 청약은 즉각 승낙이 이루어져야 한다. 즉 수령자가 즉각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수령자가 청약에 즉각 동의하지 않으면 청약은 소멸한다.
전화상으로 청약을 받은 수령자가 조금 생각해서 한 시간 안에 답변을 주기로 하고 청약자도 이에 동의하였다면 청약자는 그의 청약을 한 시간 동안 존속시키기로 한 것이다. 이 경우 제147조 제1항은 적용되지 않고 한 시간의 기간설정이 있는 것이다(제148조).
제147조 제2항에 의하면 면전에서 이루어지지 않은 청약은 청약자가 통상 그에 대한 대답을 받을 수 있는 것으로 기대되는 기간까지 승낙의 대상이 된다. 법은 승낙의 의사표시가 통상 도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시기까지로 제한하여 청약자의 이익을 고려하고 있다. 그 기간은 청약이 상대방에게 도달하는 시간, 상대방이 이를 생각하고 대답을 정하고 다시 청약자에게 이를 회신하는 시간 등을 고려하여 정한다.
예컨대 선택한 운송수단에 의하여 운송에 소요되는 통상의 기간, 휴무인 주말 사무실로 도착한 경우, 청약의 중요도와 내용에 따라 생각에 필요한 기간 등이 고려될 수 있을 것이다. 이에 의하면 사례 d에서 K는 V의 청약을 적절한 시간 안에 승낙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또한 특별한 사정(예컨대 우체국 파업, 수령자가 병원에 입원한 경우 등)이 있는 경우에는 청약자가 그 사정을 알았던 경우 이를 고려할 수 있다. 왜냐하면 이로써 그는 청약의 의사표시의 도달이 조금 늦어질 수 있음을 예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덧붙여 승낙기간은 법적으로 엄격하게 규정할 수 없다는 점을 지적해야 한다. 구체적 사안에서 기간을 얼마로 정하든 이는 불안정한 결과를 낳는다. 왜냐하면 청약자는 명확한 기간을 정하여야 하더라도 스스로 그 청약의 기간을 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보통거래약관에서 소비자에게 승낙 또는 청약의 거절에 필요한 기간이 지나치게 길거나 충분하지 않게 정해져 있는 경우 이는 무효이다(제308조 제1호). 신차 매매의 약관에서 매수인에게 4주간의 기간이 설정되어있는 것은 부당하지 않다(BGHZ 109, 359).
(3) 통상적으로 청약자의 사망이나 무능력은 청약의 소멸사유가 아니다(제153조). 이에 대하여는 제130조 제2항이 보충 적용될 수 있는데, 표의자가 그 의사표시를 하고 그것이 도달될 때까지 사이에 사망하거나 행위무능력자가 되더라도 그 의사표시의 효력에는 아무 영향이 없다. 제153조는 이에 더하여 청약자가 사망하거나 행위무능력자가 되더라도 그러한 사망이나 행위무능력이 청약의 의사표시가 도달되기 전이나 후에 이루어진 여부에 상관없이 상대방은 그 청약을 승낙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이 경우 승낙의 의사표시는 상속인이나 법정대리인에게 하면 된다.
예외적으로 청약자가 망 또는 행위무능력의 경우 그 청약의 의사표시를 소멸시킬 의사이었음이 인정된다면 청약의 의사표시는 소멸한다. 청약자가 그 의사표시를 발할 때 사망이나 행위무능력에 대하여 어떠한 생각도 하지 않았을 것이므로 그가 이를 고려할 때 어떤 의사표시를 하였을 것인가는 결국 청약자의 의사를 가정할 수밖에 없다. 죽음이 임박하였음을 알고 있는 상황에서 청약자가 그의 개인적 필요를 위하여 물건을 주문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가 운영하는 상점에 필요한 물건을 이를 주문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이 경우에도 상대방의 보호를 위하여 그 청약자의 가정적 의사를 추정할 수 있는 구체적 사정은 상대방이 이를 알 수 있었어야 할 것이다(Medicus, AT, Rdnr. 377).
청약의 상대방이 사망한 경우는 다음과 같이 구분할 수 있다.
청약의 의사표시가 도달하기 전 상대방이 사망한 경우에는 청약은 더 이상 도달불가능하다. 청약자가 청약의 의사표시를 그 상속인에 대하여도 할 의사이었는지는 따져봐야 할 것이나 만약 청약이 상속인에게 도달함으로써도 유효하다면 청약자의 위와 같은 의사를 긍정되어야 할 것이다. 상대방이 청약의 의사표시가 도달한 후 사망한 경우에는 승낙권이 상속인에게 상속되는지가 문제된다. 이 경우에도 청약자의 (가정적) 의사가 무엇인지가 중요하다. 즉 청약자가 상대방 대신 그 상속인과 계약을 체결하는 것까지 예상하였는지가 중요하다.
상대방이 그 승낙의 의사표시를 발하여 아직 도달하기 전 사망하였을 경우에는 계약은 그 의사표시가 도달하였을 때 성립한다(제130조 제2항).
b) 청약의 소멸의 효과는 청약이 법적으로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그 결과 청약이 소멸하였음에도 한 승낙의 의사표시는 청약의 흠결로 인하여 계약체결에 이르지 않는다. 승낙의 의사표시는 새로운 청약으로서 유효하다(제150조).
이점은 승낙의 의사표시가 제때에 보내졌으나 불규칙한 운송으로 인해 승낙의 기간(제148조, 제147조)이 경과한 후 청약자에게 도달한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이 경우에는 기간의 경과로 자기의 청약에 더 이상 구속되지 않으므로 청약인이 보호되어야 한다. 반면 승낙인이 전혀 보호받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승낙인이 승낙의 의사표시를 제때에 송달하였다면 그는 그 의사표시가 제때에 청약인에게 도달하여 계약이 체결될 것으로 기대하였을 것이다. 그런데 그 의사표시가 그의 이러한 기대에 반하여 늦게 도달되었더라도 그는 여전히 계약이 성립될 것이란 점에 대하여 이익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제149조는 청약인에게 이처럼 승낙의 의사표시가 늦어진 경우에는 지체없이 승낙인에게 그 사실을 통지하도록 하고 있다. 그 요건은 승낙의 의사표시가 제때 송달되어 통상의 운송을 고려하면 제때 도착하였을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이다(그 외의 경우에는 승낙인은 보호의 필요가 없다). 한편 의사표시의 도달이 운송의 이례적 사정으로 인하여 늦어지는 사정을 알았거나 알 수 있는 경우에는 승낙인은 청약인에 대하여 그 사실의 통보를 요구할 수도 있다. 이 경우 승낙인은 도달이 늦어지면 그 통보를 받을 것이란 예상을 하게 된다. 이는 청약인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만약 청약인이 위와 같은 통보를 불이행한다거나 지체한다면 계약이 성립할 것이란 점에 대한 승낙인의 신뢰는 보호를 받아야 한다. 제149조 제2문은 이 경우 늦게 도착한 승낙의 의사표시는 늦은 것으로 보지 않는다. 계약은 승낙의 의사표시가 늦게 도착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유효하게 체결된다.
사례 d에서 K의 6. 4.자 편지가 우체국의 잘못으로 6. 15. V에 도착하였고 V는 청약의 의사표시를 보낸 날짜와 우체국 소인 등을 통하여 우체국의 운송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되었음을 인식하였다면 그는 즉각 그 사실을 K에게 통보해줘야 한다(제149조 제1항). 청약인이 이를 이행하면 승낙의 의사표시가 지체되어 도착하였으므로 계약은 성립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제149조 제2문에 의하여 승낙은 지체되어 도달한 것이 아닌 것으로 간주되므로 계약은 유효하게 체결된다.
II. 승낙
1. 개념
a) 승낙은 기본적으로 수령을 요하는 의사표시로서, 이를 통하여 청약의 상대방은 청약자에게 계약체결의 제안에 동의함을 표하는 것이다.
(1) 승낙의 의사표시는 (기본적으로) 수령을 요하는 의사표시이므로 청약자에게 도달하여야만 효력이 생긴다. 승낙의 의사표시가 도달하기 전까지 승낙자는 그 의사표시를 철회할 수 있다(제130조 제1항 제2문).
(2) 청약자는 승낙의 기간을 정할 수도 있다(제148조). 또한 청약자는 승낙의 의사표시에 방식을 부가하여 까다롭게 할 수도 있고(예컨대 청약자에게 1대 1로 직접 전달하게 한다거나 법적으로 규정되어있지 않은 공증을 받아 하게 하는 따위) 쉽게 할 수도 있다(예컨대 도달이 필요하지 않다고 하는 경우).
(3) 승낙자는 승낙의 의사표시를 통해 청약에 동의함을 표하는 것이므로 승낙의 의사표시는 청약과 관련하여 표시되어야 한다. 청약서와 승낙서가 따로따로 교차되면 계약은 성립하지 않는다.
(4) 승낙의 의사표시는 내용상 청약과 일치해야 한다. 이와 다르면 합의는 성립하지 않는다.
b) 예외적으로 승낙의 의사표시의 도달이 불필요한 경우가 있다.
(1) 승낙의 의사표시가 거래관행상 기대되지 않거나 청약자가 이를 포기한 경우 계약은 승낙이 청약자에 대하여 행하여질 필요 없이 승낙의 의사표시에 의하여 성립한다(제151조 제1문). 위 조항은 의사표시 도달의 예외를 인정한 것으로 계약은 승낙의 의사표시만으로 성립한다. 그러나 승낙의 의사표시는 외부로 명백하게 표시되어야 하며 단순히 내부적으로 승낙의 의사를 가진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의사는 표시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행위 되어져야 할 필요가 있으므로, 문헌에서는 단순히 “의사행위”라는 표현을 쓴다. 그러나 승낙은 의사표시와 마찬가지로 다뤄져야 하고 따라서 예컨대 의사의 흠결이 있는 경우에는 그 취소가 고려될 수 있다는 점(제119조, 제123조)에 대하여 이설이 없다.
도달이 필요 없는 경우는 우선 거래관행상 도달이 기대되지 않는 경우이다(예컨대 호텔방을 단기 임차할 목적으로 청약하는 행위, 증여의 청약). 청약의 상대방이 승낙의 의사를 행위(예컨대 호텔방을 빌려주기 위하여 준비를 마치고 대기하고 있는 행위, 증여의 청약과 함께 동봉한 책에 여백표시를 두는 행위)로써 표시하면 그로써 청약자가 이를 인식함이 없더라도 계약이 체결된다.
호텔방의 사례에서 고객을 위하여 호텔방을 준비하여 놓은 호텔주인은 (청약한) 손님이 오지 않더라도 그에게 숙박료의 지급을 요구할 수 있다(청약의 상대방의 보호). 반면 고객은 계약이 체결되었으므로 예약한 방을 요구할 수 있다. 만약 호텔주인이 방을 다른 사람에게 쓰도록 하여 그가 보다 비싼 호텔방을 구할 수밖에 없었다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청약자의 보호).
도달이 필요 없는 두 번째 경우는 청약자가 승낙의 도달을 포기한 경우이다(예컨대 엄청난 물가변동에 직면한 상품을 “명시적으로” 주문하는 경우). 승낙은 이행행위를 함으로써 존재하게 되고(예컨대 포장하여 물건을 보내는 행위), 이로써 계약이 성립한다.
포장행위로써 계약이 성립하므로 청약의 상대방은 달리 처분할 수도 없고 물건을 타인에게 매도할 수도 없다. 청약자는 매매계약에 따라 물건의 교부를 청구할 수 있다(청약자의 보호). 물건이 (매수인의 요구에 의하여) 운송지에 보내진 후 분실되는 경우 매도인은 매매대금을 청구할 수 있다(제447조 제1항; 소비재 매매의 경우에는 제474조 제2항에 따라 예외). 청약자는 이에 대하여 자신의 청약이 상대방으로부터 승낙되지 않았음을 항변할 수 없다. 왜냐하면 매매계약은 물건을 보냄으로써 체결되고, 승낙의 의사표시는 청약자에게 도달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사례에서 보듯 승낙으로 보게 되는 행위로는 먼저 이행행위(예컨대 호텔방의 예약, 주문한 물건의 운송)가 있고, 또한 사용, 수익행위(예컨대 매매의 청약과 함께 보내온 책을 기증하거나 읽어 달게 하는 행위) 등이 있다.
청약자가 오랜 기간 청약에 구속되지 않도록 하기 위하여 제151조 제2문은 청약의 효력이 소멸하는 시점은 청약 또는 제반사정에 비춰 인정되는 청약자의 의사에 의하여 정하여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2) 계약을 공증하는 경우 청약과 승낙이 구분하여 작성된다면(제128조), 승낙의 의사표시가 작성됨으로써 계약이 성립하고 이 경우 그의 도달은 필요가 없다(제152조 제1문). 이러한 규정은 청약자의 의사를 추정하여볼 때 그 의사에 부합하는 것이며 계약 체결의 신속을 기할 수 있다. 물론 이와 다른 의사를 표시할 수도 있다(제152조 제1문에는 “다른 정함이 없는 경우”라고 하여 이를 분명히 하고 있다).
청약의 효력이 소멸하는 시점과 관련하여 제152조 제2문은 제151조 제2문을 준용한다고 되어있는데, 이에 따라 승낙의 의사표시를 지체하여 공증을 받는 경우 계약체결에 이르지 않을 수 있다.
(3) 사법적 경매의 경우 계약은 경매주관자의 낙찰에 의하여 성립한다(제156조 제1문). 이에 따라 입찰에 참가한 자의 입찰은 청약이 되고 낙찰은 승낙이 된다. 이러한 승낙은 물론 수령을 요하지 않는다. 계약은 입찰참가자가 낙찰에 앞서 입찰장소를 떠나 낙찰에 관하여 이를 인식하지 않았더라도 성립한다.
경매주관자의 경매신청을 최고하는 행위는 단순히 청약의 유인에 불과하다. 입찰참가자의 입찰보다 높은 금액의 입찰이 있거나 낙찰 없이 경매가 종결한 경우 입찰(즉 입찰참가자의 청약)의 효력이 소멸한다.
2. 효과
a) 승낙이 내용상 청약과 일치하고 청약의 효력이 소멸되기에 앞서 그 효력이 발하여지게 되면 계약은 성립한다.
b) 승낙이 청약에 대하여 부가내용, 제한된 내용 또는 그 외 다른 변경된 내용을 담고 있는 경우 그 의사표시자는 그와 함께 청약을 승낙하지 않거나 청약의 내용에 완전 동의하지 않음을 표한 것이다. 그 결과 그의 의사표시는 승낙으로 유효하지 않고 청약을 거절한 것으로서 효력을 갖는다. 제150조 제2항에 의하면 이러한 의사표시는 새로운 청약으로 간주된다. 따라서 상대방(최초의 청약자)이 이를 승낙하거나 거절할 수 있다. 상대방이 승낙이나 거절을 명확히 표시하지 않더라도 이를 승낙으로 보지 않으며 따라서 새로운 청약의 승낙으로 보지는 않는다.
사례 f에서 V는 그의 청약에서 K에게 할부로 매매대금을 지급할 권리를 부여하지 않았는데 K가 할부로 매매대금을 지급하겠다고 하였으므로 K의 의사표시는 B의 청약과 일치하지 않는다. 이에 따라 V의 청약은 거절된 것이다(제150조 제2항). 그러나 K가 그의 거절과 함께 새로운 청약(기계를 5,000유로에 매수하되 매매대금을 5개월 할부로 하는 것)을 한 것이므로 V는 이를 승낙하거나 거절할 수 있다.
K의 편지에서 그가 V의 청약은 승낙하되 다만 할부로 1,000유로씩 지불할 수 없는지 문의해왔다면 K의 승낙은 V의 청약에 대하여 어떤 변경도 부가한 것이 아니고 따라서 이 경우 계약은 청약의 내용대로(즉 할부가 아닌 내용대로) 성립한다. 다만 할부지급의 문의는 지급방법과 관련하여 계약내용의 변경을 요구한, 새로운 청약으로서, 만약 V가 그에 대하여 동의하면 K의 청약 내용대로 계약내용이 변경되고,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원래의 계약내용대로 계약이 존속한다.
c) 승낙이 지체되면 제149조에 따라 그 승낙이 지체되지 않은 것으로 간주될 수 있는지 우선 심리해봐야 한다. 이와 같이 심리해봐서 그렇지 않다고 하는 경우에만 지체된 승낙으로 인하여 계약은 성립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청약은 기간의 도과로 이미 그 효력을 상실하였기 때문이다. 이 경우 지체된 승낙의 의사표시는 새로운 청약으로 간주된다(제150조 제1항).
3. 승낙의 의무
a) 사적자치의 원칙상 청약의 수령자는 그 청약을 승낙할지 아니면 거절할지 기본적으로 구속되지 않는다.
b) 다만 예외적으로 수령자가 승낙의 의무를 지는 경우가 있다(계약체결의 강제).
(1) 예약의 경우 일방 또는 쌍방이 타방에게 계약(=본계약) 체결의 의무를 지울 수 있다. 예약으로부터 예약권리자는 상대방에 대하여 본계약 체결을 위한 청약을 승낙할 것을 요구할 권리가 있다. 예약은 계약자유의 원칙상 허용된다.
실무에서 예약은 거의 의미가 없다.
(2) 예컨대 전기, 가스, 대중교통의 이용 등에서 보는 바와 같이 공공복리적 공급의무가 필요한 경우에는 법률에 의하여 계약체결이 강제되는 경우가 있다. 이 경우 계약체결의 의무는 개별 법률 규정에 근거가 있기도 하지만 만약 계약의 청약을 거절하는 것이 공서양속에 반하는 경우에는 제826조, 제249조에 따라 그러한 의무가 부과되기도 한다.
예컨대 수돗물을 공급하는 기관, 의약품을 판매하는 약국, 사고장소에 있는 의사의 계약체결의 강제의무 등.
III. 특별한 사례
1. 옵션
옵션은 일방의 의사표시에 의하여, 상대방의 어떤 부가적 행위 없이 계약이 성립하게 하는 권리를 말한다. 청약과는 달리 옵션 권리의 행사에 있어서는 계약을 성립시키기 위한 상대방의 승낙의 의사표시가 불필요하다. 그렇더라도 상대방에게는 이것이 전혀 부당하지는 않다. 왜냐하면 옵션의 권리는 당사자 사이에 체결된 계약(옵션계약)에 기인한 것으로서, 옵션계약에서 상대방은 옵션의 권리자에 의하여 계약이 성립하도록 하는데 동의하였기 때문이다.
예컨대 기간의 정함이 있는 임대차계약에서 임차인이 자신의 일방적 의사표시에 의하여 기간이 만료된 후에도 기존 계약과 동일한 조건에 임대차계약을 갱신할 수 있는 권리를 갖는 경우.
옵션계약은 법적으로는 장래 조건부 계약으로 파악할 수 있다. 이 경우 조건은 옵션의 권리자에 의한 옵션 권리의 행사이다.
공개청약(Festofferte)의 경우에도 옵션계약에서와 마찬가지의 동일한 법적 효과가 주어진다. 이 경우 청약자는 장기(대부분은 수년 이상)의 승낙기간을 설정하게 된다. 옵션계약과의 차이는 우선 공개청약의 승낙의 경우에는 계약을 위하여 궁극적으로 필요한 형식을 요한다는 점이다. 이에 반해 옵션계약의 경우에는 통설에 의하면 이러한 형식이 요구되지 않는다.
2. 전형적 사회행위
a) 과거 유력설에 의하면 현대 대량거래에 있어서 계약은 청약과 승낙에 의하여서가 아니라, 급부의 사실상 요구에 의해 성립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사실상 요구에 의하여 그것이 갖는 전형적 사회적 의미에 따라 법률행위로서의 법적 효과가 부여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계약은 법률행위로서 의사와는 무관하게 사실적 행위에 의하여 성립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전차에 올라타는 행위에 의하여 운송계약, 또는 관리되고 있는 주차장에 자동차를 주차함으로써 주차관리계약이 성립하고, 이에 따라 전차의 이용자나 주차장 이용자는 요금표에 나와있는 대로 요금을 지급할 의무가 발생한다.
전형적 사회행위이론은 우선 두 가지 문제를 설명해야 한다. 첫 번째는 부모의 앎이 없이 급부를 요구(예컨대 전차에 올라타는 행위)한 미성년자의 경우 반대급부(예컨대 운임)의 지급의무가 있다고 할 것인지. 두 번째는 제공된 급부를 이용(예컨대 자신의 차를 관리되고 있는 주차장에 주차하는 행위)한 행위능력자의 경우 비록 그가 급부를 수령할 의사나 반대급부를 제공할 의사가 없다는(예컨대 비록 주차는 하더라도 관리를 원하지 않고 따라서 요금을 지불할 의사가 없다고) 의사를 표시하였다고 할지라도 반대급부(예컨대 주차요금)를 이행할 의무가 있다고 할 것인지.
b) 위와 같은 주장은 이를 채용할 수 없다. 계약체결에는 언제나 청약 및 승낙을 요하는 법률상으로 근거가 없다. 또한 그 이론을 채용할 실익도 없다. 대부분 급부의 사실상 요구 속에는 (묵시적) 의사표시가 내재되어있다.
전차에 승차하는 행위를 유상 운송계약의 체결을 위한 의사표시로 파악할 수도 있는 것이다.
부모의 동의 없이 급부를 이용한 미성년자의 경우 하등 유효한 계약이 체결되지 않았으므로(제108조), 그는 계약상 이용요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을 수 없다. 전형적 사회행위이론은 이 경우 미성년자에게도 이용요금의 지급 의무가 있다고 하는데 이는 미성년자 보호의 원칙에 반한다.
가능하기로는 미성년자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청구권(제812조)이나 손해배상청구권(제823조, 제828조 제3항, 제829조)이 고려될 수 있다.
급부를 요구한 행위능력자의 경우(주차장 이용의 경우) 그가 반대급부를 이행할 의사가 없음을 표시하였을지라도 그의 행위가 거래통념상 의미하는 바에 따라 효력을 인정하여야 할 것이다. 행위자가 반대의 의사를 표시하였더라도 그의 사실상 행위와 모순되므로 이를 고려할 수는 없다.
3. 승낙으로서 침묵
a) 원칙적으로 청약에 대하여 침묵하는 것은 승낙으로 보지 않고 거절로 본다(주문하지 않았는데 제공된 급부의 법적 효력과 관련하여서는 제241조a). 단지 예외적으로만 침묵이 승낙으로 간주될 수 있다. 그 전제조건은 당사자가 이를 합의하였거나 법률이 이를 규정한 경우이다.
예컨대 제516조 제2항 제2문, 상법 제362조 제1항.
b) 상행위에서 확인서면에 대하여 침묵하는 것은 관습법상 그 서면의 내용에 동의한 것으로 간주된다(상세는 K. Schmidt, Handelsrecht, 5. Aufl., 1999, 563ff.).
(1) 상거래에서는 계약당사자가 타방에게 이미 구두상으로 체결된 계약의 내용을 서면으로 확인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러한 확인서면은 훗날 분쟁이 생기는 경우 계약이 대관절 체결되었는지 체결되었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조건에 체결되었는지 다툼을 피할 수 있는 의미가 있다. 따라서 위와 같은 서면은 입증수단으로서 우선 의의가 있는데, 만약 그 타방이 위 서면에 대하여 아무런 행동을 취하지 않았다가 훗날 분쟁이 생기는 경우 계약이 체결된 바 없다거나 체결되었더라도 상대가 주장하는 것과는 다르게 체결되었으므로 서면의 내용이 거짓이라고 주장한다면 이러한 입증수단으로서의 의의는 퇴색되고 만다. 그렇기 때문에 만약 그 타방이 계약내용에 이의가 있는 경우에는 즉시 그 이의를 제기하여야지 그렇지 않으면 그 타방에게 불리하도록 하게 한 것이다.
이런 식의 규정은 상거래에서는 특히 명확성이 요구되고 또한 확인서면을 수령한 경우 상인은 특히 자신에게 배달되어온 우편물을 취급함에 있어 주의를 요하기 때문에 타당한 것으로 여겨진다. 만약 그 타당이 위와 같은 서면에 대하여 즉각적인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면 그 서면의 내용에 동의한 것으로 상대는 생각할 수밖에 없다. 상대의 이러한 신뢰를 보호하는 것이다.
예컨대, 상인 K는 V에게 전화로 여러 묶음의 남자용 바지를 주문하였다. V가 확인서면에서 각 묶음별로 원하는 수량을 적었는데 이에 대하여 K가 지체 없이 이의하지 않았다면 위 서면에 적혀진 수량대로 판매하기로 한 것이 그대로 인정된다.
(2) 위와 같은 규정의 의의와 목적을 고려할 때 확인서면은 다음과 같은 요건이 갖춰줘야 한다.
(a) 서면을 수령하는 당사자는 상인이거나 최소한 큰 규모의 상행위에 종사하여야 한다. 그렇지 않은 사람에 대하여서까지 특별한 주의를 기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또한 확인을 구하는 당사자도 큰 규모의 상행위에 종사하여야 한다. 그래야만 상거래의 관행에 따라 업무를 처리하도록 요구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b) 계약의 교섭은 확인서면에 앞서 이뤄져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서면을 보내는 사람은 타방이 침묵하였다고 하여 그 내용에 동의하였다고 기대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c) 확인서면은 계약의 교섭이 이뤄진 후 바로 송부되어 와야 한다. 그래야만 타방이 그 송부사실을 예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BGH NJW 1964, 1223, 1224).
(d) 서면은 구두상으로 체결된 계약의 내용이 맞는지 확인을 구하는 것이어야 한다. 확인을 구하는 사람이 상대의 청약을 승낙하였고 그 결과 계약이 성립되었다는 내용으로 서면을 보낸다면, 이는 “주문확인서”란 명칭이 붙었더라도 확인서면으로는 문제가 된다. 만약 위와 같은 취지로 승낙의 의사표시를 하였다면 이는 청약과 그 내용이 다른 경우 제150조 제2항에 의하여 그 의사표시의 수령자가 이에 대하여 침묵을 하였더라도 승낙으로는 간주되지 않는다(BGHZ 18, 212; 61, 285 참조).
(e) 확인을 구하는 당사자는 서면의 내용이 합의된 내용과 같다거나 만약 다른 부분이 있어 수령자가 이를 동의해야만 한다면 그 부분을 언급하여야 한다(BGHZ 40, 44ff). 부정직한 당사자는 상대가 침묵하더라도 그 신뢰를 보호받을 수는 없는 것이다.
(f) 수령자는 지체 없이 이의를 제기하지 않아야 한다. 지체 없이 이의를 제기하였다면 확인을 구하는 당사자는 더 이상 보호받을 여지가 없다. 통상 일주일 이상 지나 이의를 하였다면 이는 지체 없이 이의를 하였다고 볼 수 없다(BGH BB 1969, 933).
제9장 계약체결을 목적으로 한 의사표시의 철회
I. 일반적 철회권(130 I 2)
의사표시가 상대방에게 도달하기 전에는 표시자는 누구든 그 의사표시를 철회할 수 있다.
II. 소비자 보호를 위한 철회권
1. 의미와 개념정의
a) 청약과 승낙에 의해 계약이 성립한 경우일지라도, 계약당사자는 특별한 경우에는 일정한 기간 내 그 의사표시를 철회할 권리가 있다. 그러한 철회권은 특히 소비자보호를 위해 법이 인정하고 있다. 소비자라든가 생산자라는 개념은 유럽법으로부터 연원하고 민법을 배제하는 방법론에 따라 민법 초반부에 설정되어있다.
b) 13장에서 보듯 소비자는 영리활동이나 직업활동에 속하지 않는 일정한 목적을 위해 법률행위를 하는 모든 자연인을 말한다. 이에 따르면 자연인, 즉 사람만이 보호되고 단체나 회사와 같은 법인은 보호되지 않는다. 그러나 자연인이라도 그가 체결한 법률행위가 개인적 영역에 속하는 경우에만 보호의 필요가 있고 영리나 직업활동에 속하는 경우에는 보호의 필요가 없다. 이에 해당한다면 당사자의 내부의사나 행위가 이뤄진 장소에 따라 영향을 받지는 않는다.
14장에서는 생산자를 자연인과 법인으로 하고, 더 나아가 권리능력있는 사단이라도 영리적 의사로써 독자적으로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에는 그에 해당하는 것으로 한다.
2. 법률에 규정된 철회권
민법은 일련의 여러 가지 소비자보호를 위한 철회권을 규정하고 있는데 그 요건은 여러 소비자계약에 관한 법령에서 정하고 있다. 예컨대 금전소비대차계약을 체결한 소비자에게는 495조에서 그에 정해진 요건이 존재하는 경우 소비자 금전소비대차계약을 목적으로 하는 의사표시를 철회할 권리가 주어진디. 기타 철회권은 312조 1항(방문판매), 312조의d 1항(전화통신판매), 제485조 1항(일시적 임대차계약), 제505조 1항(할부판매) 그리고 원격수업계약에 관한 법률 4조 1항(Fern-USG) 등. 위와 같은 철회권 행사요건이 충족되는 경우에는 소비자는 기본적으로 제355조에 의하여 철회권을 행사할 수 있다. 355조 내지 359조에는 모든 소비자보호를 위한 철회권에 관하여 그 행사요건과 효과를 통합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소비자에게 다른 법령에 의해 철회권이 주어진 경우에 위의 규정들이 적용된다.
철회권의 요건을 정하고 있는 법령의 일별은 355조 내지 359조 이하와 함께 방문판매에 있어 철회권을 다루면서 보다 상세히 설명하기로 한다.
a) 방문판매에 있어 철회권
제10장 일반거래약관 편입에 의한 계약 체결 및 부공정한 약관에 의한 소비자계약의 체결
I. 일반거래약관의 의미
II. 법률의 규정
1976. 12. 9. AGBG
현재는 BGB 제305조 내지 제310조
그 외 부작위소송법(UKlaG)
III. AGB의 개념
다수 계약을 위해 정형화된 거래조건으로서 일방 계약당사자가 타장 계약당사자에게 계약체결시 제시한 것.
IV. AGB의 계약에의 편입
1. 편입에의 합의(Einbeziehungsvereinbarung)
a) 사용자에 의한 지적
b) 상대방에 의한 인식가능성
c) 상대방의 동의
2. 포괄적 합의(Rahmenvereinbarung)
계약당사자가가 장래 일정한 유형의 법률행위에 대하여는 특정한 AGB의 효력을 인정하기로 미리 합의하는 것.
V. 불의타 조항의 배제
VI. AGB의 해석
1. 해석의 방법
AGB가 거래의 신속을 도모한다는 측면에서 개별 구체적 당사자의 인식을 기준으로 해석할 것이 아니라 평균인의 인식을 기초로 해석
2. 개별약정의 우선
3. 불명확시 원칙
약관 형성에 상대방이 전혀 관여할 수 없었으므로 약관 사용자에게 불리하게.
VII. AGB의 내용통제
1. 무효의 근거
a) 개별조항의 금지
개별조항에서 상대방을 지나치게 불이익하게 취급하는 경우 그 조항만을 무효로.
b) 일반조항
신의성실의 요청에 반하여 상대방을 지나치게 불이익하게 취급하는 경우
예컨대 (1) AGB의 내용이 중개계약에서 중개가 성사되지 않은 경우에도 보수를 지급하도록 하는 것과 같이 법률의 강행규정이 지닌 기본적 사상과 합치하지 않는 경우(중개계약은 중개가 성사된 경우를 전제로 보수를 지급하도록 한 쌍무계약임), 또는 (2) 보관회사가 보관상 부주의르 손해가 발생한 경우 면책을 규정한 것과 같이 AGB의 내용이 계약의 성질상 당연한 주된 권리의무를 제한하는 경우.
c) 우회조항
2. 무효 또는 약관편입의 부정으로 인한 법률효과
해당조항만을 무효로 하고 소비자 보호를 위해 계약은 존족하는 것으로.
이 경우 무효로 된 해당조항을 대신하여서는 법률의 임의규정이 적용되고, 임의규정마저 없을 경우에는 법률행위의 보충적 해석.
VIII. 소를 통한 소비자보호
예컨대 소비자단체가 특정약관의 무효를 전제로 그 약관적용의 중지 또는 철회를 요구하는 소송을 법원에 제기하는 것(이엑 관한 법률은 UklaG).
IX. 소비자계약에 있어 특별취급
기업과 소비자 사이의 계약에 있어서는 AGB에 의한 계약이 아니더라도 계약조항 가운데 소비자에게 불이익한 조항은 무효로 취급.
제11장 의사의 합치와 불합치(Konsens u. Dissens)
I. 의사의 합치
1. 개념 및 법률 규정
청약과 승낙이 일치하는 경우에만 계약이 성립. 이에 관한 법률 규정은 없고 다만 계약체결에 관한 규정만 있을 뿐.
2. 의사의 합치와 해석
의사의 합치가 있다고 할 때 그 기준은 무엇인지? 표의자의 내심의 의사인지, 외부의 표시된 의사인지, 아니면 표시된 의사의 객관적 의미인지?
a) 당사자간 내심의 진정한 의사가 합치되었다면 표시된 내용이 내심의 의사와 다르게 표시되어 의사의 합치가 없는 것처럼 보이는 경우에도 당사자간 합치된 내심의 의사대로 의사의 합치가 있다고 볼 것이다. 예컨대 A는 B에게 고흐의 그림을 98,000,000원에 매도하겠다는 생각으로 팩시밀리를 보냈는데 팩시밀리에는 가격이 89,000,000원으로 기재되었다. B는 이러한 팩시밀리를 받고 A의 진정한 의사가 98,000,000원임을 알고 이를 승낙할 생각으로 9,800,000원에 그림을 사겠다고 팩시밀리를 A에게 보냈다. 이 경우 A, B의 진정한 내심의 의사는 98,000,000원에 그림을 팔고 사는데 의사의 합치가 있는 것이다. 이렇게 보더라도 두 사람 중 누구도 불리하지 않다.
b) 청약과 승낙이 내심의 의사에서 불일치할 때는 의사표시의 규범적 해석을 통해 각 의사표시가 수령자의 관점에서 어떠한 의미로 이해되었는지를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소위 의사표시의 객관적 의미를 탐구하여 양자의 의미가 합치된다면 내심의 의사의 합치가 없더라도 의사의 합치는 있는 것이다. 예컨대 앞선 사례에서 만약 B가 A의 내심의 의사를 모른 상태에서 A의 청약을 승낙한다고 가정할 때 A와 B 사이의 내심의 의사는 합치하지 않지만, A의 청약의 의미를 객관적으로 해석하면 89,000,000원에 그림을 팔고 사는데 의사의 합치가 있는 것이다.
3. 결과
a) 의사의 합치가 인정되면 계약은 성립한다.
b) 내심의 의사가 합치한 경우 양자는 착오를 이유로 계약을 취소할 수 없다. 예컨대 앞선 a) 사안에서 양자는 표시된 내용이 내심의 의사와 다르다는 이유로 착오를 주장할 수 없는 것이다.
c) 그러나 규범적 해석을 통해 의사의 합치가 인정된 경우에는 내심의 의사와 표시된 의사가 다른 당사자는 착오를 이유로 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 앞선 b) 사안에서 A는 계약을 취소할 수 있는 것이다.
II. 의사의 불합치
1. 전제
의사표시의 해석을 통해 먼저 내심의 의사의 합치가 있던지, 아니면 의사표시를 객관적으로 해석하여 그 합치가 있던지 둘 중의 하나이면 의사의 합치가 있는 것이지만 이러한 탐구에도 불구하고 합치하지 않을 때는 의사의 불합치가 있는 것이다.
a) A가 그림을 1,000불에 팔겠다고 하였으나 B가 8,000불에 사겠다고 하였다면 의사의 불합치가 있는 것이다.
b) 그러나 1,000불에 팔고 사는데 합치가 있다고 하더라도 미국 달러인지, 캐나다 달러인지 호주 달러인지 여러 의미가 있을 수 있으므로, 만약 A, B가 모두 내심으로 캐나다 달러를 생각하였거나 아님 계약이 캐나다에서 이뤄져 의사표시의 객관적 의미상 캐나다 달러를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되는 경우가 아니면 의사의 합치가 있다고 볼 수 없다.
2. 명시적 불합치, 숨은 불합치
당사자가 의사의 불합치가 있다고 알고 있을 경우에는 명시적 불합치가 있는 것이고, 반면 당사자가 의사의 불합치가 있는지 알지 못한 경우에는 숨은 불합치가 있는 것이다.
a) 명시적 불합치의 경우에는 당사자는 의사의 불합치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1) 계약의 주요사항(즉, 매매에 있어 목적물과 대금, 임대차에 있어 목적물과 임료 등)에 있어 불합치가 있는 경우에는 계약은 성립하지 않는다.
(2) 그러나 부수적 사항에 관하여 불합치가 있는 경우에는 그 부수적 사항에 관하여 합의를 하거나 그 부수적 사항을 유보한 상태로 계약을 체결하였을 것인지는 당사자의 의사 해석에 달려있다. 당사자의 의사해석으로도 결론을 낼 수 없을 때는 계약이 체결되지 않는 것으로 본다(제154조 제1항 제1문). 만약 의사해석의 결과 부수적 사항의 불일치에도 불구하고 계약이 성립된 것으로 보게 된다면, 부수적 사항에 관한 계약내용은 계약의 보충적 해석이나 임의규정에 의해 보충된다.
b) 숨은 불합치는 당사자가 의사의 불합치가 있는 사실을 알지 못하는 경우이다. 예컨대 A는 B에게 <삼성 28“ PDP TV - 50만 원>이란 팩시밀리를 보냈고, B는 <동의함>이란 팩시밀리를 보냈는데 두 사람 모두 TV를 파는 것으로만 생각하였을 경우 의사의 불합치가 존재함에도 당사자는 그 불합치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1) 계약의 주요사항에 관하여 숨은 불합치가 있는 경우에는 계약은 성립하지 않는다.
(2) 부수적 사항에 관하여 숨은 불합치가 있는 경우에는 당사자가 계약이 성립한 것으로 생각하였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그 결과 당사자가 부수적 사항에 관하여 의사의 합치가 없더라도 계약을 체결하였을 것으로 인정된다면 의사의 합치가 있는 것이다. 이는 당사자의 의사해석에 의해 결정된다. 계약의 성립이 긍정된다면 보충적 해석이나 임의규정에 의해 보충될 수 있다는 점은 앞선 명시적 불합치의 경우와 같다.
제3절 법률행위의 효력요건
제12장 행위능력
제13장 법률행위의 형식
제14장 법률행위의 내용적 한계
제15장 부분적 무효, 무효의 전환과 추인
제4절 의사의 흠
제16장 의사의 흠과 관련하여 이익평가에 대한 법률적 입장
I. 문제제기
1. 흠 없는 의사표시
의사표시는 다음과 같은 방법으로 이뤄진다. 먼저 어떤 일련의 동기에 따라 특정한 법률효과를 목표로 한 의사를 형성하고, 다음에 그 의사(이른바 행위의사)에 맞춰 자기 의사를 표시하는 것이다.
예컨대, 철수는 그의 여자 친구인 영희가 6. 1. 생일을 맞는데 조그만 선물을 하나 하기로 했다. 그는 반지를 선물하기로 정하고 그 비용으로 60만 원을 생각했다. 보석점에 들러 가게 주인이 보여준 반지를 금반지로 생각하고 60만 원에 그것을 사겠다고 하였다. 가게 주인이 그의 의사(청약)를 받아들이면 60만 원에 금반지의 매매계약이 성립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는 의사의 형성은 흠 없이 이뤄지고 행위의사도 흠 없이 표시된다.
2. 흠 있는 의사표시
a) 민법 제정자가 예정한 3가지 의사 흠결의 유형은 다음과 같다.
(1) 표의자가 정확하지 못한 동기로부터 출발한 경우에는 의사 형성의 과정에 흠이 존재한다.
예컨대 앞서의 사례에서 철수는 영희의 생일을 12. 1.로 생각하였고, 생일선물을 위해 별 준비를 하지 않아, 35만 원 정도만 수중에 갖고 있었고, 반지도 금이 아니라 도금된 것이라는 등등.
(2) 의사의 표시가 행위의사와 다른 경우 표시상에 흠이 존재한다. 이 경우 행위자는 의사와 표시 사이의 불일치를 알지 못한다.
예컨대 철수는 60만 원에 반지를 사고 싶었으나 80만 원에 반지를 사겠다고 의사표시를 한 경우이다.
(3) 표의자가 행위의사 없이 행하는 경우이다. 이 경우 그는 아무런 흠 없이 그가 표시하고자 한 바를 표시한 것이나, 실은 표시된 바를 원하지는 않는 경우이다. 말하자면 의사와 표시의 불일치를 행위자가 알고 있는 경우이다.
예컨대 철수는 영희를 감동시키기 위해 그녀가 있는 자리에서 내심으로는 원하지 않지만 60만 원에 반지를 선물하겠다고 얘기하는 경우이다.
b) 흠 있는 의사표시를 규율하기 위하여 민법의 제정자에게는 다음 2가지 이론이 제시된다.
(1) 의사주의 이론은 표시자의 의사를 중시하여 표시가 의사와 불일치 하는 경우에는 아무런 효력이 없다는 결론에 이른다. 이 견해는 표의자에게는 유리하나 그 상대방에게는 불리하다.
예컨대 철수가 내심으로는 60만 원에 반지를 살 의사였는데 80만 원에 반지를 사겠다고 하였다면 그 의사표시는 효력이 없는 것이다.
(2) 표시주의 이론은 표시된 내용을 중시하여 그에 상응하는 의사의 흠결이 있더라도 표시된 내용대로 효력이 있다는 것이다. 이 견해는 표의자의 상대방에게는 유리하나 표의자에게는 불리하다.
예컨대 철수가 내심으로는 60만 원에 반지를 살 의사였더라도 80만 원에 반지를 사겠다고 하였다면 그 의사표시가 유효하다는 것이다.
II. 이익의 평가
입법자는 의사주의나 표시주의 이론 모두를 뒤따르지 않았다. 차라리 입법자는 표의자와 그 상대방의 대립되는 이해관계를 비교 형량하여 개별 구체적 사례마다 올바른 결과를 도출하고자 하였다. 입법자가 제시한 해결책은 다음의 3가지이다.
1. 의사표시의 유효
특정한 의사의 흠은 민법에서는 고려되지 않는다. 그 결과 의사표시의 내용이 그 의사의 흠결에도 불구하고 유효할 때가 있다. 그로써 입법자는 표시주의 이론에 따라 의사표시 상대방의 신뢰와 의사표시의 내용을 보호하고자 한 것이다.
말하자면 의사형성의 과정에서 생긴 모든 흠을 이유로 의사표시를 무효로 돌린다면 거래안전은 위협을 받는다. 의사표시 상대방과 법적안정성이란 이익을 고려하여 표의자의 동기착오는 원칙으로 고려되지 않고 의사표시는 유효한 것이다.
예컨대 철수가 60만 원에 반지를 사겠다고 의사표시를 하였다면, 그 여자 친구의 생일을 잘못 알았다거나 반지의 상태, 그의 재정적 상황 등을 잘못 알았더라도 그 의사표시는 유효하다.
2. 의사표시의 무효
의사의 흠 중에서 법률이 중요하다고 평가하여 그러한 흠이 부착된 의사표시는 어떤 법적 효과도 발생하지 않는 것으로 취급하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경우에 의사표시는 의사의 흠으로 말미암아 무효이고, 표의자가 그 무효를 주장하기 위하여 어떠한 조치를 취하지 않더라도 처음부터 그 의사표시는 아무런 법적 효과도 발생하지 않는다. 말하자면 법률의 의사주의 이론대로 표의자를 보호하는 것이다.
의사표시 상대방의 동의하에 외관상으로만 표시하기로 한, 상대방의 수령을 요하는 의사표시의 경우가 그런데, 이러한 의사표시는 제117조 제1항에 의하여 무효이다. 표의자에게 유리하고 그 상대방에게 불리한 이러한 결정은 의사표시 상대방이 동의하여 외관상으로만 의사표시를 하기로 하여 그를 보호할 필요가 없다는 점에서 타당하다고 할 수 있다.
예컨대 철수는 그 여자 친구를 감동시키기 위하여 그녀를 보석 가게에 데려가 보석을 고르도록 하였다. 그녀는 60만 원에 해당하는 반지 하나를 골랐다. 철수는 가게 주인에게 60만 원에 그 반지를 사겠다고 하였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그는 살 의사가 없었다. 철수는 미리 가게 주인과 입을 맞춰 그가 그런 의사표시를 하더라도 아무런 법적 효력이 없도록 하였다.
3. 의사표시의 취소가능성
입법자가 중요하다고 평가한 대부분의 의사의 흠에 있어서는 표의자와 그 상대방의 이익을 고려하여 의사표시의 유효와 무효의 중간에서 그 어느 쪽으로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즉 의사표시는 유효하지만 취소할 수 있는 경우이다. 의사표시가 취소되면 그 의사표시는 처음부터 무효가 된다.
표의자가 의사표시를 하였지만 그의 내심의 의사와 불일치한 의사를 표시하였다면 표의자는 제119조 제1항 제2문에 의하여 표시상의 착오를 이유로 그 의사표시를 취소할 수 있다.
예컨대 그가 60만 원에 반지롤 살 의사였으나 80만 원에 반지를 사겠다고 잘못 표시한 경우가 그렇다.
a) 취소가능한 의사표시의 효력은 1차적으로는 의사표시의 내용을 신뢰할 수 있어야만 한다는 의사표시 상대방의 이익을 고려한 것이다.
만약 가게 주인이 80만 원에 반지를 사겠다는 철수의 청약을 받아들인다면 80만 원에 반지의 매매계약은 성립한다.
b) 그러나 2차적으로는 의사표시의 취소가능성은 표의자의 이익을 위한 것이다. 즉 표의자는 표시된 의사표시의 내용을 그대로 인정할 것인지 아니면 취소할 것인지를 선택할 권한이 있는 것이다.
(1) 만약 표의자가 표시된 내용대로 머물기를 원한다면 그는 아무 것도 취할 필요가 없다.
예컨대 철수가 그의 흠 있는 의사표시에 대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80만 원에 반지의 매매계약은 그대로 유효하다.
(2) 그러나 표의자가 흠 있는 의사표시를 취소하길 원한다면 그는 상대방에게 취소의 의사표시를 하여야 한다. 이로써 법률행위는 처음부터 무효인 것으로 간주된다.
예컨대 철수가 가게 주인에게 표시상의 착오를 이유로 그의 청약을 취소한다면 매매계약은 처음부터 무효가 된다.
c) 법률이 표의자에게 선택권을 부여하였기 때문에 상대방은 계약이 유효할지, 무효일지 불안정한 상태에 놓이게 된다. 이러한 불안정한 상태는 의사표시 상대방의 이익을 위해 가급적 조기에 종식되어야 한다. 말하자면 상대방은 가능한 한 빨리 그 결과를 알고 싶어하는 것이다. 그래서 법률은 표의자로 하여금 일정한 기간 안에 취소하도록 하고 있다. 즉 표시상의 착오의 경우 표의자는 그 사실을 안 경우 지체 없이 의사표시를 취소해야만 한다(제121조 제1항 제1문).
예컨대 철수가 그의 의사표시가 잘못되었음을 계산을 하는 과정에서 알았다면 의사표시를 취소할 것인지를 1주일 동안 생각할 수는 없다. 만약 철수가 그 사실을 알자마자 지체없이 의사표시를 취소하지 않았다면 체결된 계약은 그대로 유효하다.
d) 표의자가 그의 의사표시를 유효하게 취소하여 법률행위가 무효가 된다면 상대방은 의사표시의 유효함을 신뢰함으로 말미암아 손해를 볼 수 있다. 이 경우 표의자는 상대방에게 이른바 신뢰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제122조 제1항). 그러나 상대방이 취소가능성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던 경우에는 보호받지 못한다(제122조 제2항).
예컨대 가게 주인이 철수의 요청에 따라 반지를 우송하였는데 철수가 그뒤 착오를 이유로 취소하였다면, 철수는 가게 주인에게 우송료를 배상하여야 한다. 왜냐하면 가게 주인은 매매게약이 유효하다고 믿고 반지를 우송하였고 그로써 우송료 상당의 손해를 보았기 때문이다.
III. 법률적 규정
1. 취소가능한 의사표시
a) 의사와 표시의 불일치 사실을 알지 못한 경우로서
(1) 표시상의 착오(제119조 제1항 제2문)
(2) 내용상의 착오(제119조 제1항 제1문)
(3) 의사표시의 잘못된 전달(제120조)
b) 의사형성 과정에 있어 흠 중에서
(1) 사람이나 물건에 대한 거래에 있어 중요한 속성에 관한 착오(제119조 제2항)
(2) 악의적인 기망(제123조)
(3) 위법한 협박(제123조)
2. 무효인 의사표시
무효인 의사표시는 대부분 의사와 표시의 불일치 사실을 안 경우로서
(1) 허위 의사표시(제117조)
(2) 비진의 의사표시(제118조)
(3) 의사표시의 상대방도 알고 있는 심리유보를 겸비한 의사표시(제116조 제2문)
3. 유효한 의사표시
그 외 의사의 흠은 의사표시의 효력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법률은 단지 심리유보만을 인정할 뿐이다(제116조 제1문).
제17장 의사와 표시의 의식적인 불일치
사례 :
a) V는 M에게 점포에 관한 임대차계약을 연말에 해지하겠다고 통보하였다. 그러나 그는 현실적으로 그것을 원한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M이 잘못을 사과하고 그에게 임대차관계의 계속을 탄원하길 원했다. 이 경우 V의 해지통고는 유효한가?
b) 사례 a에서 만약 M이 V에 의한 해지통고에 앞서 제3자를 통해 V가 해지통고를 할 것이지만 현실로는 임대차관계의 종료를 원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어떤가?
c) V가 맥주 한잔을 하면서 온갖 영웅담을 늘어놓으며 칭찬한 후 눈짓을 하고 농담으로 M에게 해지의 의사표시를 하였다면 어떤가?
d) 사례 c에서 M이 해지의 의사표시를 진지하게 받아들여 신문에 다른 점포를 구하는 광고를 내고 V에게 광고비용의 손해배상을 청구하였다면 정당한가?
e) V가 D로 하여금 점포가 연말에는 비고 즉시 임대차계약의 체결이 가능하도록 믿게 하여 임료의 선불금을 받아낼 목적으로 M의 동의를 받아 해지의 의사표시를 하였다면 어떤가?
f) V와 K는 50만 유로에 대지의 매매계약을 체결하기 원했다. 그런데 공증 작성된 매매계약서에는 매매대금이 40만 유로로 기재되었다. 이로써 V와 K는 비용과 세금을 줄일 의사였다. 유효한가?
제116조 내지 제118조의 구성요건은 다른 의사의 흠에 관한 규정과는 달리 대부분 표의자에게 효과의사(Geschäftswille)가 없는 경우이다. 그는 표시된 내용의 법률효과를 원하지 않는다. 그의 의사표시는 그의 의사와는 의식적으로 불일치한다.
I. 심리유보(Geheimer Vorbehalt)
1. 요건
표의자가 의사표시를 하였지만 사실은 표시된 내용을 원하지 않는다는 것을 숨기고 있는 경우 심리유보가 존재한다.
a) 의사표시가 표의자에 의하여 진지하게 이뤄지지 않고 심리유보가 표시된 법률효과에 직접 관련되어 있을 것을 요한다.
b) 타인(예컨대 의사표시의 수령을 요하는 경우에 있어서는 의사표시 상대방)이 심리유보를 모르게 하려는 것이 표의자의 의도여야 한다. 이 경우 표의자의 동기가 무엇이냐(상대방의 기망, 중환자의 진정 등)는 중요하지 않다. 상대방이 의사표시의 비진의성을 알았을 것으로 표의자가 의도하였다면 이는 제116조의 문제가 아니라 제118조에 의한 허위 의사표시의 문제이다.
사례 a와 b에서 V는 M이 심리유보를 알길 원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속일 의사였다. 이러한 경우 제116조의 요건이 충족된다.
2. 효과
심리유보의 법률효과는 상대방이 그 의도를 몰랐느냐 알았느냐에 좌우된다.
a) 심리유보를 몰랐을 경우에는 의사표시는 모르는 당사자의 이익을 위하여 유효하다(제116조 제1문). 표의자는 그의 의사표시에 구속되어야만 한다. 그 결과 그의 심리유보는 아무 의미가 없다.
사례 a에서 해지의 통고는 유효하다.
b) 심리유보를 알았을 경우에는 의사표시 상대방은 법률의 평가에 따라 전혀 보호받을 필요가 없다. 그래서 이 경우 의사표시는 무효이다(제116조 제2문).
사례 b에서 M이 해지통고의 나쁜 의도로서 비진의성을 알았으므로 해지통고는 제116조 제2문에 의해 무효이다.
II. 비진의 의사표시
1. 요건
비진의 의사표시는 상대방이 비진의성을 오해하지 않길 기대하고 진지하게 의욕되지 않은 의사표시를 하는 경우 존재한다(제118조).
a) 표시는 제116조와 마찬가지로 진지하게 의욕된 것이 아니어야 한다.
b) 제116조와는 달리 제118조는 표의자가 의사표시의 비진의성을 상대방도 알고 있다고 전제한다. 표의자의 동기(농담, 허풍)는 중요하지 않다. 따라서 비진의 의사표시란 표현은 너무 범위가 좁다. 오로지 표의자가 기망할 의도가 없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제118조의 요건으로서는 상대방이 비진의성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사례 c, d에서 V는 M이 비진의성을 않길 기대하고 있으므로(그런 점에서 사례 a, b와 같이 나쁜 의도로서 비진의성과는 달리 좋은 의도로서 비진의성) 비진의 의사표시가 존재한다.
2. 효과
a) 모든 비진의 의사표시는 무효이다(제118조, 사례 c, d). 이는 상대방이 의사표시를 진정한 것으로 간주하더라도 마찬가지이다. 만약 상대방이 과실 없이 비진의성을 알지 못하였다면 보호받을 필요가 있으나, 법률은 그점을 다른 식으로 고려하고 있다.
사례 c, d에서 해지통고는 제118조에 의하여 무효이다.
b) 비진의 의사표시로서 무효인 경우에는 의사표시의 상대방은 그 의사표시가 유효함을 신뢰하여 입은 손해의 배상을 청구할 권리를 갖는다. 이 경우 비진의 의사표시가 상대방의 신뢰 손해와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을 것이 요구된다.
만약 상대방이 비진의성을 알았다면 손해배상청구권은 배제된다(제122조 제2항). 이 경우에는 계약의 유효함을 신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한 제122조 제2항은 상대방이 (경)과실에 의하여 비진의성을 알지 못한 경우에도 손해배상청구권을 부정한다. 이러한 입법자의 의사에 따르면 표의자가 상대방도 비진의성을 알 것으로 아마도 중과실로써 기대하였던 경우라도 손해배상청구권은 부정된다.
사례 d에서 M은 해지통고를 진지하게 받아들여 그 유효함을 신뢰하고 신문광고의 비용을 지출하는 손해를 입었다. 그렇지만 해지통고의 비진의성을 과실로 알지 못하였기 때문에 그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 그가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다면 V의 비진의성을 알 수 있었다(맥주를 마시는 자리, 허풍, 눈짓 등등).
c) 표의자가 그의 비진의성이 상대방으로 하여금 진지하게 받아들여질 것을 알았다면 그는 신의성실의 원칙상 상대방에게 지체없이 그의 착오를 설명할 의무가 있다. 그렇지 않다면 그는 부작위로써 상대방을 기망한 것이다. 이 경우에는 표의자의 의사표시를 유효하게 취급하더라도 이익에 부합한다. 이는 제116조 제1문의 평가로부터 도출된 결론이다. 그에 의하면 표시된 바를 그대로 유지시킨 사람은 그의 그러한 행동으로부터 아무런 이익도 취해서는 안 된다. 표의자는 비진의성에 근거하는 한 악의적으로 행동한 것이다.
사례 d에서 V가 M의 신문광고를 보았다면 그로부터 그는 M이 해지통고를 진지하게 받아들였다는 사실을 알았을 것이다. V가 그로부터 지체없이 M에게 설명하지 않았다면 그는 나중에 그의 의사표시가 비진의로써 무효임을 주장할 수 없다. 오히려 그는 해지통고를 유효한 것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III. 허위 의사표시
1. 요건
a) 허위 의사표시는 수령을 요하는 의사표시를 상대방의 동의 하에 외관상으로만 하기로 한 경우 존재한다.
(1) 수령을 요하는 의사표시에서만 문제가 된다. 그 외의 경우에는 허위인 것을 동의해줄 상대방이 없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
(2) 표의자와 상대방의 합의에 의해 행위가 유효하기 않기로 한 것이기 때문에 허위 의사표시는 심리유보나 비진의 의사표시와는 구별된다. 그러한 동기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는데 표의자가 상대방을 속일 의도가 있었더라도 상대방이 이미 동의하였으므로 동기로서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표의자와 상대방이 모두 제3자를 속이려한다는 점에 있다(사례 e),
b) 허위 의사표시는 자주 다른 진정으로 의도하는 행위를 은폐하고 있다(제117조 제2항). 이와 같이 은폐된 행위의 과정에서 표의자는 상대방의 동의를 받아 표시된 내용이 아닌 다른 법률효과를 의욕한다.
예컨대 당사자가 매매의 청약과 승낙의 의사표시를 하였지만 실제로는 임대차와 증여를 의욕한 경우이다. 사례 f에서 V와 K는 매매대금을 50만 유로로 원했지만 매매계약은 그들이 원하지 않은 40만 유로로 체결되었다. 공증인, 법원 및 세무당국을 속임으로써 공증수수료나 법정수수료 또는 취득세 등을 절약하려는 것이다.
2. 효과
a) 허위 의사표시는 무효이다(제117조 제1항). 허위 의사표시가 상대방의 동의 하에 허위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상대방은 보호받을 필요가 없고 따라서 표의자에게 유리하고 상대방에게는 불리하게 법률이 이를 규율하였더라도 정당하다. 허위 의사표시는 제3자에 대하여서도 또한 무효이다.
사례 e에서 해지통고는 제117조 제1항에 의하여 무효이다. D는 그의 손해배상을 V와 K에 대하여 요구할 수 있다.
b) 허위 의사표시의 배후에 놓인 진정한 행위에 대하여는 그 행위가 유효할 경우 적용될 규정이 적용된다(제117조 제2항). 은폐된 행위는 모든 유효요건이 충족되어있다면 유효한 것이다. 그러나 그 은폐된 행위가 법률의 금지규정에 반한다거나(제134조) 공서양속에 위배된 경우(제138조) 또는 법적 형식을 결한 경우(제125조) 등에는 그 행위 또한 무효이다.
사례 f에서 표시된 내용(40만 유로에 의한 매매)은 의욕된 바가 아니고 따라서 제117조 제1항에 의하여 무효이다. 진정으로 의욕된 내용(50만 유로에 의한 매매)도 공증화 되지 않았기 때문에, 즉 법적 형식을 결하였기 때문에 무효이다. 이러한 결과는 잘못된 표시는 두 당사자가 합치해서 다른 것을 원하였더라도 유해한 것은 아니라는 규칙에 반한다. 그래서 50만 유로에 의한 대지의 매매계약이 두 당사자가 합치하여 원한 것이므로 유효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만 V와 K가 매매대금과 관련하여 매매계약을 잘못하여 그런 것이 아니라 의도적으로 부정당하게 공증받았다는 점이 고려되어야 한다. 위 잘못 표시의 규칙을 그대로 적용한다면 형식 규정의 우회를 오히려 유리하게 해주는 결과가 된다. 결국 은폐된 행위 또한 형식 요건의 흠결로써 무효로 보아야 할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형식 요건의 흠결은 물권행위와 등기부에 K의의 소유권이 기입됨으로써 치유될 여지는 있다. 그렇게 되면 은폐된 행위는 유효한 것이 될 수 있다(제311조 b 제1항 제2문).
3. 유사개념
허위 의사표시는 신탁행위, 꼭두각시(Strohmann) 행위, 우회행위 등과 구분되어야 한다. 허위 의사표시에서는 표의자와 상대방의 합치된 의사로써 표시된 내용의 의욕되지 않은 반면, 위의 행위들에 있어서는 관련자들의 의사에 따라 의사표시의 법률효과가 발생하게 된다. 위의 행위들의 특성은 관련자들의 의사에 따라 그와 함께 목적한 경제적 효과가 법률효과와 일치하지 않다는데 있다.
예컨대 신탁행위에 있어서는, 채권자(신탁자)는 채무자에 대한 채권을 결제회사(수탁자)에 (제398조에 의한 양도로써) 신탁을 목적으로 양도할 수 있다. 이 경우 결제회사는 채권의 채권자가 된다. 그리고 결제회사는 신탁자에 대하여 채권을 추심하고 그로부터 얻은 이익을 신탁자에게 교부할 의무를 진다.
꼭두각시 행위에 있어서는, H는 어떤 값비싼 그림을 얻길 원하는데 다만 그가 직접 매수인으로 나서기보단 배후에 머물길 원한다. 그래서 그는 K(꼭두각시)에게 부탁하여 그림을 K의 이름으로 매수하도록 한다. K는 매수인으로서 매도인 V와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그림을 인도받는다. 말하자만 K만이 V의 계약당사자인 것이다. K는 V에 대하여 매매대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고 인도를 받아 그림의 소유자가 된다. 그러나 K는 H와의 약정에 따라 그림을 H에게 인도할 의무가 있다. 그리고 H는 K가 그림을 사는데 들인 비용을 보상해줄 의무가 있다.
우회행위에 있어서는, 근로자인 N은 사용자인 G와 근로계약을 체결하였다. 그런데 계약에서 N은 임금을 받지 않기로 하고 G에 대한 지급청구권을 N의 부인에게 귀속시키기로 하였다. 이는 N이 채무초과여서 그의 임금이 채권자들로부터 압류될 것이 두려워 그렇게 한 것이다. 이른바 압류를 회피하기 위하여 N의 임금청구권이 배제되고 N의 부인에게 청구권이 주어진 것이다. 이 경우 그러한 계약내용은 근로계약의 당사자들 사이에 진정으로 의욕된 것이다(이른바 임금양도계약, 민사소송법 850조 h 참조).
제18장 착오
사례 :
a) V는 K에게 기계 1대를 11000 유로에 제공하길 원했다. 그러나 주문서를 내면서 10000 유로로 적고 말았다. K는 그보다 앞선 서신을 통해 V가 실제로는 11000 유로를 원한다는 사실을 알았고, 그의 청약을 승낙하였다. V는 표시상의 착오(제119조 제1항 제2문)를 이유로 취소할 수 있는가?
b) 사례 a에서 K가 V의 실제 의사를 알 어떤 계기도 없었다면 어떤가?
c) 사례 b에서 11000 유로 대신 12000 유로로 잘못 적었고 K가 그 청약을 승낙하였다면 어떤가?
d) V는 그의 고객에게 시계 및 보석에 관한 상품목록을 송부하였다. K는 55번째 나와 있는 시계를 골랐는데 상품목록에 나와 있는 가격이 잘못되어 560 유로로 적혀있었다. 그러나 실제 가격은 650 유로였다. K는 V에게 55번 목록에 나와 있는 시계를 주문한다고 서신을 보냈다. V는 K에게 아무런 언급 없이 시계를 보냈다. 이 경우 취소할 수 있는가? 할 수 있다면 누가 무엇을 근거로?
e) V는 2가구 주택 중 1가구를 M에게 임대하였다. 나중에 그는 M과 함께 생활하는 그의 아들이 여러 차례 절도죄로 처벌받은 전과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V는 이를 이유로 계약을 취소할 수 있는가?
f) 사례 b에서 V는 잘못을 알자마자 곧 표시상의 잘못을 이유로 그의 청약을 취소하였다. 그는 이미 제공한 기계를 K로부터 반환청구할 수 있는가? 또한 매매대금은 이를 반환해야 하는가?
g) M은 V에게 1달 간 휴가 때 쓸 집을 주문하였다. 그는 7월에 임차하고자 하였는데 잘못하여 6월로 적고 말았다. 그가 잘못을 알았을 때 그는 그의 의사표시를 취소하였다. V는 M에게 6 유로의 우편요금과 800 유로의 손해배상을 청구하였는데, 이는 6월에 800 유로에 임차를 희망한 사람에게 임대를 거절함으로써 그가 입게 된 손해이다.
I. 취소와 해석의 관계
1. 취소
의사표시에서 표의자에게 착오가 생기는 경우 법률(제119조 이하)은 표의자에게 특정한 요건 하에 취소권을 부여한다. 그 결과 표의자에게는 착오에 기한 의사표시로부터 벗어나서 그것을 법적으로는 무효로 돌릴 기회가 주어지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내용이나 표시상 착오와 같이 의사와 표시가 불일치한 사실을 알지 못한 경우(제119조 제1항)에는 표의자에게 취소권이 주어진다. 이러한 규정은 표의자가 그의 의사에 반하여 일치된 효과의사도 없는 표시행위에 기속되어서는 아니된다는 관념에 기초하는 것이다. 취소는 의사표시의 상대방이 표시행위를 신뢰하여 보호되어야 하므로 의사와 표시가 불일치하는 경우에는 진정한 내심의 의사가 아닌 표시된 행위가 유효하다는 점을 전제로 한다. 의사표시 상대방이 표시된 행위를 신뢰하여 보호받을 필요가 있는지는 그가 의사표시를 어떻게 이해하고 그에게 기대할 수 있는 주의를 다하는 경우 어떻게 이해해야 할 것인지에 달려있다. 이는 의사표시의 해석을 통해 확정될 수 있다. 따라서 표의자에게 취소권이 주어질 것인지를 결정하기에 앞서 의사표시의 해석이 선행되어야 한다.
2. 해석
a) 해석은 우선 표시행위의 배후에 놓인 표의자의 의사를 확정하는 것을 의미한다. 의사표시 상대방이 표의자가 그의 의사표시와 함께 무엇을 원하였는지 알았거나 그에게 기대할 수 있는 주의를 다하는 경우 알 수 있었다고 한다면 표의자가 원하는 내용이 그대로 유효하다. 원하는 바와는 다르게 표시된 내용은 아무 효력이 없으므로 이 경우 표의자에게는 취소를 통해 그의 표시를 무효로 돌릴 근거가 없다. 표의자가 착오하지 않았더라도 그가 원하는 의사를 표시하였을 그런 상태가 되기 때문이다.
사례 a에서 11,000 유로로 한 매매계약이 성립한다. V의 표시상 착오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V는 취소할 수 없다.
b) 의사표시의 상대방이 표의자의 표시된 내용을 해석함에 있어 아무리 그에게 기대되는 주의를 다하였더라도 진정한 의사를 알지 못한 경우에는 규범적 해석에 입각하여 표시행위의 객관적 의미가 확정되어야 한다. 이러한 해석은 의사표시 상대방의 관점에서 확정된 의사는 표의자의 진정한 의사와 불일치하는 결과가 된다. 이런 불일치로 인해 표의자의 취소권이 고려되는 것이다.
사례 b에서 K는 V의 진정한 의사(11,000 유로)의 알지 못하였고 그러한 의사를 확정할 수도 없으므로, 표시된 내용(10,000 유로)이 그대로 유효하다. V는 표시상의 착오를 이유로 취소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사례에서 예외적으로 취소권이 배제되는 경우가 있다.
(1) 규범적 해석에 의해 확정되는 의사가 표의자의 진정한 의사와 다르더라도 그와 같이 확정된 의사가 표의자의 진정한 의사보다도 유리 경우에는 취소권을 행사할 여지가 없다. 왜냐하면 착오자는 그의 착오에 기한 의사표시에 의하여 상황이 나빠지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취소에 의해 그 의사표시를 무효로 돌릴 합리적 근거가 없는 것이다(RGZ 128, 121 참조).
사례 c에서 12,000 유로의 매매계약이 성립한다.V는 착오가 없을 때보다 착오로 더 나은 상태가 되었다. 그는 취소할 수 없다.
(2) 규범적 해석에 의하여 의사와 표시 사이에 불일치가 있고 표시된 내용이 의욕된 내용보다 표의자에게 불리하나 의사표시 상대방이 착오를 발견하고 표의자에 의해 의욕된 내용이 표시된 내용 대신 유효한 것으로 동의한다면 역시 표의자에게 취소권이 인정되지 않는다. 의사표시 상대방의 이러한 동의에 의해 표의자는 그가 착오가 없었더라면 있을 상태에 놓이게 되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표의자는 그가 의욕한 내용에 기속되어야 한다. 표의자는 그가 의욕한 내용을 이제는 예컨대 그 사이 가격이 올랐다는 이유로 후회하기 때문에 그의 의사표시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데 착오를 이용하여서는 아니된다. 표의자는 소위 후회를 만회하기 위한 수단으로써 착오를 이용하려고 할 텐데 그렇게 되면 그의 이전 행위와 모순되는 것이다.
예컨대 V가 진정으로는 11,000 유로를 원하지만 잘못하여 10,000 유로에 기계를 팔겠다고 K에게 청약하였다. V가 착오를 이유로 취소하려 할 때 K는 11,000 유로를 지급하겠다고 의사표시를 하였다. V는 기계를 지금은 14,000 유로에 팔 수 있으므로 그에 동의하지 않았다. 이 경우 V는 K에 의해 착오를 고려하지 않았을 때 상태에 놓이게 되었으므로 취소권을 행사할 수 없다.
(3) 쌍방 계약에 이른 의사표시를 규범적으로 해석한 결과 쌍방의 의사표시가 다의적 의미를 갖는 것으로 결론이 내려질 수도 있다(예컨대 통화와 관련하여). 이럴 경우에는 불일치로 인하여 계약이 성립하지 않는다. 따라서 무효로 돌릴만한 법률행위(계약)가 존재하지 않으므로 취소권 역시 배제된다.
요약하면 다음과 같이 말할 수 있다. 해석은 취소에 앞선다. 요컨대 우선 의사표시를 해석한 다음에 취소권 여부가 논의될 수 있는 것이다.
II. 착오의 구성요건
1. 의사표시에 있어 착오
의사표시에 있어 착오는 의사표시가 효과의사와 불일치하고 그 불일치를 의식하지 못한 경우에 존재한다. 법률은 표시상 및 내용상 착오(제119조 제1항)와 함께 의사표시의 부당한 전달(제120조) 등을 규정하고 있다.
a) 표시상 착오(표시행위 과정에서의 착오)는 표의자가 의사표시를 행하는 과정에서 표시된 내용을 내심으로는 원하지 않은 경우 존재한다. 표의자는 그가 표시하고자 하는 바를 표시하지 않은 것이다. 말을 잘못했다거나 잘못 썼다거나 잠못 이해한 경우 등이다.
예컨대 V는 K에게 그림을 700 유로에 팔고자 청약하였으나 착오로 600 유로로 적은 경우이다.
b) 내용상 착오는 표의자가 의사표시를 행하는 과정에서 그 내용에 관하여 착오한 경우에 존재한다. 표의자는 그가 원하는 바를 표시했지만 그 표시된 내용에 관한 법적 의미에 관해 착오를 일으켜 그 의미에 관하여 실제 갖는 의미와는 다른 의미를 부여한 경우이다.
예컨대 사례 d에서 상품목록의 송부는 청약의 유인에 해당한다. K의 편지가 청약에 해당하고 이는 K가 상품목록에 나와 있는 가격, 말하자면 560 유로에 사겠다는 내용으로 해석된다. V가 시계를 보낸 것은 청약의 승낙으로 볼 수 있는데 그 내용은 시계를 상품목록에 나와 있는 가격으로 판다는 것이다. 청약과 승낙이 일치한다. 즉 상품목록에 나와 있는 가격(560 유로)으로 시계에 관한 매매계약이 성립한다. V는 승낙의 의사표시를 행하는 과정에서 내용상 착오에 빠진 것이다. 그는 그의 의사표시에 그가 650 유로에 판다는 의미를 부여한 것이다. 그러나 그의 실제의 의사표시는 그런 의미를 지니지 않는다. V는 그의 승낙의 의사표시를 잘못하지는 않은 것이다. 그는 그가 표시한 바를 알았으나 그가 그것으로써 의미한 바를 알지 못한 것이다. V는 내용상 착오를 이유로 취소할 수 있다.
내용상 착오는 표시상 착오와 구별된다. 표시상 착오의 경우에는 표의자는 그가 사용하고자 하지 않은 표현수단을 사용하는 것이고(예컨대 잘못 쓰는 것), 내용상 착오의 경우에는 표의자는 그가 사용하고자 하는 표현수단을 사용하였지만 그 의미와 뜻에 관해 착오를 일으킨 것이다.
사례 d에서 V가 K에게 상품목록(청약의 유인)을 보내지 않고 직접 청약을 하면서 가격을 잘못 보냈고(650 유로 대신 560 유로), K는 그 청약을 승낙하였다면, 560 유로로 시계에 관한 매매계약이 성립한다. V는 청약의 의사표시를 하는 과정에서 표시상 착오에 빠진 것이다.
내용상 및 표시상 착오는 제119조 제1항에서 동일하게 취급된다. 두 경우 모두 표시와 효과의사가 불일치하는 경우이다.
c) 의사의 부당한 전달의 경우에도 의사표시의 착오가 존재한다.
(1) 표의자는 그의 의사표시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사람(사자)이나 기관(예컨대 우체국)을 이용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럴 경우 의사표시는 사람이나 기관에 의해 부당하게 전달될 수 있다(제120조)
예컨대 V는 사자 B에게 그가시계를 650 유로에 팔고자 한다는 청약의 의사표시를 K에게 전달하도록 지시하였다. 그런데 부주의하게도 B는 K에게 V가 시계를 560 유로에 판다는 의사표시를 전달하였다. 또 다른 예로는, V는 K에게 전보로써 그가 650 유로에 시계를 팔고자 한다는 청약을 하기로 하고 전보신청서에 그의 의사를 기재하였으나 K에게 도착한 전보에는 560 유로로 가격이 잘못 적혀 있었다. 위 두 경우 모두 V는 표시된 내용(560 유로)의 청약을 원하지 않은 것이다.
(2) 의사표시의 부당한 전달도 의사표시의 착오와 같이 다루어진다(제120조). 모두 의사와 표시가 불일치한 경우이다. 의사표시의 착오의 경우 표의자는 스스로 그의 의사를 표시하였으나(잘못 쓰거나 말하는 등), 제120조의 경우는 의사표시의 수단으로써 전달자나 기관을 이용하였고 그들의 잘못된 일처리의 결과가 그에게 귀속되었을 뿐이다. 결국 착오로 표시된 내용이 유효하지만 표의자는 이를 취소할 수 있는 것이다.
위의 사례들에서 K가 V의 청약을 승낙하였다면 560 유로로 시계에 관한 매매계약이 성립하나 V는 제120조에 의하여 이를 취소할 수 있다.
(3) 제120조의 요건
(a) 의사표시의 전달을 위하여 사람 또는 기관이 이용되어야 한다(의사표시의 전달자). 사자는 자기의 고유한 의사를 전하는 것이 아니라 고용주의 의사를 전달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들의 행위는 대리에 해당하지 않는다. 대리인은 본인의 이름과 본인에 미칠 의사로써 자기의 고유한 의사표시를 하는 것이다.
(b) 사자는 의사표시를 그도 모르는 상태에서 부당하게 전달하여야 한다. 사자가 어떤 이유로 그와 같이 부당하게 전달하였는지는 중요하지 않다(예컨대 잘못 말하거나 혼동한다거나 표의자의 지시사항을 잘못 기억해낸 경우 등). 사자가 완전히 다른 유형의 의사표시를 전달하였을지라도(예컨대 시계에 관한 매매의 청약 대신 휴가를 위한 별장의 임대) 표시된 내용은 유효하다. 표의자는 전달 과정에서의 위험을 인수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제120조에 의하여 취소할 수 있다.
이에 반해 사자가 의식적으로 잘못된 내용을 전달하였다면 표의자는 이러한 의사표시를 취소하지 못한다. 의사표시가 상대방에게 아직 도달하지 않았다면 취소를 요하지 않는다. 의사표시 상대방이 표시된 의사를 신뢰하여 손해를 입었다면 사자(제179조 유추) 또는 표의자(제122조 유추)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가 고려될 수 있다.
인터넷으로 의사표시를 전달하는 경우 표의자의 서버를 운영하는 자의 잘못으로 부당한 의사표시의 전달이 있었다면 이는 사자에 의한 부당한 의사표시의 전달로 볼 수 있다.
반면 의사표시 상대방의 서버운영자나 메일 관리자가 수령대행자로 임명되어 이들의 잘못으로 전달되는 과정에서 착오가 발생하였다면 이는 의사표시 송달의 문제로서 다뤄진다.
2. 의사형성 과정에서의 착오
의사형성 과정에서의 착오(동기의 착오)는 표의자가 행위의사에 중대한 의미가 있는 상황을 잘못 오인하고 의사표시를 하였을 때 존재한다. 이러한 착오는 원칙적으로는 고려되지 않는다. 그러나 제119조 제2항에 의하면 물건이나 사람의 성상에 관하여 착오가 있는 경우 그 착오가 거래상 중요하다고 평가할 수 있는 경우에는 취소할 수 있다. 이러한 성상의 착오의 경우 동기의 착오의 특별한 사례에 불과하다(Larenz/Wolf, §36, Rdnr. 48). 이 경우에는 의사와 표시 사이에 불일치는 없다. 단지 표의자가 의사를 형성하는 과정에서 착오에 빠진 경우이다.
예컨대 V가 K에게 90 유로에 반지를 팔겠다고 청약하였다. 그런데 V는 이 반지가 실제 금반지임에도 금도금한 반지인 것으로 생각하였다. V가 만약 이 사실을 알았다면 그는 60 유로에 팔겠다고 청약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는 아마 팔 생각을 하지 않았거나 적어도 반지대금으로 500 유로를 요구하였을 것이다.
a) 제119조 제2항은 사람과 물건에 있어 거래상 중요한 성상에 관한 착오임을 요한다.
(1) 사람의 성상
(a) 사람은 계약당사자 외에도 제3자일 수 있다. 그러나 법률행위가 그와 관계되어야 한다.
사례 e에서 M의 가족에 속한 사람이 주택을 이용하고 있으므로 그 아들의 성상에 관한 V의 착오는 제119조 제2항에 의하여 문제될 수 있다.
(b) 성상은 예컨대 나이, 성별, 종교, 정치적 입장, 전과(사례 e), 직업적 능력, 신용도 등이 거론될 수 있다. 성상은 행위의 내용과 직접 관계되어있을 경우에만 문제된다.
미장공을 고용하는데 근로자의 미장공으로서 검증이 되었는지는 중요한 성상이나 그의 소속정당은 중요한 성상이 아니다. 반면 출판사가 정치적 신문을 발행하는데 있어 편집인을 구하기 위하여 근로계약을 체결함에 있어서는 그 신문의 논조와 합치하지 않는 정당에 소속한다는 이유로 편집인과의 근로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 또한 신용거래의 경우 매수인의 신용도는 중요한 성상이나, 현금거래의 경우에는 그렇지 않다.
(2) 물건의 성상
(a) 물건은 유체물뿐 아니라 행위의 객체가 될 수 있으면 뭐든 상관 없다.
(b) 물건의 성상은 가치를 형성하는 모든 요소를 포함한다. 자연적 속성에서 비롯한 요인뿐 아니라 사실적, 법률적 관계이더라도 그것이 그 성격과 지속기간 등에 비춰 효용 및 가치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라면 이에 속한다(BGHZ 34, 41; 88, 245).
예컨대 토지의 경우는 그 위치, 면적, 지목, 나대지인지 여부 등이 성상에 속한다.
물건의 가치나 가격은 그 자체가 가치를 형성하는 요인은 아니고 가치나 가격이 시장의 상황에 따라 종속하므로 성상에 속하지 않는다. 표의자가 현실로 가치에 관하여 착오를 일으킨 경우 만약 그것이 가치를 형성하는 요인에 관한 착오인 경우에는 성상에 관한 착오를 이유로 취소가 고려될 수 있다.
V는 반지가 실제 금반지임에도 금도금한 반지로 착오를 일으켜 90 유로에 팔겠다고 하였다면 V는 제119조 제2항에 의하여 청약을 취소할 수 있다.
(3) 거래의 중요도
제119조 제2항에 의하면 거래상 중요한 것으로 평가되는 성상만이 고려의 대상이 된다. 따라서 표의자의 관점에서만, 즉 주관적으로만 중요하고 객관적으로는 중요하지 않는 성상은 고려에서 배제된다. 이와 관련하여 행위별로 전형화 된 경제적 목적을 따져봐야 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단지 주관적으로만 중요하다고 하는 성상에 관한 착오일지라도 그러한 성상이 의사표시의 내용에 포함되어있는 것으로 해석을 통하여 확인할 수 있으면(행위의 중요성) 취소권을 행사할 수 있다.
예컨대 토지의 매수인이 지상에 건물을 지으려 한다는 사정을 매도인이 알았을 경우에는 나대지인지 여부는 제119조 제2항 소정의 거래상 중요한 성상에 속한다.
b) 제119조 제2항의 요건이 충족된 경우라도 법률행위 또는 법률에 의하여 취소권이 배제될 수도 있다.
(1) K가 V로부터 진본이라고 생각하는 그림을 진본인지 여부를 의심하고 이를 고려한 금액에 매수하였다고 할 경우 나중에 그 그림이 복사본으로 밝혀지더라도 K는 성상에 관한 착오를 이유로 취소권을 행사할 수 없다. 이 경우 K는 위험을 예상하고 행위를 한 것이다. 즉 그는 진본이면 훨씬 낮은 가격으로 이를 매수한 것이므로 만약 진본이 아니더라도 그러한 성상에 관한 착오를 이유로 한 취소권은 이를 (묵시적으로) 배제하려는 의사가 있었던 것이다.
(2) 보증인 B가 G와의 보증계약에 의하여 S의 G에 대한 채무를 보증한 경우(제765조 제1항) 보증이란 것은 만약 채무자가 이행하지 않으면 보증인이 그 위험을 떠맡기로 한 것이므로 채무자의 지불능력에 관한 착오를 이유로 보증계약을 취소할 수 없다고 보는 것이 타당한 견해이다.
(3) 매수인이 매매목적물의 거래상 중요한 성상에 관하여 착오를 일으킨 경우에는 물건의 하자담보책임에 관한 규정(제434조 이하)이 적용될 수도 있다. 이 경우 제434조 이하의 규정은 특별규정으로서 우선 적용되므로 그러한 한 제119조 제2항에 의한 취소권의 행사는 금지된다.
(4) 물건의 하자에 관하여 착오를 일으킨 매도인 또한 제119조 제2항에 의한 취소권을 행사함으로써 하자담보책임을 면할 수는 없으므로 역시 취소권을 행사할 수 없다.
반면 성상의 착오가 물건의 하자와 관계가 없다면 제434조 이하의 규정과는 경합되지 않으므로 이 경우 매도인은 취소권을 행사할 수 있다. 또한 매수인이 하자담보청구권을 행사하지 않기로 약정한 경우에도 취소권의 행사가 허용된다(BGH NJW 1988, 2597: 이 사안은 무명의 작가의 그림인 줄 알고 매수하였는데 그후 대가의 작품인 것으로 밝혀진 경우이다. 이에 관하여서는 Köhler/Fritzsche, JuS 1990, 17).
3. 개별사례
a) 읽지 않고 문서에 서명함으로써 착오가 문제되는 경우에는 특별한 경우에만 취소할 수 있다. 다음과 같이 구분하여 볼 수 있다.
(1) 당사자가 계약의 내용에 관하여 이미 구두상으로 합의하고 서면으로 그 합의내용을 작성한 경우 서명한 문서에는 구두상 합의된 것만이 내용으로 되어야 한다. 즉 구두상으로 합의된 내용만이 유효하고 문서상 표현된 것은 효력이 없기 때문에 문서에 서명을 잘못하였더라도 아무런 손해를 야기하지 않는다. 따라서 이 경우 착오를 이유로 한 취소는 허용되지 않는다(Erman/Palm, §119, Rndr. 35).
(2) 문서의 서명자가 법률행위의 내용인 의사를 표시한다는 인식을 갖고 문서의 내용을 모르면서도 그점을 표시하지 않았다면 착오를 이유로 취소할 수 없다. 서명자는 의사표시 과정에서 자신이 문서의 내용을 알지 못하였음을 표시하지 않았으므로 그의 의사는 표시된 것과 불일치하는 것이 아니다. 서명자가 그의 행위로 말미암아 문서를 읽지 않고 의사표시를 한 것이 효력이 있다는 인식을 상대방에게 주었으므로 그는 보호받을 필요가 없는 것이다.
(3) 서명자가 본래는 B 문서에 서명할 생각이었으나 A 문서에 서명하는 것과 같이 서명할 문서 자체에 대하여 착오를 일으킨 경우에는, 내심의 의사가 표시된 것과 상위한 것이며 이를 인식하지 못한 것에 해당한다. 이 경우 통설은 의사표시의 착오를 이유로 취소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본다(Soergel/Hefermehl, §119, Rndr. 13).
(4) 서명자가 자기 또는 문서를 받아 적은 자의 실수로 잘못 작성한 문서를 읽지 않고 서명한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b) 백지에 서명하였으나 후에 구두로 합의된 사항과는 다르게 백지가 채워진 경우 서명자는 그와 다른 내용의 의사표시를 하였으므로 표시상의 착오가 존재한다.
예컨대 K는 V에게 가구를 5,000유로에 팔았다. K는 5,000유로에 금액을 합의하여 이를 채워 넣을 수 있는 금전소비대차 약정서에 서명하였다. 그러나 V는 그후 7,000유로를 적어넣었다.
이 경우 정당한 견해에 따를 때 취소권은 배제된다. 두 그룹으로 나눠볼 수 있다.
(1) 의사표시 수령자(V)가 공란을 구두상 합의된 것과는 다르게 기재하고 서명자에 대하여 이를 행사하는 경우, 그는 문서에 기재된 내용에 대한 신뢰를 보호받지 못하므로 문서의 내용대로 권리를 주장할 수 없다. 원래 구두상 합의된 내용이 유효하다.
K와 V 사이에 체결된 금전소비대차 계약은 구두상 합의된대로 5,000유로의 금액대로 효력이 있다.
(2) 공란을 채우는데 관여하지 않은 제3자는 구두상 합의된 내용이 그와 다른데 대하여 알지 못하였거나 알 수 없었던 경우 그 신뢰를 보호받을 필요가 있다.
K가 서명한 용지가 B은행에 대한 대출신청서일 경우 구두상 합의된 것과는 달리 7,000유로를 적어 넣어 B은행이 이를 승인하였다면, 7,000유로의 계약이 성립한다.
이 경우 의사표시의 착오가 존재하나, 표의자는 취소할 수 없다. 그는 백지에 서명함으로써 구두상 합의된 내용과는 달리 보충 기재될 수도 있다는 점을 예상할 수 있었으므로 보호받을 가치가 없다. 이 경우 대리권을 수여할 때와 마찬가지의 이해관계가 고려된다. 제172조 제2항, 제173조에 의하면 대리권을 수여하는 증서를 수여자에게 반환하거나 실효되었음을 선언하기까지 선의의 제3자에 대하여는 대리권이 유효하게 존속한다. 법률의 이러한 평가와 마찬가지로 백지 문서에 서명한 사람은 선의의 제3자에 대하여는 그 문서가 구두상 합의된 것과는 다르게 보충 기재되었더라도 이를 주장할 수 없다.
K는 은행에 대하여 의사표시를 취소할 수 없다. 그는 계약에 따라 은행에 대하여 7,000유로의 채무를 부담한다.
c) 법률의 효과를 착오한 경우란 표의자가 그의 의사표시에 의하여 발생하는 법률효과를 착오한 경우를 말한다. 이 경우에는 중요하지 않은 동기 착오이거나 중요한 내용상의 착오 문제가 된다.
(1) 의사표시에 의한 법률효과가 법률로써 규정되어있는 경우 표의자가 그 법률효과를 착오한 경우에는 의사와 표시간에는 불일치가 존재하지 않고, 이 경우 중요하지 않은 동기의 착오가 존재한다.
V는 K에게 자동차를 판매하였다. 계약에서는 V에 대한 물건의 하자담보책임에 관하여 아무런 규정을 두지 않았다. 따라서 하자담보책임은 법률(제434조 이하)에 의하여 규율된다. 그런데 V가 착오로 물건의 하자에 대하여 계약에서 아무런 규정을 두지 않았으므로 자기는 책임이 없다고 생각하더라도, 이는 동기의 착오일 뿐, 내용상의 착오가 존재하지는 않는다.
(2) 이에 비하여 법률효과가 의사표시의 내용을 이루는 경우 표의자가 이에 관하여 착오를 일으킨 경우에는 그 의사표시는 그로써 결부시키고자 한 의미가 다른 의미로 표시된 것이므로 의사와 표시가 불일치한다(내용상 착오).
자동차 매매계약에서 매도인의 권리하자로 인한 담보책임을 배제하는 것임에도 V가 착오로 이를 물건의 하자로 인한 담보책임을 배제하는 것으로 생각하였다면, 그는 의사표시의 의미에 관하여 착오를 일으킨 것이므로 내용상 착오를 이유로 의사표시를 취소할 수 있다.
d) 계산상의 착오의 경우에는 표의자가 계산의 기초가 되는 사정(계산요소)에 관하여 착오를 일으키는 경우이다(예컨대 가격, 수량 등).
화가인 M는 주택소유자인 E에게 총 4,000유로에 벽화를 그려주기로 청약하였는데 이 경우 M은 벽화를 그릴 면적이 소규모이거나 시간이 많이 들지 않거나 개별 작품을 그리는 것보다 불리하지 않을 것으로 잘못 계산하였다.
(1) 계산의 기초가 된 사정이 상대방에게 알려져 있지 않은 경우 계산상 착오의 경우에는 단지 동기의 착오가 문제되므로 의사표시를 취소할 수 없다.
M이 E에게 단지 총액만 4,000유로로 청약하였다면, 이 경우 착오를 이유로 한 취소권은 성립하지 않는다.
(2) 계산의 기초 사정이 상대방에게 알려져 있는 경우에는, 계산이 의사표시의 내용이 된 것이므로 표의자는 중대한 내용상 착오에 빠졌다고 보는 것이 제국법원의 견해이다(RGZ 64, 268; 162, 201; BGH NJW 1981, 1551에 공간됨). 그러나 이러한 견해에 대하여는 반대가 통설인데 통설이 타당하다(Larenz/Wolf, §36, Rdnr. 70ff. m. N.; BGH MDR 1999, 216). 이 경우 표의자는 그가 표시한다고 생각한 것과 드라게 표시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표시와 의사는 정확히 일치한다. 단지 의욕한 의사와 정당한 계산 결과 사이에 불일치가 존재하는 것뿐이다. 제국법원은 표의자를 보호하려는 목적이나 대부분 그와 다른 결과에 이를 수 있다.
의사표시의 상대방에게 통보된 계산 내용이 각각의 계산요소를 고려하는 과정에서 잘못 계산된 것임을 그 상대방이 알았다고 할 경우, 총액의 표시는 잘못 표시된 것으로 문제가 될 수 있고, 따라서 정당한 계산 내용이 합의된 것이다. 이는 의사표시의 해석을 통해 유용하게 탐구될 수 있다.
동기의 착오는 일종의 성상의 착오이므로 제119조 제2항에 따라 취소할 수 있다.
의사표시의 상대방이 의사표시의 과정에서 계산상 착오를 유발한 경우 그는 계약체결상의 과실책임(제280조 제1항, 제241조 제2항, 제311조 제2항)에 기하여 표의자를 법적 구속에서 벗어나게 하거나 손해배상을 해줄 의무가 있다.
표의자뿐 아니라 그 상대방도 똑같이 잘못된 동기로부터 출발했다면(예컨대 주식 매매계약에서 양 당사자가 잘못된 주식가격을 기초로 매매대금을 정한 경우), 쌍방 동기의 착오가 존재하는 것이다.
e) 많은 학자들이 제119조 제2항에 해당하지 않는 동기의 착오를 내용상 착오로 인정하여 표의자에게 제119조 제1항에 따른 취소권을 인정하려고 시도하였다. 어떤 구체적 사정에 관한 관념이 행위의사의 구성요소일 경우 위와 같이 인정할 근거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견해는 법률의 평가에 모순한다. 법률은 의사와 표시가 불일치하거나(제119조 제1항), 동기의 착오의 경우에는 특별한 경우, 즉 성상의 착오의 경우에만(제119조 제2항) 취소권을 인정하고자 한다. 동기의 착오를 내용상 착오로 고양시키려 함으로써 법률이 중요한 착오와 중요하지 않은 착오를 엄밀하게 구분하려 한 것을 와해시킬 우려가 있다. 행위의사에는 모든 동기가 포함되는데 이런 식이라면 동기착오만으로도 내뇽상 착오를 이유로 제119조 제1항에 따라 법률행위를 취소할 수 있다.
K는 딸의 혼례를 위하여 V로부터 가구를 구매하였다. 이 경우 딸의 혼례는 K가 V와 가구의 매매계약을 체결한 동기 중 하나가 된다. 그런데 K가 V에게 딸의 혼례 때문에 가구를 구매한다고 얘기한 경우조차 이러한 동기는 매매계약의 내용이 되지 않는다. 이는 단순히 매매의 원인인 이유를 통지한 것에 불과하다. 그런데 혼례가 취소되었다고 하여 K가 (단순한) 동기의 착오를 이유로 계약을 취소할 수는 없다.
통설에 따르면 다음과 같이 나누어 볼 수 있다.
(1) 어떤 구체적 사정은 계약의 상대방이나 계약목적물을 특정하는 것과 관련될 수 있다. 표의자가 상대방에 대한 의사표시로부터 이끌어낼 수 있는 것과 다른 사람 또는 다른 목적물을 생각하였다면 이 경우 동일성에 관한 착오가 존재하고, 제119조 제1항에 따라 취소할 수 있다.
예컨대 K는 착오로 말고기집에 들어가서 1킬로 필렛(소나 돼지고기의 허리부위를 말함)을 주문하였는데, 말고기집에서 필렛은 말고기를 뜻한다. K는 소고기를 구매하고자 한 것으로 이는 목적물을 특정하는데 요하므로 행위의사의 한 부분이 된다. 따라서 내용상 착오가 존재한다.
(2) 표의자가 사람이나 목적물을 바로 특정하였으나 의사표시의 동기가 된 다른 사정에 관하여 착오를 일으킨 경우에는 내용상의 착오가 아닌, 동기의 착오가 존재한다.
K는 말고기집에서 진열대에 놓인 필렛 덩어리를 찾아 그것을 가르키며 주문하였다. 이로써 목적물은 특정된 것이다. 즉 의사와 표시는 일치한다. 그러나 K는 극것이 소고기인 것으로 생각하였으므로 동기의 착오가 있는 것이고 제119조 제2항에 따라 취소할 수 있다.
X는 기능공인 M과 전화하고 그와 사이에 계약을 체결하길 원했다. X는 M이 그 손님인 줄 잘못 생각하고 그와 노무 위임계약을 체결하였다. 이 경우 내용상의 착오는 존재하지 않는다. X는 겨래상으로 중요한 성상에 관하여 착오한 것이 아니다.
f) 표시상 인식이 잘못 되었음에도 상대방이 표의자의 행위를 의사표시로 봐야 할 경우로서 의사표시가 존재한다면, 표의자에게는 취소권이 주어진다.
g) 대리권과 관련하여 착오의 경우는 해당부분 참조.
III. 착오로 인한 취소의 요건
착오로 인한 취소의 요건은 다음과 같다.
1. 착오
제119조 이하에서 규정한 착오가 존재해야 한다.
2. 착오와 의사표시 사이에 인과관계
착오는 의사표시의 원인이 되어야 한다. 인과성은 두가지 점에서 의의가 있다.
a) 표의자가 사정을 알았더라면 의사표시를 하지 않았을 경우이어야 한다(제119조 제1항). 만약 표의자가 착오가 없었더라도 의사표시를 하였을 경우에는 착오의 이러한 주관적 중요성은 부정된다.
예컨대 X는 그가 잘 아는 한 여관에서 휴가를 위해 31번 방을 하나 빌리길 원했으나 잘못해서 35번 방이라고 썼다. 이 경우 표시상의 착오가 존재한다. 그러나 35번 방도 잘 갖춰져 있고 가격도 같으며, 특히 소음을 경험한 바 있어 X에게는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31번 방만큼 최소한의 조용함을 갖추고 있다면 X는 계약을 취소할 수 없다. 이 경우 X가 그러한 사정을 알았더라도 35번 방에서 묵기로 한 의사표시를 하였을 것이다.
b) 더욱이 표의자는 사정을 합리적으로 판단하였을 때 의사표시를 하지 않았다고 인정되어야 한다(제119조 제2항). 이러한 의사의 객관적 중요성의 요건을 통해 입법자는 취소가능성을 제한하고자 한 것이다. 따라서 착오자가 합리적인 사람으로서 자신의 주관적 의사나 기분, 어리석은 관점과는 무관하게(RGZ 62, 206) 의사표시 하는 것을 포기하였을 것인가가 중요한 판단기준이 된다.
X는 31번 방 대신에 13번 방을 주문하고 미신 때문에 이방 표시를 원하지 않았더라도 주관적으로 중요한 표시상의 착오만 존재할 뿐, 합리적 사람이라면 13번 방이라고 그 표시에 구애받지 않을 것이므로 객관적 중요성은 결여하므로 취소권은 인정되지 않는다.
3. 취소의 의사표시
a) 취소는 의사표시되어야 한다. 이는 일방적 의사표시이며 상대방의 수령을 요한다(제143조 제1항). 취소한다는 표시가 담겨있을 필요는 없다. 상대방이 그 의사표시를 통해 표의자가 어떤 법률행위를 의사의 흠을 이유로 소급하여 폐지하길 원한다는 내용만 알 수 있으면 된다.
예컨대, 사례 b에서 V가 K에게 “나는 지난번 청약서에서 매매대금과 관련하여 금액을 잘못 적었으므로 이 서면을 통하여 매매계약을 무효화한다”고 썼다면 된다.
취소의 의사표시는 그 의사표시에서 취소이유를 언급하지 않더라도 유효하다(RGZ 65, 88; 반대 Lent, Acp 152, 401). 취소의 상대방 입장에서 볼 때 취소이유를 아는 것은 의의가 있다. 특히 그가 취소를 유효한 것으로 인정할지 인정하지 않을지 판단을 하는데 이는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여 취소 의사표시의 효력을 취소 이유의 언급과 반드시 결부시킬 이유는 없다. 취소 상대방이 취소이유가 궁금하면 취소권자에게 이를 문의하면 그만이다. 취소권자가 대답하지 않거나 거짓 대답한다면 그로 인한 불이익은 취소권자가 부담해야 한다.
b) 취소는 취소권자가 상대방에게 의사표시 하여야 한다.
(1) 취소권자는 의사의 흠에 기하여 의사표시를 한 사람이다. 제119조의 경우에는 착오자, 제120조의 경우에는 고용주가 취소권자이고 전달자는 취소권자가 아니다.
(2) 취소의 상대방은 취소의 의사표시를 해야 할 상대방을 말한다. 계약의 경우에는 계약의 당사자(제143조 제2항, 사례 b에서는 K), 다수당사자의 계약에 있어서는 취소로 인하여 영향을 받는 모든 당사자가 취소의 상대방이 된다(BGHZ 96, 302, 특히 Dörner, NJW 1986, 2916). 일방적 법률행위면서 수령을 요하는 경우(예컨대 해고의 의사표시) 취소의 상대방은 의사표시를 통보할 사람이다(제143조 제3항 제1문, 예컨대 해고 의사표시의 상대방). 일방적 법률행위이나 수령을 요하지 않는 경우에는 수령의 상대방이 존재하지 않으므로, 법률행위를 근거로 직접 법률적 이익을 얻은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을 상대로 취소하면 된다(제143조 제4항 제1문).
X가 A라는 책을 버릴 의사였으나 착오로 B라는 책을 버린 경우(제959조), 착오를 이유로 그 수령을 요하지 않는 의사표시를 취소할 수 있다. 이 경우 취소의 상대방은 제143조 제4항 제1문에 의하면 잠시 무주물이 된 B라는 책을 주은 Y가 된다(제958조 제1항). 이에 비해 B라는 책을 아직 주은 사람이 없고, 여전히 무주물이라면 X는 취소의 의사표시를 할 필요가 없고 B라는 책을 그냥 주워 점유하면 된다.
기관에 대한 의사표시의 취소에 관하여는 제143조 제3항 제2문, 제143조 제4항 제2문 참조.
4. 지체 없는 취소
취소는 지체 없이 해야 한다(제121조 제1항 제1문). 이로써 불확실한 유동상태는 의사표시의 상대방 이익을 위하여 단축된다.
a) “지체 없이”란 법률의 정의에 의하면 취소권자가 취소사유를 안 때로부터 책임 있는 지연 없이 취소가 행해져야 함을 의미한다. 기간은 취소권자가 취소사유를 확실히 안 날로부터 진행한다(예컨대 청약서에 잘못 기재한 것을 알았을 때). 그러나 “즉시” 취소되어야 할 필요까지는 없다. 오히려 특정한 사안에서 취소권자에게 얼마만큼 기간을 용인해야 할지는 개별적 사정을 고려하여 정해야 한다(예컨대 숙고기간, 변호사와의 상담 등).
b) 상대방이 있지 않은 상태에서 취소는 그것이 도달하였을 때 효력이 있다(제130조 제1항 제1문). 그러나 취소의 의사표시를 지체 없이 하였다면 그로써 적기에 한 취소의 요건은 충족된다(제121조 제1항 제2문). 취소의 의사표시의 교부와 도달 사이에 지연이 있더라도 그것이 취소권자의 책임 있는 사유에 기하지 않은 경우 그로 인한 불이익은 취소권자에 있지 않다.
5. 배제사유의 부존재
착오로 인한 의사표시는 취소권을 배제하는 사유가 부존재할 때만 유효하게 취소할 수 있다. 제121조 제1항에 의하여 취소기간이 도과되는 경우를 제외하면 법률은 다음과 같은 경우를 취소권을 배제하는 사유로 규정하고 있다.
a) 취소할 수 있는 의사표시는 이를 한 때로부터 10년이 지나면 취소할 수 없다(제121조 제2항). 위 10년의 기간 내에 취소의 의사표시가 상대방에게 도달하지 않으면, 취소권은 소멸한다. 취소권자가 위 10년이 지난 후에 취소사유를 알았을 때도 마찬가지다.
b) 취소할 수 있는 법률행위를 취소권자가 추인할 경우에도 취소권은 배제된다(제144조 제1항). 추인은 수령을 요하지 않는 의사표시로서, 취소권자가 취소권을 포기하는 것이다. 추인은 취소사유를 알았음을 전제한다. 또한 제144조 제2항에 의하여 법률행위에 정한 방식을 요하지 않는다.
K는 공증서류로써 작성한 토지매매계약을 체결하면서 내용상 착오가 있었음을 알았음에도 V에게 토지의 물권적 합의를 요구하였다면, 이러한 요구는 묵시적으로 취소할 수 있는 매매계약의 추인을 표명한 것이다. 취소할 수 있는 법률행위의 추인은 무효인 법률행위의 추인(제141조 제1항)과는 달리, 법률행위를 다시 하는 것으로 평가되지 않으므로 방식을 요하지 않는다. 추인함으로써 비록 제121조 제1항에 의하여 아직 취소할 수 있는 기간이 남아있더라도 취소권은 배제된다.
이에 비하여 K가 내용상의 착오를 이유로 계약을 취소하였다면 매매계약은 무효가 된다. 따라서 이 경우 추인은 제141조 제1항, 즉 새로운 무효인 법률행위를 다시 하는 것으로써 할 수 있을 뿐이다. 즉 K는 새로 공증서류를 작성하여(제311조b 제1항 제1문) 토지에 관한 매매계약을 체결하여야 한다.
IV. 착오로 인한 취소의 효과
1. 법률행위의 무효
a) 취소할 수 있는 법률행위가 유효하게 취소되면 처음부터 무효인 것으로 본다(제142조 제1항).
(1) 취소는 흠 있는 법률행위를 착오가 없었더라면 성립하였을 법률행위로 대체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취소에 의하여 흠 있는 행위는 제거될 뿐, 보수되지 않는다.
취소는 의사의 흠이 일부분에만 국한하고 제139조에 의하여 나머지 부분으로 계약이 계속 유지될 수 있으면 그 일부분의 법률행위만 무효로 한다.
(2) 취소할 수 있는 법률행위는 취소의 의사표시를 한 시점(ex nunc)부터 무효이고 그때까지는 유효로 남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ex tunc) 소급하여 무효가 된다. 법률행위는 궁극적으로 하지 않은 것으로 간주되는 것이다.
계속적 법률관계(예컨대 고용, 조합관계)의 경우 소급하여 무효가 되면 이미 이행된 부분을 청산하는데 어려움을 야기한다. 예컨대 이미 이행된 근로의 제공은 소급하여 원상회복을 할 수 없다. 입법자는 이러한 문제를 예상하지 못했다. 따라서 이러한 법률적 흠결에 대하여 이러한 법률관계에서는 취소한 시점부터 취소의 효력이 발생한다고 결론을 내려야 한다.
b) 취소로 인하여 일방적 법률행위뿐 아니라 계약도 무효가 된다. 취소는 계약 전체를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착오와 관련된 부분의 의사표시만 할 수 있다. 청약자가 착오하였다면 청약만 취소할 수 있고, 승낙자가 착오하였다면 승낙만 취소할 수 있다. 청약과 승낙 중 하나만 취소되더라도 계약에 필요한 의사표시를 결하게 되므로 계약은 효력을 잃게 된다.
사례 f에서 V의 취소에 의하여 그의 청약이 소급하여 무효가 된다. 그 결과 V와 K 사이의 매매계약은 V의 의사표시를 결하게 된다.
c) 채권법적 원인행위는 이를 취소할 수 있으나 물권법적 이행행위도 이를 취소할 수 있다.
(1) 채권법적 계약에 속하는 의사표시는 이를 취소할 수 있으며 이를 취소하여 계약이 효력을 잃게 되는 경우 당사자는 어떤 의무도 부담하지 않는다. 만약 일방이 계약을 이행하였다면 물권행위의 무인성으로 인하여 이행행위의 효력은 원인행위의 무효와 관계없이 효력을 상실하지 않는다. 이 경우 이행된 부분은 법률상 원인이 없으므로 부당이득의 법리(제812조)에 따라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
사례 f에서 K는 매매계약의 무효를 이유로 매매대금을 지급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매매계약의 무효에도 불구하고 기계의 물권적 합의(제929조 제1항)는 여전히 유효하다. V 역시 K에 대하여 985조에 의한 반환은 이를 청구할 수 없으나 812조에 의하여 부당이득의 반환으로써 기계의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 만약 K가 그 사이 기계를 D에게 매도하고 물권적 합의까지 하였다면, D는 제929조 제1항에 의하여 소유자인 K로부터 기계의 소유권을 유효하게 취득한다. V 또한 D에 대하여는 기계의 반환을 요구할 수 없다. K는 V에게 제812조, 제818조 제2항에 따라 가액배상을 하여야 한다.
(2) 이행행위는 원인행위와 달리 의사의 흠이 중대할 경우 이를 취소할 수 있다.
예컨대 취소할 수 없는 매매계약에 기한 의무를 이행할 목적으로 매도인 V는 매수인 K에게 목적물의 소유권을 넘기는 과정에서 착오로 매매목적물이 아닌 물건의 소유권을 넘길 수 있다. 이때 V가 소유권이전에 관한 물권적 합의를 취소한다면 K는 소급하여 소유권을 상실한다. V는 K로부터 제985조에 기하여 물건의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 그리고 V는 유효한 매매계약에 따라 K에게 정상적으로 매매한 목적물의 소유권을 이전하고 인도할 의무가 여전히 있다.
(3) 끝으로 채권법적 행위와 이행행위 모두 동일한 의사의 흠이 있을 때는 두 행위를 모두 취소할 수 있다.
예컨대 V가 K의 악의적 기망(제123조)으로 인해 의사의 흠이 있는 경우 V의 취소의 의사표시는 매매계약뿐 아니라 물권적 합의도 무효로 한다.
d) 이행행위가 무효로 취소되는 경우에는 취소의 상대방이 취소에 앞서 제3자에게 처분행위를 한 경우 특히 문제가 된다.
(1) 제3자가 처분행위의 취소가능성을 알았거나 알았어야만 할 경우, 그는 법률행위의 무효를 알았거나 알았어야만 할 경우와 마찬가지로 취급된다.
이를 이해하기 위하여서는 다음의 사례를 갖고 보자. 미성년인 V가 부모의 승낙 없이 그가 갖고 있는 물건(그림, 토지 등)을 K에게 매도하고 물권적 합의를 하였다고 하자. K는 유효한 물권적 합의의 결여로 인하여 소유권을 취득하지 못한다. K가 그 물건을 D에게 매도하였다면, D는 K의 소유권을 믿은 경우 소유권을 취득한다. 무권리자로부터의 선의취득에 관하여는 Rdnr. 28(토지), Rdnr. 639(동산) 참조. 만약 D가 V와 K 사이의 물권적 합의의 무효를 알았다면 D의 선의취득은 성립하지 않는다.
이에 비하여 V가 성년자이나 착오로 물권적 합의를 취소할 수 있었던 경우라면 K는 B가 물권적 합의를 취소하지 않는 한 소유권을 갖는다. D도 역시 소유권을 취득하고 더욱이 이 경우에는 적법한 권리자(소유자인 K)로부터 소유권을 취득한다. 그런데 V가 이제 물권적 합의를 유효하게 취소한다면 물권적 합의는 소급하여 무효가 되고, K는 소급하여 무권리자가 된다. 그 결과 D는 무권리자(K)로부터 선의취득한 경우에만 소유권을 취득한다. 이 경우 D의 선의취득과 관련하여서는 D가 K와 물권적 합의를 할 당시에는 V의 취소의 의사표시가 없었으므로 K가 여전히 물건의 소유자이므로 D가 K를 소유자로 믿은 것만으로는 무의미하다. 바로 제142조 제2항은 이런 경우에 적용되는데, D가 물권적 합의가 취소될 수 있음을 알았거나 알았어야만 할 경우 그는 취소 및 그로 인한 물권적 합의의 무효를 예상하여야만 한다. 따라서 이 경우 D는 그가 법률행위의 무효를 알았거나 알았어야만 할 경우와 똑같이 취급되는 것이다. 즉 D가 V와 K 사이의 물권적 합의의 취소가능성을 알았다면 그는 악의의 취득자가 되고 따라서 K로부터 취득한 물건을 취소의 의사표시의 결과로써 소유자인 V에게 반환하여야 한다(제985조). 취소가능성을 알았다 함은 취소할 수 있는 사유인 사실을 알았다는 것과 같다(BGH LM Nr. 1 zu § 142). 악의 취득자는 제892조 제1항 제2문에 따라 토지의 취득의 경우에도 동일하며 동산 취득의 경우는 제932조 제2항에 따라 동일하다.
(2) 제142조 제2항의 규정에 의하여 무효인 법률행위 또한 취소할 필요가 있을 수 있다. 이미 무효인 법률행위를 취소하여 무효로 할 것인지는 정확하게 보지 않으면 우선 이상하게 보인다. 그러나 무효인 법률행위도 이를 취소할 필요가 있는 사례가 있다. 권리에 있어 이중효와 관련하여 오늘날 이론은 그 정당성을 인정하고 있다.
예컨대 미성년인 V가 부모의 승낙 없이 그가 갖고 있는 물건을 K에게 소유권을 넘기는 것으로 물권적 합의를 하였다고 하자. 이 경우 V의 물권적 합의의 의사표시는 착오로 인하여 취소할 수도 있다고 한다면, K는 유효한 물권적 합의의 결여로 인하여 소유권을 취득할 수 없다. K가 그 물건을 D에게 다시 처분하였을 때 다음 2가지 경우를 구별해볼 수 있다.
D는 V의 미성년인 사실을 알았고, 따라서 V와 K의 물권적 합의가 무효인 것과 K의 무권리자성을 알았다면 D의 선의취득은 성립하지 않는다. V는 D에 대하여 제985조에 따라 물건의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
만약 D가 B의 미성년인 사실을 몰랐고, 단지 V로부터 물권적 합의의 취소가능성만 알았다면 V는 그가 물권적 합의를 취소하고 D가 그 취소가능성에 관하여 악의취득자인 경우에만 D에 대하여 물건의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제142조 제2항).
2. 손해배상의무
제119조 이하에 의한 취소의 경우 손해배상의무가 발생한다(제122조). 제118조에 의한 (무효인) 진정성이 결여된 의사표시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a) 흠 있는 의사표시를 한 사람은 배상의무가 있다(제122조 제1항). 이는 귀책사유가 없더라도 의무가 있다(결과책임).
b) 의사표시가 수령을 요하는 경우에는 의사표시의 상대방이 권리자이고, 기타의 경우는 해당되는 모든 제3자가 권리자이다.
그러나 의사표시의 효력을 신뢰하고 그 신뢰가 허용되는 경우에만 보호를 받을 수 있다. 따라서 취소가능성(또는 진정성이 결여된 의사표시의 경우 무효)이 있는 사유를 알았거나 과실로 알지 못한 경우에는 보호받을 가치가 없다(제122조 제1항). 이러한 경우에는 손해배상의무가 발생하지 않는다.
c) 손해배상의 범위는 두 가지 점에서 제한된다.
(1) 신뢰의 손해(제122조 제1항)만 배상되고 이행의 손해는 배상되지 않는다.
(a) 신뢰의 손해(신뢰이익 또는 소극적 이익)는 손해배상권자가 의사표시의 유효를 믿음으로써 지니게 된 손해를 말한다(제122조 제1항). 이 경우 손해배상권자는 법률행위에 관하여 아무런 이야기를 듣지 않았을 상태로 회복되어야 한다.
사례 g에서 V의 우편비용은 신뢰손해에 해당한다. V가 M과의 계약을 고려하여 6월 한 달간 800 유로에 한 다른 사람의 임차를 거절함으로써 상실하게 된 800 유로의 손해도 마찬가지다.
(b) 이행의 손해(이행이익 또는 적극적 이익)는 배상되지 않는다. 이는 다른 사람이 이행하지 않음으로써 누군가 입게 된 손해를 말한다. 손해배상권자는 이행이 되었을 상태로 회복되어야 한다.
(2) 손해배상의 범위의 두 번째 제한은 신뢰의 손해는 제122조 제1항에서 밝혔듯이 오직 이행의 손해의 한도에서만 배상된다는 것이다.
V가 사례 g에서 M과의 임대차계약을 유효한 것으로 믿고 1200 유로를 지급할 준비가 된 다른 사람의 청약을 거절한 경우, 이는 신뢰의 손해가 된다. 그러나 V의 이행이익은 M과의 임대차계약이 유효한 한 단지 1000 유로를 청구할 권한이 있을 뿐이므로 위 1200 유로는 그러한 이행이익을 초과하게 된다. 따라서 신로의 손해는 단시 1000 유로를 한도로 하여 배상되어진다.
신뢰의 손해배상은 손해배상권자가 의사표시가 무효가 되었다고 하여 유효할 때보다 더 나은 상태로 회복되도록 하는 것은 아니므로 이행이익을 한도로 제한되는 것이다. 만약 손해배상의무자가 이행이익보다 많은 신뢰의 손해를 배상하여야 한다면, 이는 법률이 허용한 취소권으로 인하여 손해배상의무자에게 이익보다는 손해를 가져다 주는 것이다.
V. 착오의 특수한 경우
1. 유언에 있어 착오
유언자가 유언을 함에 있어 착오한 경우 제2078조 이하에 따라 유언을 취소할 수 있다. 유언의 경우 취소는 다음과 같은 점에서 제119조 이하 일반적 취소의 규정과는 차이가 있다(보다 상세는 ErbR Rdnr. 230 이하).
a) 표시나 내용상 착오를 제하고(제2078조 제1항) 유언자의 동기착오는 모두 취소할 수 있다(제2078조 제2항). 취소사유를 이와 같이 확대한 것은 유언의 경우에는 거래안전을 고려할 필요가 없고 의사표시 상대방도 존재하지 않으므로 보호할 필요가 없으므로 타당하다.
b) 착오는 유언자의 처분행위의 원인이 되어야 할 것이나, 착오의 주관적 중요성만으로 충분하다(제2078조 제1항). 즉 제119조 제1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바와 같이 사정의 합리적 평가와 같은 착오의 객관적 중요성의 요건은 제2078조 제1항에는 규정하지 않고 있으므로 불필요하다. 법률은 오직 유언자의 의사와 표시의 불일치만을 요건으로 한다.
c) 유언을 언제든 철회할 수 있는 경우에는 유언자는 취소권이 없다(제2253조 이하). 그러나 취소권이 직접 허용되어있는 제3자는 취소권이 있다(제2080조 제1항).
e) 취소를 지체 없이 할 필요도 없다. 제2082조는 1년의 기간을 정하고 있다.
f) 취소로 인하여 신뢰의 손해배상을 청구할 권리가 발생하지 않는다(제2078조 제3항). 유언으로 인한 수증자는 유언의 유효를 신뢰하였더라도 보호받을 가치가 없기 때문이다.
2. 혼인에 있어 착오
공무원 앞에서 혼인에 관한 합의의 의사표시를 하는 경우(제1310조 제1항 제1문)에도 착오에 관하여서는 특별한 규정이 있다(제1314조 제2항 제3호).
예컨대 남편이 불구의 병에 걸린 사실을 악의적으로 침묵하여 아내가 혼인한 후 그 사실을 알게 된 경우.
이 경우 취소의 의사표시에 의하여 혼인을 소급하여 무효로 할 수는 없다. 오히려 혼인을 할 당시 중대한 착오에 빠져있던 당사자는 혼인의 취소를 구할 신청권이 주어질 뿐이다(제1313조 이하). 법원이 신청을 인용한 경우에만 혼인은 판결의 효력에 의하여 (그 판결시부터) 해소될 뿐이다(제1313조 제2문).
제19장 악의적 기망과 위법적 강박
사례:
a) V가 K에게 그의 자동차를 진실에 반하여 “전시차종”으로 매도한 경우 K는 매매계약을 취소할 수 있는가?
b) 실제로는 60000 km를 주행하였으나 주행거리표지판이 고장이 나 7000 km로 표시되어있는 경우 V가 K에게 이를 침묵하였다면 어떤가?
c) V가 매매를 교섭하는 과정에서 자동차에 큰 사고가 있었음을 언급하지 않았다면 어떤가?
d) B에게 책임이 있는 교통사고 후 피해자인 A가 B에게 의사표시의 서명을 요구하였는데 거기에는 서명자가 사고의 책임이 있고 손해배상의 책임이 있음을 인정하는 내용이다. B는 A가 서명하지 않으면 때릴 것처럼 협박하여 서명하였다. B는 그 의사표시를 취소할 수 있는가?
e) 사례 d에서 A가 서명하지 않으면 사고 장소로 경찰을 부르겠으며, 그렇게 될 경우 B의 음주운전이 발각되고 운전면허가 취소될 것임을 갖고 협박하여 서명하였다면 어떤가?
f) A가 B에게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고 그러면 그 벌금액이 보험금과 맞먹어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협박하였다면 어떤가?
g) A가 B에게 손해배상을 요구하며 만약 그렇게 하지 않을 경우 종전에 범한 도주차량을 신고하겠다고 고지한 경우라면 어떤가?
I. 악의적 기망
제123조 제1항에 의하면 동기의 착오는 그것이 악의적 기망에 기인한 경우에 의사표시를 취소할 수 있다. 이에 의하여 의사표시의 결정과정에 자유가 보호된다.
1. 기망행위
기망행위가 존재해야 한다. 기망행위는 형법 제263조의 기망과 마찬가지로 타인으로 하여금 잘못된 관념을 유도하거나 강화하거나 유지시킬 목적을 갖는 행위를 말한다.
a) 기망행위는 적극적 행위로 할 수 있다. 중요한 사정에 관하여 (명시 또는 묵시적으로) 진실에 반하는 주장을 하는 경우가 그것이다.
예컨대 매매목적물을 전시차종으로 진실에 반하여 표시한 경우(사례 a), 매매를 할 자동차의 주행거리를 조작하는 경우, 생명보험계약을 체결함에 있어 병력에 관한 질문에 허위로 답변하는 경우 등.
진실에 반하는 주장은 언제나 사실에 관한 것일 것까지는 없다. 객관적으로 그 진위를 파악할 수 있는 것이면 된다. 그러나 그 자체로서 명확한 단순한 허풍이나 주관적 가치평가 등은 그것만으로는 불충분하다.
b) 기망행위는 부작위(침묵)로써도 가능하다. 그러나 기망행위가 되기 위한 부작위는 설명의무를 전제로 한다. 이는 신의성실이나 거래관념상 정보를 제공할 의무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 긍정된다. 언제나 개별 구체적 사정에 따라 이를 판단해야 한다. 특별한 신뢰관계(예컨대 조합관계)가 존재한다거나 성립한 경우에는 통상의 거래 때보다 더 많은 정보공개의 의무가 인정된다. 매매거래에 있어서 어떤 부정적 사정을 설명하지 않았다고 하여 기망행위가 되지는 않는다. 이 경우에는 매도인과 매수인 사이의 이해가 대립되어있다는 점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상대방이 인식할 때 중요한 의미가 있는 사정은 이를 공개해야만 한다.
주행거리가 틀리게 표시된 경우(사례 b) 매도인은 실제 자동차를 얼마나 주행하였는지 이를 설명할 의무가 있다. 주행상태는 중고차(특히 매매가격과 관련하여)의 매수인에게는 중요한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가 사고를 일으킨 적이 있다는 점도(사례 c) 만약 매수인이 이를 묻는다면 언급할 의무가 있다. 왜냐하면 매수인의 물음을 통하여 매도인은 매수인이 그점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매수인이 굳이 묻지 않는다면 자동차의 사고전력에 대해 통상적으로 이를 설명할 의무는 없다(BGHZ 29, 150; 63, 386).
2. 인과관계
기망행위는 의사표시의 원인이 되어야 한다(제123조 제1항은 악의적 기망으로 의사표시를 한 자로 되어있다). 말하자면 기망이 피기망자를 착오에 빠지게 하고 그 착오에 기하여 의사표시를 할 것이 필요하다.
a) 기망행위는 피기망자를 착오에 빠지게 하여야 한다. 이 경우 착오가 무엇에 관하여야 하는지가 중요하다. 대부분 기망은 사람 또는 물건의 거래상 중요한 속성에 관하여 피기망자의 착오를 유발한다(제119조 제2항). 그러나 기망과 관련되어있다면 동기를 착오한 것도 상관없다.
매매목적물로서 주택의 경우 그 주택을 임차한 임차인의 차임을 지불할 능력은 매매목적물로서 집의 속성과는 무관하다. 그러나 임차인의 지불능력에 관한 기망은 제123조 제1항에 따라 취소의 원인이 될 수 있다.
기망과 착오의 인과관계는 기망으로 잘못된 관념이 형성되는 경우는 물론, 잘못된 관념을 계속 갖게 되는 경우에도 존재한다.
예컨대 임대차가 있는 주택을 매매하는 경우 임차인의 차임 지불능력에 관하여 착오에 빠져 있는 K가 V로 인하여 그러한 잘못된 관념을 더욱 강화하게 된 경우 기망과 착오 사이에 인과관계가 존재한다.
만약 피기망자가 진실을 알고 있다면 인과관계는 결여된다. 반면 피기망자가 거래관념상 요구되는 주의의무를 다할 경우 착오에 빠지지 않을 수도 있었는가는 별 의미가 없다.
임대차가 있는 주택을 매수한 매수인이 그 주택의 임차인이 차임을 지불할 능력이 없음을 알았을 경우 착오는 존재하지 않고, 따라서 취소권도 인정되지 않는다. 매수인이 임차인의 지불능력을 어렵지 않게 스스로 알아볼 수 있었음에도 이를 하지 않은 경우 이는 그의 착오에 아무 영향을 미치지 않고 따라서 취소권이 인정된다.
b) 피기망자는 착오로 인하여 의사표시를 하여야 한다. 피기망자가 착오가 없었더라면 의사표시를 하지 않았거나 적어도 그 당시에는 하지 않았거나 다른 내용으로 하였을 경우에는 그러한 인과관계가 존재한다. 기망행위로 야기된 착오가 의사표시의 한 원인이 되었다면 그것으로 족하다.
K가 사고 난 자동차임을 알았다면(사례 c) 그 자동차를 매수하는 것을 고려하지 않았거나 더 낮은 가격을 제안하였을 경우 이는 피기망자의 착오와 의사표시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는 것이다. 또한 K가 임대수익을 얻을 목적으로 임대차가 있는 주택을 매수한 경우 임차인의 차임 지불능력에 관한 착오는 매매와 사이에서 인과관계가 있다. 그러나 매수인이 그 집을 사서 헐고 새로운 점포를 신축할 의사였다면 위 임차인의 차임 지불능력에 관한 착오는 매매의 의사표시를 결정한 요인이 아니다.
3. 위법성
기망은 위법하여야 한다. 이점은 강박의 경우와는 달리 법률의 문언에서는 언급되어있지 않다. 그러나 입법자의 악의적 기망의 경우에도 여전히 위법성을 요구하는 기초에 서있다. 입법자는 몇몇 예외적 사례에서는 위법성이 결여될 수 있으므로 이때는 악의적 기망을 이유로 한 취소도 배제된다는 점을 누락했다.
예컨대 사용자가 피고용인에 대하여 전과사실을 물었을 때, 만약 피고용인이 연방중앙기록법 제53조 제1항에 따라 처벌받지 않은 것으로 기록될 수 있는 전과사실이어서 사용자의 질문에 대답을 거절하거나 사실대로 전과사실을 말할 경우에는 통상 일자리를 얻지 못할 것이다. 결국 그가 일자리를 얻기 위하여서는 사용자의 위 (부당한) 질문에 거짓으로 답변하는 수밖에 없다. 그렇게 하여 근로계약이 체결되었다고 할 때 사용자는 악의적 기망을 이유로 이를 취소할 수 없다. 왜내하면 기망이 위법하지 않기 때문이다.
4. 악의
기망자의 악의는 고의이어야 한다. 이는 기망행위, 착오의 유발, 의사표시라는 각 구성요건과 관련되어있어야 한다. 기망자는 상대방으로 하여금 기망을 통하여 기망이 없었더라면 가능하지 않았을 의사표시에 이르도록 한다는 점을 인식하고 인용하여야 한다.
자동차에 사고전력이 있다는 것을 K가 알았다고 V가 보았다면 V에게 고의는 없다. 이 경우 V가 중대한 과실로 잘못 알은 것이더라도 제123조에 의하여 취소권은 인정되지 않는다.
악의적 행위는 의사표시의 상대방이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고 잘못된 의사표시를 하는 경우에도 긍정된다(BGHZ 63, 382, 388; 74, 383, 392 f.). 또한 미필적 고의로써도 족하다.
제123조 제1항의 객관적 구성요건은 형법 제263조와는 달리 피기망자의 재산상 손해를 요하지 않으므로 기망자의 의사가 피기망자에게 재산상 손해를 가하는데 있을 필요는 없다. 기망자가 자신이나 제3자에게 재산상 이익을 가져다 줄 목적 또한 불필요하다. 제123조는 재산을 보호하는데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의사결정의 자유를 보호하는데 목적이 있다. 따라서 기망자의 동기는 의미가 없다. 비록 기망자가 기망행위를 통하여 피기망자의 복리를 원했더라도 제123조 제1항 소정의 악의는 존재할 수 있다(통설, Larenz/Wolf, § 37, Rndr. 11; 이설, BGH LM Nr. 9 zu § 123).
5. 기망의 상대방
악의적 기망을 누가 하여야 하는지는 법률에 따라 상이하다.
a) 수령을 요하지 않는 의사표시(예컨대 현상광고, 소유권의 포기)의 경우에는 누가 악의적으로 기망하였는지는 의미가 없다(제123조 제2항).
b) 수령을 요하는 의사표시의 경우는 다음과 같이 구분된다.
(1) 의사표시의 상대방이 기망을 하였다면(사례 a-c에서 V) 피기망자는 그 의사표시를 언제나 취소할 수 있다(제123조 제2항).
(2) 의사표시의 상대방이 아닌 타인이 기망을 하였다면, 의사표시의 상대방은 피기망자의 의사표시를 신뢰하였으므로 보호되어야 한다.
의사표시의 상대방은 다음 2가지 경우에는 보호받지 못한다.
(a) 의사표시의 상대방이 악의인 경우에는 언제나 의사표시를 취소할 수 있다. 의사표시의 상대방이 기망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던 경우가 악의에 해당한다(제123 조 제2항 제1문).
행위에는 전혀 관여하지 않은 제3자가 매매대상인 자동차가 최고급으로 장착된 전시용 차라고 K를 속인 경우 K는 V가 매매계약을 체결할 당시 제3자가 K를 속였고 그로 인해 K가 매매의 의사표시를 하였다는 사실을 알았거나 과실로 알지 못한 경우에 한하여 V와 체결한 매매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
(b) 기망이 비록 타인에 의해 행하여졌다고 하더라도 의사표시의 상대방이 그러한 행위에 대하여 귀책사유가 있었던 경우에는 의사표시의 상대방이 선의일지라도 보호받지 못한다. 제123조는 이에 대하여 아무 규정을 하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타인이 행위시 의사표시 상대방의 보조인이라면 그 타인에 의한 기망을 의사표시의 상대방에 귀책사유가 있는 것으로 하더라도 공평타당한 이익형량에 부합한다. 따라서 예컨대 의사표시 상대방의 대리인은 제123조 제2항 제1문 소정의 제3자에 해당하지 않는다. 피기망자보다 의사표시 상대방에 더 가까운 사람에 의한 기망도 의사표시 상대방의 기망으로 취급되어야 한다.
중개인 M이 V로부터 위임을 받아 토지의 건축가능성에 대하여 K를 악의로 기망한 경우 K는 V가 기망을 알지 못하였거나 일 수 없었던 경우라도 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 이 경우 제123조 제2항 제1문이 적용되지 않는다.
(3) 의사표시의 상대방이 제3자에 의하여 행해진 기망과 관련하여 비록 선의이고 따라서 제123조 제2항 제1문에 의한 취소권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할지라도, 표의자에게 취소권이 성립할 수 있다. 제123조 제2항 제2문은 타인이 의사표시로 인해 직접 권리를 취득하고 그 타인이 기망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던 경우에는 취소권을 허용하고 있다. 취소권은 권리를 취득한 제3자에 대하여 행사되어야 하고 오직 그에 대하여서만 효력이 있다. 이러한 규정은 특히 제3자를 위한 계약에서 효력이 있다(제328조; 예컨대 생명보험계약).
이 경우 다음과 같은 사례를 나누어 볼 수 있다.
(a) 의사표시의 상대방 자신이 기망하였거나 아니면 제3자가 기망하였더라도 그의 행위에 대하여 의사표시 상대방에게 책임이 있는 경우에는 제123조 제2항은 적용되지 않는다. 제123조 제1항에 의하여 취소가 되어 진다.
남편(M)이 부인(F)를 위하여 생명보험계약을 체결함에 있어 보험회사(V)를 악의로 기망한 경우(예컨대 지병에 관하여 거짓 답변 등을 통하여), 의사표시의 상대방이 스스로 기망한 것이다. V는 F가 M에 의한 기망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는지에 관계없이 제123조에 의하여 취소할 수 있다.
(b) 제3자가 기망하였고 의사표시의 상대방이 이를 알았거나 알 수 있었던 경우에는 제123조 제2항 제1문에 의하여 의사표시의 상대방에 대하여 취소가 가능하다.
제3자 D가 보험자 V를 기망하였고 보험계약자(남편 M)가 이를 알았거나 알 수 있었던 경우 V는 M에 대하여 비록 부인 F가 선의였다고 하더라도, 제123조 제2항 제1문에 의하여 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
(c) 제123조 제2항 제2문의 경우에는 통상 4명의 당사자가 관여된다. 즉 표의자는 의사표시의 상대방에 대하여 의사표시를 발하고, 그것을 통하여 타인에게 직접 권리를 부여한다. 이런 의사표시가 제3자의 악의적 기망에서 비롯되는 경우 제123조 제2항 제2문에 의하여 선의의 타인에 대하여 그가 이를 알았거나 알 수 있었던 경우 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
제3자 D가 보험자 V에 대하여 악의적 기망을 행사하였다고 하자. M과 V 사이에 체결된 생명보험계약에 의해 F는 직접 권리를 취득한다. V는 F에 대하여 만약 F가 기망의 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던 경우에는 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제123조 제2항 제2문).
(d) 수익자인 그 타인이 스스로 표의자를 기망한 경우 표의자는 제123조 제2항 제2문에 의하여 계약을 바로 취소할 수 있다.
F 스스로가 V를 악의적으로 기망하였다면 B는 비록 M이 기망사실을 알지 못하였거나 일 수 없었던 경우에도 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
6. 적시에 취소의 의사표시
취소권자는 적시에 취소를 해야 한다.
a) 취소의 의사표시에 대하여는 제143조가 적용한다. 취소권자는 악의적 기망에 기하여 의사표시를 한 자이다. 취소의 상대방은 제143조 제2항-제4항에서 정하고 있다. 제123조 제2항 제2문의 경우 취소의 의사표시는 계약으로부터 직접 권리를 취득한 사람에 대하여 이뤄져야 한다(제143조 제2항).
b) 취소기간은 취소권자가 기망을 안 날로부터 1년 내에 하여야 한다(상세는 제124조). 제121조와는 달리 피기망자가 더 보호를 받아야 하고 기망자나 악의의 제3자에 대하여는 보호할 필요가 없으므로 더욱 기간이 길다. 반면 법적 거래의 이익을 고려하여 행위가 너무 장기간 불명확한 상태에 있어서는 안 된다.
의사표시를 행한 날로부터 10년이 경과한 경우 취소권은 배제된다(제124조 제3항). 취소권자가 취소할 수 있는 법률행위를 추인한 경우에도 같다(제144조).
7. 취소의 효과
a) 취소된 법률행위는 처음부터 무효로 본다(제142조 제1항). 취소의 가능성을 알았거나 알 수 있는 사람은 무효를 알았거나 알 수 있는 경우와 같게 취급된다(제142조 제2문).
b) 악의적 기망으로 인하여 취소한 사람은 제119조 이하 취소의 경우와 달리 신뢰손해에 대한 배상의무가 없다. 이는 제122조의 어의와 (제123조보다 앞선) 체계에서 비롯한다. 기망자로 하여금 손해배상을 인정한다면 정의를 훼손하는 것이다.
8. 경합
a) 사안에 따라서는 악의적 기망의 구성요건과 제119조에 의한 착오의 구성요건을 동시에 충족하는 경우가 있다. 예컨대 악의적 기망으로 인해 제119조 제2항에서 규정한 거래상 중요한 성상에 관한 착오에 이를 경우이다. 이 경우 취소권자는 어떤 규정에 따라 취소를 할 것인지 선택권이 있다. 제123조가 취소기간도 길고 제122조에 따른 손해배상의 의무도 없으므로 보다 유리하다고 할 수 있다. 반면 제123조의 경우 취소권자는 상대방이 다투는 경우 이 자가 악의적으로 그를 기망하였다는 사실을 입증할 책임을 부담한다. 만약 이를 입증하지 못한다면 제119조에 의하여 취소할 수 있을 것이다.
b) 흠이 있는 물건을 매도한 경우에도 악의적 기망의 구성요건이 충족될 수 있다. 이 경우 피기망자는 제123조에 의하여 취소할 것인지 하자담보권을 주장할 것인지 선택할 수 있다. 악의적 기망의 경우 매매계약과 함께 통상은 물권적 행위도 취소할 수 있으므로 매수인에게는 그 효력이 상대적으로 미약한 (채권법적 효력에 미치는) 해제보다는 취소가 아무래도 더 유리하다. 매수인이 유효하게 계약을 취소하면, 계약은 처음부터 무효가 되므로 하자담보권은 성립하지 않는다.
c) 제123조와 함께 손해배상청구권이 성립할 수도 있다.
악의적 기망의 경우 형사상 사기의 구성요건(형법 제263조)도 구비되는 경우가 빈번하다. 이 경우 보호법률을 위반한 것이므로 제823조 제2항에 따라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이 고려된다. 사기죄가 성립하지 않더라도 고의에 기한 공서양속에 반하는 가해행위(제826조)로 인하여 손해배상청구권이 성립할 수 있다.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은 피기망자가 유효하게 계약을 취소하였는지와는 무관하다. 따라서 피기망자는 비록 제124조에 의하여 취소기간이 도과함으로써 더 이상 계약을 취소할 수 없는 경우에도 제823조 제2항, 제826조에 의하여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대부분 제123조에 해당하는 기망의 경우에는 동시에 계약체결상의 과실책임에 기한 손해배상청구권의 구성요건(제280조 제1항, 제241조 제2항, 제311조 제2항)도 충족한다. 판례에 의하면 제123조의 경우 취소와 더불어 법률효과면에서 계약의 취소에 이르게 한 책임도 인정할 수 있다(BGH NIW 1979, 1981 ; WM 1981, 309, 310). 그러나 항상 그런 것은 아니다. 그렇지 않으면 제123조의 취소를 악의적 기망에 한정하고 제124조의 규율에 따라 취소권을 제한한 취지가 몰각될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 제123조와 함께 체결된 계약의 취소에 기하여 계약체결상 과실책임에 기한 청구권(제280조 제1항, 제241조 제2항, 제311조 제2항)마저 허용한다면, 피기망자는 과실에 기한 착오의 경우에도 취소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손해배상청구권에 관한 동일한 법적 효과를 얻을 수 있게 된다. 심지어 제124조에 의하여 1년이 기간이 도과함으로써 취소권 행사가 불가능함에도 제280조에 기한 청구권은 시효가 3년이므로 권리행사가 가능하게 된다. 물론 계약체결과 관련이 없는 손해인 한 제123조와 함께 계약체결상의 과실책임에 기한 손해배상청구권이 항상 인정될 수도 있다.
II. 위법한 강박
위법한 강박(제123조 제1항)의 구성요건은, 이 경우 표의자의 착오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지금까지 논의한 구성요건들과는 구분된다. 위법한 강박은 – 악의적 기망을 이유로 취소하는 경우와 마찬가지로 – 의사결정의 자유가 보호되어야 하기 때문에 의사표시를 취소할 수 있다.
1. 강박
강박이란 강박자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장래의 해악에 대한 실현가능성을 예고하는 것을 말한다(BGHZ 2, 295; LM Nr. 23 zu § 123).
a) 해악은 모든 불이익한 것이면 족하다. 특별히 심각한 것이어야 할 필요도 없다.
예컨대 형사고소하겠다거나, 품위를 손상시키는 뉴스 기사를 싣는다거나, 소비대차를 해지하겠다거나, 실컷 두들겨 패겠다는 내용으로 해악을 고지하는 것.
해악의 실현가능성을 예고함으로써 피강박자가 장래 해악에 대한 두려움을 가져야 한다. 제123조 제1항은 심리적 강제상황(vis compulsiva)을 전제로 한다. 물리적으로 저항할 수 없는 강제(vis absoluta)는 취소할 수 있는 의사표시조차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예컨대 A가 제시된 계약에 서명하고 싶지 않아 하는 B에게 완력으로 손을 서명란에 가져다 서명하게 하였다면 B의 의사표시 자체가 궁극적으로 존재하지 않으므로 의사표시의 취소 문제가 나올 수 없다. 이 경우는 B의 행위의사가 결여된 것이다.
한편 강박자가 강박을 진지하게 고려하지 않았더라도 피강박자가 그것을 진지하게 받아들였다면 의사에 영향을 미친 것이다(BGH NJW 1982, 2301, 2302).
예컨대 A가 B에게 B로 하여금 서명하게 할 목적으로 형사고소를 하겠다고 위협하였으나 내심으로는 전혀 그럴 의사가 없었더라도 B가 형사고소를 피할 목적으로 서명하였다면 의사에 영향을 미친 것이다.
b) 장래의 해악은 피강박자의 관점에서 그 실현가능성이 강박자의 의사에 달렸다고 믿어야 한다. 강박자의 의사에 달리지 않은 강제상황을 거론하는 것은 강박으로 보기 어렵다(BGH WM 1988, 1156).
임대인 V가 임차인 M에게, M이 임대차관계의 즉각적 종료에 동의하지 않으면 M을 절도로 고소하겠다고 하였다면 이것은 강박이 된다. 그러나 V가 M에게 M에 대한 형사절차가 진행되고 있고 구속도 각오해야 한다고 하였다면 이것은 강박이 아니다.
2. 인과성
강박은 피강박자에게 두려움을 야기하고 그로 인하여 피강박자가 의사표시에 이르러야 한다. 인과성은 합리적 관찰자 입장에서 판단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피강박자의 심리적 관점에서 판단되어야 한다.
따라서 동일한 강박이 강심장을 소유한 A에게는 짜증나는 웃음거리밖에 되지 않지만 마음이 심약한 B에게는 악의적 전율로 받아들여져 요구된 의사표시를 하는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3. 위법성
피강박자는 위법하게 강박에 의하여 의사표시를 하기로 결정하여야 한다. 위법성은 고지된 해악, 목표로 한 결과 또는 고지된 해악과 목표로 한 결과 사이의 관계에 의해 판단된다.
a) 위법한 행위(수단의 위법성)에 의한 강박은 의사표시를 하기로 하는 결정을 언제나 위법한 것으로 한다. 수단이 위법하다고 한다면 그 수단에 의하여 허용된 목적이 달성되었다고 하더라도 강박자의 행위 자체의 위법성에 대하여는 아무런 변함이 없다.
예컨대 살해, 신체상해(사례 d), 재물손괴 등에 의한 강박. 사례 e의 경우는 사고현장으로 경찰을 부르는 것은 A의 선량한 권리이다. 따라서 고지된 행위는 위법하지 않다.
b) 의사표시를 하기로 하는 결정은 그로 인하여 목표로 한 결과가 위법(목적의 위법성)한 경우에는 위법하다. 이는 수단에 아무런 하자가 없더라도 마찬가지다.
사례 f의 경우 해악으로 고지된 행위(형사고소)는 적법하나 목표로 한 결과(기망의 방조)는 그렇지 않다.
c) 수단 및 목적이 적법하더라도 그 수단과 목적을 결부시키는 것이 위법하다면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수단을 사용하는 것은 위법하다(수단과 목적의 관계에서 위법성)
사례 g의 경우 A는 B에게 제823조 제1항에 의하여 손해배상을 요구할 수 있다. A는 선행 형사범죄로 B를 고소할 권리도 있다. 그러나 수단(선행 형사범죄의 고소)을 추구하고자 하는 목적(손해배상)과 결합하는 것은 법적으로 남용에 해당한다. 왜냐하면 손해배상의 요구는 앞선 사고와는 전혀 관련이 없기 때문이다.
사례 e의 경우 수단과 목적의 관계에서 문제될 것은 없다. A가 B에 대하여 의무를 시인하도록 요구할 권리는 없으나 법적 권리가 없더라도 강박에 의한 결정은 강박자가 그가 추구하는 목적을 달성하는데 정당한 이익이 있고 공정하고 정의롭게 생각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그 생각에 의할 때 강박이 허용되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적절한 수단인 한 적법할 수 있는 것이다(BGHZ 25, 220).
4. 주관적 구성요건
제123조 제1항의 규정형식, 즉 표의자가 의사표시를 하기로 결정하여야 한다라는 규정형식에 비추어 강박자는 피강박자의 의사를 결정하려는 의사를 가져야 한다.
이에 반해 위법성의 인식과 강박자의 유책 등은 문제가 되지 않는데 이는 지극히 옳은 견해이다. 왜냐하면 제123조 제1항의 경우 강박자를 비난할 수 있는가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으며 오직 피강박자의 의사결정의 자유를 보호하는 것만이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5. 강박자
악의적 기망으로 인한 취소의 경우와는 반대로 위법한 강박으로 인한 취소의 경우는 의사표시의 수령자가 강박하였는가 아니면 제3자가 강박하였는가는 결론에 차이가 없다. 의사표시 수령자가 선의일 경우에도 취소할 수 있다. 이는 제123조 제1항의 반대해석으로 추론된다.
6. 적시에 취소의 의사표시
악의의 기망에서 애기한 것이 모두 여기서도 타당하다. 취소기간은 강제상태가 해소된 때로부터 진행한다(제124조 제2항 제1문).
7. 취소의 효과
악의적 기망에서 얘기한 것과 같으므로 이를 참조하기 바란다.
8. 경합
강요죄(형법 제240조) 또는 협박죄(제253조)의 구성요건이 충족되면 제823조 제2항에 의한 손해배상청구권, 고의에 의한 공서양속 위반으로 인한 손해의 경우는 제826조에 의한 손해배상청구권이 고려될 수 있다.
제20장 쌍방의 동기착오
사례 :
a) V는 K에게 주식을 팔았다. 주식가격을 계산함에 있어 두 사람은 신문에 잘못 인쇄된 낮은 주식 거래가격에 기초하였다. V는 계약을 취소할 수 있는가?
b) A, B는 A가 B의 대지 위에 주택을 신축하기로 약정하였다. 두 사람은 신축부지가 화강암으로 구성되어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A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택을 신축해야 하는가? 가격은 얼마로 하면 되는가?
I. 문제 제기
의사형성 과정에서의 흠은 기본적으로 고려사항이 아니다. 표의자가 잘못된 행위동기에서 출발하였더라도 상대방은 표시된 내용이나 그 유효성을 신뢰하는 것이므로 의사표시가 유효하다는 점에 있어서는 아무런 영향이 없다. 단지 동기착오가 속성에 관한 착오(제119조 제2항)에 해당하거나 악의적 기망(제123조 제1항)에 근거할 경우에만 표의자는 그 의사표시를 취소할 권리가 있다.
계약체결에 있어 두 당사자가 하나의 공통된 잘못된 동기로부터 출발한 경우 지금까지는 법률적으로 규율된 바가 없다. 이 경우 일방 당사자의 신뢰를 보호할 여지는 없다. 당사자는 쌍방의 동기착오가 없었더라면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거나 합의된 내용대로 계약을 체결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두 당사자가 하나의 잘못된 동기로부터 출발하였으므로 계약보호의 원칙은 지켜질 수 없다. 왜냐하면 일방 당사자가 타당 당사자를 공통된 착오로 말미암아 합의된 계약내용에 이르렀음에도 불구하고 그에 기속되게 한다면 이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쌍방의 착오를 이유로 계약을 해소시킨다거나 이들이 제대로 된 동기에서 출발하였더라면 이뤄질 계약 내용대로 계약을 수정하는 편이 보다 나을 것이다.
사례 a에서 두 당사자는 잘못된 주식가격을 기초로 주식 매매대금을 계산하였다. K는 V로 하여금 낮게 계산된 매매대금으로 계약을 준수하도록 할 수 없다. 계약은 해소되거나 양 당사자가 제대로 된 주식가격을 전제하였더라면 합의하였을 가격으로 매매대금이 수정되어야 한다.
II. 해답
앞서 제시된 문제는 지금까지는 행위기초론에 의해 다뤄져왔다. 이는 무엇보다도 전후 기존 계약관계를 인플레이션으로 물가가 가파르게 상승한 경제사정에 맞추기 위하여 발전된 이론이다.
예컨대 평시에 체결된 장기 임대차의 경우 전혀 예상하지 못한 화폐가치의 하락으로 말미암아 임료의 최고액이 실제 사용가치와 심하게 불균형하게 되었다.
행위기초론은 예컨대 전쟁이나 인플레이션과 같은 사회변혁의 효과를 고려하는 것이다. 이 이론은 또한 과도한 급부 이행의 장애, 계약목적 달성의 상실, 쌍무계약에 있어 급부간 균형의 파괴, 쌍방의 동기착오와 같은 경우도 다룬다.
예컨대 여가수가 아이의 중병으로 인해 약속한 무대에 오르지 못한 경우(급부 이행의 장애), 주행을 멈춘 자동차가 견인차량이 불려 오기 전에 다시 시동이 걸린 경우(계약목적 달성의 상실), 위스키에 붙는 세금이 급상승하여 종전 합의한 매매가격으론 세금조차 지불할 수 없게 된 경우(급부간 균형의 파괴), 사례 a에서처럼 V와 K가 주식가격에 관하여 착오한 경우(쌍방의 둥기착오).
행위기초론에서 결과는 현재 제313조 이하에 규정되어있다. 이들 규정은 행위의 기초를 이룬 사정이 계약체결 후 심하게 변경된 경우 계약의 종료 내지 수정 등을 정하고 있다. 이를 위해 4가지 사례유형이 인정된다. 목적상실, 급부간 균형의 파괴, 경제적 불능 및 쌍방의 동기착오.
사례 b에서 A는 주택을 신축할 의무를 계속 부담한다. 그러나 비용증가로 말미암아 그는 계약의 조정을 요구할 수 있다(제313조 제2항).
보다 자세한 사항은 채권법 신판을 참조할 것.
제5절 조건부, 기한부, 동의조건부 법률행위
제21장 조건부, 기한부 법률행위
제22장 동의조건부 법률행위
제6절 대리
제23장 의미, 이해관계 및 유사개념
I. 의미
의사표시를 하는 자는 대개 자신을 위하여 하는 것이고, 법률행위로 인한 행동의 결과를 자신에게 귀속시킨다.
B가 D와 시계를 100 유로에 매매계약을 체결하였다면, 계약으로부터 생겨나는 법률효과는 그에게 귀속된다. B는 계약으로 인한 권리와 의무를 갖게 된다.
그러나 때로는 누군가 다른 사람을 위하여 법률행위를 할 필요성이 있다. 다른 사람의 보조를 받아 법률행위를 하여야 할 필요성은 사실적 이유(예컨대 부재, 경험미숙, 그리고 무엇보다도 현대 경제생활에 있어 복잡한 다양성) 못지않게 법률적 이유(예컨대 유효한 의사표시의 행위무능력) 또한 존재한다.
예컨대, 커다란 상점을 소유한 자는 사실상 모든 필요한 상품구매를 스스로 할 능력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상품구매인으로 한 명의 종업원을 고용한다. 그리고 그는 또한 모든 고객을 상대할 수 없기 때문에 100명의 상품판매 여점원을 고용한다.
행위무능력자가 임대주택을 상속받았다면 스스로 그 주택을 임대할 능력이 없다. 왜냐하면 그는 유효한 의사표시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의 법정대리인(부모, 후견인 등)이 그를 위하여 행위를 하게 된다.
민법(BGB)은 제164조 이하에서 어떤 사람이 다른 사람을 위하여 법률행위를 하게 되는 경우를 규정하고 있다. 비록 어떤 사람이 (대리인으로서) 행위를 하였을 지라도 그 법률효과는 다른 사람(본인)에게 그 사람이 마치 스스로 법률행위를 한 것처럼 귀속된다.
B는 H에게 B의 이름으로 시계를 팔도록 권한을 부여하였다. H가 B의 이름으로 D와 100 유로에 시계에 관한 매매계약을 체결하였다면 H는 B를 위하여 행위한 것이다. B가 매매계약의 당사자가 되고 D에게 시계를 인도할 의무를 부담하고 또한 D로부터 매매대금의 지급을 청구할 권리를 갖게 된다.
타인을 위하여 법률행위를 하는 것은 대리인이 의사표시를 하는 경우(이른바 적극적 대리행위, 제164조 제1항 제1문) 뿐 아니라 그가 제3자의 의사표시를 수령하는 경우(이른바 소극적 대리행위, 제164조 제3항)에도 존재한다.
H는 B의 이름으로 D에게 시계를 100 유로에 팔겠다는 내용의 청약의 의사표시를 하였다(적극적 대리행위). H는 B의 이름으로 D의 승낙의 의사표시를 수령하였다(소극적 대리행위). 또 다른 예로는, H는 B의 이름으로 B가 D와 체결한 임대차계약을 해지하였다. H는 B의 이름으로 D의 취소의 의사표시를 수령하였다.
II. 이해관계
대리에 의해 법률행위를 하는 경우 3명의 이해관계가 대립한다. 대리인은 행위자(H)로서 본인의 이름으로 의사표시를 한다. 그 법률효과는 본인에게 귀속된다. 본인은 H의 의사표시에 의해 법률효과가 귀속되는 자(B)이다. 대리인(H)과 본인(B)과 대립하여 의사표시의 수령자로서 제3자(D)가 존재한다.
1. 제3자의 이해관계
행위자와 대면하는 제3자는 자기 행위의 당사자가 누구인지 알아야 한다. 행위자가 다른 사람을 위하여 행위를 한다는 사정을 제3자가 알지 못한다면 제3자는 행위자 자신이 바로 자기의 당사자라고 전제한다. 제3자가 나중에 예상치도 않게 자기의 계약 당사자가 자기가 예상한 것과는 달리 신뢰할 수 있고 자금능력도 믿을만하다고 생각한 행위자가 아니라 신뢰할 수도 없고 자금능력도 의심스러운 다른 사람이란 사실을 알게 된다면 제3자의 이익은 보호되지 못한다. 그래서 제3자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하여서는 행위자가 다른 사람을 위하여 행한다는 사실과 그 다른 사람이 누구인지 하는 사실이 알려져 있어야 한다. 이러한 현명의 요건을 제164조 제1항에서 정하고 있다. 요컨대 대리행위에 있어서는 대리인은 본인의 이름으로 의사표시를 하여야 한다. 그러한 요건이 충족되지 않았다면 행위자 스스로가 제3자의 당사자가 된다(행위자에의 귀속).
H가 D의 서점에서 책 한 권을 발견하고 그가 B를 위하여 이 책을 구입하고 B의 계산으로 D에게 책값을 보내주겠다고 의사표시를 하였다면, D에게는 H가 B를 위한 매수의 청약을 하고 B가 d의 계약 당사자인 사실이 현명된 것이다. 반면 D에게 다른 사람이 계약의 당사자인 사실이 현명되지 않았다면 H 자신이 책의 매수인이 된다.
2. 본인의 이해관계
제3자 뿐 아니라 본인 또한 대리인에 의하여 법률행위가 행하여진 경우 보호될 필요가 있다. 아무나 제3자가 본인을 위하여 법률행위를 하여 그에게 법률효과가 귀속된다고 한다면 본인의 이익은 보호될 수 없다. 본인이 전혀 알지도 못하고 또한 신임하지도 않는 누군가가 그를 구속하는 법률행위를 하는 것으로부터 본인은 보호되어야 한다. 그러나 본인을 위한 보호는 본인 스스로 또는 법률에 의해 대리인이 본인을 위하여 효력 있는 법률행위를 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지는 것으로써 충분하다. 그래서 제164조 제1항 제1문은 본인의 이익을 위하여 대리인은 그에게 부여된 대리권한의 범위 내에서 행위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행위자에게 대리권이 흠결되었다면 본인에게 대리인이 본인의 이름으로 행한 행위의 효과가 귀속되지 않는다.
B는 H에게 책을 구입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였고(제167조) D는 B의 이름으로 행위한 H의 청약을 승낙하였다면 B와 D 사이에 책에 관한 매매계약이 성립한다. B가 계약으로부터 권리와 의무를 취득한다. 반면 H가 B로부터 권한을 부여받지 못하였다면 H에게는 대리권한이 없고 B 또한 매매대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
3. 대리권이 흠결된 경우 제3자의 이해관계
대리인이 본인의 이름으로 계약을 체결하였으나 대리권이 없는 경우에는 본인 뿐 아니라 제3자도 보호되어야 한다. 제3자는 대리인의 의사표시를 신뢰한다. 대리인이 본인을 위하여 행위를 하였으므로 제3자는 본인이 그의 계약 당사자라고 전제한다. 그러나 대리인에게 대리권한이 없기 때문에 계약의 효과가 본인에게 미치지 못하므로 제3자의 위와 같은 전제는 사실이 아니게 된다. 한편 대리인은 자기의 이름으로 행위를 한 것이 아니라 본인의 이름으로 행위를 한 것이기 때문에 제3자에 대하여서는 계약의 당사자가 되지 못한다. 제179조는 이런 경우 제3자의 보호를 위하여 대리권이 없는 대리인에 대하여 이행 및 손해배상청구권을 제3자에게 부여한다. 물론 제3자가 대리권의 흠결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경우에는 보호받지 못한다(제179조 제3항 제1문).
B가 H에게 대리권을 수여하지 않았고, 사후에라도 그각 매매계약을 추인하지 않는다면(제177조 제1항) H가 D에 대하여 제179조에 의해 책임을 진다.
III. 유사개념
대리는 사실적 행위의 대리, 계약의 중개, 간접 대리, 사자, 타인의 이름으로 하는 행위 등과 구별되어야 한다.
1. 사실행위의 대리
대리는 타인의 이름으로 법률행위를 하는 것이므로 의사표시를 하거나 받는 경우에만 고려될 수 있는 개념이다. 따라서 사실행위의 경우에는 대리란 개념은 없게 된다.
예컨대 지붕수리업자인 M은 그가 집주인과 체결한 지붕수리의 일을 그의 보조원인 G로 하여금 수행하도록 하였더라도 G는 M의 대리인으로서 행위하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G가 법률행위를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만약 G가 사다리를 이용하다가 땅에 세워진 등을 훼손하였거나 잘못하여 지붕의 벽돌을 떨어뜨려 지나가던 행인을 다치게 하였다면, M이 손해배상책임을 져야하는지 하는 문제는 무엇보다도 G가 M의 이행보조자(제278조)인지 또는 작업보조자(831조)인지 여부에 달려있다.
예컨대 제929조 제1항에 의한 소유권양도의 경우와 같이 처분행위의 경우에도 소위 (소유권양도의) 합의의 문제가 있는 한 대리가 가능하다. 그러나 처분행위의 경우에는 그밖에도 다른 필요한 요건을 충족해야만 한다. 따라서 소유권양도의 경우에는 물권적 합의 외에도 물건의 사실상의 양도, 즉 수수가 필요하다. 이 경우 순수한 사실적 행위가 문제되는 한 대리행위는 배제된다.
그러나 본인이 대리인의 행위를 통해 소유권을 취득할 수는 있다. 물권적 합의의 경우 대리인은 본인의 대리인으로서 본인을 대리하게 된다. 그러나 물건의 사실상의 양도, 즉 수수의 경우에는 만약 대리인이 본인의 점유보조자(제855조)라거나 대리인과 본인 사이에 간접점유의 관계(제868조)가 합의되었다면 대리인이 물건의 점유를 취득할 수 있다. 그밖에도 제854조 제2항에 의한 물권적 합의(법률행위)가 이루어진 경우 점유취득의 경우에는 대리행위가 가능하다.
최고, 기간설정, 고지 등과 같은 법률행위 유사의 행위도 의사표시는 아니지만 법률효과를 발생시킬 의사로써 행하여지는 것이어서 법률행위와 유사하다고 할 것이므로 대리에 관한 규정이 유추적용될 수 있다.
2. 계약의 중개
법률행위의 체결을 중개한 자는 그 또한 행위의 성립 시에는 참여하지만 의사표시를 하는 것은 아니므로 대리인이 아니다.
예컨대 부동산중개업자가 고객에게 부동산을 소개해주었으나 그를 위하여 임대차계약을 체결하지는 않는 경우이다(제652조 이하, 제93조 이하, 중개인에 관하여는 상법 참조).
상법상 중개인도 타인을 위하여 법률행위를 중개만 할 뿐 제164조 이하의 대리인은 아니다. 반면 그가 타인의 이름으로 법률행위 체결한다면 그는 대리인이다.
3. 간접 대리
대리는 오직 타인의 이름으로 행하는 경우에만 존재하므로 자기 이름으로 행위를 하였다면 대리행위가 배제된다. 위임인의 이익을 고려하여 자기 이름으로 법률행위를 행하는 방식으로 대리를 하고자 하여 자기 이름으로 법률행위를 행하는 자를 간접 대리인이라고 부른다.
H는 그의 도움을 받아 책을 구입하길 원하는 B의 요구를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충족할 수 있다. 즉 H는 D에게 (B가 원하는) 책을 사겠다는 의사표시를 한다. D가 H의 청약을 승낙하면 D와 H 사이에 매매계약이 성립한다. 그 결과 B가 아닌, H 자신이 매매계약상 권리, 의무를 취득한다. H에게 책의 소유권이 이전되고 H가 대금을 지불해야 한다. 그러나 H는 그와 B 사이의 계약(예컨대 위임, 제662조 이하)에 따라 B에게 그 책의 소유권을 이전할 의무를 진다. B는 H에게 책을 구입하는데 들어간 대금을 보상해줄 의무가 있다.
간접 대리는 사실상으로는 대리는 아니다. 행위자는 자기 이름으로 계약하고 그 법률효과도 그에게 귀속된다. 행위자가 위하는 본인은 제3와는 아무런 법적 관계가 없다. 이점에서 제164조 이하의 대리와 구분된다. 민법에는 규율되어 있지 않은 간접 대리와 구분하여 민법상 대리를 직접 대리라고 부르기도 한다.
위탁매매상은 간접 대리인이기도 하다. 상법 제383조는 위탁매매상이란 개념 하에 타인의 계산으로 자기 이름 하에 물건이나 어음 등을 사거나 판매하는 행위를 업으로 하는 자라고 규정하고 있다. 위탁자 본인이 알려지기 희마하지 않는 경우에 간접 대리가 이뤄진다. 예컨대 B는 비밀리에 주식회사의 지분에 참여하고 싶어서 그의 거래은행인 H에게 H가 H의 이름으로 주식을 취득해줄 것을 부탁한다면 B는 주식시장에 그의 이름이 알려지지 않게 된다.
4. 사자 : 후술(Rdn. 518 이하) 참조
5. 타인의 이름으로 하는 행위 : 후술(Rdn. 528 이하) 참조
제24장 대리의 요건과 효과
사례 :
a) 공사가 다망한 B는 H에게 그를 대신하여 관공서에 가서 그의 이름으로 F와 혼인신고를 하고, 돌아오는 길에 B를 위하여 유언에 대한 공증도 하고 음식점 주인인 D에게 결혼피로연을 위한 20좌석을 예약하도록 부탁한다. 가능한가?
b) B의 상점에서 여종업원인 H는 고객인 D에게 상품진열대에 있는 최신 라디오에 대한 청약을 하였고, D는 이를 승낙하였다. 이 경우 계약당사자는 누구인가?
c) B를 위하여 그림을 한 장 사도록 B로부터 대리권을 수여받은 H는 매도인 D에게 그가 무권대리인으로서 B를 위하여 그림을 3000 유로에 구매한다고 표시하였다. D는 이러한 청약을 승낙하였다. B는 그림 대금을 지불해야 하는가?
d) B를 위하여 그림을 한 장 사도록 B로부터 대리권을 수여받은 H는 매도인 D에게 그가 그림을 980 유로에 사겠다고 표시하였다. 그러나 H는 890 유로에 청약을 하고자 하였으나 잘못 말을 하여 위와 같이 표시하였다. B는 얼마를 지불해야 하는가? 그는 계약을 취소할 수 있는가?
e) 사례 d에서 그림을 양도할 때 H는 그 그림이 D의 소유가 아니고 소유자인 E로부터 빌렸다는 사실을 몰랐으며 알 수도 없었다. 그러나 본인인 B는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B는 그림의 소유권을 취득하는가?
I. 대리의 요건
1. 허용가능성
대리는 제164조 이하의 일반적 규정에 따라 모든 의사표시에서 원칙적으로 허용된다. 그러나 특별한 규정이 없더라도 예외적으로 대리가 허용되지 않는 경우가 있으므로 주의를 요한다. 이는 고도의 인격적 법률행위가 요구되는 가족법이나 상속법의 경우 특히 그렇다.
따라서 혼인계약의 경우에는 혼인당사자가 직접 담당공무원 앞에 출석하여 혼인의 의사를 표시를 할 것이 요구된다(제1311조). 유언도 유언자가 직접 해야 한다(제2064조). 이런 이유로 사례 a의 경우 대리는 결혼피로연을 위한 계약을 체결하는 데에서만 허용된다.
2. 대리인의 의사표시
a) 대리인 자신이 법률행위를 하는 것이므로 그가 무능력자이면 그가 하거나 그에 대하여 한 의사표시는 무효이다(제105조, 제131조 제1항, 제165조). 그러나 대리인이 완전 행위능력자이어야 할 필요는 없다. 대리인의 의사표시의 효과는 대리인의 의사표시가 대리권의 범위 내에서 행하거나 행해진 경우 대리인에게 미치는 것이 아니라 본인에게 미치는 것이므로 제한적 행위능력자이면 충분하다(제165조). 제한적 행위능력을 갖는 대리인이 대리권 없이 행위하는 경우 그는 제179조 제3항 제2문에 의하여 보호된다.
한편 본인의 이해관계에서 보면 대리인이 (완전) 행위능력자임을 요하지 않는다. 만약 본인이 제한적 행위능력자에게 대리권을 수여하였다면(제167조) 그 대리인이 불리한 행위를 하였더라도 그 책임을 본인에게 돌려야 한다. 부모나 후견인과 같은 법정대리인의 경우 제한적 행위능력자에 의한 대리는 배제되거나 실무상 거의 활용되지 않는다(제1673조 제2항, 제1781조 제1호, 제1897조 제1항, 제1902조).
b) 대리는 그 자체 고유한 법률행위적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 이점에서 대리는 사자와는 구분된다. 스스로 법률행위를 하지 않고 단지 타인의 의사표시를 전달만 한다면 이는 사자이다.
(1) 대리인과 사자의 구별은 의사표시를 하는 경우 분명하다. 대리인은 자신이 의사표시를 한다. 그러나 사자는 타인의 의사표시를 전달하는데 불과하다. 표의자는 사자에 대신하여 자신의 의사표시를 편지로 수령자에게 보낼 수도 있다.
보조인이 대리인인지 사자인지는 그가 주인의 지시 하에 하는 행동 또는 제3자에 대하여 사실적으로 하는 행동에 따라 결정된다. 통상 보조인은 주인의 요구에 따라 행동한다.
B가 H에게, D에게 가서 그를 위하여 범죄소설을 사고 B의 계좌로 대금을 이체하도록 하였다면, H는 B의 대리인이다. H는 D에게 가서 범죄소설을 고르고 B의 이름으로 그 매수 청약의 의사표시를 할 권한을 수여받은 것이다. H가 D에게 그가 B의 이름으로 이 책을 사겠다고 하는 것은 대리인으로 행동하는 것이다.
이에 반해 B가 H에게, D에게 가서 B가 “기차를 기다리는 사람의 뒷머리에 닿은 찬 손”이란 추리소설을 9.8유로에 사기를 희망하여 주문하겠다는 의사표시를 하도록 하였다면, H는 단지 사자에 불과하다. H는 그 자신이 결정할 의사를 갖고 있지 않으며 단시 B의 제안을 전달하는 것에 불과한 것이다. H가 D에게 전달받은 대로 행하는 것은 사자로서 행동하는 것이다.
그러나 보조인이 그가 해야 하는 것과 달리 행동한다면 제3자의 관점에서 그가 어떻게 인식되었는지에 따라 좌우된다(통설 : BGHZ 12, 327, 334; Staudinger/Schilken, Vorbem. zu §164, Rdnr. 76). 왜냐하면 의사표시는 그 수령자의 관점에서 그의 이익을 위하여 고려되어야 하기 때문이다(법률행위의 해석에 관하여 Rdnr. 124ff.). 의사표시의 해석의 경우 표시 외에도 보조인의 주인에 대한 사회적 지위 또는 그 자격 등과 같은 사정도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
장기 공급계약을 체결하는 경우 B의 지배적 종업원이 행위를 하였다면 이는 대리인의 정황이 된다. 반면 B의 운송인이 행위를 하였다면 이는 사자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보조인이 주인의 의사에 부합되게 행동하였는지가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다. 보조인의 행위에 의해 주인이 도달하고자 하는 결과가 달성되었는지만 의미 있을 뿐이다.
B가 D로부터 “찬손”이란 책을 매매로 취득하고자 하여 H를 그의 사자로서 D에게 보냈는데, H가 D에 대하여 B의 대리인으로서 행세하여 오랜 구경 끝에 B가 원하는 책을 골라 D에게 그가 B의 이름으로 그 책을 사길 원한다고 의사표시를 하였다고 하여도, B는 그러한 법률행위에 동의한 것이므로 D와 B 사이에 매매계약은 성립한다. H가 B의 지시에 맞추어 사자로서 B의 의사표시를 전달하였더라도 동일한 결과가 달성되었을 것이다. B에게 있어서는 결과가 중요한 것이지 그 결과(그가 원하는 책에 대한 D와 B 사이의 매매계약)가 어떻게 도달하였는지 하는 방법은 관심사항이 아니다.
(2) 대리와 사자의 구분은 다음 사례의 경우 의미가 있다.
(a) 법률행위가 서면을 요하는 경우(Rdnr. 299ff.) 대리의 경우는 대리인의 의사표시가, 사자의 경우는 주인의 표시가 서면을 요한다.
H는 B의 대리인으로서 D와 토지매매계약을 체결하는 경우 D의 표시 외에 H의 의사표시도 공증을 받아야 한다(§311 b I 1). H가 사자로서 행위를 하는 경우에는 B의 공증한 문서를 D에게 전달하면 된다. 토지에 관한 소유권이전은 등기 외에 매도인과 매수인의 물권적 합의(Auflassung)가 공증인 면전에서 동시에 출석하여 이루어져야 한다(§925 I). 제925조는 본인의 출석을 요하지 않으므로 대리인이 출석할 수도 있다. 그러나 사자는 공증인 면전에서 본인의 의사를 표시할 수 없고, 주인의 의사를 전달하는데 불과하므로 물권적 합의를 할 수 없다. 사자의 경우 주인의 의사를 전달하더라도 주인은 계약의 상대방과 동시에 출석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b) 행위능력과 관련하여서도 차이가 존재한다. 사자는 타인의 의사표시를 전달하는 자에 불과하므로 행위능력자일 필요가 없다. 행위무능력자(예컨대 5살짜리 아이)라도 사자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대리인은 최소한 제한적 행위능력자이어야 한다(§165).
(c) 의사표시를 전달하거나 외부에 표시하는 과정에서 하자가 있는 경우에도 양자를 달리 취급할 필요가 있다.
사자가 타인의 의사표시를 의식하지 못하고 잘못 전달한 경우 주인은 그 의사표시에 구속된다. 그러나 주인은 잘못 전달된 의사표시를 제120조에 따라 취소할 수 있다. 사자가 의식적으로 잘못 전달한 경우에는 주인은 그 의사표시에 구속되지 않는다(Rdnr. 417).
이에 반해 대리인은 자신의 의사표시를 외부에 표시하는 것이기 때문에 의사표시의 취소는 본인이 아닌, 대리인이 취소할 수 있는 착오에 빠졌는지 여부에 따라 좌우된다(§166 I; Rdnr. 538).
(d) 이상과 같은 이유로 어떤 사정을 알았느냐 몰랐느냐는 사자의 경우는 주인을 기준으로 판단하고, 대리인의 경우는 대리인 본인을 기준으로 판단한다(구체적으로는 §166 I; Rndr. 538).
(e) 의사표시를 수령하는 경우 수령자가 사자 혹은 대리인일 수 있다. 사자에 대한 의사표시는 주인의 관점에서 해석되어야 한다. 이 경우 사자는 주인의 “살아있는 우체통”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반면 대리인에 대한 의사표시는 대리인의 관점에서 해석되어야 한다.
3. 현명
a) 대리인은 본인의 이름으로 행위해야 한다(§164 I 1). 이를 통해 제3자는 본인이 누구인지 알게 되기 때문에 제3자가 보호된다. 의사표시가 본인의 이름으로 명시적으로 이루어진 경우뿐 아니라(예컨대 “나는 B의 이름으로 매수한다”), 본인의 이름으로 이루어진 것이라는 사정이 존재하는 한 제3자의 보호목적은 달성될 수 있으므로 현명은 반드시 명시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아도 된다.(§164 I 2). 즉 제3자가 표의자가 타인을 위하여 행위한다고 인식할 수 있으면 된다. 따라서 의사표시가 대리인지 아닌지는 제3자의 입장에서 해석되어야 한다. 표의자가 타인을 위하여 행위한다고 하는 것을 제3자가 알았거나 그에게 기대할 수 있는 주의의무를 다하였더라면 이를 알 수 있었던 경우에는 제3자는 보호의 필요가 없다(Rdnr. 133f.). 그렇지 않은 경우에만 제3자는 표시된 자체를 신뢰할 수 있는 것이 된다.
사례 b에서 D는 H의 청약의 의사표시로부터 H가 자신을 위하여 법률행위를 할 의사인 것으로 추론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고객의 입장에서 정황상 H는 상점 주인을 위하여 행위할 의사인 것을 인식할 수 있다. 따라서 B가 계약의 상대방이다.
b) 대리인이 타인의 이름으로 행위할 의사이었으나 이를 표시하지 않았고 제3자도 대리를 인식할 수 없었던 경우라면 현명을 결한 것이므로 대리인 자신의 행위가 된다.
대리인이 타인의 이름으로 행위할 의사이었으나 실수로 자신의 이름으로 행위한다고 말을 잘못하고 실제로도 그렇게 의사표시를 한 경우 제119조 제1항에 의한 의사표시의 착오가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164조 제2항에서 취소를 배제하고 있으므로 대리인이 의사표시를 취소할 수 없고 그 결과 무효가 될 수 없다. 이렇게 어렵게만 이해되는 규정에 따라 대리인은 그 의사가 타인의 이름으로 행위할 것이었으나 표시상 제3자가 그것을 인식할 수 없던 경우에는 자신의 의사표시의 하자를 주장할 수 없다.
c) 관련된 당사자를 위한 행위가 많은 경우에는 현명주의의 예외로 고려될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서는 두 개 그룹이 구분된다.
(1) 행위자는 제3자가 누군지 모르는 타인의 이름으로 행위할 수 있다.
예컨대 H는 그림을 매수하면서 그가 타인을 위하여 취득한다고 표시할 수 있는데 그 타인은 이름이 알려지면 매도인이 고가의 대금을 요구할 것이 두려워 그 이름이 알려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 수집상일 수 있다. H는 또한 자기 또는 본인을 위하여 매수할 두 가지 의도를 모두 가졌기 때문에 우선 본인의 이름을 밝히지 않을 이해관계를 가질 수도 있다.
이 경우에는 행위자가 상대방에게 그가 타인을 위하여 행위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였으므로 현명주의의 예외에는 해당하지 않는다. 행위의 상대방은 계약자가 누구인지 모른다면 행위에 관여할 필요는 없으므로 보호의 필요는 없다.
(2) 행위자는 그가 타인을 위하여 행위한다는 사실을 제3자에게 밝히지 않음으로써 현명주의가 지켜지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일상생활의 행위에 있어서는 즉시 행위가 완결되므로 제3자 입장에서는 그 행위의 상대방이 누군지 관심이 없을 수 있다.
예컨대 H는 D의 생필품 상점에서 물건을 구매하면서 즉시 돈을 지불하고 이를 가져간다. 매매계약이 즉시 이행 완료되었으므로 H 또는 그 배후자인 B가 계약의 상대방인지는 D에게는 무의미하다. 반면 H 또는 B 중 매수한 물건의 인도와 더불어 누가 소유자인지는 의미가 있을 수 있다. H가 우선 소유자이고 그후 B가 소유자가 되는지(H의 경과취득) 또는 B가 D로부터 직접 소유권을 취득하는지(B의 직접취득)는 물권법에서 다루어진다.
d) 타인의 이름으로 행위를 하는 것은 타인을 대리하여 행위하는 것이 아니다. 이 경우에는 행위자가 자신의 거래를 위하여 타인의 이름을 이용한 것이다. 대리에 관한 규정이 적용될 것인지는 문제가 될 수 있다. 현명주의의 경우 거래상대방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므로 거래상대방이 행위자의 의사를 어떻게 인식하였는지가 중요하다. 그 결과 다음과 같이 볼 수 있다.
(1) 행위자가 그 자신을 위하여 단지 타인의 이름으로 행위를 한 것이고 거래상대방도 행위자를 그 타인으로 알았고 행위자의 이름를 그 타인으로 알았다면 행위자와 거래상대방 사이에 행위가 성립한다.
예컨대 H가 타인의 이름으로 호텔방을 임차하였다면 호텔업주도 자기 앞에 서있는 사람과 계약을 체결하려는 것이 통상의 의사이므로 호텔업주와 H 사이에 임대차계약이 성립하고 그 타인과 사이에서는 임대차계약이 성립하지 않는다.
(2) 만약 거래상대방이 표시된 이름을 갖는 사람과 계약을 체결하는데 그 의도가 있었다면 행위자의 속성은 의미가 없다.
예컨대 H는 지불할 능력이 없는데 B의 이름으로 D로부터 신용으로 물건을 구입하는 경우 D는 지불능력이 있는 B가 그 앞에 있는 사람으로 믿을 수 있다.
이 경우에는 거래상대방은 당사자와 관련하여 행위자로부터 기망을 당하여 표시된 이름을 갖는 사람을 당사자로 하여 계약을 체결한 것이므로 보호되어야 한다. 따라서 행위자의 속성은 고려되지 않고 오히려 표시된 이름을 갖는 사람을 위한 타인과의 계약이 존재하게 된다. 그러나 그 타인은 그 계약으로부터 어떤 법률효과도 받지 않는다. 우선 행위자의 행위에 처음부터 그 타인이 동의하지 않았거나 사후에 추인하지 않는다면 거래상대방은 보호받지 못한다. 그러나 그는 그 행위의 유효를 주장하여 권리를 갖거나 주장할 수도 있다. 만약 그가 후자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거래상대방은 최소한 행위자에 대하여 그 효력을 주장할 기회는 갖는다.
위와 같은 이해관계의 사정을 법률은 사안에 따라 합리적으로 규율하고 있는데 만약 누군가가 대리권 없이 타인의 이름으로 행위를 한다면 대리에 관한 규정이 그 행위에 적용될 수 있다.
4. 대리권
a) 대리인은 그에게 부여된 대리권의 한도 내에서 행위를 하여야 한다(§164 I 1). 대리권의 요구는 본인의 보호를 위한 것이다.
대리권의 발생근거는
(1) 본인의 대리권 수여에 의한 의사표시에 의하여. 이는 법률행위에 의한 대리권을 수여하는 것으로 제166조 제2항이 수권(Vollmacht)으로 표시하고 있다.
(2) 법률의 규정에 의하여. 법률은 어떤 사람이 스스로 법률행위를 할 수 없는 경우에 우선 대리권을 수여하고 있다.
예컨대 부모의 자를 위한 대리권(§1629 I). 미성년자를 위한 후견인의 대리권(§1793). 피후견인을 위한 후견인의 대리권(§1902).
사단의 대표자도 법정 대리인의 지위를 갖는다. 그는 엄밀한 의미에서 대리인은 아니고 사단의 기관에 불과하다. 그러나 대리에 관한 규정이 적용될 수 있다.
b) 대리인은 더 나아가 그의 대리권를 행사 해야만 한다. 통상적으로는 그렇게 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대리인이 대리권을 수여받았음에도 대리행위가 본인에게 득이 될지 해가 될지 잘 모르기 때문에 무권대리인으로 행위를 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렇게 되면 그 행위는 제177조에 따라 본인의 승인 여부에 효력이 좌우된다(OGH NJW 1949, 141).
사례 c에서 H는 그림이 B의 마음에 드는지 확실하지 않으므로 계약의 효력을 B의 승인 여부에 두고자 한다. 따라서 H는 무권대리인으로 행위를 한 것이다. 이때 계약의 효력은 B의 승인 여부에 달리게 된다.
II. 대리의 효과
1. 본인에 대한 효과
a) 최소한 제한적으로라도 행위능력이 있는 대리인이 본인의 승낙 하에 본인의 이름으로 그에게 수권된 대리권의 범위 내에서 법률행위를 하였다면 그 행위는 본인에 대하여 직접 효과가 있다(§164 I 1). 그 법률효과는 오직 본인에게만 미치고 대리인에게는 미치지 않는다. 그러한 법적 상황은 본인이 스스로 행위하였을 때 생긴 것과 같다.
사례 b에서는 단지 B가 D와의 매매계약의 당사자이고 여종업원인 H는 아니다. B는 라디오의 소유 및 점유를 이전할 의무가 있다. 또한 매매대금 청구권을 갖는다.
행위자가 본인의 이름과 동시에 자신의 이름으로 함께 법률행위를 하는 때도 이러한 규칙에 예외는 없다. 이 경우 법률행위의 효과는 본인에게 미치고(본인 이름으로 행해졌기 때문에) 또한 대리인에게도 미친다(대리인 이름으로도 행해졌기 때문에).
H가 그 친구 B를 위해 그리고 자신을 위해 D로부터 하숙방 하나를 임차하였다면 임차인은 이들 두 사람이다.
본인이 미성년자이고 그 부모가 법률상 대리권의 범위 내에서 본인인 그 자녀를 위하여 의무를 부담하는 행위를 하였다면 그 책임은 미성년자인 자녀가 성인이 되는 당시 현존하는 재산의 한도에서 제한된다. 이러한 책임의 제한은 제1629a조에 근거한 것으로, 이는 1998. 8. 25. 제정된 미성년자보호를 위한 책임제한법의 규정이 민법에 편입된 것이다(보다 구체적으로는 Palandt/Diederichsenm, §1629a, Rdnr. 1 ff.; Hk-BGB/Kenper, §1629a, Rdnr. 1; Muscheler, WM 1998, 2271).
대리인의 법률행위의 효과가 본인에게만 미친다고 하더라도 대리인은 그 행위를 함에 있어 개별적으로 계약체결전 과실책임의 법리(§§ 280 I, 241 II, 311 III)에 기하여 손해배상책임이 성립할 수 있다. 이러한 책임은 무엇보다도 대리인이 특별한 신임관계를 주장하고 그렇게 함으로써 계약교섭 또는 체결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경우 고려될 수 있다.
예컨대 H는 그가 장차 스스로 취득하고자 하는 토지를 그 부인의 이름으로 매수하여 이따금 경제적 이득을 취하여왔다면 매도인에 대하여 합의된 물권적 확약을 제공한 것으로 책임이 있다. 또 중고차매매상인 중고차소유자의 대리인으로 자처하며 중고차를 매도한 경우에는 매수인이 그 중고차매매상의 특별한 전문적 지식을 믿고 그의 설명과 조언을 신뢰하였다면 매수인에 대하여 책임이 있다.
b) 다음과 같은 경우에는 본인에 대하여 효과가 미치지 않는다.
(1) 대리인이 행위무능력자이거나(예컨대 제104조 제2호에 기하여) 대리가 허용되지 안흔 경우(예컨대 대리인에 의한 유언행위) 대리인의 행위는 무효이다.
(2) 대리인이 본인의 이름으로 행위하지 않았다면 대리인에 관한 사항은 본인에게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3) 대리인에게 필요한 대리권이 부존재한다면 법률행위의 효과는 본인에게 미치지 않는다. 무권대리인은 제179조의 요건이 충족되면 상대방에 대하여 책임이 있다.
2. 대리인의 의사표시에 흠이 있는 경우 효과
대리인의 의사표시를 함에 있어 흠이 있을 수 있다. 그 법적 효과와 관련하여 다음과 같이 구별된다.
a) 대리인은 대리권의 범위 내에서 행위 해야 하나 말을 잘못 하여 그 권한을 벗어나는 행위를 할 수 있다.
예컨대 H는 B로부터 수권을 받아 B를 위하여 그림을 1,200 유로까지 구매할 수 있는 대리권이 있는데 잘못하여 그 그림을 2,100 유로에 매수하였다고 하자. 그러면 H는 그 대리권을 유월한 것이다. 그림을 2,100 유로에 매수할 권한과 관련하여서는 대리권이 H에게 없다.
대리인이 무권대리일 경우는 그 법률효과는 본인에게 미치지 않는다(Rdnr. 594).
b) 대리인이 본인의 이름으로 행위 하고자 하였으나 의사표시를 하는 과정에서 표의자가 인식하지 못한, 전혀 다른 사람을 위하여 행위할 수도 있다.
예컨대 H는 그림을 매수하는 과정에서 매도인 D에게 자기가 B를 위하여 행위 한다고 의사표시를 하고자 하였으나 착오로 이를 표시하지 않을 수 있다.
현명을 결한 경우 그 행위는 본인을 위하여 효력이 없다. 그 의사표시를 착오를 이유로 취소할 수 있는지는 대리인에 관점으로 판단한다(제164조 제2항; Rdnr. 525).
c) 대리인이 본인이 수여한 대리권의 범위 내에서 본인의 이름으로 행위를 하였더라도 의사표시 과정에서 착오를 일으켜 제119조 이하의 규정에 따라 그 의사표시를 취소할 수 있는 경우도 있다.
사례 d에서는 H는 제119조 제1항 소정 의사표시의 착오가 존재한다.
본인은 대리인이 착오에 의해 의사표시를 하였더라도 그것에 구속된다. 본인 스스로 의사표시를 하였다면 제119조 이하 규정의 요건이 충족되는 한 의사표시를 취소할 수 있고 그렇게 되면 그 의사표시는 무효이다. 제166조 제1항은 취소의 요건과 관련하여 대리인이 본인을 위하여 의사표시를 하였으므로 그 기준을 대리인으로 삼는다. 대리인의 흠 있는 의사표시의 효력이 본인에게 미치므로 대리인이 아닌 본인이 이를 취소할 수 있다.
사례 d에서 H는 대리권의 범위 내에서 행위 했다. B는 980 유로를 지불해야 한다. 그러나 H는 의사표시 과정에서 표시상 착오를 범하였으므로 B는 그 의사표시를 취소할 수 있다. H는 B의 대리인으로서 이를 취소할 수 있을 뿐이다. 이 경우 H가 그러한 권한까지 B로부터 수여 받았는지 여부는 통상 다음을 출발점으로 평가해야 한다. 즉 H가 그 그림을 매수하는 것과 관련하여 모든 관련 행위를 포괄적으로 수권 받았는지, 만약 그렇다면 H는 B의 이름으로 의사표시를 취소할 수도 있다.
대리인이 착오로 표시한 것과 관련된 사항은 위법한 강박의 경우에 그대로 타당하다.
대리인이 본인을 위하여 제312조 요건을 충족하여 계약을 체결하였다면 본인은 방문판매시 철회권을 행사할 수 있다(vgl. Rdnr. 201ff.).
3. 구체적 사정의 지·부지와 관련한 효력
많은 법률행위에 있어 어떤 구체적 사정의 지·부지가 문제가 되는 경우가 있다. 대리인이 본인을 위하여 행위 하였다면 그 지·부지는 대리인을 기준으로 평가하는 것이 원칙이고, 예외적으로 본인을 기준으로 평가하게 된다.
a) 대리인이 행위를 한 것이므로 제166조 제1항은 원칙적으로 대리인을 기준으로 평가하도록 한다.
사례 e에서 B는 무권리자(D)로부터 선의취득의 규정에 따라서만 그림의 소유권을 취득할 수 있다. 제932조 제2항에 의하면 매수인이 매도인이 소유자가 아니란 사실을 알았거나 중대한 과실로 알지 못한 경우에는 선의가 아닌 것으로 본다. 대리에 의한 행위의 경우에는 제166조 제1항에 따라 그러한선의 여부는 대리인을 기준으로 하므로 B가 소유자 아님을 알았더라도 선의취득하는데 지장이 없다.
제166조 제1항의 문언을 넘어 계약교섭에 참여하고 그 내용에 기준과 영향을 미친 사람이 알았거나 알 수 있었던 사정은 영업주 본인에게도 미친다(vgl. RGZ 131, 343, 357; BGHZ 117, 106; Waltermann, AcP 192, 181 u. NJW 1993, 889).
b) 제166조 제1항의 규정은 수권 받은 대리인이 본인의 특정한 지시에 따라 행위한 것이라면 적용이 없다. 그러한 경우에는 본인이 알았거나 알 수 있었던 사정에 관하여 대리인이 이러한 사정을 몰랐거나 알 수 없었다는 것을 주장하지 못한다.(제166조 제2항).
사례 e에서 H는 B의 지시에 따라 D로부터 그림을 취득하였다면 그 그림이 D에게 속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B가 알았다면 B는 소유권을 취뜩하지 못한다. 또한 동일한 사례에서 대리인이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 사정을 기준으로 한다고 하면 양도인이 소유자이지 않다는 사실을 본인이 알았더라도 그가 소유권을 선의로 취득할 수도 있으므로 본인 또한 제929, 932조에 의하여 역시 소유권을 취득하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결과는 부당하므로 제166조 제2항은 본인의 특정한 지시에 따라 대리권을 행사하는 경우에는 지·부지의 판단을 본인을 기준으로 하도록 한 것이다.
제25장 임의대리권
사례:
a) B는 상점을 소유한 자로, 그 종업원인 H를 지배인으로 고용하였다. 양자는 H가 단지 1만 유로까지만 법률행위를 하고 영업부동산을 처분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의 합의를 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H는 D1에게 상점에 필요한 테이블을 15,000 유로에 구매하고 영업부동산을 D2에게 1만 유로에 매각하였다. B의 권리는?
b) B는 그림중개상인 D에게 자기가 다음날 H를 보낼텐 데 H가 B를 위하여 그림을 살 것이라고 편지했다. 그후 B는 17살인 H와 사이에 H가 1,000 유로를 초과하여 그림을 사서는 안 된다는 취지의 합의를 하였다. H는 D에게 가서 B를 위하여 1,100 유로에 그림을 매수하였다. B의 권리는?
c) B는 여러 사람에 대해 물품대금을 갖고 있고 H에 대하여 5만 유로의 채무를 부담한다. B는 H에게 H에 대한 채무가 변제될 때까지 자신의 채권을 추심할 권한을 수여하였다. H가 1만 유로를 추심한 후 B는 수권을 철회하였다. 정당한가?
d) H는 운송인 겸 전화수로 B에게 고용되어 오랜 기간 B의 종업원인 A로 하여금 고객의 주문을 받게 하는 대신 직접 고객의 주문을 받아왔다. 단골 고객인 D는 B에게 H와 체결한 계약의 이행을 요구하였다. B는 H의 행위를 들어왔으나 스스로 불리함을 제거하지 않았고, 이제 와서 그가 H에게 대리권을 수여한 바 없다고 주장한다.
e) 사례 d에서 B는 H의 행위에 대하여 그가 자기 영업을 할 것이라고는 전혀 걱정한 바 없어 아무 것도 모르고 있었다.
f) B는 그의 상점에서 H를 고용하여 그에게 신사용 외투를 구매할 대리권을 수여하였다. B가 H는 섬유 영역의 전문지식이 없다는 것을 알았으므로 제119조 제2항에 의하여 대리권 수여를 취소하였다. 그리고 그 사실을 회람을 통하여 그 거래처에 알렸다. 그러나 H는 위 취소를 부당하다고 생각하고 거래처 D와 사이에 외투 100벌에 관한 구매계약을 체결하였다. B는 그 대금을 지불해야 하는가?
g) 만약 사례 f에서 H가 D와의 계약을 대리권 수여를 취소하기 전에 체결하였다면 어떤가?
임의대리권은 법률행위에 의해 수여되는 대리권이다(제166조 제2항).
I. 임의대리권의 수여
임의대리권은 수령을 요하는 비전형 의사표시에 의하여 수여된다(제167조).
1. 수령을 요함
대리가 행하여져야 할 대리인 또는 제3자에게 수권의 의사표시가 표시되어야 한다(제167조 제1항). 이에 따라 다음이 구별된다.
a) 내부적으로는 대리권(내부대리권)은 임의대리권을 수여하는 본인이 임의대리인에게 그가 임의대리권을 수여한다는 의사표시를 함으로써 수여된다.
B는 H에게 말하여, H가 D에게 가서 B를 위하여 그림을 사오도록 권한을 수여할 수 있다.
b) 외부적으로는 대리권(외부대리권)은 임의대리권을 수여하는 본인이 제3자에게 그가 특정인에게 임의대리권을 수여하겠다는 의사표시를 함으로써 수여된다.
B는 D에게 말하여, H가 B를 위하여 D에게 가서 그림을 사오도록 권한을 수여하겠다고 할 수 있다. 이 경우 B는 H에게 권한을 수여한 후 D에게 통보하여 그가 H에게 대리권을 수여하였음을 통보한 경우와는 다르다. H에 대한 의사표시와 함께 내부적으로는 임의대리권이 이미 수여된 것이기 때문이다.
통설에 따르면 외부대리권은 한정된 범위 안의 불특정 다수인에게 공개적으로 표시함으로써 수여된다고eh 한다(Staudinger/Schilken, §167, Rndr. 12). 사견으로는 이 경우는 권리외관의 보호이론의 문제라 생각한다(Rdnr. 562 f.).
2. 형식
a) 의사표시는 원칙상 형식이 없이도 유효하다. 임의대리권의 내용을 정하는 법률행위가 형식을 요하는 경우더라도 이러한 형식이 수권을 위하여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다(제167조 제2항).
제311조b 제1항 제1문은 토지매매계약은 공증된 문서로 체결되어야 한다고 하고 있으나 H가 B로부터 토지매매계약을 체결하기 위하여 구두상으로 수권을 받는 것은 형식 없이 가능하다.
대리권은 형식이 필요하지 않으므로 명시적으로뿐 아니라 묵시적으로 관련 행위를 함으로써 수여할 수도 있다. 그러나 지배인의 권한은 명시적 의사표시에 의하여 수여되어야 한다(상법 제48조 제1항).
b) 예외적으로 법률(예컨대 상속포기를 위한 대리권 수여; 제1945조 제3항)은 대리권 수여에 형식을 요구하는 경우가 있다. 그 외에도 행위의 형식성의 목적으로, 그러한 행위에 대하여 대리권을 수여할 경우에는 대리권 수여행위에도 동일한 형식이 요구될 수 있다.
예컨대 제311조b 제1항에서 토지소유권의 양도에 관한 계약에 형식을 요구하는 것은 경고적 목적이 있다. 이런 목적은 토지소유자가 타인에게 토지의 매도와 관련하여 철회불능인 대리권을 수여하는 경우에도 존중되어야 한다(BGH NJW 1952, 1211; 1979, 2306). 왜냐하면 위와 같은 대리권을 수여함으로써 소유자는 경제적으로는 궁극적으로 토지를 매도한 것과 같기 때문이다. 또한 형식을 요하는 보증의 경우 보증의 의사표시를 위한 대리권의 수여도 형식을 요한다. 제766조는 보증인에게 책임의 내용과 범위를 명확히 이해하도록 하기 위하여 형식을 요구하는데 그러한 목적은 대리권을 수여하는 경우에도 동일하게 요구되기 때문이다(BGH WM 1996, 764). 제167조 제2항은 대리의 목적이 된 법률행위가 표의자에 대한 경고를 목적으로 형식을 요하는 경우 대리권의 수여에도 형식을 요한다고 해석함으로써 그 한도 내에서는 적용의 제한을 받는다(Staudinger/Schilken, §167, Rndr. 20).
c) 대리권을 표시한 문서(대리권증서)를 교부할 필요는 없으나(BGH NJW 2003, 963 참조), 교부하는 것이 현명하다. 요컨대 대리인이 대리권증서를 제시함이 없이 단독행위를 하고 제3자가 지체 없이 이에 대하여 이의하면 설령 대리권이 수여되었더라도 그 행위는 무효이다(제174조 제1문). 증서의 제시에 의하여 제3자에게는 대리권의 존재가 명확하게 된다. 그러나 대리권 수여자가 대리권 수여의 사실을 제3자에게 알렸을 때는 제3자는 보호받지 못한다(제174조 제2문). 따라서 제3자는 이 경우 대리권증서의 부제시에도 불구하고 법률행위에 대하여 이의를 제기하지 못한다.
II. 임의대리권의 종류
1. 특별, 종류, 일반대리권
대리권의 범위는 (특정한 행위를 대리할 수 있는) 특별대리권, (어떤 종류의 행위를 대리할 수 있는) 종류대리권, (대리가 허락된 모든 행위를 대리할 수 있는) 일반대리권에 따라 구분된다. 대리권의 범위는 의사해석의 일반원칙에 따라 해석된다. 몇 가지 사례에서는 법률이 그 범위를 정하기도 한다. 특정 대리인으로서 지배인은(상법 제48조) 상행위의 영업에 필요한 한도 내에서는 모든 행위를 대리할 권한이 있다(상법 제49조 제1, 2항).
2. 개별, 공동대리권
대리인이 혼자 본인을 대리하는 경우 개별 대리권을 수여받은 것이다. 반면 여러 명이 공동으로 본인을 대리하는 경우 공동 대리권을 수여받은 것이다. 상법 제48조 제2항은 지배인의 경우 명시적으로 공동 대리권을 규정하고 있다. 본인이 개별 대리권 또는 공동 대리권을 수여한 것인지는 대리권 수여의 의사표시의 해석의 문제이다.
만약 B가 세 사람에게 대리권을 수여하였다고 칠 때 무조건 공동 대리인으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각자가 B를 대리할 수도 있다. 또한 한 사람은 혼자 본인을 대리할 수 있으나 두 사람은 공동하여 본인을 대리하도록 할 수도 있다.
3. 복대리권
a) 대리권은 대리인의 대리권을 내용으로 하지만 복대리인을 선임할 수 있는 권한을 포함할 수 있다. 본인이 엄무 성격상 대리인의 개인적 성향에 이해관계가 없을 때는 복대리인을 선임할 수 있는 권한이 수여된 것으로 본다(BGH WM 1959, 377). 본인이 대리인에게 수여한 대리권은 복대리인에게 수여된 복대리권과는 구분된다.
b) 판례(BGHZ 32, 253; 68, 393)는 복대리권을 다음과 같이 두 가지로 구분한다.
(1) 대리인은 본인의 이름으로 복대리인에게 대리권을 수여하면서 본인을위하여 직접 대리하도록 할 수 있다. 복대리인이 본인의 이름으로 행위를 하면 그 효과는 본인에게 미친다. 이를 위한 전제조건은 2개의 (유효한) 대리권 수여행위이다. 이 경우 본래의 대리인이 복대리권 수여시에 수여받은 대리권의 범위내인지 여부와 복대리인이 그에게 수여된 복대리권의 범위를 초과하지 않았는지 여부가 우선 심사되어야 한다. 복대리권은 본래의 대리권보다 범위가 좁을 수도 있다.
2개의 대리권 중 하나라도 부존재하면 본인에게 대리의 효과가 미치지 않는다. 복대리인은 무권대리인으로서 제179조에 따라 책임을 진다. 본래의 대리권이 존재하지 않는 경우에는 본래의 대리인도 제179조에 따라 무권대리 책임을 진다.
(2) 대리인이 자기의 이름으로 복대리인에게 본래의 대리인을 대리할 권한을 수여할 수도 있다. 복대리인이 본인의 대리인으로서 그 본인을 위한 본래의 대리인의 이름으로 행위를 하였다면 그 법률행위의 효과는 본래의 대리인을 거쳐 본인에게 미친다(BGHZ 32, 254). 이를 위한 전제조건은 2개의 대리권 수여행위가 유효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이론 구성을 하는 이유는 위와 같은 경우 복대리인의 책임을 복대리권의 범위로 제한하려는 데 있다. 복대리인은 본래의 대리권의 흠결이 있는 경우에도 제179조에 따라 무권대리인으로서 책임을 지지 않는다. 그러나 사견으로는 본래의 대리권이 부존재하는 경우에도 무권대리인은 제179조에 따라 무권대리인으로서 책임을 져야 한다. 제179조는 대리권의 흠결이 어떤 데 기인하는가를 묻지 않고, 책임범위를 신뢰이익에 국한함으로써 대리인이 대리권 흠결을 알지 못한데 대한 고려를 하고 있을 뿐이다(제179조 제2항). 복대리인의 행위는 그 법률효과가 본인에게 미친다는 점을 상대방이 인식할 수 있으므로, 요컨대 복대리인은 복대리권의 존재에 대하여 상대방의 신뢰를 요구하지는 않는다.
제179조 제2항은 복대리인의 선의를 요구하고 있으므로 복대리인은 본래 대리인에 대하여 구상권을 취득한다. 만약 본래의 대리인이 지불할 능력이 부족하다면 복대리인에게는 아무런 실익이 없다. 그러나 이러한 결과는 복대리인이 제179조에 의한 책임으로부터 면책된다는 결과(따라서 대리인이 상대방이 위험부담을 감수할 수도 있는 결과)보다 더 이해관계를 합리적으로 조정한 것이다.
4. 용인 대리권 및 표현대리권 : 후술(Rdnr. 562ff.) 참조
III. 대리권과 원인관계
1. 외적 및 내적 관계
대리권 수여는 통상 본인과 대리인 사이의 계약관계에 의거한다(원인관계).
a) 대리권은 본인과 제3자의 외부관게에 대한 것이다. 대리권은 대리인에게 권한을 수여하는 것일뿐, 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아니다. 일방적 행위로서 대리권은 대리인의 수령의 의사표시가 불필요하다.
사례 a에서 지배인 H는 B를 위해 영업행위를 할 대리권을 향유한다(상법 제49조 제1항). 또한 H는 테이블을 구매함에 있어 H를 유효하게 대리하므로 B는 D1에게 대금을 지불하고 테이블을 요구할 수 있다. 그러나 영업부동산의 매각에 있어 H는 어떤 대리권도 수여받은 바 없으므로 이를 매각할 권한이 없다(상법 제49조 제2항 참조). 따라서 B와 D2 사이에서는 매매계약이 성립하지 않는다. - 사례 b에서는 B는 D에 대한 편지를 통해 H에게 그림을 살 대리권을 수여하였다. 따라서 B는 H와 D의 계약체결에 의해 비록 H가 미성년자임에도 그림의 매수인이 된다. B는 D에 대해 그림의 소유권을 요구할 수 있고 대금을 지불해야 한다.
b) 본인과 대리인 사이의 계약관계는 이 두 사람의 내부관계에 해당한다. 대리인은 본인에 대하여 본인을 위한 법률행위를 할 의무를 부담한다. 계약체결을 위해서는 본인과 대리인 사이에 합치된 의사표시가 요구된다.
사례 a에서 B와 H 사이의 고용계약이 존재한다. 합의에 따라 H는 B에 대하여 10,000 유로를 초과하는 법률행위를 체결하지 않을 의무를 부담한다. H는 테이블을 15,000 유로에 매수하였으므로 이 의무를 위반한 것이다. 따라서 B는 H에 대하여 테이블 매수로 인해 그가 입은 손해배상을 요구할 수 있다. B의 손해는 테이블로 인해 아무 것도 시작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 테이블 가격을 지불함으로써 생길 것이다. - 사례 b에서는 B와 H는 위임계약을 체결한 것이다. 이는 H가 그에게 위임된 행위를 해야 할 의무가 있으므로 H에게 단순히 법률적 이익만을 가져다주는 행위는 아니므로(제107조) H의 법정대리인의 동의가 없는 한 H의 행위무능력으로 인해 효력이 없다. 따라서 B의 H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은 성립하지 않는다.
2. 무인론
대리권 수여행위는 그 기초가 된 원인관계와는 엄격하게 구분, 분리된다. 이러한 구분, 분리는 대리권 수여행위를 원인행위와 독립하여 다루려는데 그 목적이 있다. 대리권 수여행위와 원인행위의 관계는 그러한 한 독자, 무인행위의 관계와 비교될 수 있다. 제3자에 대한 외부관계에 있어서는 제3자의 이익을 고려하여 대리권과 그 범위가 정하여진다. 대리인이 본인의 이름으로 대리행위를 하는 경우 그 행위의 효과는 본인에 미친다(사례 a에서 테이블 매매, 그러나 영업부동산 매매는 그렇지 않음; 또 사례 b). 이는 대리인이 내부관계에서 본인에 대해 특정 범위내에서 대리권을 행사하기로 하는 의무를 부담한 경우(사례 a에서 10,000유로까지의 법률행위)에도 마찬가지이다. 대리권은 내부관계에 존재하는 계약관계가 하자가 있는 경우, 예컨대 무효인 경우(사례 b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유효하게 존재할 수 있다. 대리권은 어떤 유형의 합의의 기초 없이도 소위 대리권만의 고유의 대리권도 법적으로 가능하다.
사례 a에서 H는 B를 위해 테이블을 매수할 수 있으나 B와의 합의로 인해 허용되지 않는 범위가 있다. 사례 b에서는 위임계약의 하지에도 불구하고 H는 B를 대리하여 그림을 매수할 대리권이 있다.
대리권과 원인관계의 법적인 분리에도 불구하고 양자 사이에는 특정한 관련이 있다. 예컨대 제168조 제1항은 원인관계가 종료하면 대리권이 소멸한다고 되어있다.
IV. 대리권의 소멸
1. 소멸원인
기한부이거나 조건부인 대리권은 기한의 도래나 조건의 성취로써 소멸한다. 대리권이 단지 어떤 특정한 행위에만 관계된 경우 그 행위가 종료하면 마찬가지로 대리권도 소멸한다.
민법에서는 다음과 같은 소멸원인을 열거하고 있다.
a) 원인행위(예컨대 위임, 고용계약)가 종료하면 대리권도 소멸한다는 점은 일반적으로 긍정되고 있다(제168조 제1, 2문 참조). 물론 본인이 그와 다른 결정을 할 수도 있다.
위임이 6개월 후 종료할 때 대리권도 본인이 그보다 짧거나 긴 기한을 허락하지 않는 한 소멸한다. 대리권이 계약관계의 종료에도 불구하고 존속한다면 이는 대리권만의 고유의 대리권이 존재하게 되는 것이다.
제672조 제1문, 제675조는 위임인이 사망하거나 행위무능력자가 되더라도 의심스러울 때는 위임이 소멸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의심스러울 때는 위임인이 사망허거나 행위무능력자가 되더라도 대리권이 존속한다(사망의 경우 소의 사후 대리권). 이 경우 대리인은 본인의 사망후 그 상속인을 대리하게 된다. 반면 대리인이 사망한 경우에는 통상 계약 및 대리권은 소멸한다. 본인이 그가 잘 모르는 대리인의 상속인에 의한 대리를 원할 것이란 사실이 일반적으로 용인되지 않는다. 대리인이 행위무능력자가 될 경우에도 타인을 위한 법률행위를 하는 것은 배제된다.
제674, 729조의 경우 계약관계의 종료에도 불구하고 위임자나 조합원을 위하여 법률관계가 일정기간 계속되는 것을 의제하는데, 이 경우 제3자가 법률행위를 함에 있어 수임인이나 업무집행조합원의 대리권 소멸사실을 알지 못하였거나 알 수 없었던 경우 제169조에 의해 이들 대리권도 제3자를 위하여 계속된 것으로 본다.
b) 원인관계가 계속되는 경우일지라도 대리권은 철회에 의하여 소멸할 수 있다(제168조 제2, 3문).
(1) 철회의 허용성과 관련하여서는 다음 2가지 사례가 구분되어야 한다.
(a) 통상 대리권은 자유의사로 철회할 수 있다(제168조 제2문 참조). 본인의 대리인에 대한 신뢰가 사라졌음에도 불구하고 대리인이 – 아마도 원인관계가 계속 존속한다는 이유로 – 본인을 위하여 유효한 법률행위를 계속 할 수 있다고 한다면 본인에게는 참을 수 없는 결과일 것이다.
고용인이 종업원과의 고용계약을 해지하지 않더라도 종업원에게 수여한 대리권을 아무 이유 없이 철회할 수 있는 것이다.
(b) 예외적으로 대리권의 철회가 배제되는 경우가 있다. 대리권의 철회불가는 원인관계에서 비롯될 수 있다(제168조 제2문). 이 경우 대리권이 예외적으로 본인의 이익뿐 아니라 대리인의 이익을 위하여 수여된 사실이 언급될 수 있다.
사례 c에서 대리권은 H의 이익을 위해 수여된 것이다. 따라서 B의 채무가 완제될 때까지는 수권이 철회되어서는 안 된다.
대리권은 본인의 경제적 자유가 제138조의 구성요건을 충족할 정도로 제한되는 경우에는 철회불가가 긍정되지 않는다(예컨대 포괄대리권의 철회를 불가능하도록 한 경우). 이외에도 본인은 중대한 이유(예컨대 중대한 의무위반)가 있는 경우에는 대리권 철회의 불가를 다시 철회할 권한이 있다(BGH DNotZ 1989, 84; 1991, 374).
(2) 철회가 허용되는 경우 이는 본인의 일방적 법률행위에 의해 대리인이나 제3자에 대하여 하면 된다(제168조 제3문). 본인이 내적 또는 외적 대리권으로서 대리권을 수여하였는지 관계없이 누구에게 철회의 의사표시를 할 것인지는 본인의 자유이다.
2. 소멸의 효과
a) 대리권이 소멸하면 대리인에게는 더 이상 대리할 권한이 없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리인이 본인의 이름으로 행위한다면 그 행위는 원칙상 본인에게 효력이 미치지 않는다. 오히려 대리인은 무권대리인으로서 제3자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제179조).
b) 이러한 원칙에 대하여는 제170조-제173조에서 제3자가 법률행위 당시 대리권 소멸의 사실을 알지 못하였거나 알 수 없었던 경우 제3자를 보호하기 위해 예외가 인정된다(제173조). 대리권이 소멸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경우에는 선의의 제3자의 이익을 위해 마치 대리권이 계속 존속하는 것처럼 다루게 된다. 위 규정들은 한 때 유효하게 수여된 대리권의 계속 존속에 대한 제3자의 선의를 보호하기 위한 규정들이다.
법률은 다음과 같은 사례들을 규율하고 있다.
(1) 대리권은 제3자에 대한 의사표시에 의해 수여되기도 한다(외부대리권). 그런데 대리인에 대한 철회의 의사표시에 의하여 그 대리권이 소멸하였다면 그 소멸의 사실이 본인에 의해 제3자에게 통보되기까지 선의의 제3자를 위하여서는 그 대리권이 여전히 유효한 것으로 존속하게 된다(제170, 173조). 이러한 결과는 본인이 제3자에 대한 의사표시로써 대리권을 철회하거나 제3자에게 대리권 소멸의 사실을 통지함으로써 본인이 그 결과발생을 저지할 수 있다.
(2) 대리권 수여는 제3자에 대한 특별한 통보나 공식적 공고를 통해 이루어질 수도 있다. 이 경우 대리권의 소멸에도 불구하고 제3자가 그 대리권이 계속 존속하다는 점에 선의인 경우 그 제3자는 보호된다(제171조 제1항, 제173조). 본인은 통보나 공고에 의해 창출된 법적 외관을 동일한 방법으로 철회함으로써 소멸시킬 수 있는데(제171조 제2항), 이렇게 되면 제3자는 더 이상 보호받지 못한다.
(3) 대리인에게는 본인에 이해 수권증서가 수여될 수 있다. 이 경우 대리인이 그것을 제3자에게 내놓으면 대리권이 소멸한 경우라도 제3자는 그 수권증서를 신뢰하게 됨으로써 그 보호를 하지 않을 수 없다(제172조 제1항, 제173조). 본인은 대리권이 소멸된 후 대리인으로부터 그 수권증서를 회수함으로써 이러한 결과발생을 저지할 수 있다(제172조 제2항). 대리인은 본인에게 수권증서를 반환할 의무가 있다(제175조). 대리인은 본인에 대한 청구권을 이유로 수권증서에 대한 유치권(제273조)를 주장하지 못한다(제175조). 이처럼 유치권을 배제한 이유는 수권증서의 남용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수권증서가 제공되지 않았다면 본인은 그것을 효력이 없는 것으로 선언할 수 있다(개별 구체적으로는 제176조).
(4) 지배인의 권리가 소멸되었다면 상업등기부에 그 소멸사실이 등재되어야 한다(상법 제53조 제3항). 이러한 등재가 되지 않으면 선의의 제3자에 대항하지 못한다(상법 제15조 제1항).
V. 용인 및 표현대리권
1. 이해관계
앞서 언급한, 법적 규율과 관련하여서는 한 때 유효하게 수여된 대리권이 그후 소멸된 경우 선의의 제3자를 보호하는 문제와 관련되어있다. 제3자는 실제로는 더 이상 존속하지 않는 대리권이 여전히 존속한다는 법적 외관을 신뢰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이에 더하여 대리권이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으나 제3자가 그에게 제공된 외관을 근거로 대리권이 수여되었다고 받아들여질 수 있는 경우도 예상할 수 있다. 본인이 비록 대리인에게 수권의 의사표시를 하지 않았더라도 제3자로 하여금 대리인에게 대리권이 수여된 것으로 오인하도록 외관을 형성하는데 기여한 경우 제3자는 본인에 앞서 보호를 받아야 한다. 따라서 이 경우는 제3자의 이익을 위하여 본인이 대리인에게 대리권을 수여한 것처럼 본인을 다루는 것이 정당하게 된다. 이러한 이유로 판례는 용인 내지 표현대리권의 법리를 발전시켜왔다. 무엇보다 제170조 이하에서 대리권의 법적 외관 형성에 기여한 사람은 대리인이 체결한 법률행위를 자신의 효과로 수용해야 한다는 법사상이 보편적으로 긍정되고 있는 것이다.
2. 요건
a) 대리권이 존재하지 않아야 한다(사례 d, e).
b) 제3자는 신의성실의 원칙상 거래관행을 고려하여 외적으로 전개된 사실로부터 대리권 수여의 결론을 추론할 수 있어야 한다(대리권 수여의 법적 외관).
사례 d와 e에서 D의 회사에 대한 주문과 관련하여 B는 H가 전화를 받도록 하였다. H는 D의 주문을 접수하였고, D는 이전 경험에 입각하여 H가 오랜기간 B를 위해 청약을 승낙한 것으로 알았다. 이런 사실로부터 B가 H에게 대리권을 수여하였다고 D가 추론하는 것은 정당하다.
c) 본인은 대리권 수여의 법적 외관을 예상할 수 있는 방식으로 창줄해야한다. 여기서 용인대리권과 표현대리권이 구별된다(Erman/Palm, §167,Rdnr. 7ff. 참조).
(1) 용인대리권은 본인이 그를 위하여 행위하는 사람의 행위를 알았거나 용인해야한다(BGH LM Nr. 10, 13 zu §167).
사례 d에서 B는 H의 행위와 관련하여 알았다. 그는 그렇게 할 만한 충분한 능력이 있었음에도 태만으로 관여하지 않았다.
대리권이 유효하게 수여되지 않았더라도(예컨대 형식의 흠결을 이유로) 제3자가 대리권의 존재를 신뢰하게 된 것이 어떤 사정에 기인하고, 용인대리권에 관한 원칙에 의거 보호받을 만한 가치가 있는 것으로 보이는 경우에는 본인이 알면서도 태만히 방치한 법적 외관으로 인하여 책임을 지게 될 수 있다(BHG NJW 1997, 312).
(2) 표현대리권은 본인이 대리인의 행위를 알지 못하고, 다만 주의의무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면 이를 인식하고 저지할 수 있는 경우에 성립한다(BGH LM Nr. 3, 4, 15, 17 참조).
사례 e에서 B는 H의 행위에 대해 알지 못하였다. 그러나 그가 자기의 영업에 대하여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었거나 신뢰할 만한 동료에게 그 일을 맡겼더라면 H의 행위는 눈에 띄었을 것이고 따라서 그 행위는 저지될 수 있었다.
표현대리권은 학설 일부에서는 받아들여지지 않는데 그 이유는 의사표시에 대한 유책한 행위로 이를 다룰 필요는 없고 손해배상의무로 해결하면 충분하다는 이유에서이다(Flume, §49, 4).
표현대리권이 완전 행위무능력자의 보호에 지장을 초래해서는 안 된다. 완전 행위무능력자에 대하여서는 대리권의 법적 외관에 대한 책임을 귀속시켜서는 안 된다.
d) 제3자는 창출된 법적 외관을 신뢰하여야 한다. 이는 제3자가 법적 외관에 따라 창출된 사실관계를 인식할 것을 요구함으로써 충분하다. 이러한 신뢰가 계약체결의 원인이 되어야 한다. 제3자가 대리권의 흠결을 알 수 있었던 때에는 예외적으로 보호받지 못한다.
사례 d에서 D는 H가 오랜 동안 이의 없이 주문을 받아온 것을 몰랐다고 하여 H에게 대리권이 있다는 점을 신뢰하였다고 볼 수는 없다.
VI. 대리권 수여행위에 있어 의사표시의 하자
본인이 대리권을 수여할 때 착오에 빠졌다면 제119조 이하에 따라 취소할 수 있다. 그런데 이 경우 대리인이 그 사이 대리권을 행사했느냐 안 했느냐에 따라 구분되어야 한다.
1. 대리권을 행사하기 전
대리권을 행사하기 전 취소의 경우에는 대리권이 철회 가능한지 불가능한지에 따라 달라진다.
a) 철회 가능한 대리권은 본인이 언제나 특별한 이유 없이 철회가 가능하고(제168조 제2문) 이 경우 취소는 불필요하다.
사례 f에서 H는 아직 대리권을 행사하기 전이다. 또한 B는 H의 대리권을 제거하고자 한 것이므로 B의 표시는 대리권의 철회로 간주될 수 있다. 따라서 H가 그후 D에 대하여 B의 대리인으로서 대리의 권한 없이 계약한 것인데 이 경우 법적 외관에 의한 선의자 보호는 배제된다.
b) 철회 불가능한 대리권은 중대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만 철회가 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취소의 필요가 있다. 제119조 이하에 따라 취소사유가 존재하는 경우 본인은 대리권 수여의 의사표시를 철회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리권 수여의 의사표시는 무효가 된다. 이 경우 대리인은 그 대리권을 아직 행사하기 전이므로 제3자의 이익을 고려할 여지는 없다. 의사표시의 하자는 중대한 이유에 해당하므로 철회 불가능한 대리권을 철회할 수 있는 사유가 된다.
대리인이 유효한 취소에도 불구하고 본인의 이름으로 행위를 한다면 선의 제3자의 보호가 문제될 수 있다. 따라서 본인으로서는 기존의 대리권과 관련한 법적 외관(예컨대 수권증서)을 제거하는 것이 유용하다.
2. 대리권을 행사한 후
대리권을 행사한 후에는 본인이 철회를 하더라도 대리인은 이미 대리권을 갖고 행위를 한 것이기 때문에 대리인이 체결한 법률행위를 본인에게 효력이 미치지 않도록 효과를 거둘 수 없다. 이 경우 본인은 취소를 하여야만 대리권 수여의 의사표시가 소급하여 처음부터 무효가 되므로 효과적이다(제142조 제1항).
a) 위와 같은 소급효로 인해 대리인은 대리권이 없이 행위한 것이 되고, 이에 따라 대리인이 체결한 계약은 본인에 대하여 효력이 없게 된다. 제3자는 제179조 제2항에 따라 대리인에 대하여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고, 대리인은 제122조에 따라 본인에 대하여 그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사례 g에서 H의 전문성 부족으로 제119조 제2항에 따라 대리권 수여의 의사표시를 취소하여 대리권을 무효화 하면, B는 D와의 계약에 따른 어떤 권리 의무도 취득하지 않는다. H는 D에게 그 신뢰이익(예컨대 전화, 증명서 발급비용 등)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고(제179조 제2항), H는 B에 대하여 그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제122조 제1항).
b) 이러한 결과는 일응 여러 이해관계에 합당한 것처럼 보이나 제3자의 대리인에 대한 손해배상이나 대리인의 본인에 대한 손해배상이 – 예컨대 지불능력이 없음으로 인해 – 관철되지 못하는 경우에는 문제가 있다. 전자의 경우에는 그 손해는 제3자가 떠 앉게 되고, 후자의 경우에는 그 손해는 대리인이 떠 앉게 된다. 착오의 의사표시를 한 본인이 궁극적으로 그에 의해 야기된 손해를 부담하고, 따라서 손해를 입은 제3자가 직접 본인에 대하여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하는 것이 보다 더 이해에 합당한 결론일 것이다. 이러한 결론은 취소의 목적을 올바로 이해한다면 당연한 귀결이 된다. 즉 데리권 수여의 의사표시를 장래를 항하여 취소하는 것은 본인에게는 아무 문제될 것이 없다. 철회를 통하여서도 그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본인이 굳이 대리권 수여의 의사표시를 취소함으로써 도달하려는 목적은 대리인이 이미 체결한 계약을 본인에 대하여 아무 효력이 없도록 하기 위함에 있다. 따라서 이 경우에는 외부대리권이든 내부대리권이든 대리권이 수여된 것과는 관계없이 제3자를 취소의 상대방으로 간주하는 것이 보다 더 합당하다. 이에 따라 대리권을 신뢰하고 계약을 체결한 제3자는 의사표시의 하자가 자신의 영역에서 존재하는 본인에 대하여 그 의사표시의 취소로 말미암아 입는 손해의 배상을 요구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동일한 견해로는 Flume, §52, 5 c).
이러한 결론에 따르면 사례 g에서 D는 B에 대해 제122조에 의한 신뢰이익의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물론 이러한 해석에 의하더라도 대리권의 취소로 인해 본인 및 제3자의 이익은 보호될 수 있으나 대리인의 이익은 보호될 수 없다. 대리인은 통설에 의하면 대리권 흠결에 대하여 그 인식이나 판단능력의 범위를 벗어나 있는 경우에도 제179조 제2항에 따른 손해배상의 의무가 있다.
c) 그러므로 사견으로는 대리권이 행사된 후에는 대리권 수여의 의사표시를 취소할 수 없다고 보아야 한다. 그럼으로써 본인은 제119조 이하 소정의 중대한 의사표시의 하자에도 불구하고 제3자와 체결된 계약의 효과를 받는다 할 것이다. 이러한 결과에 관련하여서는 무엇보다 다음과 같은 법사상이 언급될 수 있다. 표현대리권의 경우 본인이 대리인의 행위를 몰랐을지라도 마치 대리인에게 대리권을 수여한 것처럼 행위한 것이므로 그 취소권이 부여되지 않는다고 한다면, 본인이 사실적으로 대리권을 수여한 경우에는 그 취소에 의하여 대리권을 소급하여 소멸시키는 것 또한 매우 엄격하게 인정되어야 할 것이다. 양자 모두 선의의 제3자가 동일하게 보호받아야 한다는 점에 차이가 있을 수 없다. 대리권을 수여한 경우 본인이 표현대리권의 경우보다 오히려 보호받을 가치가 더 적다. 물론 이러한 논의는 판례에 의해 인정된 표현대리권을 긍정하는 경우에만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이점을 차치하더라도 일정한 요건 하에서는 제166조 제1항에 의해대리인이 체결한 행위가 취소에 의해 무효가 될 수 있다. 이를 통해 본인은 스스로 계약을 하였다면 하자가 있었을 때와 마찬가지 지위에 처하게 된다. 만약 본인이 대리권 수여의 의사표시를 취소함으로써 대리인이 체결한 계약을 무효로 할 수 있다면 이는 본인이 스스로 계약을 체결하였을 때보다 더 유리한 것이다.
계속적 거래관계에서는 거래의 이익을 위하여 취소의 제한이 고려되어야 한다. 모든 의사의 흠결이 제3자와의 관계에서 중요한 것은 아니다. 따라서 그러한 경우에는 취소에 의하더라도 소급하여 계약을 무효로 하기보다 장래에 향하여 계약을 무효로 함이 바람직하다. 이러한 이익의 형량은 대리권이 이미 행사된 경우 대리권 수여의 의사표시를 취소하는 때에도 마찬가지로 요구된다. 또한 이 경우 제3자가 보호되어야 한다는 점도 같다. 따라서 소급효를 갖는 대리권의 취소는 배제되어야 한다. 장래에 향한 대리권의 취소를 인정함으로써 우선 대리인이 체결한 계약의 효력에 아무런 변동이 없으므로 이는 제3자 보호에 합치한다. 철회가 가능한 경우에는 철회로도 그러한 효과를 거둘 수 있으므로 위와 같은 취소가 필요하지 않는다.
사례 g에서 대리권 수여의 의사표시를 취소함으로써 소급하여 대리권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아서는 안 된다.
이미 행사된 대리권의 경우 취소를 배제하는 견해는 제3자와 대리인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그 견해는 모든 경우 본인의 정당한 이익을 고려하지 않는다. 본인 스스로가 계약을 체결하였을 때보다 제3자를 더욱 두텁게 보호해야 할 이유는 없다. 대리권 수여의 의사표시의 경우 취소할 수 있는 하자 여부를 대리인이 체결한 계약의 내용에 입각하여 관철하려는 한, 대리인이 체결한 계약의 책임으로부터 벗어날 기회를 본인에게 부여함이 타당하다.
예컨대, 본인이 대리인에게 차량매도의 대리권을 수여하면서 사실은 최소 가격을 3,500 유로로 제한하려던 것을 (말을 잘못하여) 착오로 2,500 유로로 제한하였고, 이에 따라 대리인이 2,500 유로에 차량매도의 계약을 체결하였다고 치자. 이 경우 본인이 만약 스스로 계약의 의사표시를 하여 계약을 체결하였다면 본인은 의사표시의 착오를 이유로 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 따라서 대리인에 의한 경우에도 대리권 수여시 착오를 이유로 대리인이 체결한 계약을 취소할 수 있는지가 문제된다.
이 경우 제166조 제2항의 법사상을 끌어들여 다음과 같이 볼 수 있다. 제166조 제2항은 구체적 사정을 알거나 알았어야 하는 것을 요하지 않는다. 그러나 통설에 의하면 본인의 의사표시 하자의 경우에도 적용될 수 있다. 이는 취소할 수 있는 의사의 흠결은 – 강박의 경우 제외 – 언제나 구체적 사정의 부지에 근거하기 때문에 정당하다. 이에 따라 제166조 제2항의 법사상에 따라 본인의 모든 의사의 흠결은 그것이 대리인의 행위에 관한 것이든 대리인이 체결한 계약에 효력이 미치는 것이든 대리인이 한 행위에 있어서는 중요한 것으로 간주될 수 있다. 만약 본인의 의사의 흠결이 대리인의 행위의 내용에 영향을 미칠만한 사정이라면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또한 본인이 대리권 수여시 취소할 만한 착오에 빠져있었다면, 본인 스스로가 제3자에 대하여 의사표시를 하여 대리권 수여시와 같은 의사표시의 하자가 인정되는 경우에도 여전히 취소권이 인정될 수 있는지가 검토되어야 한다. 이러한 요건들이 충족된다면 본인은 대리인의 행위를 취소할 수 있을 것이다(상세는, Brox, JA 1980, 451f.).
위의 예에서 본인은 대리인의 행위를 취소할 수 있을 것이다. 본인이 대리권 수여시 매매가격과 같은 중요한 요소에 대하여 착오에 빠져 대리인이ㅡ 행위에 영향을 미쳤다면 마찬가지이다. 반면 사례 g에서는 대리인의 의사표시를 취소할 수 없다. 왜냐하면 대리인의 자질에 관한 착오는 본인과 대리인 사이의 내부관계에 속하고 대리인의 행위에까지 영향을 미친다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이 경우 계약체결의 의사를 형성하는데 있어서는 계약당사자의 속성과 목적물에 관한 속성만이 중요할 뿐이다. 대리인을 누구로 선임할 것인가는 수권시 수반되는 불가피한 위험이다. 그로 인한 착오는 본인이 스스로 행위를 한다면 생기지 않을 착오이다. 계약상대방이 수권시 수반되는 위험을 부담하는 것은 부당하다. 오히려 수권은 본인의 계약체결의 범위를 넓혀주고 그로 인한 이익을 본인이 누린다.
VII. 특별한 문제 : 성년후견을 위한 대리권(Altersvorsorgevollmacht)
1. 개념 및 의의
모든 사람은 그가 사고나 질병 또는 고령 등 이유로 그의 일상사를 전부 또는 부분적으로 영위하지 못하게 될 경우를 예상할 수 있다. 그러한 경우 미리 신뢰할 만한 사람에게 수권을 부여하여 자기의 이름으로 자기를 위하여 행위할 수 있도록 허락할 수 있다. 이러한 대리권의 수여에 의해 후견법원이 선임한 후견인에 의한 후견을 피할 수 있다. 제1896조 제2항 제2문은 후견인에 의한 것과 마찬가지로 대리인에 의하여 성인의 일상사가 보살펴질 수 있다면 후견이 불필요한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성인의 자기의사결정권과 사적인 후견이 국가에 의한 후견에 우선하게 된다.
이러한 대리권을 성년후견을 위한 대리권으로 불린다. 그러나 이는 너무 좁은 개념이다. 왜냐하면 이는 성년후견을 위한 대리권 뿐 아니라 본인이 그의 일상사를 더 이상 스스로 규율하지 못한 모든 경우를 포괄하는 개념이기 때문이다.
2. 요건
a) 본인이 대리권 수여의 의사표시시 행위능력이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대리권 수여행위는 무효이다. 그러나 본인이 대리권 행사시에도 행위능력자일 것까지는 불요한다(제130조 제2항).
b) 대리권 수여시 특별한 형식(예컨대 서면, 공증)이 요구되지도 않는다. 그러나 대리인이 본인을 위하여 행위를 함에 있어서는 제3자에 대하여 대리권을 증명하기 위하여 서면에 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c) 수권의 의사표시는 수령을 요한다. 후견개시의 원인이 생기기 전에 그 의사표시 있는 문서가 발견되어 대리인의 수중에 도달하면 된다. 물론 수권증서가 발견되지 않을 위험도 존재한다.
d) 본인은 대리인이 예컨대 먼저 사망하거나 질병 또는 다른 – 합리적 또는 비합리적 – 이유로 본인을 위하여 행위할 수 없거나 원하지 않는 경우가 있을 수 있으므로 그러한 경우에는 – 또는 보조적으로라도 – 다른 사람을 대리인으로 수권을 허락하는 것이 현명하다.
3. 내용 및 효과
a) 대리권으로부터 그 범위가 정해진다. 통상 대리인으로 지명된 자는 질병으로 (자신의 고유한 행위능력의 흠결 등) 스스로 더 이상 행위를 할 수 없는 경우가 아닌 한 본인을 위하여 모든 행위를 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본인의 의사에 합치한다.
b) 본인은 스스로 법률행위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동안은 대리인이 본인을 위하여 행위하는 것을 원하지 않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행위능력을 상실하거나 후견개시의 사유가 도래할 때, 또는 장래 불확실한 사건에 대리권 수여의 의사표시의 효력을 결부시킨다. 이는 허용된다고 할 것이다. 통상 일방적 법률행위는 조건에 친하지 않다. 그러나 조건을 붙이더라도 의사표시의 상대방에게 새로운 법적 상태와 관련하여 감수하기 어려운 불확실성을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면 굳이 조건을 붙이는 행위를 불허용할 것은 아니다(BGHZ 97, 267. 또한 통설). 이점은 다음과 같은 점에서 타당하다. 본인이 행위무능력의 도래시점을 알지 못한다거나, 행위무능력자인지 여부를 알지 못한다거나 의문이 있는 경우 그는 계약상대방에게 수권이 행위무능력의 도래를 조건으로 한 것임을 환기할 수 있다. 이 경우 본인과 대리인 쌍방이 공동으로 행위를 한다면 그 행위는 언제나 효력이 있을 것이다.
제26장 대리권의 제한
사례:
a) D는 그 친구 H에게 그가 한 뭉치의 유행이 지난 옷을 방출할 수 없게 함으로써 큰 손해를 입게 하였다며 소송을 냈다. H는 B에게 고용된 지배인인데 B의 이름으로 D로부터 그 옷을 상당한 가격에 매입했다. B는 – H가 D에게 설명한 바로는 – D보다는 부자인 사람으로 그 손해를 감당할 능력이 충분하다고 하였다. B는 그 옷을 수령하고 대금을 지불해야 하는가?
b) H는 B의 지배인으로서 B와의 계약에서 오직 매도할 권한만을 갖는 것으로 합의하였음에도 D로부터 상품을 구매하였다. D는 H가 매도할 권한만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B는 대금지급의 의무가 있는가?
c) B의 지배인 H는 B의 이름으로 자신과 계약을 체결하였는데 그 내용은 매월 급여를 1,000 유로 인상하는 것이다. 그 외에도 H는 B의 이름으로 그가 통상 해온 대로 역시 D를 대리하여 D로부터 상품을 구매하였다. B는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
d) 토지매매계약에서 매도인과 매수인이 공증인 H에게 대리권을 수여하여, H가 매도인과 매수인을 위하여 소유권이전에 관한 물권적 합의를 한다면, 허용되는가?
c) 부모가 그의 6살짜리 아이를 위해 기차(장남감)를 증여한다면 가능한가?
임의 및 법정대리인은 특별한 경우 제한이 따른다. 대리인이 대리권을 갖는다 해도 그 대리권을 남용하면 무권대리가 된다. 다시 말해 대리인이 한편으로는 본인의 이름으로 행위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대리인 자신의 계산이나 제3자의 계산을 위하여 행위한다면 이는 대리인에게 대리권이 흠결된 경우와 같다.
I. 대리권의 남용
1. 이해관계
대리권의 독자, 무인론은 대리권이 제3자의 이익을 위하여 본인과 대리인 사이의 내적 관계에 의존하여서는 안 된다는 원칙이다. 대리인이 대리권의 범위 내에서 행위한다면 그 행위는 대리인이 본인과의 내적 관계에서는 그렇게 행위해서는 안 되는 경우일지라도 본인을 위하여 효과가 있다. 대리인은 즉 그렇게 행위해서는 안 되어도 그렇게 행위할 수는 있는 것이다. 대리인이 그 대리권을 남용한 경우라도, 즉 대리인이 그에게 내적 관계에서 부과된 제한을 넘어 의무에 위반하여 그로 인해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경우라도 대리인이 한 행위의 효과는 본인에게 미치는 것이다. 이러한 원칙은 제3자의 이익을 위한 것이다. 그런데 대리권의 남용을 제3자가 알았거나 알 수 있었던 경우에는 제3자를 보호할 필요가 없게 된다.
2. 사례
판례는 다음 2가지 사례를 축적해왔다.
a) 대리인과 제3자가 공동하여 본인을 해할 목적으로 법률행위를 하는 경우 그 행위는 제138조 제1항에 의하여 무효이고, 본인에게 그 효과가 미치지 않는다(MünchKomm/Schramm, §164, Rdnr. 107 m.N.).
사례 d에서 매매계약은 제138조 제1항에 따라 무효이므로 B는 그 옷을 수령하고 대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 그 외 H와 D는 제826조, 제840조에 따라 B에게 그로 인하여 발생한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 후견인이 그 피후견인과 제3자의 이름으로 의식적으로 피후견인이 손해 보도록 한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b) 대리인이 대리권을 행사함에 있어 내적 관계에서 그에게 설정된 제한을 넘어서고, 제3자가 그 점에 대하여 악의인 경우.
(1) 제3자가 대리인이 대리권을 행사함에 있어 의무에 위반된 사실을 알았다면 그는 보호받을 가치가 없고, 그 결과 대리권을 내적 관계로부터 독자, 무인적으로 해석할 이유가 없다. 따라서 내적 관계에서 제한을 알고 있는 제3자에 대하여서는 내적 관계에 의하여 대리권이 제한된다고 할 것이다. 대리인은 이러한 제3자에 대하여서는 무권대리인이 되고, 그 결과 그 행위는 본인에게 효력이 미치지 않는다. 본인은 그 행위를 추인할 수도 있다(제177조).
사례 b에서 H는 악의인 D에 대하여 단지 매각에 대한 대리권만 갖는다. 따라서 B는 매수에 대하여서는 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
(2) 제3자가 대리권의 제한을 알면 되는지 아니면 알 수 있었던 경우도 되는지 다툼이 있다. 제3자가 (내적 관계에서 대리권의 제한에 대하여) 과실로 알지 못한 것을 제3자의 부담으로 한다면, 제3자는 불이익을 회피하기 위하여 본인과 대리인 사이의 내적 관계에 대하여 조회하여야 한다. 그러나 법률은 대리권과 내적 관계를 분리함으로써 이를 원하지 않고 있다. 제3자는 내적 관계에 대한 조사를 시도함이 없이 단지 대리권과 그 범위를 신뢰할 수 있으면 족하다. 제3자가 내적 관계에서의 제한을 안 경우에만 그는 보호받을 가치가 없다. 물론 제3자가 적극적으로 알았다는 사정은 순수 주관적 사정으로 임증이 어렵다. 따라서 내적 관계의 제한이 제3자를 위해 공개되었음이 증명된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할 것이다. 제한사실이 제3자에게 바로 통보되었다면 – 증명의 어려움을 피하기 위하여 – 그는 제한사실을 알고 행동한 것으로 취급할 수 있을 것이다(BGHZ 94, 132, 138; 또한 BGH NJW 1990, 387).
(3) 내적 관계에서 대리권 제한이 효력을 갖기 위하여서는 대리인이 이러한 제한을 알고 의식적으로 그 제한을 벗어난 행위를 해야만 한다고 보는 견해가 있다. 그러나 사견으로는 반대이다. 대리인이 대리권을 행사함에 있어 악의이었는지 여부는 문제가 될 수 없고, 오직 본인과 제3자의 이익 충돌이 문제일 뿐이다. 대리인이 과실로 또는 그 귀책사유 없이 내적 관계에서 그에게 부과된 제한을 준수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제3자가 그 사실을 알았다면 제3자는 대리인이 의식적으로 그 제한을 위반한 때와 마찬가지로 보호받을 가치가 없다. ㄸ라서 대리권 제한이 효력을 갖기 위하여서는 대리인이 내적 관계에 의한 제한을 위반하고 제3자가 그런 사실을 알고 있는 것만으로 충분하다고 할 것이다(BGH NJW 1988, 3012).
II. 자기대리
1. 개념
자기대리는 일방이 타방을 대리하여 타방과 행위하는 것을 말한다. 제181조는 2가지 자기대리를 규정한다.
a) 일방 자기대리는 대리인이 본인을 대리하여 대리인 자신과 법률행위를 하는 것을 말한다(사례 c : 금여인상).
일방 자기대리는 계약뿐 아니라 해제와 같은 일방적 법률행위(예컨대 B을 대리하여 H가 H에 대하여 하는 해제)의 경우에도 똑같은 문제가 제기된다.
b) 쌍방 자기대리는 대리인이 본인을 대리하고 또 한편으로는 제3자를 대리하여 법률행위를 하는 것을 말한다(사례 c : 상품구매).
예컨대 B로부터 토지 매도의 대리권을 수여받은 H가 다른 한편으로는 D로부터 매수의 대리권을 수여받아 매도인으로서 B를 대리하고 매수인으로서 D를 대리하여 토지매매계약을 체결하는 행위.
2. 효과
a) 제181조에 따라 자기대리는 원칙상 금지된다.
(1) 자기대리는 제한된다. 대리권은 자기대리에 의한 계약을 체결할 권한을 포함하지 않는다.
사례 c에서 지배인 H는 B의 이름으로 근로계약을 체결하거나 계약을 변경하여 체결할 권한이 있다. 그러나 B를 대리하여 자기 자신과 계약을 체결할 권한은 없다. 상품의 구매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H는 B 및 D를 대리하여 행위하였으므로 그러한 자기대리를 위하여서는 대리권이 존재하지 않는다.
(2) 제181조의 문언에는 “…행위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로부터 자기대리가 확정적으로 무효라는 결론을 내릴 수도 있다. 그러나 자기대리 행위는 유동적으로 무효라는 것이 통설이며 정당하다. 제181조는 대리권을 제한하는 것이므로 대리인은 자기대리의 경우 무권대리인과 같이 행동한 것이 되고, 따라서 본인은 계약을 추인할 수도 있다(제177조 참조).
사례 c에서 B가 급여인상에 동의하면 추인할 수 있고, 그렇게 되면 계약은 유효하다. 쌍방 자기대리인 매매계약에서는 두 사람의 본인으로부터 추인을 받아야 한다.
b) 예외적으로 제181조에 따라 자기대리가 유효한 경우가 있다. 법률이 열거하는 사유는 다음 2가지이다.
(1) 대리인에게 자기대리가 허용된 경우이다. 자기대리는 법률 또는 법률행위에 의하여 허용될 수 있다.
예컨대 공증문서에 의해 H에게 제181조에 의한 제한을 배제한 대리권이 수여되었다는 명시적 의사표시가 사례 d에서는 부존재한다. 그러나 매도인과 매수인이 H에게 물권적 합의의 대리권을 수여하였다면 이는 쌍방이 자기대리 행위를 할 수 있는 권한을 수여한 것이 된다.
(2) 법률행위가 단지 채무의 이행뿐인 경우이다.
예컨대 B는 그의 지배인 H로부터 물건을 구매하였다. H는 B가 부담하는 채무액을 B의 구좌에서 인출, 수령함으로써 B의 대금지급의무를 이행한다.
3. 제181조의 적용범위
제181조의 적용범위에 관하여는 많은 다툼이 있다. 이는 무엇보다 규정의 목적을 달리 해석함으로써 생긴 결과이다.
a) 입법적 근거로는 다음 2가지가 고려될 수 있다.
(1) 법률행위의 인식가능성 : 동일인이 법률행위의 양 당사자를 대표한다면 계약체결의 사실이 외부에 잘 드러나지 않을 위험이 있다. 제181조는 행위가 외부에 쉽게 인식되도록 함에 기여한다. 따라서 이는 계약당사자가 동일한 경우에 적용이 있다.
(2) 이해충돌의 회피 : 대리인은 자기대리의 경우에도 대리인 자신뿐 아니라 본인의 이익을 보호해야 한다. 쌍방 자기대리의 경우에도 그는 두 사람의 본인 이익을 보호해야 한다. 제181조는 본인의 이익이 침해되는 것을 방지하는데 목적이 있다. 따라서 이는 이익충돌의 경우에 적용이 있다.
b) 법률이 위의 목적 가운데 무엇을 추구한다고 보는지에 따라 제181조의 적용범위에 대한 의견이 다를 수 있다.
(1) 두 개의 입법적 근거와 관련하여 그 모두가 존재하는 경우에는 그 적용에 별 어려움이 없다. 법률행위의 인식가능성도 문제되고 또 한편으로 이해충돌의 회피도 문제되는 경우에는 제181조가 적용될 수 있다는 점에 다툼이 없다.
사례 c에서는 계약당사자가 동일한 점도 존재하고 이해충돌의 점도 존재한다.
(2) 구체적인 경우 계약당사자의 동일성이 존재하나 이해충돌의 문제가 존재하지 않을 수 있다. 이런 경우 종래 확고한 판례는 제181조에 열거된 예외사유가 존재하지 않는 한 자기대리가 금지된다고 보았다(BGHZ 21, 230; 50, 11). 제181조는 그 문언에 엄격한 한 형식적 통제규정으로 파악한 것이다. 이에 따르면 단지 법률행위를 취하는 형식이 중요할 뿐이다. 이해충돌은 입법적 동기일지 모르나 구성요건의 충족사유로는 불필요하다.
이에 따라 사례 e에서 양친은 자녀를 대리하여 자신과 증여계약을 체결하고 장난감을 증여하는 방식으로는 자녀에게 기차를 증여할 수 없다.
이러한 형식론은 그 동안 거치면서 판례에 의해 상당히 제한되었는데 이는 정당하다(BGHZ 56, 97; 59, 236, 240; 94, 232, 235f.; 112, 341). 이후 제181조는 이해충돌과 그로 인한 본인의 불리해질 위험이 존재하지 않는 한 그런 사안에서는 적용되지 않았다. 만약 대리인의 행위가 본인에게 단지 법적 이익만 가져다준다면 그렇다. 제181조의 해석에 제107조의 규정 취지가 고려된 것이다. 미성년자는 그 의사표시가 불리한 효과를 가져다주는 경우에는 보호가 필요하지만, 미성년자에게 단지 법률상 이익만 가져다주는 경우에는 보호가 불필요하다. 제181조의 이해관계도 이와 유사하다. 대리인의 의사표시에 대하여 본인의 이익이 보호되어야 하지만 그 판단은 본인이 스스로 그 법률행위에 참여하였을 때를 기준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그 결과 제181조는 제107조의 규정 취지를 고려하여 다음과 같이 해석되어야 한다. 자기대리 행위가 본인에게 단지 법률상 이익만 가져다주는 경우라면 그 자기대리의 금지는 적용이 없다.
사례 e에서 자기대리는 허용된다(BGHZ 59, 236, 240; 94, 232, 235f.; BGH NJW 1989, 2542). 물론 증여계약의 이행이 수증인의 부담이 되기도 한다면(예컨대 주거 소유권의 이전) 그러한 물권적 이행행위는 불리한 것이 되고 따라서 자기대리는 허용되지 않는다(BGHZ 78, 28, 31ff.; Jauering, JuS 1982, 576). BGHZ 5, 101 판결에서는, 유한회사의 1인 조합원이 회사를 대리하여 자신과 체결한 행위는 이해충돌의 여지가 없고 제3자의 이익을 해하지 않으므로 유효하다는 것이 있다(동지 BGHZ 75, 358, 359ff). 그러나 유한회사법 제35조 제4항은 제181조을 적용하고 있음에 주의하라(이에 대하여는 U. Hübner, Jura 1982, 85).
개인적 소견으로는 제181조의 경우 형식적 통제만이 문제된다는 견해는 폐기되어야 한다. 제181조는 이해충돌의 회피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 진실에 부합한다. 대리인은 이해충돌의 경우 본인의 부담으로 하는 것이 금지된다. 본인은 그 손해로부터 보호되어야 한다.
제181조가 궁극적으로 법률행위의 인식가능성을 목적으로 한다면 법률행위가 어떤 형식으로든 – 예컨대 공고를 통해 – 외부에 알려지는 요건만 충족된다면 제181조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식으로 규정되었어야 한다. 그러나 제181조는 의무이행에만 국한되는 경우 자기대리를 허용하고 있다. 이는 본인에게 손해를 끼칠 위험이 전혀 없는 경우에는 본인의 보호를 고려할 필요가 없다는 사고를 반영한 것이다. 나아가 자기대리를 용인하는 경우에는 이를 허용하더라도 본인은 마찬가지로 보호받을 가치가 없다. 자기대리를 허용함으로써 본인은 그 행위에 동의한 것이며, 또한 법률적으로 이것이 허용된 경우에는 법률이 본인의 이익을 충분히 고려하였기 때문이다. 이렇게 법률이 허용하고 있는 예외를 고려한다면 제181조는 본인의 보호를 목적으로 한 규정임이 명백하다.
물론 이러한 보호목적이 제181조에는 만족할 만큼 분명하게 표현되어 있지는 않다. 통상 당사자가 동일한 경우에도 이해충돌의 위험이 존재할 수 있으므로 제181조의 문언은 당사자의 주체가 명확한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당사자의 동일성의 경우 이해충돌이 없는 때도 제181조가 적용된다고 보는 것은 아무래도 그 적용범위를 넓게 본 것이다. 당사자가 동일하더라도 이해충돌이 없는 경우에는 제181조의 적용을 제한적으로 해석하여 그런 경우에는 법률행위가 유효하다고 보아야 한다.
(3) 당사자가 동일하지 않으나 이해충돌이 존재하는 경우 제181조가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 판례의 일관된 태도이다(RGZ 108, 407; 157, 31). 그러나 이 경우에도 제181조에 따라 금지된 행위를 우회한 것은 아닌지, 또는 대리권의 남용이 존재하지 않는지 등이 검토되어야 한다.
예컨대, H가 B를 대리하여 자신과 계약을 체결하고자 X를 복대리인으로 선임하고 X로 하여금 B를 대리하여 행위하였다고 하자. 이 경우 당사자의 동일성은 회피되었으나 이해충돌의 상황이 존재한다는 점에 대하여서는 변한 게 없다. 이는 법률적 “술수”를 통해 제181조의 적용을 우회한 것인데 이 경우에는 동 규정이 적용되어야 할 것이다. H가 한편으로는 B의 대리인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그가 대리권을 수여한 X와 계약을 체결한 경우에도 같다.
H가 B로부터 수권을 받아 B를 대리하고 자신의 채권자와 보증계약을 체결한 경우에도 대리권의 남용이 존재한다. 이 경우 B는 보증인으로서 책임이 없을 수 있다.
제27장 무권대리
사례 :
a) H는 B의 이름으로 대리권 없이 D로부터 TV를 매수하였다. 그런데 H가 B에게 이에 대해 설명하였을 때 B는 그 행위를 추인하는 의사표시를 하였다. 후에 B는 동일한 기종의 TV를 다른 상인으로부터 보다 싼 가격으로 매수하게 되었다. 이 때문에 B는 D에 대해 H가 무권대리를 하였으므로 TV의 수령 및 대금지불을 거절하였다. 정당한가?
b) D가 사례 a에서 B에게 서면으로 매매계약을 추인할 것인지 최고하여 B가 그에 대하여 답변하지 않았다면 어떤가?
c) H가 임대인 B의 이름으로 그 수권을 받음이 없이 임차인 D에게 기계에 대한 임대차계약의 해지를 통고하였다. B는 H에게 그 해지를 추인하였다. 그러나 D가 기계를 계속 이용하길 원한다.
d) 사례 c에서 임차인 D가 H가 무권대리인임을 알았고, 또 그에게 더 이상 기계가 불필요할 때 마침 적시에 해지를 통고하였다고 표시하였다면 어떤가?
e) H는 B를 대리하여 대리권 없이 D로부터 10000 유로에 기계를 매수하였다. B는 그 추인을 거절하였다. D는 H에 대해 10000 유로를 요구할 수 있는지 알고자 한다. 그는 기계의 매매가격과 가치의 차액으로 1000 유로를 주장한다. 만약 그가 10000 유로를 요구할 수 없다면 전화비용 50 유로를 요구할 수 있는가?
I. 본인과 제3자 사이의 법률관계
무권대리인의 행위는 본인에게 효력이 없다.
1. 본인의 추인권
본인은 무권대리인이 체결한 행위에 대해 그것이 본인에게 유리하다면 그 효과를 자신에게 귀속시킬 이해관계를 갖는다. 법률은 본인에게 이러한 기회를 계약의 경우에는 부여하고(제177조 제1항) 단독행위의 경우에는 부여하지 않는다(제180조).
a) 계약의 경우에는 177조 이하가 규정되어있는데, 이는 제108조 이하에 상응하는 규정이다. 이에 따르면 본인은 계약을 추인할 권리가 있다(제177조 제1항). 추인은 대리인 또는 제3자에 대하여 할 수 있다(제182조 제1항). 추인은 계약체결의 시점에 소급하여 효펵이 있다(제184조 제1항). 추인으로써 본인은 처음부터 대리권이 있을 때와 마찬가지로 계약에 따른 권리 의무를 갖는다. 추인시까지 계약의 효력은 유동적 무효상태에 놓이게 된다. 즉 유동적으로 계약은 무효이다. 본인이 추인을 거절하면 계약은 확정적으로 무효가 된다.
사례 a에서 유동적으로 무효인 매매계약은 H에 대한 B의 추인에 의해 유효하게 된다. B는 D에게 TV를 수령하고 대금을 지불해야 한다(제433조 제2항).
추인은 무권대리권을 치유하는 것뿐, 계약의 다른 하자를 치유하는 것은 아니다.
예컨대 H가 무권대리로서 B를 대리하여 D에게 서면으로 토지를 매도하였다고 할 때, 그 계약은 공정증서에 의한 서면작성의 요건(제311조b 제1항 제1문)을 결하였으므로 무효이다. 이는 B가 계약을 추인하더라도 마찬가지이다.
b) 단독행위의 경우에는 제180조가 적용되는데 이는 제111조에 부분적으로 상응한 규정이다.
(1) 무권대리인이 행한 단독행위는 제180조 제1문에 의하면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으므로 본인이 이를 추인할 수 없다. 이를 통해 – 계약과는 달리 – 의사표시 수령자로서 법률행위에 소극적으로 참여하게 되는 제3자는 그 이익을 위해 유동적 상태에서 벗어나 불확실한 법적 상태가 회피되게 된다.
사례 c에서 해고는 B의 추인에도 불구하고 무효이다.
(2) 예외적으로 수령을 요하는 단독행위의 경우 본인이 추인할 수 있는 경우가 있다. 이는 제3자가 보호받을 가치가 없기 때문에 법률이 유동적 상태를 용인한 것이다.
법률이 규정한 경우는 다음 세 가지이다.
(a) 제3자가 무권대리 행위에 동의한 경우이다(제180조 제2문).
사례 d에서 D는 H의 행위가 무권대리에 의하여 행해진다는 점에 동의하였으므로 B는 해지를 추인할 수 있다. B의 H에 대한 추인에 의해 해지 의사표시는 유효하게 된다.
(b) 제3자가 본인이 주장하는 대리권을 다투지 않은 경우이다(제180조 제2문).
다툰다는 것은 제111조 제2문과 제174조 제1문의 이의한다는 것과 같은 의미이다. 해지 의사표시가 서면으로 이루어진 경우 제3자가 대리권에 대해 즉시 다투는 것으로 족하다(제121조 참조).
(c) 단독행위가 무권대리인에 대하여 그의 동의하에 행해진 경우이다(제180조 제3문).
예컨대 매수인 D는 B와 체결한 매매계약을 착오를 이유로 해제하고자 한다. 그는 B로부터 대리권을 수여받지 않은 H에 대해 H의 동의하에 취소의 의사표시를 하였다. 이 경우 B는 그것을 추인할지 않을지 결정할 권한이 있게 된다.
2. 제3자의 형성권
본인이 추인할 권한이 있는 모든 경우 유동적 상태가 존재하게 된다. 이 경우 제3자는 본인이 계약을 추인하여 유효하게 될지 아니면 추인을 거절하여 계약이 무효가 될지 알지 못한다. 제3자에게 계약관계를 명료하게 하기 위하여 법률은 다음과 같은 권리를 부여하고 있다.
a) 제3자는 계약을 철회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그 행위는 확정적으로 무효가 된다(제178조). 철회는 계약이 아직 추인되기 전까지 가능하다(제178조 제1문). 본인이 이미 추인하였다면 무권대리 행위는 유효하게 된다. 그후 계약을 철회하였더라도 아무런 변동이 없다. 더욱이 제3자가 대리권의 흠결을 계약체결시 알았다면 그 철회권은 배제된다(제178조 제1문). 이 경우에는 제3자가 이러한 흠결을 알면서도 계약을 체결한 것이므로 그 보호의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철회는 본인뿐 아니라 대리인에 대하여서도 할 수 있다(제178조 제2문).
b) 제3자는 본인에게 추인 여부를 최고할 수 있다(제177조 제2항). 이로써 계약의 효력에 관해 불확실성은 제거되지 않는다. 그러나 법률은 이러한 최고에 대해 다음과 같은 법률효과를 부여하고 있다. 본인은 제3자의 최고에 대해 제3자에게(대리인에게 해서는 안 된다) 본인의 의사표시를 할 수 있다(제177조 제2항 제1문). 무엇보다 최고가 도달한 때로부터 2주가 지나기 전에 추인의 의사표시를 할 수 있다. 본인이 그런 의사표시를 하지 않으면 추인을 거절한 것으로 간주한다(제177조 제2항 제2문). 이러한 간주에 의해 유동적 상태를 제3자의 이익을 위해 종료한다. 계약은 확정적으로 무효가 되고 그때부터는 더 이상 추인하더라도 그 무효를 변동시킬 수 없다.
제3자가 계약의 효력 여부에 대한 결정을 통보받아야 하므로 추인 여부에 대한 최고가 행해진 상태에서는 본인이 대리인에게 계약을 추인하거나 추인을 거절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대리인에 대하여 이미 추인이나 추인 거절의 의사표시가 행해졌더라도 최고에 의해 이는 무효가 되며, 다시 유동적 상태에 놓이게 된다(제108조 제2항).
사례 b에서 H에 대한 B의 추인의 의사표시는 D의 최고에 의해 효력을 상실한다. B가 2주 이내에 이에 대해 답변을 하지 않음으로써 추인을 거절한 것으로 간주하게 된다. 이에 따라 D와 B 사이 매매계약은 확정적으로 무효가 된다.
제177조 제2항에 의한 제3자의 보호는 본인이 제3자에 대하여 추인하거나 추인을 거절한 때는 그 적용이 없다. 제3자에 대한 의사표시로써 법적 상태는 명확해졌기 때문이다. 법률의 의미상 대리인에 대하여 추인이나 추인거절의 의사표시가 행해지고 그에 대하여 제3자가 즉시 알게 된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보아야 할 것이다.
II. 대리인과 제3자의 법률관계
무권대리인이 체결한 행위가 궁극적으로 무효가 되면 제3자는 그 행위의 유효를 신뢰한 경우 보도되어야 한다. 반면 대리인은 본인을 대리하여 그 행위를 통하여 제3자에게 신뢰를 부여하여 본인과 계약을 체결하도록 한 것이므로 보호의 가치가 없다. 이런 이해관계를 고려하여 제3자는 대리인에 대하여 권리를 갖게 되는데 제179조가 이를 규정한다.
제179조에 의한 법률상 책임은 일반거래약관에 의해 책임을 확대하는 것이 불가하다(제309조 11b호).
1. 제179조 제1항에 의한 청구
a) 제179조 제1항에 의한 청구요건은 대리인이 타인의 이름으로 대리권 없이 행위를 하는 것이다.
대리권이 흠결된 경우에도 그 법률행위의 효과가 표현대리의 원칙에 따라 본인에게 귀속되는 경우에는 제179조 제1항에 의한 청구가 성립하지 않는다. 제3자는 본인에 대해 법률행위의 효과를 물을 것인지 아니면 본인에 대하여 제179조 제1항에 따른 책임을 물은 것인지 선택할 권리가 없다. 왜냐하면 통상 대리권이 부여된 대리인과 체결한 계약보다 더 유리한 상태에 놓일 수는 없기 때문이다.
대리인이 한 행위는 더욱이 추인될 수도 있다. 이는 계약뿐 아니라 수령을 요하는 단독행위의 예외적 경우에 그렇다. 따라서 궁극적으로 본인이 추인을 거절해야만 한다.
무권대리인이 공동책임을 부담하도록 정한 약관의 규정은 무효이다(제309조 11a호).
b) 제179조 제1항은 법률효과로서 제3자의 선택권을 정하고 있다. 제3자는 대리인에 대해 계약이행 또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선택권은 제3자의 대리인에 대한 의사표시에 의해 행사된다(제263조 제1항).
(1) 제3자가 이행을 선택하면 법률의 규정에 따라 제3자와 대리인 사이에 무권대리가 아닐 경우 본인에 대해 성립하였을 법률관계가 성립한다.
사례 e에서 이행은 D가 H에 대해 기계의 수령과 10000 유로의 매매대금의 지불을 요구하는 것이고(제433조 제2항) D는 H에게 기계를 양도하고 소유권을 이전하는 것이다(제433조 제1항 제1문).
(2) 제3자가 손해배상을 선택하면 대리인은 제3자에게 현금으로 제3자가 계약이 본인에게 미치지 않음으로써 입게 된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생긴다. 쌍무계약(예컨대 매매)의 경우 손해는 급부와 반대급부의 차액으로 계산된다.
사례 e에서 D가 청구할 수 있는 급부의 가액은 10000 유로이다. 여기서 이행할 필요가 없게 된 기계의 가치 9000 유로를 제한다. 그 결과 D의 손해는 1000 유로가 된다.
2. 제179조 제2항에 의한 청구
제179조 제2항에 의하면 대리인의 법적 상태는 제179조 제1항에 의한 청구요건이 존재하고 대리인이 법률행위시 대리권의 흠결을 몰랐을 경우에는 보다 더 유리한 상태에 놓이게 된다. 이 경우 대리인은 이행이익의 한도 내에서 신뢰이익을 배상할 의무가 있다(제179조 제2항). 그 법률효과와 관련하여 제122조 제1항의 규정이 준용된다.
사례 e에서 D가 B와의 매매계약의 유효를 신뢰하여 소비한 전화비가 신뢰손해가 된다. D는 H에 대해 만약 H가 대리권의 흠결 사실을 몰랐을 경우에는 그 보상을 요구할 수 있다. 그 외 제179조 제2항에 따라 이행이나 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는 없다.
3. 제179조에 의한 청구권의 배제
제3자가 무권대리인의 행위에 대하여 그 유효를 주장할 만한 신뢰를 갖고 있지 않다면 제3자는 제179조에 따라 아무런 청구권을 갖지 못한다.
a) 계약체결시 제3자가 대리인이 무권대리라는 사실을 알면서 계약을 체결하였다면 그는 계약의 효력을 신뢰하였다고 할 수 없다. 제3자가 대리권의 흠결을 알 수 있었던 경우에도 마찬가지로서 제3자는 보호의 가치가 없다(제179조 제3항 제1문).
b) 대리인이 제한적 행위능력자라면 그 보호가 제3자의 보호에 우선한다(제179조 제3항 제2문). 그러나 제한적 행위능력자가 법정대리인의 동의를 받아 행위를 하였다면 그렇지 않다(제179조 제3항 제2문). 이때는 그 의사표시의 부정적 결과가 대리인에게 미치게 된다(제107조 참조).
c) 제3자가 제178조에 따라 철회권을 행사한 경우 이는 본인이 게약을 추인하더라도 계약이 유효해지지 않도록 한 것이다.
d) 대리인이 무권대리로서 제312조에 해당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본인이 추인을 거절한 경우에는 대리인은 방문판매의 철회권을 행사할 수 있고, 그렇게 되면 제179조에 의한 제3자의 청구권은 배제된다(BGH WM 1991, 860, 861).
4. 제179조에 의한 입증의 분배
증명책임의 분배는 제179조의 규정에 의해 다음과 같이 귀결된다.
a) 제3자가 대리인에 대해 이행이나 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한 경우 그는 대리인이 타인을 대리하여 그와 계약을 체결하였고 본인이 추인을 거절하였음을 주장, 증명하면 된다.
b) 대리인이 청구를 기각시키려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주장, 증명해야 한다.
(1) 그가 대리권을 수여받았다(제179조 제1항은 “그가 대리권을 증명하지 않는 한”이라 규정되어있다).
(2) 그가 대리권의 흠결을 알지 못하였다(제179조 제2항). 이에 따라 이행이나 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은 성립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신뢰이익에 대한 손해배상의무는 성립한다(제179조 제2항).
(3) 제3자가 대리권의 흠결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제179조 제3항 제1문은 “대리인은 책임지지 않는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4) 대리인이 제한적 행위능력자이다(제179조 제3항은 “대리인은 … 경우 책임지지 않는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제3자는 물론 대리인의 이런 제한적 행위능력의 주장에 대해 그가 법정대리인의 동의하게 행위를 하였다는 점을 주장, 증명할 수 있다(제179조 제3항 제2문은 “… 경우에는 그렇지 않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5. 제179조의 유추적용
다음의 경우에는 제179조가 유추적용될 수 있다. 왜냐하면 법률이 그 경우에는 흠결되어있고 이해관계의 상황은 제179조의 경우와 같기 때문이다.
a) 타인의 이름에 의한 법률행위(예컨대 H가 B의 이름으로 D에게 전화로 계약의 청약을 하여 D가 승낙한 경우)의 경우 차명인에게 아무런 귀책사유가 없고 그가 이를 용인하지 않는 한 차명인에게 효력이 없다. 이런 경우 행위의 상대방에게 행위자에게라도 그 행위의 효과를 묻고자 하는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따라서 행위자에 대하여 제179조가 유추적용될 수 있다(BGHZ 45, 195 참조).
어음 서명이 위조된 경우 어음법 제8조의 유추적용이 또한 고려될 수 있다.
b) 대리인이 본인의 이름을 명시하지 않고 행위를 하였는데 그후 최고에도 불구하고 본인을 명시하지 않는 경우 행위의 상대방은 본인에 대해 그 권리를 주장할 수 없게 된다. 이 경우 상대방은 대리인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제179조가 유추적용되어야 한다(BGH NJW 1995, 1742).
c) 대리인이 실존하지 않는 사람의 이름으로 행위를 한 경우 행위의 상대방은 제179조를 유추적용하여 대리인에게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다(BGHX 105, 287).
아직 성립하지 않는 인적조합체를 대리하여 행위한 경우도 마찬가지이다(BGHZ 63, 48). 아직 성립하지 않은 법인에 대하여서는 특별 규정이 있다(예컨대 회사법 제41조, 유한회사법 제11조 제2항).
그러나 어떤 사람이 실존하지 않는 회사(표현회사) 이름으로 제3자에 대해 행위하였으나 이 회사 배후에 사실상 영업을 영위하는 사람이 있고 그가 현실적으로 계약당사자가 되길 원하지는 않았으나 대리인에게 대리권을 수여한 경우라면 제179조는 적용될 수 없다(BGH WM 1996, 592). 이 경우에는 사실상의 영업 영위자가 제3자의 계약당사자가 된다.
d) 사자가 대표할 권한 없이 행위한 경우 점주는 그 행위에 구속되지 않고 행위의 상대방은 보호받을 필요가 있다. 무권대리인의 경우와 이해관계의 상황이 유사하므로 제179조가 유추적용되어야 한다(Erman/Palm, §179, Rdnr. 21; Staudinger/Schilken, §177, Rdnr. 22; § 179, Rdnr. 25).
제3부 주관적 권리
제1절 주관적 권리의 내용과 행사
제28장 사법적 법률관계와 주관적 권리
제29장 주관적 권리의 취득
제30장 청구권
제31장 항변
제32장 권능의 한계와 보호
제2절 권리의 주체
제33장 자연인
제34장 법인
제3절 권리의 객체
제35장 권리의 객체 일반
제36장 물건
제4절 부록
제37장 사례연습의 방법